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는 동물 500 알아두면 쓸모 있는 초등학생을 위한 과학 사전
클레어 히버트 지음, 오지현 옮김 / 다섯수레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실이라 생각한다. 내가 아는 만큼 더 눈에 띄고, 더 들어오기 때문이다. 손에 딱 잡히는 아담한 크기에 이 책 속에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흥미롭고 어디서도 마주한 적 없는 신기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각 이야기는 한 쪽 분량이고, 제목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확 띄게 정리되어 있다. 키워드와 그에 대한 설명과 제목에 등장한 동물들의 모습이 그림으로 담겨있다. 등장하는 동물에 따라 한 페이지를 다 한 동물이 차지하기도 하지만, 동물군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각 제목 중에는 유난히 흥미를 돋우는 내용도 상당하다. 예를 들자면 하마에 대한 내용을 보자면, 제목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하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니... 어른도 솔깃한 내용인데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하마의 땀인 기름지고 불그스름한 땀에는 자외선을 흡수하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하마의 땀은 살균력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이 정도면 하마의 땀은 다기능을 하는 물질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겠다. 참고로 하마의 땀은 붉은색이라고 한다. 그래서 과거 사람들은 하마의 땀을 보고 너무 피땀을 흘린다고 했다고 하니... 우리가 엄청난 노력을 할 때 쓰는 피땀이 같은 용어인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밖에도 곤충 하면 떠오르는 내용은 바로 머리 가슴 배와 다리가 6개라는 지식이 전부인데, 곤충은 뼈가 밖에 있다고 한다. 그와 연관해서 곤충의 탈피에 관한 이야기도 같이 등장한다. 곤충의 뼈가 밖에 있다면 몸이 커지면 뼈가 부러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닿게 되는데, 그 때문에 곤충은 탈피를 통해 외골격을 벗어버리고 몸집을 키운다고 한다. 올여름 매미의 허물을 자주 목격했는데(참고로 우리아파트는 매미 아파트라고 불릴 정도로 매미가 많은데, 한 나무에 30개 가까이의 허물을 본 적도 있다.) 허물을 만져보면 마치 매미처럼 딱딱하고 다리 부분은 날카롭기도 한데 그게 뼈였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 밖에도 무척추동물과 척추동물의 분류라던가 새의 둥지에 관한 이야기, 벼룩과 같은 기생동물 등 다양한 볼거리와 지식이 가득 담겨있기에 이쯤 되면 백과사전 보다 더 다양한 지식을 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동물들의 생태를 접하고 더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책의 내용을 토대로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지식도 쌓고, 이야기도 할 수 있는 다 기능을 맛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각 장의 내용이 길지 않기 때문에 미취학 어린이뿐 아니라 초등생까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 혼자도 어렵지 않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개의 빛 -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임재희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노와 슬픔은 다르면서도 어쩌면 뿌리가 같은 감정일지도 몰라."......

"치밀어 오르며 발산되는 감정이 분노라면, 슬픔은 천천히 내면에 스미며 오래 머무는 속성이 있는 것 같아."

2007년 4월 16일. 한 한국인 유학생이 대학에서 벌인 총기난사사건이 뉴스를 장식한다. 이민자라는 것과 한국계라는 것. 사고로 32명의 희생자와 범인인 유학생이 사망한다. 그날의 뉴스는 누군가에겐 끔찍한 사고 정도로 치부되었겠지만, 노아 해리슨에게는 트라우마 같은 옛 기억을 고스란히 떠오르게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장면이 된다. 노아의 고통을 옆에서 바라보는 연인 미셸 은영 송.(송은영) 섣부르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 조심스러웠던 미셸은 그저 노아가 일상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함께 식사를 하고, 와인과 더불어 음악에 맞춰 춤도 추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편지 한 장을 남겨둔 채 노아가 사라진다. 병원에는 4일간의 휴가를 냈다는 편지였다. 하지만 미셸은 초조해진다. 노아와 만나는 동안 한 번도 보이지 않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실종 신고를 내고, 노아와 함께 근무하는 에디에게도 물어봤지만 노아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노아의 양부모의 집으로 전화를 건다. 노아에게 지옥의 기억을 선사한 그놈이 전화를 받았다.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몰아친 미셸은 그를 개자식이라고 부르며 전화를 끊는다. 노아가 사라진 지 6일째. 드디어 연락을 받는다. 노아가 사망했다는 전화였다.

