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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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꽃은 무엇일까? 나는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가끔은 나 혼자 이런 상상을 하기도 한다. 추리작가들이 독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을 숨겨두고, 허를 찔린 독자들의 표정을 봤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을 하는 걸까? 이번에도 나는 또 반전에 제대로 찔렸다. 분명 이 소설을 설명하는 글에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는 한 줄을 읽었음에도 말이다. 이번에는 절대 속지 않으리라!라는 생각으로, 처음에 붉어진 사건의 범인을 A가 아닌 B라고 생각했다. 아니, A는 처음부터 사건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맞았다. 왜냐하면 반전이 있다는 것을 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반전! 세도 너무 셌다. 범인의 정체를, 이 모든 사건의 정체를 알고 나서 진짜 제대로 멘붕이 왔고... 헐... 말고는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기세 요시키는 사촌 형 소이치가 학폭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학폭 가해자는 축구부 활동을 하는 아이다로, 다른 학생들의 눈을 피해 소이치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도시락을 던져 밥을 못 먹게 하고,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법조계 집안 인터라 기세는 소이치에게 어른들에게 알리자고 했지만, 소이치는 동의하지 않는다. 소이치가 소중하게 여기는 할아버지의 시계를 아이다에게 빼앗기게 되고, 시계를 되찾기 위해 돈을 건네는 모습을 보게 된 소이치. 그가 돈을 건넨 사람은 같은 학년의 기타미 리카라는 여학생이었다. 기세는 기타미에게 혹시 학폭의 증거를 잡을 수 있는지, 학폭을 중단시킬 수 있는지를 묻고 기타미는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기세는 소이치를 위해 학폭을 멈출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이야기하고, 결국 기타미에 의해 아이다는 학교를 떠나게 된다.

시간이 흘러, 기세는 대학생이 된다. 인상 깊었던 기타미와의 일을 기억하는 기세는 같은 이름의 탐정을 마주하고 찾아간다. 근데 정말 그때 그 기타미가 탐정이 되어 있었다. 기세가 의뢰한 사건은 바로 마카베 겐이치에 대한 일이다. 마카베는 기세의 과외 선생님으로, 기세가 중학생 시절 의대에 다니고 있었다. 이사를 한 후,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졌던 마케베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기세는 그가 협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얼마 후 결혼을 하기로 되어 있는 마케베에게 협박편지가 주기적으로 오고 있었다. 약혼녀인 이노우에 가나미가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마케베를 돕고 싶은 기세가 기타미에게 사건을 의뢰한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마카베의 반응이 적극적이지 않다. 뭔가 피하는 듯한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결국 기세가 대신 사건을 의뢰하기로 하고, 기타미는 마카베를 찾아간다. 그리고 협박편지를 확인하다 마카베가 4년 전 강간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데...

첫 번째 초점은 마카베의 4년 전 일에 대한 것이다. 전도유망한 의대생에서 졸지에 범죄자가 된 마카베는 당시 친구들을 포함 가족들과도 거리를 두고 혼자 도망쳐서 살게 된다. 이상한 점은, 마카베가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피해자 역시 사건이 벌어진 시간이 너무 어두워서 마카베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마카베는 범인이 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해당 사건으로 체포되었던 마카베에게 해당 사건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다. 우리의 탐정 기타미는 3년 전 여자친구를 만났을 때도 협박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듣고 조사를 하는 한편, 마카베의 지인들을 만나 해당 사건을 조금씩 파헤쳐 간다.

두 번째 초점은 마카베에게 협박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부모와도 연락을 하고 지내지 않고, 의대 재학 시절 친구들을 비롯하여 S 초에 살 때의 지인들과는 일체 연락을 안 하고 있음에도 마카베의 집으로 협박편지가 날아든다. 범인은 마카베가 조만간 결혼을 할 예정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도대체 마카베의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이고, 그는 왜 마카베에게 결혼을 하지 말라는 편지를 보낸 것일까?

