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니타 프로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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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인 그녀 몰리 그레이는 리전시 그랜드 호텔의 메이드다. 객실 안에 모든 것을 처음 상태로 돌려놓는 일을 하는 사람 메이드. 할머니 플로라와 함께 사는 몰리는 순진하고, 본 그대로 믿기에 남들이 보기에는 조금은 모자라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 몰리를 동료들은 은근히 따돌린다. 호텔에서의 하루를 퇴근 후 할머니에게 들려주고 조언을 구하는 몰리. 할머니는 늘 몰리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었다. 그런 할머니가 췌장암으로 사망한다. 다른 사람 같으면,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질 텐데, 우리의 몰리는 다음 날 출근을 강행한다. 놀란 호텔 매니저 알렉산더 스노우는 몰리에게 쉬기를 권유하나, 몰리는 내가 죽은 게 아니고 할머니가 죽었기에 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는 절대 꼼수나 대충이 허용되지 않는 몰리. 그녀가 담당하는 스위트룸 중에는 재벌로 알려진 찰스 블랙과 그의 트로피 와이프인 지젤 블랙이 자주 머문다. 우연히 지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 몰리는 지젤과 친구가 된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청소를 위해 블랙 부부의 방을 방문한 몰리는 지젤이 울며 욕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욕실을 제외한 다른 곳을 청소하는 중, 지젤이 나오자 욕실 청소를 하겠다는 몰리에게 나중에 하라며 내보내는 지젤. 평소와 다르긴 했다. 울었는지 눈이 빨간 지젤이 안쓰럽기도 했다. 평소처럼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데 지젤은 거부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방문한 블랙 부부의 방. 욕실만 정돈하면 되었는데, 방 상태를 보니 전부 다시 청소해야 한다. 침대에 누워있는 찰스 블랙을 보고, 처음에는 쉬고 있다고 생각했던 몰리는 평소와 다른 찰스에 모습에 가까이 가보는데 그가 죽어있다. 급하게 프런트에 전화를 하는 몰리. 시신을, 그것도 호텔 VIP의 시신을 목격하다니... 졸지에 참고인이 되어 스타크 형사의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 날, 충격을 받은 몰리를 위해 스노우씨는 쉬라고 하지만, 수석 메이드인 셰릴 그린의 꼼수 덕분에 일손이 모자라고 몰리가 출근을 하게 된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소셜바 애드 그릴의 매니저인 로드니 스타일스는 전날 경찰 조사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데이트라고 착각하는 몰리. 몰리는 과거 로드니의 요청으로 머물 곳이 없는 후안 마누엘을 빈 호텔방에 넣어준 적이 있다. 그러면서 후안 마누엘의 짐이라며 가방을 침대 아래 넣어달라는 부탁을 매번 했다. 과연 그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참고인이자 목격자였던 몰리는 여럿의 계략에 빠져 졸지에 찰스 블랙을 살인한 살인자가 된다. 그녀가 한 것은 그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사실은 몰리를 이용한)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해준 것일 뿐인데 말이다. 다행히 몰리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할머니의 오랜 친구였던 프레스턴씨와 그의 딸인 샬럿 그리고 로드니에게 그동안 이용당하며 수차례 협박을 받았던 후안 마누엘까지...

