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힐링 소설이 대세다. 제목을 보는 순간 힐링 소설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다분히 "커피 페니"라는 카페의 이름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 앞에 기억삭제소라는 제목이 있다는 것과 띠지에 "빅뱅"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래도 뭐... 띠지의 말을 지극히 진실이다. 상상력과 함께 다분야의 총체적인 지식이 이 책 한 권에 녹아있다는 표현을 이렇게 멋있게 할 수 있다니...!
책의 두께만큼이나 책 속에 담긴 소재들을 정말 다양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얼마 전 읽었던 손목시계 관련 책에서 만난 시계 부품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세계 최고층 건물들과 달과 심해를 비롯해 저자의 전공인 의학 관련 이야기도 소재로 등장한다. 등장하는 장소도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동, 말레이시아, 중국 등 다양하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작가이기에 우리나라의 역사와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있긴 하지만 그를 바탕으로 세계의 다양한 이야기들과 접목되는 것과 함께 현시대의 최대 난관인 코로나가 전면에 등장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기억삭제소 카페 페니 청담점 점장인 에이미는 10년째 카페페니에 근무 중이다. 그가 카페페니에 입사하게 된 것은 전 날 꾼 꿈 때문이었다. 파오슈와츠 장난감 백화점에서 구입한 꿈에 나타난 카오필리 요정은 다음 날 카페페니 소공점에 가라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꿈대로 그녀는 다음 날 소공점의 직원이자 딜릿스타 넘버 709가 된다. 그러던 중 에이미는 근무하는 직원 현, 까미와 함께 스위스 제네바 생체기억시계제작소 더 햄필립스아카데미 눈뜬 시계공 크리스퍼에 입학할 기회를 얻는다. 바로 닥터 제닝스가 제안한 내용이었다. 교육을 마친 에이미는 크리스퍼 대사가 되는데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기억 파편을 해결하는 일인데...
제목은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이지만, 책 속에는 카페에서의 이야기가 아닌 세계 곳곳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특히 위원으로 누가 속해있는지 모를 정도로 비밀 단체인 뉴클레아스 심해기억저장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억에 관한 이야기들이 풀어진다. 이곳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되는 기억에 관해 조사하고, 문제를 협의. 해결 방안을 찾는 기억의 중추와 같은 곳이다. 신기했던 것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실제 지명이나 회사명,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가령 세계 고층의 건물들의 유리창들이 기억을 저장하는 매체로 쓰인다는 것뿐 아니라 2장부터 전면에 등장하는 코로나 백신들의 실제 이름도 등장한다.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지만, 실제 이름이 등장하니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치매나 알츠하이머를 앓는 사람들의 기억 파편을 모아서 또 다른 기억에 사용하거나, 카페 페니를 이용하면 주어지는 별풍선을 사용하여 치매인 언니와 엄마의 기억을 되찾아 둘을 만나게 해주는 등 기억이 사업이 되는 특이한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연결고리를 맛볼 수 있다.
만약 이 책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된다면 스케일이 어마어마할 듯싶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다양하게 연결되어야 하기에, 로케이션 촬영은 기본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