사건이 풀릴듯하지만, 또다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길을 잃는다. 솔직히 반전도 반전이지만, 한 사람에 의해 망가져 버린 누군가의 인생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에 대한 울분이 더 컸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조언을 하나 하자면,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예상하는 그것을 내려놓아야 사건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어쩌면 범인을 예측하겠다는 마음부터 내려놓고 책을 읽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렇다면 반전 앞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고 주저앉지는 않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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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빛 하늘 아래 푸꾸옥에서
이지상 지음 / 북서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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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목적은 어디에도 없다.

무언가를 이루고, 얻고, 도달한다고 해도 얻을 수 없다.

삶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목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어딘가로 도달하는 여정이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목적지인지도 모른다.

p. 84

저자와 아내 그리고 딸이 같이 여행을 떠났다. 베트남의 푸꾸옥이다. 아쉽게도 나는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궁금했던 여행기. 피가 섞인 가족이라 해도,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녹록지 않은 법인가보다. 저자 역시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고 한다. 낯선 곳에서 서로 예민해져 있는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게 되면 결국 서로의 마음이 상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란다. 한 달간 세 가족은 푸꾸옥에서 시간을 보낸다. 여러 곳을 다니며 이곳저곳을 둘러본 이야기라기보다는, 마치 제주도 한 달 살이 같은 느낌이 가득 들었던 그들이 여행기는 그래서 더 따뜻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덕분에, 저자와 가족들은 마음에 드는 가게를 매일 드나들면서 마음껏 식도락을 즐길 수 있었다. 매일 가는 가게에서 먹는 망고 스무디는 어디와도 비길 수 없을 정도로 천상의 맛이라고 한다. 세 가족이 한 잔씩 먹어도 3,500원으로 해결이 된다는 사실 또한 그 만족감을 증폭시켰던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반미와 반쎄오, 쌀국수 등 익숙한 음식들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사진이 없음에도 눈앞에 그려졌다. 책 안에는 풍경에 대한 이야기 보다 식도락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베트남의 식재료(오이, 토마토, 망고, 두리안 등)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푸짐하고 저렴한 가격에 만족감을 내뱉는다.

 

특히 한곳에 오래 머물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주 만나게 되는 베트남 사람들과 정이 들어 헤어질 때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매일 가는 망고 스무디 가게 주인, 그들이 머무는 리조트의 직원들, 분짜 식당 주인을 비롯해서 야시장과 킹콩 마트, 17번 빈버스 등 매일 반복되는 다양한 일상 속에서 나 역시 그들과 동화되어 마치 그곳에서 만난 베트남 사람들을 나 또한 만난 것 같은 느낌이 가득 들었다. 안면을 트고 인사를 하다 결국 나이도, 이름도 알게 되는 사이. 여행임에도 그런 사이가 된다는 것은 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20대 시절 여름마다 한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갔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매년 가다 보니 마치 할머니 집에 가는 것처럼 들러서 점심도 먹고, 가지고 온 간식 꾸러미나 과일도 사다 드리고, 사진을 찍어서 우편으로 보내드리기도 하다 보니 할머니가 손자며느리를 삼고 싶다는 말씀(?)까지 하실 정도로 친해졌다. 아쉽게도 매년 갔었기에 갑작스럽게 다음 해부터 더 이상 가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지 못했던 것이 늘 아쉬움으로 가슴 한 편에 남아있다.

이 가족 역시 푸꾸옥과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을 떠올리면 그렇지 않을까? 언젠가 다시 푸꾸옥에 가게 되어도 여전히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인연을 만들었다는 것이 여행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고 보니, 과거에 재미있게 봤던 여행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그 여행기에 출연한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해당 지역을 여행하며 과거의 인연들을 다시 재회하고 반가워하는 장면이 등장했는데, 그들의 멘트를 들어보면 과거 이 지역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이라는 내용이 나왔다. 당시에는 잠깐 들른 곳에서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게 생각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가족과 같이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과의 인연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이런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일정에 쫓겨가며 많은 것을 보고 와야 한다는 책임감(?)에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때론 정해지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서로에게 소중한 기억을 남기는 여행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목적은 어디에도 없다.

