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클래식이라는 습관 - 어려운 클래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조현영 지음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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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악기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저음이 매력적인 첼로를 배우고 싶었지만, 짧디짧은 손가락 덕분에 바이올린을 대신 배웠다. 생각해 보면 현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클래식 연주 음반을 많이 사고, 연주회 영상도 많이 봤던 것 같다. 시간이 되면 새벽까지 연주 실황을 찾아볼 정도여서 그때 클래식에 대한 귀가 좀 넓어졌던 것 같다.


 결혼 전에는 혼자 연주회나 독주회를 찾아다닐 정도로 문화생활을 즐겼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연주회 근처도 못 가서 늘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그 아쉬움을 책을 찾아보거나, 유튜브를 통해 대신하고 있다. 그동안도 클래식 관련 책을 종종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에 드는 연주자의 영상을 찾아보고 구독도 하게 된다.


 문제는 귀에 익숙한 음악만 찾아듣는다는 것이다. 클래식을 듣는 귀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매일매일 한 곡의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면 1년이면 무려 365곡의 음악을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일력처럼 나오는 책들의 특징은 한 페이지가 길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 역시 그렇다. 한 페이지 분량의  내용 안에는 음악가의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특히 그날의 클래식 곡을 작곡하게 된 이야기들도 곁들여지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오른쪽에 QR코드를 통해 그날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엄선한 연주자들의 곡을 먼저 틀어놓고, 해당 내용을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저자가 표현한 것과 같은 감상을 할 수도 있다. 혹시 동영상이 안 나올 수 있으니 그 또한 배려해서 실제 곡의 원제목도 같이 적어주는 센스가 있다. 덕분에 음악 감상과 함께 클래식에 대한 기본 지식들도 같이 성장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추억에 잠기게 된 곡들도 여럿 있었다. 내 생일 즈음의 곡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마주한 베르디 오페라의 아이다 중 개선행진곡은 진짜 손을 놓고 전 곡을 다 들을 정도로 내게 옛 추억을 일깨워 주었다. 중학교 시절 매년 우리 학교에서는 전 학년 합창대회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학교 반주자로 활동하다 보니 우리 반 합창제에 피아노 반주를 내가 했었다. 당시 입장과 퇴장 때 별도의 곡을 골랐어야 했는데, 그때 내가 고른 곡이 바로 개선행진곡이었다. 틀릴까 봐 합창제 당일까지 열심히 연습을 하고 갈 정도로 정성을 들였던 곡이어서 그런지, 듣자마자 옛 기억이 살포시 떠올랐다.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3월 10일에 소개된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학창 시절 내가 외우고 있던 이름은 찌고이네르바이젠 이다.) 역시 내겐 추억이 가득한 곡인데, 이름도 낯설고 작곡가 이름도 낯설었는데 한번 듣고 빠져버려서 정말 한동안 매일매일 듣고 또 들었던 기억이 있다. 제목과 작곡가의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덕분에 이 곡이 집시의 노래를 뜻하는 독일어였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정말 슬픔과 애절함이 가득 묻어나는 명곡인데, 연주자가 우리에게 익숙한 장영주(사라 장)였다. 그래서 더 반가웠던 곡이다.


 흥미로운 것은 각 곡의 QR코드에 숫자가 적혀있다는 것인데, KBS 클래식 FM에서 선정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의 순위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베토벤의 곡이 5위 중 3곡이나 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순위가 높은 곡들은 제목만 들어도 알만한 곡들이 많다. 그만큼 귀에 익은 곡들이 더 마음에 들어오는 게 아닐까?


 매일 한 곡의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면서 나만의 순위를 정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처럼 익숙한 음악가 뿐 아니라 림스키코르사코프, 브루흐처럼 낯선 음악가의 이름이나, 귀에는 익숙한데 이름이 낯선 곡들도 이번에 정리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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