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죽음에 관하여 - 몽테뉴의 철학을 통해 배우는 삶의 가치 arte(아르테) 에쎄 시리즈 1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박효은 옮김, 정재찬 기획 / arte(아르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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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에쎄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은 16세기 사상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미셸 에컴 드 몽테뉴의 글 에쎄 중 일부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 부제는 좋은 죽음에 관하여다.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하지만, 왠지 입 밖으로 내기에는 거북하고 불편하다. 과거에 비해 웰다잉에 대한 생각들이 나누어지고, 관련 서적이나 강의들도 많지만 여전히 죽음은 무거운 주제임이 틀림없다. 물론 몽테뉴가 살던 16세기에 비해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들이 상당히 늘어났으며, 인간의 평균 수명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 그럼에도 죽음은 누구에게나 한번은 꼭 마주해야 할 경험이다.

보통 죽음에 관한 책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분노의 5단계를 통해 죽음을 설명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일 것이다. 근데, 그보다도 400년 전에 몽테뉴는 죽음에 대한 글이 썼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책을 통해 말하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의 임종 연구분야의 전문가나 관련 서적을 출판하는 사람들의 글과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전문서적이 아닌 에세이다.)

사실 몽테뉴는 책을 통해 죽음이라는 단어를 꺼내고 있지만, 책 안에서 만난 죽음이 그렇게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죽음을 통해 현실과 현재의 삶을 깊이 있게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의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것이 바로 죽음이라고 말이다.

그대의 삶이 언제 끝나든, 그 삶은 이미 완전하다.

삶의 가치는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았는 가로 결정된다.......

삶이 그대 안에 있을 때 온전히 그 삶에 집중하라.

물론 과거도 그렇지만, 현재도 우리의 삶이 언제 끝날지 장담하지 못한다. 기대수명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내 앞으로의 여생에 대한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내 삶이 좀 더 이어질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있다. 그래서 몽테뉴의 글 중에는 너무 긴 호흡(15년)의 계획은 세우지 말라는 내용도 있다. (이 글은 그가 39세 때 썼는데, 그는 당시에도 자신이 20년은 더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놀랍게도 그는 59세의 후두염으로 사망한다.) 불투명한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현실에 더 집중하는 것. 현재 우리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자기 계발서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기획자에 말에 의하면, 그가 에쎄를 쓰기 시작한 계기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 때문이었다. 소울메이트였던 에티엔 드 라 보에시와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자발적인 교육을 시켰던 아버지, 그리고 군인이었던 동생의 죽음은 그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법관을 그만두고 몽테뉴 성으로 돌아온 그는 사색과 독서, 집필에만 집중한다. 바로 그 시간에 나온 책이 에쎄인 것이다.

몽테뉴는 이야기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죽음은 누구가 가야 하는 길이지만, 우리 모두 한 번의 경험만 할 수 있는 길이다. 그랬기에 먼저 경험해 볼 수 없는 게 바로 죽음이다. 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덜 수 있다. 내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내게 주어진 삶의 순간순간 죽음이 엄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몸 사리지는 않아도 된다. 질병에 걸린다고 무조건 죽는 것도 아니고, 사고가 일어난다고 무조건 죽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죽음을 잊지는 말자. 그리고 죽음이 이르기 전까지 주어진 내 삶을 차분하게 살아가자. 태어나면서부터 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한 경주를 하게 된다. 조금씩 죽음에 가까워지는 경주 말이다. 결승선에 이르러야 경주가 끝나듯, 죽음에 이르러야 삶은 완성된다. 그러니 죽음도 삶의 하나라고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과연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몽테뉴의 에쎄를 통해 좋은 죽음을 떠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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