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공감 - 우리는 왜 남의 말에 휘둘리는가
제나라 네렌버그 지음, 명선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회생활을 할수록 눈치를 더 보게 된다. 연차가 쌓이면 좀 덜할 거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과거에는 선임의 눈치만 보면 되었는데, 이제는 선임과 후임의 눈치를 봐야 하는 낀 세대가 되어 버려서다. 과거에는 내 할 말은 하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반골 기질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기도 하지만 모두가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결국 결론이 쉽게 안 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독특함과 개성을 중시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상당히 배타적인 관점을 가지기도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을 둘러보면, 서로 반대되는 이념 앞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것을 넘어서 위해를 가하는 경우를 우리는 수시로 마주하게 된다.  


 이는 비단 오프라인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혹은 그와 반대되는 성향의 글이나 의견을 제시했을 때 개인의 SNS를 찾아가 악플과 테러를 하는 경우 역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타인의 의견과 내 의견이 다른 경우, 내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차라리 침묵을 지키거나(자기 침묵), 타인의 의견에 억지로 동조하는(거짓 공감) 모습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책에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에 대해 언급을 하는데, 이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나 발언자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배제하는 문화로 특히 SNS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는 범주가 갈수록 커진다는 데 있다. 기자들은 주위를 끄는 자극적인 제목들과 내용들을 통해 캔슬 컬처를 이끌어낸다.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해당 인물의 SNS를 찾아가 도배를 한다. 결국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 역시 우리는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사회의 이런 분위기는 극단화로부터 시작되었다. 흑백논리로 소위 모 아니면 도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해지면서, 내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집단적 매도가 시작되었다. 사회는 다양성을 가지고 각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비해, 이런 분위기는 오로지 내 의견은 옳고 나와 다른 의견은 모두 틀리다는 생각들에 의해 더욱 심화된다. 


 오히려 인터넷망으로 연결되는 세계에서 더욱 활발한 의사소통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가하다는 생각을 더욱 여실히 느끼게 된다. 과거보다 더 극단으로 치닫는 의사소통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침묵이 과연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스스로의 의사를 드러내지 않음으로 나라는 존재는 영향력을 잃어간다. 결국 자기 침묵 덕분에 스스로는 고립되는 결과를 얻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의견을 말하기에는 솔직히 무섭다. 말실수 한 번에 매장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근데, 이건 단 한 사람의 노력으로 바뀔 수 있는 성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전체가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으니 말이다. 계속적인 교육과 환기가 필요하다. 바로 이 책 역시 그런 환기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어떤 것도 절대적인 옳음은 없다. 사회가 변화됨에 따라 옮음의 가치는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결국 내 의견이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타인의 의견도 사회를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의식도, 그렇게 열린 태도 속에서 극단적으로 사회를 위협하는 모습이 사라질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65일 클래식이라는 습관 - 어려운 클래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조현영 지음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악기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저음이 매력적인 첼로를 배우고 싶었지만, 짧디짧은 손가락 덕분에 바이올린을 대신 배웠다. 생각해 보면 현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클래식 연주 음반을 많이 사고, 연주회 영상도 많이 봤던 것 같다. 시간이 되면 새벽까지 연주 실황을 찾아볼 정도여서 그때 클래식에 대한 귀가 좀 넓어졌던 것 같다.


 결혼 전에는 혼자 연주회나 독주회를 찾아다닐 정도로 문화생활을 즐겼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연주회 근처도 못 가서 늘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그 아쉬움을 책을 찾아보거나, 유튜브를 통해 대신하고 있다. 그동안도 클래식 관련 책을 종종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에 드는 연주자의 영상을 찾아보고 구독도 하게 된다.


