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빛 -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임재희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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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슬픔은 다르면서도 어쩌면 뿌리가 같은 감정일지도 몰라."......

"치밀어 오르며 발산되는 감정이 분노라면, 슬픔은 천천히 내면에 스미며 오래 머무는 속성이 있는 것 같아."

2007년 4월 16일. 한 한국인 유학생이 대학에서 벌인 총기난사사건이 뉴스를 장식한다. 이민자라는 것과 한국계라는 것. 사고로 32명의 희생자와 범인인 유학생이 사망한다. 그날의 뉴스는 누군가에겐 끔찍한 사고 정도로 치부되었겠지만, 노아 해리슨에게는 트라우마 같은 옛 기억을 고스란히 떠오르게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장면이 된다. 노아의 고통을 옆에서 바라보는 연인 미셸 은영 송.(송은영) 섣부르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 조심스러웠던 미셸은 그저 노아가 일상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함께 식사를 하고, 와인과 더불어 음악에 맞춰 춤도 추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편지 한 장을 남겨둔 채 노아가 사라진다. 병원에는 4일간의 휴가를 냈다는 편지였다. 하지만 미셸은 초조해진다. 노아와 만나는 동안 한 번도 보이지 않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실종 신고를 내고, 노아와 함께 근무하는 에디에게도 물어봤지만 노아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노아의 양부모의 집으로 전화를 건다. 노아에게 지옥의 기억을 선사한 그놈이 전화를 받았다.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몰아친 미셸은 그를 개자식이라고 부르며 전화를 끊는다. 노아가 사라진 지 6일째. 드디어 연락을 받는다. 노아가 사망했다는 전화였다.

갑작스럽게 연인을 떠나보낸 미셸은 노아에 대해 자신이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5월에 둘은 함께 한국에 다녀오기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이제 노아는 없다. 노아조차 찾지 못한 노아의 과거를 찾아서 혼자 한국으로 돌아온 미셸은 소꿉친구였던 현진과 지내기로 한다. 사실 미셸은 중학교 재학 중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민자다. 그리고 한번 파양된 적이 있던 한국계 입양아 출신 노아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노아는 미국 부부에게 입양이 되었는데, 양부가 양모를 총으로 쏘는 걸 목격하게 된다. 그날의 기억과 총소리는 노아에게 치명적인 트라우마가 된다. 뉴스에서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을 마주하는 순간 다시금 과거의 끔찍한 기억이 떠오른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십여 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은영은 그렇게 노아의 기억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닌다. 노아의 첫 이름이 남자아이-1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입양이 잘 되기 위한 조건을 위해 부모가 있음에도 없다고 하거나 관련 정보들을 감추기도 했다고 한다. 그게 올무가 된 것인지, 노아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도 마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노아의 과거를 찾아 나선 길에서 은영은 또 다른 발견을 하게 되고, 의도치 않은 노아의 선물과 같은 상황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책 속에는 버지니아 공대 총기사건을 통해 파생된 이민자로, 입양아로 차별에 대한 시선들이 곳곳이 담겨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선들 앞에서 이들은 어디에서 소속되지 못한 상처를 머금고 살아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아픔이 등장한다. 긍정적이고 밝아 보였던 은영의 친구 현진의 상처이다. 읽는 내내 안타까웠다. 4월 16일에 얽힌 또 다른 아픔이 책 속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작가의 글을 통해 마주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총기난사사건이 벌어지고, 7년 후 세월호 사건이 있었다니 이런 아픈 우연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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