무언가를 이루고, 얻고, 도달한다고 해도 얻을 수 없다.

삶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목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어딘가로 도달하는 여정이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목적지인지도 모른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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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대지 - 간도, 찾아야 할 우리 땅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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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중국을 다녀왔었다. 당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함께 여행한 일행 중에 나를 비롯하여 2명의 지인이 공부 중이었고, 백두산과 연변의 용정중학교와 일송정 정자, 광개토대왕릉비와 장수왕릉 등을 다녀왔다. 우리의 가이드는 조선족이었는데, 바로 이 문구를 놓고 격론 아닌 격론이 벌어졌다.

서위압록(西爲鴨綠) 동위토문(東爲土門)

동위 토문의 토문강이 어디일까? 당시 공시생 3명뿐 아니라, 우리 일행 중에는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쳤던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우리는 당연히 토문강이 송화강의 지류라고 이야기했지만, 가이드는 토문강이 두만강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가이드는 끝까지 두만강이라고 주장했지만, 우리의 역사 선생님은 그에 대해 정확한 표현과 역사 자료를 가지고 토문강이 송화강의 지류이며, 간도는 조선의 땅이라고 강하게 말씀을 하셨다.(물론 가이드는 탐탁지 않아 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책의 초반에 서위 압록 동위 토문이라는 이 여덟 자를 읽는 순간, 순식간의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더 감정이입이 되어서 이번에도 빠르게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책은 조선시대와 현대를 오가며 같은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며 이루어진다. 조선의 대동여지도의 제작자인 고산자 김정호는 백두산을 비롯한 그 주변지역을 답사하고 대동지지의 마지막 장 변방고를 완성해간다. 고산자는 제자인 양기문과 함께 지금은 물길이 사라진 토문강의 지류를 찾기 위해 산을 오르고, 물길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물길이었다는 중요한 사실을 확인하는 증거를 찾게 된다. 바로 백두산정계비에 적힌 토문이 두만강이 아닌, 송화강의 지류라는 사실을 찾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원군에 의해 실각한 안동 김씨 중 권력을 잡았던 사영 김병기는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이일을 청에게 일러 대원군을 끌어내리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 사실을 알게 되는 대원군은 우선 대동지지의 변방고를 숨기기로 한다.

지도는 지형을 기록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자연이 새긴 흔적들을 더듬고, 선인(先人)들이 남긴 자취를 찾아서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어우러져서 역사를 이어왔는지를 전달해야 한다.

한편, 박사과정 마지막 논문을 준비 중인 윤성욱은 잠깐의 시간이 나마 귀국을 하게 되고, 은사인 최성식 교수에게 인사를 갔다가 논문을 마치고 돌아오면 본교의 교 수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사실에 흥분한다. 물론 최성식이 성욱에게 자리를 주려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리학자인 베른하르트 교수 밑에서 박사학위를 받기 때문이다. 한편, 성욱은 방송사 PD인 동기 안철준을 만나러 갔다가 함윤희와 심병준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우리 땅 찾기 본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고대사 연구재단의 강윤배(전직 외교관 출신), 최성식과 과거사 문제로 껄끄러운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성욱은 몸을 사리게 되지만, 윤희가 철준에게 준 고문서 중에 외국의 지리학자가 백두산 지역을 탐방하는 일행과 마주한 문건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외국의 지리학자가 독일의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이고, 그가 만난 일행이 김정호라는 사실을 깨닫고 과거의 역사를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저자의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소설임에도 무척 흥미롭다. 그는 장영실의 제자와 구텐베르크, 홍경래의 난과 프랑스혁명 등 한국사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을 연결해 재조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이번에는, 독일 지리학자 리히트호펜과 고산자 김정호가 이어지면서 동북공정과 탐원공정을 통해 간도를 빼앗고자 하는 중국의 야심과 독도와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를 놓고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일본의 이야기가 곁들여지며 실제 영유권 문제의 갈등을 드러낸다. 처음부터 잘못된 간도협약을 통해 빼앗긴 간도는 과연 중국이 주장하는 대로 중국의 영토인가? 읽는 내내 씁쓸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외교라는 이름으로 과거사조차 제대로 바로잡지 못하는 무능한 인물들이 이야기에 울분을 느끼기도 했다. 국제법상 100년이 지나면 실제 점유하고 있는 나라에 귀속된다고 하는데(실제 국제법이 강제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남과 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 역시 간도의 귀속권에 대해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 않은 상태인지라 안타까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서위압록(西爲鴨綠) 동위토문(東爲土門)