과연 우리의 몰리는 진실을 밝히고, 찰스 블랙 살인사건의 진범을 밝혀낼 수 있을까? 또한 다른 사건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가방에 대한 진실도 밝혀낼 수 있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을 오히려 바보나 호구로 여기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몰리가 벼랑 끝으로 몰렸지만,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 역시 그런 몰리의 천성 때문이었다. 역시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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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지도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1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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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알기에 굽은 나무는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도 싫어하지 않아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세속적인 편견,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 너머에 존재하는 실체와 마주하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어령 교수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여가 되었지만 그의 주옥같은 글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 4권의 한국인 이야기를 참 흥미롭게 읽었는데,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가 남아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총 6권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책의 제목은 별의 지도다. 전 편보다 이해가 쉽지 않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어령 교수 특유의 소위 꼬부랑 고개처럼 연관 고리를 이어가는 글은 이번에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중요한 두 가지를 꼽자면 천지인과 윤동주의 서시 일 것이다. 천지인은 무엇일까? 천은 하늘(天), 지는 땅(地), 인은 사람(人)을 말한다. 동양의 문화 속에는 천지인 사상이 깃들어 있는 게 많다. 당장 임금 왕(王) 자를 봐도 천지인의 석삼(三)을 수직으로 이은 것으로, 이는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힘까지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에 곁들여 현재의 리더들에게 이야기한다. 사람의 마음만을 얻는 것, 왕 자에서 하늘을 걷어내면, 흙 토만 남게 된다. 투표자의 마음뿐 아니라 하늘의 의미까지 알아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책 속에는 천지인과 더불어 지역주의, 연고주의를 넘은 세계인을 아우르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 또한 등장한다. 형나라 사람이 활을 읽어버린 이야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형 자를 떼고(국가를 벗어나) 사람(인류)의 단계로, 거기서 더 나아가 자연의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책 속에는 유난히 시가 많이 등장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나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수영의 풀, 안도현의 나무에 대하여 등 학창 시절 수능을 준비하며 정말 많이 보고 배웠던 시를 이렇게 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마냥 의미 없이 달달 외웠던 시의 실제 의미를 나이가 들어 다시 접하니 자연히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이별의 슬픔이 담긴 시라고 배웠는데, 저자는 시를 다시 풀어준다. 진달래꽃은 절대 이별한 후의 감정을 표현한 시가 아니라, 사랑을 표현한 시라고 말이다. 바로 시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는 if(가정법)이 등장하는 일어나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별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 할 것이기에 이 시는 절대 이별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은 시다. 시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들어보면, 조금 더 살피면 실제 뜻을 파악할 수 있는데 설레발을 치고 실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별의 지도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시로 저자는 윤동주의 서시를 꼽는다. 서시에 등장하는 "별" 때문이다. 윤동주의 시를 저항시로 읽을 때와 의미 그대로 읽을 때 풀어내는 뜻이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사실 서시에서 실제로 이루어진 (과거시제) 것은 "괴로워했다"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앞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미래 시제다. 사람 앞이 아닌 하늘 앞에서의 부끄러움을 알았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향해 꿈을 꾸는 삶.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세상의 모든 것은 끝이 있다. 죽음을 맞이한다)을 사랑하고, 나에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걸어가는 삶. 그의 시 안에도 천지인이 담겨있다.

별(하늘)의 지도와 지상(땅, 사람)의 지도. 한국의 문화 속에 담겨있는 지도를 통해 또 다른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앞으로 펼쳐질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는 어떤 주제를 담고 펼쳐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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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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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을까? 어떤 행동까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되고, 누군가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켜진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지만, 풀어내지 않은 진실이 궁금해진다.

7살 하원과 5살 상원을 키우는 전업주부 연정하는 같은 대학 출신 남편 오원우와 22평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 맞은편에는 60평 아파트동이 있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날이면, 정하는 기분이 좋지 않다. 소위 사모님이라 부르는 60평 여자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뱀 같은 그 눈, 정하는 왠지 자신을 감시하는 것 같은 그 눈 때문에 답답하다. 늦은 밤 퇴근하여 거실에서 자는 남편과는 각방 생활을 한 지 오래다. 그날따라 딸 하원이가 침대로 파고들었고, 하원이를 재우던 중 문소리를 듣는다. 남편이다. 근데 화장실에서 씻는 시간이 길다. 피곤하다며 대충 씻고 자는 사람인데 말이다. 몰래 화장실로 향하던 정하는 피 칠갑을 한 남편을 보고 경악한다. 온토 피바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원이 깨기 전에 얼른 방으로 들어간 정하.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아무것도 못 본 것이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다음날 아침 아무렇지 않게 남편을 출근시키고, 정하는 먼 슈퍼에서 락스를 여러 통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꼼꼼히 화장실을 청소하고, 세탁기에 들어있는 피 묻은 양복을 빨아서 가방에 넣는다. 그리고 손잡이에 피가 묻은 우산도 챙겨 넣는다. 흉기는 보이지 않는다. 아들 상원이 돌아오기 전에 얼른 수습을 해야 하는 정하는 겨우 환기를 시킨다. 헐레벌떡 들어온 정하에게 상원은 치킨 이야기를 한다. 앞집 아저씨가 치킨을 사준다고 했단다. 상원이를 혼 내려는 찰나, 앞집 남자가 치킨을 들고 온다. 사양하지만, 굳이 치킨을 건네는 남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남편이 저지를 일을 수습하기 위해 가방을 갖다 버린다. 사건 며칠 후, 호프집 살인사건이 뉴스에 나온다. 그리고 출근한다고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다. 3주 후 경찰에 신고를 한다. 왜 3주나 기다려서 신고를 한 것인지, 경찰은 정하를 의심한다. 하지만 정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에, 당당하다. 자신과 아이들에게 애정이 없는 남자였지만, 사건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사라진 것이라 애써 마음을 먹는 정하. 그렇게 13년. 혼자 힘으로 아이들을 키워내는 어느 날, 아들 상원이 사라진다. 아빠에게 간다는 편지 한 장만 남긴 채로...