갑작스럽게 연인을 떠나보낸 미셸은 노아에 대해 자신이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5월에 둘은 함께 한국에 다녀오기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이제 노아는 없다. 노아조차 찾지 못한 노아의 과거를 찾아서 혼자 한국으로 돌아온 미셸은 소꿉친구였던 현진과 지내기로 한다. 사실 미셸은 중학교 재학 중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민자다. 그리고 한번 파양된 적이 있던 한국계 입양아 출신 노아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노아는 미국 부부에게 입양이 되었는데, 양부가 양모를 총으로 쏘는 걸 목격하게 된다. 그날의 기억과 총소리는 노아에게 치명적인 트라우마가 된다. 뉴스에서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을 마주하는 순간 다시금 과거의 끔찍한 기억이 떠오른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십여 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은영은 그렇게 노아의 기억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닌다. 노아의 첫 이름이 남자아이-1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입양이 잘 되기 위한 조건을 위해 부모가 있음에도 없다고 하거나 관련 정보들을 감추기도 했다고 한다. 그게 올무가 된 것인지, 노아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도 마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노아의 과거를 찾아 나선 길에서 은영은 또 다른 발견을 하게 되고, 의도치 않은 노아의 선물과 같은 상황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책 속에는 버지니아 공대 총기사건을 통해 파생된 이민자로, 입양아로 차별에 대한 시선들이 곳곳이 담겨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선들 앞에서 이들은 어디에서 소속되지 못한 상처를 머금고 살아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아픔이 등장한다. 긍정적이고 밝아 보였던 은영의 친구 현진의 상처이다. 읽는 내내 안타까웠다. 4월 16일에 얽힌 또 다른 아픔이 책 속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작가의 글을 통해 마주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총기난사사건이 벌어지고, 7년 후 세월호 사건이 있었다니 이런 아픈 우연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흔살 위로 사전 - 나를 들여다보는 100가지 단어
박성우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른이 되면 어느 정도 기반이 닦여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사회 초년생의 티를 겨우 벗어난 상태였던지라, 생각보다 마음을 다잡는 데 시간이 걸렸던 기억이 있다. 마흔은 말해 뭐 할까? 이십 대 때 꿈꾸던 마흔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커리어를 가지고 있고, 가정도 안정되어 있을 줄 알았다. 마흔은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근데 내가 겪은 마흔은, 아이들은 제 앞가림은커녕 기저귀도 떼지 못한 어린이고, 10년 넘게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금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고 있지만, 달라진 앞자리 때문에 자신감이 바닥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내 마흔이 이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그래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황할 기력도, 시간도, 처지도 안되니 말이다.

마흔과 위로는 어울리지 않는 듯싶지만, 또 잘 어울리는 단어다. 모두의 상황과 처지가 다르지만, 그럼에도 마흔이라는 나이는 채찍보다는 당근이, 자책보다는 위로가 필요한 나이라서 그런가 보다.

 

 

 

 

이 책에는 100개의 단어가 담겨있다. 익히 알던 단어인데, 이 책 안에서는 깊이도, 맥락도 더 진해진다. 그리고 예시같이 주어진 상황들에 피식 웃음도 나고, 고개가 세로로 끄덕여지기도 하고(책 속에 나온 이 문장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따라 하며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했다. 마흔을 살았는데, 책 속에 등장한 단어들이 피부로 체감된다. 어느 것 하나 날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낯선 것이 없었다. 어떤 것은 내 상황 같고, 내 마음 같기도 했다.

 

 

'맞아. 내가 얼마 전 딱 이 상황이었는데... 그때 **이가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나도 모르게 책을 읽으며 생각의 첨가와 덧대는 말이 많아진다.

 

 

 

 

슬프고 막막한 단어도 있고, 힘이 나고 안정이 되는 단어도 있다. 한 단어 한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가슴이 널을 뛴다. 20대에 본 마흔은 부쩍 큰 어른 같았다. 웬만한 상황과 말에 요동하지 않고, 무던해져 있을 줄 알았는데 나이만 먹었을 뿐 여전히 나는 매 상황과 말속에서 축 처지기도 하고,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 애어른인가 보다.

