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의 꽃은 무엇일까? 나는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가끔은 나 혼자 이런 상상을 하기도 한다. 추리작가들이 독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을 숨겨두고, 허를 찔린 독자들의 표정을 봤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을 하는 걸까? 이번에도 나는 또 반전에 제대로 찔렸다. 분명 이 소설을 설명하는 글에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는 한 줄을 읽었음에도 말이다. 이번에는 절대 속지 않으리라!라는 생각으로, 처음에 붉어진 사건의 범인을 A가 아닌 B라고 생각했다. 아니, A는 처음부터 사건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맞았다. 왜냐하면 반전이 있다는 것을 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반전! 세도 너무 셌다. 범인의 정체를, 이 모든 사건의 정체를 알고 나서 진짜 제대로 멘붕이 왔고... 헐... 말고는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기세 요시키는 사촌 형 소이치가 학폭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학폭 가해자는 축구부 활동을 하는 아이다로, 다른 학생들의 눈을 피해 소이치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도시락을 던져 밥을 못 먹게 하고,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법조계 집안 인터라 기세는 소이치에게 어른들에게 알리자고 했지만, 소이치는 동의하지 않는다. 소이치가 소중하게 여기는 할아버지의 시계를 아이다에게 빼앗기게 되고, 시계를 되찾기 위해 돈을 건네는 모습을 보게 된 소이치. 그가 돈을 건넨 사람은 같은 학년의 기타미 리카라는 여학생이었다. 기세는 기타미에게 혹시 학폭의 증거를 잡을 수 있는지, 학폭을 중단시킬 수 있는지를 묻고 기타미는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기세는 소이치를 위해 학폭을 멈출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이야기하고, 결국 기타미에 의해 아이다는 학교를 떠나게 된다.
시간이 흘러, 기세는 대학생이 된다. 인상 깊었던 기타미와의 일을 기억하는 기세는 같은 이름의 탐정을 마주하고 찾아간다. 근데 정말 그때 그 기타미가 탐정이 되어 있었다. 기세가 의뢰한 사건은 바로 마카베 겐이치에 대한 일이다. 마카베는 기세의 과외 선생님으로, 기세가 중학생 시절 의대에 다니고 있었다. 이사를 한 후,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졌던 마케베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기세는 그가 협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얼마 후 결혼을 하기로 되어 있는 마케베에게 협박편지가 주기적으로 오고 있었다. 약혼녀인 이노우에 가나미가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마케베를 돕고 싶은 기세가 기타미에게 사건을 의뢰한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마카베의 반응이 적극적이지 않다. 뭔가 피하는 듯한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결국 기세가 대신 사건을 의뢰하기로 하고, 기타미는 마카베를 찾아간다. 그리고 협박편지를 확인하다 마카베가 4년 전 강간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데...
첫 번째 초점은 마카베의 4년 전 일에 대한 것이다. 전도유망한 의대생에서 졸지에 범죄자가 된 마카베는 당시 친구들을 포함 가족들과도 거리를 두고 혼자 도망쳐서 살게 된다. 이상한 점은, 마카베가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피해자 역시 사건이 벌어진 시간이 너무 어두워서 마카베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마카베는 범인이 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해당 사건으로 체포되었던 마카베에게 해당 사건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다. 우리의 탐정 기타미는 3년 전 여자친구를 만났을 때도 협박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듣고 조사를 하는 한편, 마카베의 지인들을 만나 해당 사건을 조금씩 파헤쳐 간다.
두 번째 초점은 마카베에게 협박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부모와도 연락을 하고 지내지 않고, 의대 재학 시절 친구들을 비롯하여 S 초에 살 때의 지인들과는 일체 연락을 안 하고 있음에도 마카베의 집으로 협박편지가 날아든다. 범인은 마카베가 조만간 결혼을 할 예정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도대체 마카베의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이고, 그는 왜 마카베에게 결혼을 하지 말라는 편지를 보낸 것일까?
사건이 풀릴듯하지만, 또다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길을 잃는다. 솔직히 반전도 반전이지만, 한 사람에 의해 망가져 버린 누군가의 인생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에 대한 울분이 더 컸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조언을 하나 하자면,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예상하는 그것을 내려놓아야 사건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어쩌면 범인을 예측하겠다는 마음부터 내려놓고 책을 읽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렇다면 반전 앞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고 주저앉지는 않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