60평 사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아파트 사람들끼리 함께 조문을 간다. 상원에게 치킨을 사준 그 남자가 바로 남편이다. 함께 조문을 갔지만, 정하를 힐끗 보는 듯한 그 남자의 표정을 애써 착각이라 생각한다. 혼자 몸으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정하는 열심히 산다. 정하에게 호의를 베푸는 앞 동 남자 최우성. 말 옮기기 좋아하는 108호 자영 엄마 말로는 약사, 의사, 제약회사 사장 등 정확한 직업은 모르지만, 의약 쪽 일을 하는 사람 같았다. 인상도 좋고 깔끔하고 잘생긴 그가 왜 정하에게 자꾸 관심을 갖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10년 넘게 그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산다. 혼자인 우성의 딸 지선의 결혼 준비를 돕기도 하고, 반찬을 해서 주기도 한다. 물론 우성은 그런 정하에게 재정적인 도움이나 아이들 먹을 치킨을 보내기도 한다. 하원의 대학 수시 발표 날. 하원과 이야기를 하다 우성과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들은 이미 둘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적극 찬성해 주는 아이들 덕분에 우성과의 재혼은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원우와 살 때 느껴보지 못한 소소한 사랑을 경험하는 정하. 이게 진짜 행복이구나! 깨달아가는 정하는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우성의 애정이 마냥 고맙다. 그러던 차, 하원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상원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상원의 편지로 원우의 일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전 남편 원우와 현 남편 우성. 정하라는 아내는 같지만, 둘이 정하를 대하는 태도는 극과 극이다. 정하를 얻기 위해 벌인 일이라기에는 너무 편차가 크다. 애정이 없다는 이유로 아내와 자녀들을 방치하고 자신 만을 위해 살았던 원우, 그런 원우의 마음을 알면서도 애정 없는 결혼생활을 이어간 정하, 한눈에 반한 정하를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며 묵묵히 정하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린, 때가 왔을 때 극단의 선택까지 한 우성.

한편, 그럼에도 그동안 누리지 못한 소소하고 고마운 행복을 위해 어두운 과거의 진실을 닫아버린 정하의 행동이 이해되기도 한다. 누구나 행복을 누리며, 사랑받으며 살 권리가 있으니 말이다. 흥미로웠지만, 뭔가 완벽히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이 곳곳에 남아있어서 조금의 아쉬움이 남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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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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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다 받아 놓고 나니 그러질 못하겠더라고요.

아무리 한심하고 멍청한 모습이라도, 그 자체가 나였으니까요.

하나씩 버릴 때마다 나의 일부분이 잘려 나갈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결국 나라는 사람은 존재 자체가 사라지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죠.

저는 저를 지워버리려고 자살한 게 아니거든요.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나를 지키고 싶었던 것뿐 이지."

자살 소식에 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 누구나 살면서 자살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여전히 종종 한다. 물론 종교적 이유 때문에 실행에 옮긴 적은 없지만 말이다. 자살을 한 사람의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들의 자살률은 누구보다 높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다, 그 사람이 자살할 동안 챙기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덧붙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친구의 자살. 죽기 전까지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냈음에도 여전히 친구가 세상을 떠난 이유를 모르겠다는 작가의 마음이 바로 이 책에 투영되어 있는 것 같다.