근데, 이제는 안다. '왜 저렇게 밖에 못 사나...'하며 답답하고 언짢게 봤던 그 상황이 그 사람이 못나거나 몰라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마흔이라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던 삶의 순간이 조금은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나이가 마흔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말에 나 또한 나를 다독이고 싶어졌다. "세상의 모든 마흔을 사는 친구들아! 그동안 애썼다. 그리고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 : 모더니즘 회화편 - 14명의 예술가로 읽는 근대 미술의 흐름
박신영 지음 / 길벗 / 2023년 10월
평점 :
절판


 

 

 

미술과 담을 쌓고 살다가, 양질의 입문서들 덕분에 겨우 발은 디민 상태이다. 작품과 작가들을 알아가는 것 까진 좋았는데, 늘 헷갈리고 어려운 것이 있다면 미술사의 연대이다.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누가 어떤 사조에 속하는지에 대해 맘 편하게 알 수 있도록 정리된 책을 만났으면 싶었는데 정말 깔끔하게 미술사를 알 수 있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여전히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모더니즘 회화를 들어가면서도 과연 이해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첫 장부터 정말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표현들이 가득해서 더 기대가 되었다. 미술사의 연대만큼이나 난해한 것은 피카소의 그림처럼 낙서처럼 보이는 그림이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들에 대해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유치원생이 끄적여놓은 듯한 그림을 보고 무엇을 이해하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특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모더니즘 회화의 경우 정말 잘 그린, 아름다운 작품 같은 생각이 잘 안 들기도 하다. 이 모든 궁금증들을 속 시원하게 풀어낼 책이 고팠다. 그리고 만날 수 있었다. 우선 시작에 앞서 저자는 모더니즘 회화의 연대를 표로 정리해 준다. 표만 봐서는 '이게 뭘까?' 싶긴 하지만, 군데군데 그래도 들어본 것 같은 사조들과 작가들이 등장한다.

 

 

 

 

 

 

회화의 가장 큰 시작은 바로 프랑스혁명이라 불리는 시민혁명이다. 나라의 주인이 바뀐 큰 정치적 변화와 도대체 미술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읽고 보니 이해가 된다. 그동안의 미술은 귀족과 왕궁에 전시할 만한 크고 화려한 그림들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혁명을 통해 왕정이 몰락한다. 그에 따라 더 이상 귀족 중심의 그림이 아닌 서민들의 실생활을 그린 그림들이 등장하게 된다. 개인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화폭에 담은 낭만주의와 실제 삶을 리얼하게 담은 사실주의를 시작으로 늘 똑같은 형태의 주제를 담은 그림이 아닌 다양한 모습의 그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빛을 직접 관찰하고 색으로 표현한 인상주의가 등장한다. 사실 전 대의 그림과 비교해서 인상주의 그림은 썩 잘 그린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뭔가 추상적이고 흐릿하고 가볍게 그린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고전 회화에 비해 인상주의 그림이 더 가볍고 흐릿하게 보이는 이유는 빛은 시간에 따라 그 질감과 색감이 달라지는데 짧은 시간 내에 포착한 부분을 바로 표현해 내야 한다는 실제적이 이유가 있었다. 이 책에 내용은 이렇게 진행된다. 미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질문들처럼 막상 누구에게 묻기 쉽지 않은 부분을 구체적이고 쉽게 이해시켜준다. 계속 이어지는 회화들의 사조가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에 속하는 작가들은 누가 있고 그들의 그림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특히 마티스와 피카소가 등장하는 야수주의와 입체주의에 상당한 궁금증으로 가지고 있었다. 야수주의는 색의 붕괴로, 입체주의는 형태의 붕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사과는 빨간색, 하늘은 파란색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붕괴하여 사과를 빨간색이 아닌 작가의 생각 속의 다양한 색을 끌어와서 칠하고 그렸던 야수주의와 그림의 외곽선을 붕괴시켜 작품의 기본 형태 자체를 무너뜨리는 입체주의는 이후에 드러나는 모더니즘 회화의 견인차가 된다. 특히 피카소는 인상주의나 고흐, 고갱, 세잔 등 선배들의 그림을 카피해 자신만의 색상으로 새로운 작품을 구성한다. 바로 창조적 모방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이후 등장하는 추상주의는 앞에서 말한 아이가 끼적인 그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미술사에서는 획기적이고 완전한 해방을 나타낸다고 하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은 바로 미술이 어렵고, 다가가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추상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 문화의 양극화.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정말 오랜 시간 담을 쌓게 만들었던 미술과의 벽이 한결 좁혀진 것 같다.

이 책은 도대체 이 그림(특히 추상화)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복잡한 모더니즘 회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바로 앞에서 말한 두 마리 토끼를 쉽게 잡으면서 미술에 대해 다방면으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 친절한 거짓말 - 총리가 된 하녀의 특별한 선택
제럴딘 매코크런 지음, 오현주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의 한 줄에 눈이 갔다. 하녀가 총리가 되다니... 과연 이런 극적인 상황이 어떻게 펼쳐진 건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총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특히 자연재해처럼 스케일이 큰 작품을 좋아하는 터라 작품 속에 무슨 일이 펼쳐졌는지 더더욱 궁금해졌다.

