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공감 - 우리는 왜 남의 말에 휘둘리는가
제나라 네렌버그 지음, 명선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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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회생활을 할수록 눈치를 더 보게 된다. 연차가 쌓이면 좀 덜할 거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과거에는 선임의 눈치만 보면 되었는데, 이제는 선임과 후임의 눈치를 봐야 하는 낀 세대가 되어 버려서다. 과거에는 내 할 말은 하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반골 기질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기도 하지만 모두가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결국 결론이 쉽게 안 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독특함과 개성을 중시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상당히 배타적인 관점을 가지기도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을 둘러보면, 서로 반대되는 이념 앞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것을 넘어서 위해를 가하는 경우를 우리는 수시로 마주하게 된다.  


 이는 비단 오프라인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혹은 그와 반대되는 성향의 글이나 의견을 제시했을 때 개인의 SNS를 찾아가 악플과 테러를 하는 경우 역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타인의 의견과 내 의견이 다른 경우, 내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차라리 침묵을 지키거나(자기 침묵), 타인의 의견에 억지로 동조하는(거짓 공감) 모습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책에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에 대해 언급을 하는데, 이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나 발언자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배제하는 문화로 특히 SNS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는 범주가 갈수록 커진다는 데 있다. 기자들은 주위를 끄는 자극적인 제목들과 내용들을 통해 캔슬 컬처를 이끌어낸다.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해당 인물의 SNS를 찾아가 도배를 한다. 결국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 역시 우리는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사회의 이런 분위기는 극단화로부터 시작되었다. 흑백논리로 소위 모 아니면 도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해지면서, 내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집단적 매도가 시작되었다. 사회는 다양성을 가지고 각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비해, 이런 분위기는 오로지 내 의견은 옳고 나와 다른 의견은 모두 틀리다는 생각들에 의해 더욱 심화된다. 


 오히려 인터넷망으로 연결되는 세계에서 더욱 활발한 의사소통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가하다는 생각을 더욱 여실히 느끼게 된다. 과거보다 더 극단으로 치닫는 의사소통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침묵이 과연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스스로의 의사를 드러내지 않음으로 나라는 존재는 영향력을 잃어간다. 결국 자기 침묵 덕분에 스스로는 고립되는 결과를 얻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의견을 말하기에는 솔직히 무섭다. 말실수 한 번에 매장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근데, 이건 단 한 사람의 노력으로 바뀔 수 있는 성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전체가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으니 말이다. 계속적인 교육과 환기가 필요하다. 바로 이 책 역시 그런 환기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어떤 것도 절대적인 옳음은 없다. 사회가 변화됨에 따라 옮음의 가치는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결국 내 의견이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타인의 의견도 사회를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의식도, 그렇게 열린 태도 속에서 극단적으로 사회를 위협하는 모습이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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