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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캉디드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7
볼테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1월
평점 :

오랜만에 만나는 시카고 플랜의 고전문학은 프랑스 작가 볼테르의 캉디드다. 캉디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의 이름이다. 제목도, 작가도 내겐 낯설었는데 옮긴이의 글을 읽어보니 캉디드(candide)가 프랑스어로 천진한, 순진한, 순수한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과연 캉디드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첫 장을 넘기면 이제는 익숙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도가 잘 정리되어 있다.
180페이지 정도 되는 양에 총 30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각 장이 대략 6페이지 내외 정도의 분량이다. 특이한 것은 각 장의 초반에 한 줄 분량으로 줄거리가 등장한다. 물론 줄거리가 맞긴 하지만, 읽고 나면 더 궁금해진다. 툰더-텐-드른크 성에서 나고 자란 캉디드는 남작의 딸인 퀴네공드와 사랑에 빠진다. 퀴네공드가 떨어뜨린 손수건을 주운 캉디드는 병풍 뒤에서 키스를 나누다 발각되고 성에서 쫓겨난다. 졸지에 빈털터리로 쫓겨난 캉디드는 모든 게 낯설고 먹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나마 곱상하고 멀쩡한 허우대 덕분에 끼니를 얻어먹기 어렵지 않았다. 그를 거두어 주었던 생명의 은인인 재침례파교도 자크. 그가 준 약간의 돈을 노숙자에게 적선하는데, 그 노숙자는 바로 툰더-텐-드른크 성에서 캉디드의 스승이었던 팡글로스였다. 팡글로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는 너무 끔찍했다. 불가리아 군인들에 의해 남작과 아내, 남작의 아들은 살해당하고, 퀴네공드는 능욕을 당한 후 배가 갈려서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퀴네공드의 이야기를 들은 캉디드는 실의에 빠진다. 캉디드에게만 자꾸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지진과 폭풍우로 죽을 뻔한 위기를 겪었던 캉디드 일행은 배를 타고 이동하다 은인이던 자크가 물에 빠진 선원을 구하려다 오히려 물에 빠졌지만 구하지 못하고 자크는 죽는다. 지진을 멈추기 위한 방책으로 죄를 지인 사람을 잡아 죽이기로 결의를 했는데, 그 죄인으로 캉디드와 팡글로스가 뽑히고 팡글로스는 교수형에 처해지고, 캉디드는 수많은 매를 맞고 반 죽은 처지가 된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할멈의 간호 덕분에 약과 음식으로 겨우 살아난 캉디드를 끌로 할멈은 한 성으로 간다.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은 바로 연인 퀴네공드였다. 죽은 줄 알았던 연인을 다시 만난 그들은 너무 기뻤지만 그녀가 못된 유대인 암거래 상인 잇사갈과 종교 재판관 사이에 잡혀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둘이 있는 걸 잇사갈에게 들킨 캉디드는 잇사갈과의 대결 중 잇사갈을 살해하고, 그 후 들이닥친 종교재판관까지 살해한 후 말과 보석을 챙겨 할멈과 퀴네공드를 데리고 도주한다. 잠시 머문 곳에서, 도둑을 수도사에게 도둑맞은 셋.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퀴네공드에게 할멈은 자신의 반전 과거 이야기를 전하며 외 한쪽 엉덩이로 말을 타야 하는지의 사연이 밝혀진다. 뛰어난 미모 덕분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총독 페르난도 디바라 이 피게오라 이 마스카레네스이 람푸로도스 이 수사(이름이 정말 길다;;)에게 청혼을 받게 된다. 그 와중에 셋이 종교재판관과 잇사갈을 죽이고 도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고, 캉디드는 퀴네공드를 둔 채 도망치게 되는데...
이보다 더 막장이자, 더 다이내믹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모두가 죽었다가 살아나는 부활(?) 같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죽었다고 전했는데 몇 장 후에 버젓이 살아서 돌아오니 말이다. 이쯤 되면 죽었다 해도 다시 살아나는 게 낯설지 않다. 퀴네공드도, 퀴네공드의 오빠이자 예수회 신부 겸 지휘관도 팡글로스도 말이다. 뛰어난 외모만큼이나 캉디드도 인복이 있는 것 같다. 하인(하인인데 몇 개 국어를 하고, 성실하고 성격도 좋다.)인 카캄보를 포함해서 생명의 은인인 재침례파 교도 자크, 마르탱, 할멈 등 그를 죽을 위기에서 구해준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이러 저런 사정으로(나름의 정당방위긴 하지만) 여러 명을 살해한 캉디드는 과연 연인인 퀴네공드와 재회를 하고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폭풍우 같은 삶, 지금 좋은 일이 있어도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자성어 새옹지마가 딱 어울리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