아팔리아의 퍼모스트저택은 총리 관저다. 총리는 프래스토시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례하고, 독단적이고 날카로운 성격을 지녔다. 2개월 내내 멈추지 않고 쏟아진 비로 아팔리아는 쑥대밭이 되었고, 수많은 이재민이 생겨났다. 하지만 자연재해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때마침 열린 회의에서 기상학자들의 메모가 도착한다. 그리고 총리는 조만간 비가 그친다는 소식을 회의에 모인 사람들 앞에 전한다. 긍정적인 소식에 모두 희망을 가지고, 이 소식은 신문에까지 대서특필된다. 근데 그날 밤, 총리는 짐을 챙겨 기차에 오른다. 남편인 티모르 필로타판타솔(티미) 대위와 하녀 글로리아 위노우, 골든 레트리버인 데이지를 데리고 말이다. 하지만 기차 승무원은 하녀와 개의 출입을 막는다. 결국 데이지와 글로리아는 기차에서 내리게 된다. 티모르는 그런 데이지를 받기 위해서 내려갔다가 기차는 출발하고 총리만 기차를 타고 떠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티모르와 글로리아, 데이지는 기상학자들의 편지를 보고 사색이 된다. 비는 앞으로도 계속 내린다는 말이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모든 일에 아귀가 맞기 시작했다. 요리사를 해고하고, 짐을 챙긴 이유는 바로 이곳을 떠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급기야 총리가 도망쳤다는 사실이 발각될 위기에 놓이자, 티모르는 비슷한 체구의 글로리아에게 총리인 척 연기를 하라고 한다. 총리의 말투를 연습하고, 여러 가지 제스처를 취해본다. 총리의 옷과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회견에 나서는 글로리아. 감기에 걸렸다는 말로 겨우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총리가 돌아올 때까지 자신이 총리인 척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느끼는 글로리아. 5개의 공장 중, 숟가락을 만드는 1공장에서 일하는 친구인 히기를 찾아가서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으려다 결국 마음을 접는 글로리아는 공장을 순회하며 노동자들의 삶을 마주한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여러 가지 방도를 찾지만, 쉽지 않다. 이미 총리에 의해 재해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을 덮어놓고 나라를 구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는 법령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고용주들은 비로부터 기계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무급으로 펌프질을 시키고, 그 일에 국민들을 동원하기 위해 자녀와 반려동물들을 보호소에 맡기는 조치를 취한다. 글로리아가 총리인 척 방문한 공장에는 해고된 요리사의 딸이 있었는데, 요리사의 간청으로 그 딸을 총리 관저로 데리고 온다. 총리의 부재를 아는 사람이 많아질까 봐 더 이상의 인원은 데리고 오지 말라는 티모르의 말에 따라 히기를 데리고 오지 못한 게 마냥 아쉬운 글로리아.

계속되는 비에 뭔가 대책을 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글로리아. 프래스토시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도시의 사람들이 피해를 봐야 할 상황이 불 보듯 뻔한데... 과연 이 위기를 하녀 글로리아는 극복할 수 있을까? 또한 총리에 기세에 눌려 자신의 능력은 물론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남편 티모르는 글로리아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책 속에는 글로리아의 시선뿐 아니라 클렘이라는 아이가 키우던 개 하인즈의 시선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러 가지 생존에 대한 어려움에 처해있고, 수해로 개들 사이에 광견병이 출몰함에 따라 사람들은 떠돌이 개에 대한 큰 반감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하인즈의 삶은 녹록지 않다. 과연 하인즈는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총리가 도망가는 장면을 보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시대 왕들 몇 명이 떠올랐다. 조선시대까지 가지 않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위기 상황 속에서 자신만 쏙 빠져나가는 위정자들을 생각보다 자주 마주할 수 있지 않은가? 타의로 시작한 총리 자리지만, 적어도 글로리아가 총리보다는 더 책임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그런 지도자 아래서 생존을 걱정하는 시민들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편, 전에 얼굴에 점을 찍고 다른 사람처럼 행동했던 모 드라마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떻게 40대의 총리와 15살의 소녀를 구분할 수 없을까? 아무리 총리가 모자를 쓰고, 장갑을 꼈다고 해도 말이다. 아무리 연습을 해서 총리의 말투를 구사했다고 해도 엄연히 다른 데 말이다. 그만큼 관심이 없다고 봐야 할까? 아니면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감수해야 할 이야기였던 걸까? 어떤 면은 지극히 실제적이지만, 어떤 면은 또 판타지 같기도 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