 문제는 귀에 익숙한 음악만 찾아듣는다는 것이다. 클래식을 듣는 귀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매일매일 한 곡의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면 1년이면 무려 365곡의 음악을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일력처럼 나오는 책들의 특징은 한 페이지가 길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 역시 그렇다. 한 페이지 분량의  내용 안에는 음악가의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특히 그날의 클래식 곡을 작곡하게 된 이야기들도 곁들여지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오른쪽에 QR코드를 통해 그날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엄선한 연주자들의 곡을 먼저 틀어놓고, 해당 내용을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저자가 표현한 것과 같은 감상을 할 수도 있다. 혹시 동영상이 안 나올 수 있으니 그 또한 배려해서 실제 곡의 원제목도 같이 적어주는 센스가 있다. 덕분에 음악 감상과 함께 클래식에 대한 기본 지식들도 같이 성장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추억에 잠기게 된 곡들도 여럿 있었다. 내 생일 즈음의 곡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마주한 베르디 오페라의 아이다 중 개선행진곡은 진짜 손을 놓고 전 곡을 다 들을 정도로 내게 옛 추억을 일깨워 주었다. 중학교 시절 매년 우리 학교에서는 전 학년 합창대회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학교 반주자로 활동하다 보니 우리 반 합창제에 피아노 반주를 내가 했었다. 당시 입장과 퇴장 때 별도의 곡을 골랐어야 했는데, 그때 내가 고른 곡이 바로 개선행진곡이었다. 틀릴까 봐 합창제 당일까지 열심히 연습을 하고 갈 정도로 정성을 들였던 곡이어서 그런지, 듣자마자 옛 기억이 살포시 떠올랐다.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3월 10일에 소개된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학창 시절 내가 외우고 있던 이름은 찌고이네르바이젠 이다.) 역시 내겐 추억이 가득한 곡인데, 이름도 낯설고 작곡가 이름도 낯설었는데 한번 듣고 빠져버려서 정말 한동안 매일매일 듣고 또 들었던 기억이 있다. 제목과 작곡가의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덕분에 이 곡이 집시의 노래를 뜻하는 독일어였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정말 슬픔과 애절함이 가득 묻어나는 명곡인데, 연주자가 우리에게 익숙한 장영주(사라 장)였다. 그래서 더 반가웠던 곡이다.


 흥미로운 것은 각 곡의 QR코드에 숫자가 적혀있다는 것인데, KBS 클래식 FM에서 선정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의 순위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베토벤의 곡이 5위 중 3곡이나 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순위가 높은 곡들은 제목만 들어도 알만한 곡들이 많다. 그만큼 귀에 익은 곡들이 더 마음에 들어오는 게 아닐까?


 매일 한 곡의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면서 나만의 순위를 정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처럼 익숙한 음악가 뿐 아니라 림스키코르사코프, 브루흐처럼 낯선 음악가의 이름이나, 귀에는 익숙한데 이름이 낯선 곡들도 이번에 정리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칸트 수업 - 오늘의 시민을 위한 칸트 입문 강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6
김선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제목을 마주하자마자 두 마음이 들었다. 


1. 칸트?! 철학?! 어려운데...

2. 근데 또 궁금하긴 하다! 인생명강 시리즈니까 무조건 읽긴 해야겠네... (시리즈 중독자)


 평소 나는 병렬 독서를 즐긴다. 많으면 5권 이상 펼쳐놓고 읽는다. 소설을 여러 권 펼쳐놓고 읽은 적은 있어도, 철학 관련 책을 동시에 읽은 건 또 처음인 것 같다. 칸트와 많은 철학자들의 주장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책. 둘은 은근 대비가 된다. 우선 이 책의 저자는 철학의 쓸모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보통 말하는 철학은 삶에 꼭 필요한 학문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대놓고 한다. 아니 오히려 그에 대한 다른 예를 등장시킨다. 예쁘지만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소위 없어도 죽고 사는 데 문제가 없는 것들) 것을 이야기하며 그 안에 철학을 포개 넣는다. 


 근데 이 말이 오히려 내 궁금증을 자극했다. 아니 오랜 시간 철학을 연구하면서(그것도 칸트의 철학) 정년퇴임한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셔도 되는 거야?라는 생각 때문이다. 근데, 그 말에 또 공감이 되긴 한다. 당장 철학이 없어도 죽고 사는 데 영향은 없지만, 없으면 허전할 거야... 아쉬울 거야...라는 의미처럼 들렸다. 


 책 안에는 칸트 하면 떠오르는 3대 저서에는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이 있다. 그중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책은 순수이성비판이라고 한다. 그래서 책의 첫 부분에는 순수이성비판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솔직히 초반에는 이해가 되었는데, 뒤로 갈수록 어렵다. 


