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 : 모더니즘 회화편 - 14명의 예술가로 읽는 근대 미술의 흐름
박신영 지음 / 길벗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술과 담을 쌓고 살다가, 양질의 입문서들 덕분에 겨우 발은 디민 상태이다. 작품과 작가들을 알아가는 것 까진 좋았는데, 늘 헷갈리고 어려운 것이 있다면 미술사의 연대이다.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누가 어떤 사조에 속하는지에 대해 맘 편하게 알 수 있도록 정리된 책을 만났으면 싶었는데 정말 깔끔하게 미술사를 알 수 있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여전히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모더니즘 회화를 들어가면서도 과연 이해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첫 장부터 정말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표현들이 가득해서 더 기대가 되었다. 미술사의 연대만큼이나 난해한 것은 피카소의 그림처럼 낙서처럼 보이는 그림이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들에 대해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유치원생이 끄적여놓은 듯한 그림을 보고 무엇을 이해하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특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모더니즘 회화의 경우 정말 잘 그린, 아름다운 작품 같은 생각이 잘 안 들기도 하다. 이 모든 궁금증들을 속 시원하게 풀어낼 책이 고팠다. 그리고 만날 수 있었다. 우선 시작에 앞서 저자는 모더니즘 회화의 연대를 표로 정리해 준다. 표만 봐서는 '이게 뭘까?' 싶긴 하지만, 군데군데 그래도 들어본 것 같은 사조들과 작가들이 등장한다.

 

 

 

 

 

 

회화의 가장 큰 시작은 바로 프랑스혁명이라 불리는 시민혁명이다. 나라의 주인이 바뀐 큰 정치적 변화와 도대체 미술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읽고 보니 이해가 된다. 그동안의 미술은 귀족과 왕궁에 전시할 만한 크고 화려한 그림들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혁명을 통해 왕정이 몰락한다. 그에 따라 더 이상 귀족 중심의 그림이 아닌 서민들의 실생활을 그린 그림들이 등장하게 된다. 개인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화폭에 담은 낭만주의와 실제 삶을 리얼하게 담은 사실주의를 시작으로 늘 똑같은 형태의 주제를 담은 그림이 아닌 다양한 모습의 그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빛을 직접 관찰하고 색으로 표현한 인상주의가 등장한다. 사실 전 대의 그림과 비교해서 인상주의 그림은 썩 잘 그린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뭔가 추상적이고 흐릿하고 가볍게 그린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고전 회화에 비해 인상주의 그림이 더 가볍고 흐릿하게 보이는 이유는 빛은 시간에 따라 그 질감과 색감이 달라지는데 짧은 시간 내에 포착한 부분을 바로 표현해 내야 한다는 실제적이 이유가 있었다. 이 책에 내용은 이렇게 진행된다. 미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질문들처럼 막상 누구에게 묻기 쉽지 않은 부분을 구체적이고 쉽게 이해시켜준다. 계속 이어지는 회화들의 사조가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에 속하는 작가들은 누가 있고 그들의 그림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특히 마티스와 피카소가 등장하는 야수주의와 입체주의에 상당한 궁금증으로 가지고 있었다. 야수주의는 색의 붕괴로, 입체주의는 형태의 붕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사과는 빨간색, 하늘은 파란색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붕괴하여 사과를 빨간색이 아닌 작가의 생각 속의 다양한 색을 끌어와서 칠하고 그렸던 야수주의와 그림의 외곽선을 붕괴시켜 작품의 기본 형태 자체를 무너뜨리는 입체주의는 이후에 드러나는 모더니즘 회화의 견인차가 된다. 특히 피카소는 인상주의나 고흐, 고갱, 세잔 등 선배들의 그림을 카피해 자신만의 색상으로 새로운 작품을 구성한다. 바로 창조적 모방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이후 등장하는 추상주의는 앞에서 말한 아이가 끼적인 그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미술사에서는 획기적이고 완전한 해방을 나타낸다고 하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은 바로 미술이 어렵고, 다가가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추상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 문화의 양극화.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정말 오랜 시간 담을 쌓게 만들었던 미술과의 벽이 한결 좁혀진 것 같다.

이 책은 도대체 이 그림(특히 추상화)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복잡한 모더니즘 회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바로 앞에서 말한 두 마리 토끼를 쉽게 잡으면서 미술에 대해 다방면으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