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 위로 사전 - 나를 들여다보는 100가지 단어
박성우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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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면 어느 정도 기반이 닦여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사회 초년생의 티를 겨우 벗어난 상태였던지라, 생각보다 마음을 다잡는 데 시간이 걸렸던 기억이 있다. 마흔은 말해 뭐 할까? 이십 대 때 꿈꾸던 마흔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커리어를 가지고 있고, 가정도 안정되어 있을 줄 알았다. 마흔은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근데 내가 겪은 마흔은, 아이들은 제 앞가림은커녕 기저귀도 떼지 못한 어린이고, 10년 넘게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금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고 있지만, 달라진 앞자리 때문에 자신감이 바닥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내 마흔이 이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그래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황할 기력도, 시간도, 처지도 안되니 말이다.

마흔과 위로는 어울리지 않는 듯싶지만, 또 잘 어울리는 단어다. 모두의 상황과 처지가 다르지만, 그럼에도 마흔이라는 나이는 채찍보다는 당근이, 자책보다는 위로가 필요한 나이라서 그런가 보다.

 

 

 

 

이 책에는 100개의 단어가 담겨있다. 익히 알던 단어인데, 이 책 안에서는 깊이도, 맥락도 더 진해진다. 그리고 예시같이 주어진 상황들에 피식 웃음도 나고, 고개가 세로로 끄덕여지기도 하고(책 속에 나온 이 문장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따라 하며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했다. 마흔을 살았는데, 책 속에 등장한 단어들이 피부로 체감된다. 어느 것 하나 날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낯선 것이 없었다. 어떤 것은 내 상황 같고, 내 마음 같기도 했다.

 

 

'맞아. 내가 얼마 전 딱 이 상황이었는데... 그때 **이가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나도 모르게 책을 읽으며 생각의 첨가와 덧대는 말이 많아진다.

 

 

 

 

슬프고 막막한 단어도 있고, 힘이 나고 안정이 되는 단어도 있다. 한 단어 한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가슴이 널을 뛴다. 20대에 본 마흔은 부쩍 큰 어른 같았다. 웬만한 상황과 말에 요동하지 않고, 무던해져 있을 줄 알았는데 나이만 먹었을 뿐 여전히 나는 매 상황과 말속에서 축 처지기도 하고,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 애어른인가 보다.

근데, 이제는 안다. '왜 저렇게 밖에 못 사나...'하며 답답하고 언짢게 봤던 그 상황이 그 사람이 못나거나 몰라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마흔이라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던 삶의 순간이 조금은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나이가 마흔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말에 나 또한 나를 다독이고 싶어졌다. "세상의 모든 마흔을 사는 친구들아! 그동안 애썼다. 그리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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