 기억에 남는 것은 라틴어로 쓰인 철학서를 칸트는 독일어로 썼다는 사실. 이게 얼마나 대단하냐면, 철학의 용어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좀 어려운 용어들이 많을 수밖에 없나 보다. 우리 역시 그 독일어로 쓴 책을 영어로 옮기고 그걸 한국어로 옮기거나, 혹은 독일어를 바로 한국어로 옮기기는 했겠지만 우리에게도 없는 용어들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책 이름" 순수"란 존재에 대한 개념인데, 도덕적 실천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작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순수이성 비판의 첫 번째 질문은 무엇일까? 바로 선천적 종합판단이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하는데(질문부터 이해가 안 된다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판단"이다. " 이 판단은 '~은 ~이다.'라고 표현된다. 즉, 어떤 대상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행동 자체가 판단이다. 이런 판단이 과학적 지식이 되기 위해서는 판단의 내용이 참이어야 하고, 이 판단은 어떤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순수이성비판은 '과학적 지식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인식구조는 과연 어떤 것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책이라고 한다. 그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각 개념의 정의부터 꼼꼼하게 따지고 들어가면서 비로소 자신이 말한 내용에 대한 주장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책이 서술되는데, 읽을수록 놀랍기만 하다. 그냥 지나칠만한 사실(우리가 사는 세계는 과연 존재하는가?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는 과연 있는 그대로의 실재인가?)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철학자인데 왜 과학자 같은 느낌이 드는 건가?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근데, 그렇게 파고들었기에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하는 행동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1장을 무사히 넘기고 나면, 2장부터는 조금 이해가 되는 부분이 여럿 등장한다. 아마 좀 더 예가 등장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부분과 금연과 흡연을 예로 들어 설명한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그뿐만 아니라 칸트의 철학이지만 곳곳에서 여러 철학자들의 철학이 흡수되거나 반전되며 또 다른 비교와 설명으로 이어졌기에 칸트의 철학을 마주했지만, 철학에 관한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얼마 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 데미안"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이 두 책은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를 일부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은 과연 존재하는가? 이것은 누구에 의해 선과 악이라고 나뉜 것일까?의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칸트의 저서 안에도 같은 이야기가 등장해서 더 기억에 남는다. 선한 것, 옳은 것에 대한 판단의 기준은 누가 하는 것이고, 그것은 무엇을 통해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일까? 어떤 면에서 그 기준점을 잡는 것조차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시 칸트는 어렵다. 그의 생활만큼이나 꼼꼼하고 깊이가 있다. 설렁설렁 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애당초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칸트의 철학은 꽤 우리 삶에 적용할 만한 많은 여지를 지니고 있다. 삶의 올바른 기준점을 세우는 것부터 칸트의 철학은 시작된다. 바로 그 정의를 제대로 했을 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들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 -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철학 30day 고윤(페이서스코리아)의 첫 생각 시리즈 3부작 4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슬픈 진실은 대부분의 악이 선인이 되거나 악인이 되겠다고 결심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것이다.

“The sad truth is that most evilis done by people who never make up their mind stone good or evil.”

우연히 철학에 관한 책 두 권을 병렬 독서하게 되었다. 아침에는 칸트 수업, 밤에는 바로 이 책 『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다. 꾸준히 읽어오는 시리즈였기에,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다가 제목에 베었다. 찔렸다는 표현보다는 좀 더 강했다. 첫 장부터 이 책은 철학을 논하지만, 실생활에 지극히 도움을 주는 철학을 이야기한다는 저자의 말이 의아하게 다가왔다. 


 솔직히 철학에 대한 책을 자주 읽지만, 글쎄... 실생활에 관련이 있는 철학이라는 말은 좀 낯설었기 때문이다. 병렬 독서 중인 책의 저자 역시 철학의 쓸모라는 표현을 쓰면서, 예쁘지만 쓸모없는 것들의 예를 들어준다. 아마 시간을 두고 읽었다면 둘 다 끄덕였겠지만, 같은 시기에 읽는데 이렇게 반대되는 이야기가 등장하니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중 3명의 철학자의 이야기만 기억해도 성공이라고 했는데, 그 이상이 기억에 남았으니 나는 대 성공인 것 같다. 우선 낯익은 이름들이 여럿 등장한다. 물론 이름만 아는 철학자들도 여럿이긴 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철학자는 세네카다. 올해 세네카의 책을 한 권 읽긴 했지만, 그가 그 유명한 피의 군주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다. 그런 면에서 누구보다 세네카는 누구보다 잘 참아야 하는 사람이었을 것 같다. 그가 말한 분노를 가라앉히는 법은 의외로 이성을 찾고 상황을 이해하는 눈을 가지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을 읽기 직전 남편과 큰소리가 오고 갔었다. 가시가 박힌 듯한 말투 때문에 결국은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통화를 끝냈다. '나는 왜 그 말이 유난히 거슬렸을까?' 예전이었으면 틀어진 감정을 고스란히 쌓아두고 말았을 텐데,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된 내용이 있다.