지도는 지형을 기록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자연이 새긴 흔적들을 더듬고, 선인(先人)들이 남긴 자취를 찾아서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어우러져서 역사를 이어왔는지를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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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다 화학이었어 - 주기율표는 몰라도 화학자처럼 세상을 볼 수 있는 화학책
누노 마울리데.탄야 트락슬러 지음, 이덕임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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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은 본질적으로 원자들이 일으키는 반응과 결합에 대한 학문이다.

그래서 화학의 절반쯤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외곽에 둘 전자가 부족한 원자는 전자를 구하기 위해 교환, 구걸, 전투, 동맹, 배신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P.31

학창 시절 수포자, 제물포라는 단어가 문과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물론 이과에도 그런 학생들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문과가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화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몸서리를 치는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화학에 대한 격한 반응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화학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나는 물리를 제외한 생물, 화학, 지구과학을 좋아했다. 좋아한다고 했지, 잘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화학이 조금 더 좋아졌다. 책 뒤표지에 적혀있는 인류 역사의 모든 순간에는 화학이 있었다!라는 문구가 정말이구나! 하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고, 일상이 화학이구나! 하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그만큼 화학은 정말 우리의 삶에 모든 영역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아침에 먹은 음식을 소개하는데, 무척 복잡하고 아주 낯선 단어들이 많이 등장했다. 리보플래빈, 아스코르브산, 인, 염소, 엘데히드, 알코올이 들어있는 그의 아침은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사과다. 아니 사과 안에 뭐 이렇게 복잡다단한 화학물질이 담겨있는 것일까? 굳이 이 정도로까지 연구하지 않더라도, 책 속에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화학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예를 들자면, 바나나 향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바로 위스키가 필요하다. 위스키와 바나나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더 나아가 바나나 향과 산딸기향은 화합물 적으로 비교하기에 큰 차이가 안 난다는 사실. 궁금증이 동하지 않나? 바나나 향이나 산딸기향은 우리의 삶과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툴툴거린다면 이런 내용은 어떨까? 어제도 나는 양파를 썰었는데, 눈이 너무 매워서 혼났다. 양파를 썰 때 왜 눈물이 나는 걸까? 이 눈물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물론 화학적 측면에서다. 양파 안에 알리나아제라는 효소가 들어있는데, 양파를 자르면 이 효소가 알리인을 분해하고 습한 표면에 잘 달라붙는 성질을 가진 프로판다이올S옥시드라는 가스를 생성시킨다고 한다. 그 가스가 망막에 달라붙는데, 자극적인 물질이 달라붙은 망막을 씻어내기 위해 우리는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다 좋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론 대로라면 망막이 아닌 다른 곳에 습한 표면을 만들면 된다. 저자는 그에 대한 방법으로 젖은 수건을 어깨에 걸치거나, 혀를 내밀면 눈물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물론 모양새는 이상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몇 년 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서 16명의 환자가 사망한 일이 있었었고, 2004년 미국 중환자실에 있던 조산아들이 폐렴과 폐렴간균에 감염되었는데, 이 사건의 범인은 같았다. 과연 누가 범인이었을까? 바로 간호사의 손톱이었다. 긴 손톱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세균들이 들어있는데, 손톱 안까지 꼼꼼히 씻기 어렵기 때문이다. 길게 붙인 인조손톱 역시 그렇다. 그 안에 각종 세균들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을 한 것이다. 이것 역시 화학과 관련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롭기도 했고, 다양한 그림과 수식이 등장해서 이해를 도와주었다. 적어도 이 책은 화학에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화학적 지식과 함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지식도 담겨있기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화학은 본질적으로 원자들이 일으키는 반응과 결합에 대한 학문이다.

