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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수업 - 오늘의 시민을 위한 칸트 입문 강독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6
김선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제목을 마주하자마자 두 마음이 들었다.
1. 칸트?! 철학?! 어려운데...
2. 근데 또 궁금하긴 하다! 인생명강 시리즈니까 무조건 읽긴 해야겠네... (시리즈 중독자)
평소 나는 병렬 독서를 즐긴다. 많으면 5권 이상 펼쳐놓고 읽는다. 소설을 여러 권 펼쳐놓고 읽은 적은 있어도, 철학 관련 책을 동시에 읽은 건 또 처음인 것 같다. 칸트와 많은 철학자들의 주장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책. 둘은 은근 대비가 된다. 우선 이 책의 저자는 철학의 쓸모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보통 말하는 철학은 삶에 꼭 필요한 학문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대놓고 한다. 아니 오히려 그에 대한 다른 예를 등장시킨다. 예쁘지만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소위 없어도 죽고 사는 데 문제가 없는 것들) 것을 이야기하며 그 안에 철학을 포개 넣는다.
근데 이 말이 오히려 내 궁금증을 자극했다. 아니 오랜 시간 철학을 연구하면서(그것도 칸트의 철학) 정년퇴임한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셔도 되는 거야?라는 생각 때문이다. 근데, 그 말에 또 공감이 되긴 한다. 당장 철학이 없어도 죽고 사는 데 영향은 없지만, 없으면 허전할 거야... 아쉬울 거야...라는 의미처럼 들렸다.
책 안에는 칸트 하면 떠오르는 3대 저서에는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이 있다. 그중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책은 순수이성비판이라고 한다. 그래서 책의 첫 부분에는 순수이성비판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솔직히 초반에는 이해가 되었는데, 뒤로 갈수록 어렵다.
기억에 남는 것은 라틴어로 쓰인 철학서를 칸트는 독일어로 썼다는 사실. 이게 얼마나 대단하냐면, 철학의 용어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좀 어려운 용어들이 많을 수밖에 없나 보다. 우리 역시 그 독일어로 쓴 책을 영어로 옮기고 그걸 한국어로 옮기거나, 혹은 독일어를 바로 한국어로 옮기기는 했겠지만 우리에게도 없는 용어들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책 이름" 순수"란 존재에 대한 개념인데, 도덕적 실천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작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순수이성 비판의 첫 번째 질문은 무엇일까? 바로 선천적 종합판단이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하는데(질문부터 이해가 안 된다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판단"이다. " 이 판단은 '~은 ~이다.'라고 표현된다. 즉, 어떤 대상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행동 자체가 판단이다. 이런 판단이 과학적 지식이 되기 위해서는 판단의 내용이 참이어야 하고, 이 판단은 어떤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순수이성비판은 '과학적 지식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인식구조는 과연 어떤 것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책이라고 한다. 그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각 개념의 정의부터 꼼꼼하게 따지고 들어가면서 비로소 자신이 말한 내용에 대한 주장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책이 서술되는데, 읽을수록 놀랍기만 하다. 그냥 지나칠만한 사실(우리가 사는 세계는 과연 존재하는가?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는 과연 있는 그대로의 실재인가?)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철학자인데 왜 과학자 같은 느낌이 드는 건가?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근데, 그렇게 파고들었기에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하는 행동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1장을 무사히 넘기고 나면, 2장부터는 조금 이해가 되는 부분이 여럿 등장한다. 아마 좀 더 예가 등장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부분과 금연과 흡연을 예로 들어 설명한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그뿐만 아니라 칸트의 철학이지만 곳곳에서 여러 철학자들의 철학이 흡수되거나 반전되며 또 다른 비교와 설명으로 이어졌기에 칸트의 철학을 마주했지만, 철학에 관한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얼마 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 데미안"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이 두 책은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를 일부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은 과연 존재하는가? 이것은 누구에 의해 선과 악이라고 나뉜 것일까?의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칸트의 저서 안에도 같은 이야기가 등장해서 더 기억에 남는다. 선한 것, 옳은 것에 대한 판단의 기준은 누가 하는 것이고, 그것은 무엇을 통해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일까? 어떤 면에서 그 기준점을 잡는 것조차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시 칸트는 어렵다. 그의 생활만큼이나 꼼꼼하고 깊이가 있다. 설렁설렁 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애당초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칸트의 철학은 꽤 우리 삶에 적용할 만한 많은 여지를 지니고 있다. 삶의 올바른 기준점을 세우는 것부터 칸트의 철학은 시작된다. 바로 그 정의를 제대로 했을 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들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