자살한 사람은 모두 이곳에 모인다. 제2한강이라고 불리는 곳. 어떻게 죽었든 관계없이, 자살한 사람을 모두 이 물살을 따라 이곳으로 온다. 서울과 똑같은 모습의 이곳이 다른 것이라곤 모든 게 푸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살한 사람들에게 음식과 집이 무상 제공된다. 옷은 생전에 입던 옷을 입는다. 그렇기에 돈을 벌 필요가 없다. 물론 제 2한강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척 무료하기 때문에 스스로 일을 찾아서 자원봉사처럼 직업을 갖기도 한다.

주인공인 홍형록은 30대의 미혼남으로 한강에서 뛰어내렸다. 형록에게 말을 거는 류이슬. 모든 게 낯선 그를 안내해 준다. 19살의 에 띈 모습을 하고 있는 이슬은 제2한강 거주 10년 차의 왕고참이었다. 그 말은 이슬이 자살한 지, 10년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슬이 자살하지 않았다면 형록과 비슷한 또래였을 거라는 가정하에 이슬은 형록에게 말을 놓는다. 외모는 아저씨지만 말이다.

이슬의 도움으로 제2한강의 시설과 여러 가지 안내를 받는 형록. 그와 함께 책 속에는 제2한강의 거주자인 자살자들의 과거 사연이 하나 둘 풀어진다. 생전 60만 구독자가 있었던 뷰티 블로거 화짜 오현진, 생전 웹 개발 회사 과장이자 현재 제2한강 북부 관리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오민철 등 다양한 사람들의 과거 이야기가 펼쳐진다. 외모에 자신이 없었던 현진은 고등학교 때 절친이었던 서영이 대학 입학 후 예뻐진 모습에 놀란다. 그렇게 화장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현진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토대로 꾸준히 유튜버 화짜로 영상을 올린다. 악플들에 늘 의기소침해 있던 와중 일이 터진다. 화짜가 꾸준히 써왔던 화장품 회사에서 일부 광고료를 지원해 줬던 것인데 그걸 밝히지 않은 데 대한 후폭풍이었다. 넘쳐나는 악플에 화짜는 심한 우울증에 걸린다. 그때 화짜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은 서영이었다. 서영 덕분에 다시 힘을 얻은 화짜는 몇달만에 다시 영상을 올리는데, 한 번씩 등장해서 화짜의 속을 뒤집어놓는 댓글러가 등장한다. 그의 정체를 우연히 알게 된 화짜는 결국 자살을 결심하는데...

민철 역시 그랬다. 웹 개발 회사를 다니던 민철은 오류 때문에 팀장에게 쌍욕을 먹는다. 설상가상으로 팀원들 상당수가 퇴사를 하게 되자 민철이 할 일은 더 많아진다. 우울증과 대인기피가 심해진 민철은 마지막으로 팀장에게 손을 내밀지만, 오히려 더 심한 욕을 먹던 민철은 결국 처음으로 정시 퇴근을 한다. 세상으로부터 말이다.

중3 때 자살 계획을 세우고, 고3 때 실행하겠다 다짐한 이슬은 자살하는 마당에 친구를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3년이 너무 힘들고 외로웠다. 계획대로 실행을 한 지, 10년. 이슬은 제2한강에서 친구를 만들고 싶었다. 조건은 자기와 같은 19살. 10년 동안 있었던 터라 이슬은 제2한강에 아는 사람이 참 많다. 그럼에도 유독 나이에 집착하는 이유는 생전 친구를 사귀지 못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19살 친구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슬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하고 며칠 있다 방문하지만 그사이 그 아이는 다시 자살을 택했다는 소식을 듣는데...

자살을 옹호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책을 그들의 상처나 괴로움이 얼마나 컸길래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함이 컸다. 제2한강 속 사람들은 나이도, 성별도, 생전 직업도 다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데 인색하지 않다. 아마 서로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다 제2한강으로 오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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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캉디드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7
볼테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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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시카고 플랜의 고전문학은 프랑스 작가 볼테르의 캉디드다. 캉디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의 이름이다. 제목도, 작가도 내겐 낯설었는데 옮긴이의 글을 읽어보니 캉디드(candide)가 프랑스어로 천진한, 순진한, 순수한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과연 캉디드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첫 장을 넘기면 이제는 익숙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도가 잘 정리되어 있다.

