10번째 만나는 인생 명강의 주제는 역사다. 이 책의 저자인 경희대 사학과 강인욱 교수는 이미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이라는 책을 통해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어려서부터 오래된 것, 옛 것에 대한 관심이 컸던 저자는 그렇게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중에도 그의 전공분야는 고고학이다. 저자의 과거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 역시 과거 고고학자를 꿈꿨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고학자로 분한 헤리슨 포드가 주연한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겁이 많은지라, 무덤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는 그의 모습에 바로 포기를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역사를 좋아했던 터라, 전공은 하지 못했어도 관련 책이나 매체는 관심 있게 보는 편이다.
고고학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고조선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로 불리는 고조선은 국사책을 통해 배웠듯이 청동기 문화를 기반으로 세워졌다. 워낙 오랜 역사이기도 하지만, 조선이나 고려처럼 자신들의 역사가 서술된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연구에 애를 먹고 있기도 한 그 역사의 중심 이야기를 저자는 책을 통해 시작한다. 저자는 단순히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지엽적인 역사가 아닌, 유라시아 속에서 같은 유물이 등장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반도의 문화는 고립된 문화가 아닌, 주변과 교류하며 발전시켜 나간 문화라는 사실을 구체적인 유물들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학창 시절 고조선이 무역을 통해 성장했다는 내용을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 책 속에서는 그 예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고조선의 모피가 당시 주변 나라들에서 명품 브랜드로 불렸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흉노족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은데, 신라인들이 자신을 흉노의 후예로 설명하는 대목을 보고 의아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2장과 4장에서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그 밖에도 계림로 단검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작은 고분에서 발견된 계림로 단검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황금 건이다. 이 단검은 카자흐스탄 북쪽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유물이라고 한다. 이런 고가의 검이 일반 무사로 보이는 사람의 고분에서 발견된 이유는 무엇일까?
뿐만 아니라 3장에 등장하는 환동해에 대한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환동해가 어디일까? 환동해는 북한의 남쪽, 일본의 서쪽, 중국의 동북부, 러시아의 극동이 감싸고 있는 동해 권역을 말한다. 이 환동해 지역에서 발견된 암각화는 시베리아와 연결고리가 된다. 책 표지에 그려진 괴이한 외계인 형상(시카치-알리안 인면상)의 출처 역시 바로 이 암각화다.
현재 비행기를 타고도 몇 시간을 가야 할 정도로 지리적으로 먼 곳에서 같은 형태의 유물과 그림들이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 책의 각 장에서 같은 질문과 예를 풀어낸다. 마치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같은 것으로 찍어낸 것처럼 닮은 유물들을 통해 문화의 교류가,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야 제목의 이미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던 말들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생각은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 책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만의 지엽적인 역사에서 벗어나 유라시아 속의 한반도, 그리고 한반도 속의 유라시아를 만났다. 물론 앞으로도 고고학은 계속 변화될 것이다. 어떤 유물이 어떻게 발견되느냐에 따라 역사의 기원과 시간은 계속 바뀔지도 모르겠다. 부디 깊은 땅속에서 여전히 잠자고 있는 유물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 빨리 오길 소원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닫힌 생각과 지엽적인 편견들도 사라지는 날이 빨리 오길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