그래서 화학의 절반쯤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외곽에 둘 전자가 부족한 원자는 전자를 구하기 위해 교환, 구걸, 전투, 동맹, 배신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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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을 위한 딱 7일 수능 한국사
박순화 지음 / 푸른들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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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참 좋아해서, 대학 전공까지 심각하게 고민했었던 내가 유일하게 자신 없고 두려워하는 시대는 단연 근현대사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인지, 근현대사는 마음먹고 공부하고자 해도 쉽지 않다. 핑계라면 중학교 3학년 때는 진도 때문에, 고등학교 때는 수능을 코앞에 둔 탓에 정말 대충 훑고 지나간 여파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물론! 내가 학교를 다니던 20여 년 전만 해도 현대사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시대였던 터라, 광주민주화 운동을 광주 쿠데타로 배웠기에 선생님들 입장에서도 제대로 된 역사를 알려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울분과 죄책감(?) 등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를 남편과 하기도 했다.

각설하고, 이 책은 수능을 앞둔 수험생을 위한 책이다. 그 방대한 한국사를, 반만년의 역사를 단 7일 안에 정리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우선 가능하다. 왜냐하면, "수능"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직 역사교사로, 수능에 나오는 한국사의 출제경향을 먼저 설명한다. 2020년부터 작년 수능에 이르기까지 한국사는 근현대사에서 3/4 가량 출제가 되었다. 이는, 고등학교 한국사의 단원을 살펴봐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고대사~조선 후기 까지가 1단원, 개화기가 2단원, 일제강점기가 3단원, 현대사가 4단원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과서는 역사란 무엇인가? 혹은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해서 시대순으로 나열된다. 당연히 처음에는 의욕을 가지고 공부하지만, 점점 뒤로 갈수록 흐지부지되다 결국 조선 후기에서부터 손을 놓는다. 결국 출제 빈도의 3/4을 놓치는 결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거꾸로 책을 엮었다. 현대사부터 시작해서 일제강점기, 개화기를 거쳐 조선사, 고려사, 고대사로 마무리를 짓는다. 분량도 현대사~개화기까지의 430쪽 중 277쪽을 차지한다.

우선 책을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굵직한 단어들을 연결하고 스토리텔링으로 역사의 키워드를 잡았기에, 실제 문항에서 당황하지 않고 답만 쏙쏙 고를 수 있었다. 각 내용에 중요한 키워드는 색으로 표시했고, 소 단원의 말미에는 원 포인트 레슨이라는 부분을 통해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꼭 공부해야 할 부분을 꼬집어 준다. 물론 각 단원의 마지막에는 실제 기출문제를 통해 방금 읽고 공부한 내용이 어떤 식으로 출제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늘 헷갈렸던 현대사의 각종 개헌들과 날짜들, 무엇이 먼저인지 헷갈렸던 통일 관련 내용을 한 번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고, 일제 강점기 시대의 다양한 투쟁들과 식민통치방식 등 또한 정리할 수 있었다. 개화기에 등장하는 각종 사건들 또한 시대와 키워드 단어로 정리하니 한결 편하게 연결할 수 있었다. 조선사와 고려사, 고대사에서는 꼭 알아야 할 부분을 중심으로 짧고 굵게 설명하는데, 덕분에 확실히 공부의 분량을 줄일 수 있다.

400쪽이 넘는 분량임에도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을 깔끔한 정리와 함께 군더더기 없으면서 흥미롭게 역사를 훑을 수 있도록 설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지극히 수능생을 위한 한국사 책이다 보니, 한국사를 꼼꼼하게 배우려는 의도로는 아쉬움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본 목적에는 정말 확실하게 제 역할을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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