 

 

 

 

180페이지 정도 되는 양에 총 30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각 장이 대략 6페이지 내외 정도의 분량이다. 특이한 것은 각 장의 초반에 한 줄 분량으로 줄거리가 등장한다. 물론 줄거리가 맞긴 하지만, 읽고 나면 더 궁금해진다. 툰더-텐-드른크 성에서 나고 자란 캉디드는 남작의 딸인 퀴네공드와 사랑에 빠진다. 퀴네공드가 떨어뜨린 손수건을 주운 캉디드는 병풍 뒤에서 키스를 나누다 발각되고 성에서 쫓겨난다. 졸지에 빈털터리로 쫓겨난 캉디드는 모든 게 낯설고 먹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나마 곱상하고 멀쩡한 허우대 덕분에 끼니를 얻어먹기 어렵지 않았다. 그를 거두어 주었던 생명의 은인인 재침례파교도 자크. 그가 준 약간의 돈을 노숙자에게 적선하는데, 그 노숙자는 바로 툰더-텐-드른크 성에서 캉디드의 스승이었던 팡글로스였다. 팡글로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는 너무 끔찍했다. 불가리아 군인들에 의해 남작과 아내, 남작의 아들은 살해당하고, 퀴네공드는 능욕을 당한 후 배가 갈려서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퀴네공드의 이야기를 들은 캉디드는 실의에 빠진다. 캉디드에게만 자꾸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지진과 폭풍우로 죽을 뻔한 위기를 겪었던 캉디드 일행은 배를 타고 이동하다 은인이던 자크가 물에 빠진 선원을 구하려다 오히려 물에 빠졌지만 구하지 못하고 자크는 죽는다. 지진을 멈추기 위한 방책으로 죄를 지인 사람을 잡아 죽이기로 결의를 했는데, 그 죄인으로 캉디드와 팡글로스가 뽑히고 팡글로스는 교수형에 처해지고, 캉디드는 수많은 매를 맞고 반 죽은 처지가 된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할멈의 간호 덕분에 약과 음식으로 겨우 살아난 캉디드를 끌로 할멈은 한 성으로 간다.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은 바로 연인 퀴네공드였다. 죽은 줄 알았던 연인을 다시 만난 그들은 너무 기뻤지만 그녀가 못된 유대인 암거래 상인 잇사갈과 종교 재판관 사이에 잡혀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둘이 있는 걸 잇사갈에게 들킨 캉디드는 잇사갈과의 대결 중 잇사갈을 살해하고, 그 후 들이닥친 종교재판관까지 살해한 후 말과 보석을 챙겨 할멈과 퀴네공드를 데리고 도주한다. 잠시 머문 곳에서, 도둑을 수도사에게 도둑맞은 셋.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퀴네공드에게 할멈은 자신의 반전 과거 이야기를 전하며 외 한쪽 엉덩이로 말을 타야 하는지의 사연이 밝혀진다. 뛰어난 미모 덕분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총독 페르난도 디바라 이 피게오라 이 마스카레네스이 람푸로도스 이 수사(이름이 정말 길다;;)에게 청혼을 받게 된다. 그 와중에 셋이 종교재판관과 잇사갈을 죽이고 도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고, 캉디드는 퀴네공드를 둔 채 도망치게 되는데...

이보다 더 막장이자, 더 다이내믹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모두가 죽었다가 살아나는 부활(?) 같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죽었다고 전했는데 몇 장 후에 버젓이 살아서 돌아오니 말이다. 이쯤 되면 죽었다 해도 다시 살아나는 게 낯설지 않다. 퀴네공드도, 퀴네공드의 오빠이자 예수회 신부 겸 지휘관도 팡글로스도 말이다. 뛰어난 외모만큼이나 캉디드도 인복이 있는 것 같다. 하인(하인인데 몇 개 국어를 하고, 성실하고 성격도 좋다.)인 카캄보를 포함해서 생명의 은인인 재침례파 교도 자크, 마르탱, 할멈 등 그를 죽을 위기에서 구해준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이러 저런 사정으로(나름의 정당방위긴 하지만) 여러 명을 살해한 캉디드는 과연 연인인 퀴네공드와 재회를 하고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폭풍우 같은 삶, 지금 좋은 일이 있어도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자성어 새옹지마가 딱 어울리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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