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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김이은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11월
평점 :
같은 제목의 고전문학이 있다. 나 역시 제목을 보자마자 조지 오웰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근데,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인이다. 줄거리부터 흥미로웠는데, 책이 내용이 어떻게 동물 농장과 어울릴까 궁금했다.
도입부가 상당히 길다. 특히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강태은과 김선우에 대한 설명이 처음의 1/3을 차지한다. 그래서 초반에는 지루한 감이 있다. 물론 저자 입장에서 중요하다 생각했기에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했겠지만 말이다.
헌책방 직원이자 명문대 휴학생인 강태은. 오늘도 가끔 들르는 손님들에게 책을 찾아주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의 최대 능력은 책의 위치를 정확히 외우고 있다는 것이다. 뛰어난 기억력이 그를 계속 그 자리에 있게 해주긴 했지만, 일에서 보람을 느낄 겨를이 없다. 주인의 아들은 아주 가끔 헌책방을 들른다. 잘난 것도 없는데, 집을 두 채나 물려받은 인물. 그래도 떡볶이에 순대를 찍어 먹는 태은에게 5만 원짜리 한 장을 주고 간다. 복날이니 삼계탕이나 사 먹으라나...!
25살이지만, 태은의 인생사는 참 파란만장했다. 직장에서 잘린 엄마 김경은은 한 살배기 태은을 데리고 필리핀으로 이주한다. 하지만 타국에서 아이와 둘이 먹고살 만한 일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현지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 경은. 태은이 고등학생 즈음이었다. 남편이 태은을 성폭행하려는 순간, 경은은 그 남자의 등에 칼을 꽂았다. 그리고 태은을 한국으로 보낸다. 경은이 들어간 감옥은 외국인 전용 교도소였는데, 3/4이 한국인이었다. 외국인들이기에 더 관리를 하지 않는 교도소에 살아남는 방법은 오로지 돈이었다. 식사부터 모든 것에 돈이 필요했었다. 결국, 경은은 한 수감자의 빨래를 해주고, 음식을 해주면서 겨우겨우 교도소 생활을 이어간다. 같은 죄로 수감된 손정희를 만난 것도 그곳에서였다. 정희 역시 경은과 같은 죄목으로 수감이 되었는데, 다른 점이라면 정희는 나가면 돈이 많다는 것이었다. 5년 만에 정당방위로 풀려난 경은은 비로소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태은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살인까지 한 엄마를 위해 어떤 희생이라고 감당하기로 결심한다.
어린 시절부터 파일럿이 꿈이었던 선우는 외국 유수의 항공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아버지와 선우를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엄마는 양장점을 한다. 선우가 2학년이 되는 해, 아버지가 돌아가신다. 또한 선우 역시 자신이 파일럿을 하기 힘든 몸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버지의 장례를 마친 후, 유일하게 열리지 않는 서랍을 마주하는 엄마와 선우.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던 아버지의 비망록을 본 후, 선우는 달라진다. 우선 파일럿의 꿈을 접고 경영학과에 입학한다. 그리고 한 카페에서 알바를 시작한다. 경영학과 선배이자, 카페의 단골인, 그리고 마루 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인 최재건을 만나기 위해서다. 재건을 만난 날. 재건의 눈치를 알아챈 선우는 재건을 도와주었고, 그렇게 재건은 윤소희와 결혼을 하게 된다.
태은의 원래 직장은 카지노다. 카지노에서 매니저인 태은은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사장 이관석의 마음을 알아챈다. 비상한 머리로 헌책방을 이용하기로 한 태은. 헌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말하는 책에 카지노 열쇠를 숨겨둔다. 그렇게 10명만이 영업을 마친 카지노에 들어올 수 있다. 그들이 카지노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1,000만 원의 현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그날. 늘 나오는 관석이 나오지 않는다. 늘 오는 사람들만 오는 폐쇄된 카지노인지라, 손님들의 얼굴을 익히 알고 있는데 그날따라 한 명의 낯설다. 바로 관석에게 전화를 거는 태은. 손님 한 명이 급한 일이 있어서 친구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일이 터지고 만다. 그 낯선 이는 잠입한 경찰이었던 것이다. 졸지에 태은은 불법 도박장의 운영자로 몰려 구속이 되고 마는데...
사고를 치고 베트남으로 나가게 된 재건. 재건을 감시 차 선우가 베트남을 방문한다. 사실 선우는 회장인 마루 그룹 회장 최현백의 비서실장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재건의 힘이 발휘되었다. 졸지에 이중 스파이가 된 선우는 그렇게 현백과 재건의 스파이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은 복수담이다. 무엇에 대한 복수일까? 서론이 상당히 길었지만,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한 사람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 바로 마루 그룹과 회장 최현백에게 말이다. 아버지의 비망록을 읽은 선우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뺏기고 내쳐진 천재 프로그래머 이도형과 유창수가 동물농장이라는 게임 앱을 개발한다.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 태은에게 손을 뻗치는 태은. 출중한 두뇌 회전으로 태은은 제대로 역할을 해낸다. 태은과 함께 경은과 정희 그리고 관석이 합류하여 최현백을 향한 복수의 칼을 들이 미는데, 과연 이들은 현백이 감춰둔 비자금 천억을 빼돌릴 수 있을까?
복수담은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복수의 서막은 길었지만, 그들은 목표가 있었기에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토대로 복수를 실행해나간다. 중간중간 드러나는 그들의 과거 이야기와 복수가 차근차근 이루어진다. 물론 예상치 못한 반전과 로맨스도 맛볼 수 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고,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공룡 대기업에 의해 가족도, 꿈도, 재산도, 희망도 잃어 남은 게 없는 그들에 의한 기막힌 복수극을 맛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