우리가 상처를 받는 이유는 그 말 자체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곱씹고 확대 해석하는 반응 때문이다.


 사실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떤 의미 없이 한 말이 내 귀에는 곡해되어 들릴 때가 많다. 그렇게 곡해해서 해석을 하다 보면 결국은 안 좋은 쪽으로 해석이 되기 마련인 것 같다. 세네카는 더 힘들지 않았을까? 만약 세네카가 네로의 말을 나처럼 들었다면 그는 오랜 시간 네로 황제 곁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 얼마 안 돼서 바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책 안에는 정말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서양철학자 뿐 아니라 동양 철학자, 기원전부터 그리 오래지 않은 현대의 철학자까지 다양한 철학자들의 삶에 대한 조언을 건넨다. 그뿐만 아니라 철학자보다는 시인으로 알고 있는 윤동주, 사실 철학자라고 할 수 있으나 우리에게는 철학자로 느껴지지 않는 율곡 이이나 퇴계 이황, 독립운동가 안창호와 안중근, 김구에 이르기까지 익숙하지만 낯선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책 안에 짧지만 굵게 담겨있다. 


 사실 철학은 삶과 전혀 관련이 없지...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기에, 저자의 말에 동조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만큼 실제적인 방향성과 지혜를 내뿜는 이야기들이라면 철학도 삶의 한 척도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지만 여러 번 읽으며 곱씹으면 좋을 내용들이 많아서 좋았다. 세네카, 한나 아렌트, 노자, 볼테르... 3명 이상의 철학을 통해 공감했으니 이만하면 성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원 방정식 2
보엠1800 지음 / 어나더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권의 딱딱하고 불안했던 분위기는 2권 초반에 깨진다. 1권에 비해 달달하다고 해야 할까? 책 안에 감도는 로맨스의 향이 짙어져서 만족스럽다. 


 뉴욕으로 떠난 매들린은 맥도먼드 식료품 백화점의 점원으로 일하게 된다. 감옥에서 나온 후, 그녀가 선택한 직업이다. 그곳에서 일하며 엔조를 만나게 된 매들린. 자신보다 어린 엔조가 적극적으로 다가오지만 섣부르게 마음을 열 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연히 매들린을 만난 홀츠먼은 이안에게 전보를 보낸다. 당연히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보다는, 이안을 흔들 수 있는 유일한 인물! 이안의 괴로움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연락을 한 것이다. 그리고 홀츠먼의 계획대로 한달음에 달려온 이안은 매들린을 만난다. 하지만 이안에게 매몰차게 뒤돌아서는 매들린. 이미 결혼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던 매들린이기에 그녀의 반응에 이안은 상처를 입지만, 한편으로는 다시는 매들린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커진다. 


 매들린은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다시 간호사로 일하고 싶어서다. 엔조는 매들린에게 청혼을 하지만, 매들린은 공부도 해야 하고 1년만 기다려달라고 말한다. 한편, 파티에 초대를 받은 엔조와 동행하게 된 매들린은 파티가 자신을 부르기 위한 홀츠먼의 술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 만난 이안. 하지만 더 이상 서로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둘은 결국 진한 키스로 연인이 된다. 


 2권은 이 두 연인의 이야기가 가득 차 있는데, 제일 빌런은 역시나 홀츠먼이다. 그는 노팅엄가의 재산이 탐난다. 노팅엄가 덕분에 그나마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음에도 그 은혜를 갚으려기 보다는 자꾸 검은 속내를 드러내니 말이다. 


 결국 영국의 노팅엄가로 돌아오는 이안과 매들린. 그동안 맘고생 몸고생을 했던 이안의 편에서 상대적으로 매들린에게 차갑게 구는 에릭의 반응에 민망하기만 한 매들린은 예상치 못한 큰 선물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 책의 강점은 로맨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아낸다는 데 있다. 1920년대의 미국의 상황과 영국의 모습이 책 안에 가득 담겨있는데, 전쟁 이후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냉전시대의 모습과 백인 우월주의 집단의 모금운동 등이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맞물리며 더 실제 같은 느낌을 자아내었다.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갈 줄 알았던 매들린은 전 생에서의 아픈 기억을 곱씹으며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는다. 다시 얽히는 전 남편 이안과의 사랑의 줄다리기는 전 생이 있었기에, 더 깊은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귀족의 명예와 신사의 품격 보다 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에 대한 사랑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이안의 모습과 민망해하면서도 그의 표현이 싫지만은 않은 매들린의 모습은 보는 나조차 설레게 만들었던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