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마음이 커졌어. 나의 우주가 커졌어.
그건 핀, 네 덕분이야. 나는 이제 우주의 중심이 어디인지 알 것 같아.
내 우주 한가운데는 핀이 있어. '
얇지만, 놀라움과 교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제목에서 보듯, 이 책은 지구를 떠나 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SF 소설이다. 달의 등대지기인 할아버지 토티스와 함께 사는 핀은 오래되어 업데이트조차 안되는 생활보조드론인 앙리 외에는 가족이 없다. 부모님은 몇 해 전, 탄광 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런 핀에 눈에 이상한 광경이 포착된다. 서둘러 그곳에 가니 물방울 안에 한 아이가 들어있다. 흰머리에 빨간 눈. 보기에도 자신들과 생긴 게 다르다. 바로 말로만 듣던 월인이었다. 우선 월인과 함께 지하터널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오기로 한 핀. 할아버지에게는 친구 옥토의 고양이를 찾으러 간다는 핑계를 댄다.
사실 월인인 메아(T-772)는 할머니(T-771)와 함께 살고 있는데, 할머니는 메아를 떠나보내며 부모를 찾길 간절히 바란다. 월인이 가지고 있는 신비한 힘 때문에 할머니와 메아는 성상중공이라는 회사에 성산 연구소에 잡혀있었다. 메아를 힘껏 밀어낸 후, 결국 운명을 달리하는 할머니. 할머니의 심장을 연구하는 성산 연구소 소장인 요안은 도망친 메아를 잡고자 47구역으로 내려온다. 사실 핀이 거주하고 있는 47구역은 낙후지역으로 빈민가로 불리는 지역이다.
메아를 잡기 위해 무력을 동원해서 옥토의 누나 텐타가 일하는 가게를 초토화 시키는 요안. 그는 겉으로는 신사인 척하지만, 출세를 위해 타인의 목숨을 종이처럼 여기는 비열한 인간일 뿐이다. 과거 요안은 핀의 엄마와 같이 일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출세를 위해 핀의 엄마를 탄광에 가둬 살해한다. 덕분에 성상중공이 있는 도시연합에서 월면 도시로부터 이득을 가로챈 일로 연구소 소장이 되었다. 그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핀에게 털어놓는 요안.
엄마의 사망과 그동안의 일의 진실을 알게 되는 핀은 요안에게 어른답게 굴라고 충고하고, 그 충고에 광폭한 요안은 핀을 죽이고, 메아를 사로잡아 자신의 능력을 키우려고 하는데...
메아와 메아의 할머니를 제외한 책 속 등장인물들은 인간이다. 월인으로 불리는 메아의 종족은 지구인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을 활용하려는 마음을 먹은 요안 같은 사람들 덕분에 월인들은 목숨의 위협 속에서 숨어살고 있다. 메아를 살리기 위해 메아의 할머니는 자신을 희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아에게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유언을 남긴다. 과연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처음 핀을 만난 메아는 그에게 질문을 한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냐고 말이다. 그 말에 핀은 어떻게 대답했을까? 좋은 사람은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공상 세계의 이야기임에도 우리 세계와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은, 다분히 인간이 등장해서일까? 근데 겉으로는 매너 있는 척하지만, 자신의 이익이 위협을 받는 순간이 되자 본색을 드러내는 요안과 같은 인물의 모습을 마냥 매도하기가 주저된다. 내 안에도 그런 이기적인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아는 잘못을 범하는 이기적인 어른이 되지 말자! 어른이면 어른답게 살고 행동하자!
누군가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누군가 때문에 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지킬 수 있었던 이야기. 하얗고 붉은 메아와 메아를 지키기 위한 핀의 이야기.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진짜 어른의 이야기 속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