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포스터 심리학 -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신감 회복훈련
질 스토다드 지음, 이은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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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무척 관심이 가던 책이 있었다. 한참 아이와의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데다가, 내 단점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보이는 것 같아서 고민이 되던 때였는데 책 표지의 한 글귀가 눈에 와닿았다. 아쉽게도 위시리스트에만 있었지만, 덕분에 그 단어를 눈여겨보고 기업하게 되었다. 그 책의 제목은 임포스터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과거 내가 관심 있게 봤던 임포스터가 생각났다. 이번에는 부모를 넘어 좀 더 확장된 독자들을 향한 책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임포스터는 무엇을 의미할까? 임포스터를 우리말로 옮기자면 가면 증후군이라고 한다. 자신이 거둔 성공이 실력이 아니라 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불안 심리를 일컫는 말이 바로 임포스터다. 가면 증후군이라고 부르지만, 저자는 임포스터에 질병을 의미하는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질병은 다수가 아닌 소수, 특정 군이 걸리는 것인데 비해, 임포스터는 70% 이상의 사람들이 경험할 정도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불안 심리기 때문이다.

사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자존감이 낮다. 완벽주의적 경향을 가지고 있어서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때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바로 포기한다. 그래서 상당수는 시도도 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타인과 같이 일하는 것보다는 혼자 일하는 것을 즐기고, 결과물이 타인에게 어떻게 판단될까에 집중하기에 스스로 압박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설령 결과가 좋아도 내 능력보다는 단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반대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지극히 내 탓을 한다. 내가 무능력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붙인다.

저자 역시 임포스터를 경험한 사람이다. 그녀 역시 그녀가 성취한 결과물(책도 여러 권 냈다.)에 대해 불안해하고, 스스로의 능력이 아닌 다른 이유들을 들이대며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한다.(대놓고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저자는 임포스터를 5가지로 나눈다. 전문가 유형, 완벽주의자 유형, 독주자 유형, 타고난 천재 유형, 초인 유형.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두 모습의 사람이 둘 다 임포스터라는 것이었다. 한 사람은 회피형이다. 일을 미루고, 포기하고 하지 않는다. 당연히 성과가 없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워커홀릭이다. 살과 뼈를 갈아 넣을 정도로 심취해서 일을 한다. 이 둘의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이 둘은 모두 임포스터다. 전자는 불안과 고통을 돌파하기 힘들어서 포기한 것이고, 후자는 그 불안을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사람이다. 이 둘의 기저에는 스스로를 불신하는 임포스터가 깔려있다. 단지 그 모습이 어떻게 나타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임포스터 자체가 최악은 아닌 게, 임포스터는 어떤 면에서는 더 높은 성취를 이루어내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울감과 번아웃, 무력감이 나타나 스스로를 갉아먹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포스터는 도대체 왜 생기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누리지 못하는 소수자에 속하는 사람들에게서 이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칭찬을 받거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 채워져야 하는 부분의 극심한 결핍을 경험하는 경우 임포스터가 많이 나타나고, 상대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에게서, 백인보다는 유색인종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임포스터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임포스터의 근본적인 치료(?) 법은 없다. 그저 생각의 전환과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심리적 유연성. 몸의 근육을 키우기 위한 운동 중에는 특히 유연성을 요구하는 동작들이 많다. 몸이 유연하면 운동을 할 때 덜 다친다. 마음 역시 그렇다. 마음에도 유연성이 필요하다. 임포스터는 스스로 딱딱하게 굳고 갇힌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 좀 더 유연한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에게도 좀 더 너그러워지는 것. 바로 거기서부터 임포스터로 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은 책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책을 읽으며 나는 왜 임포스터를 경험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성공보다 실패에 대한 기억이 더 많고 깊이 자리 잡아서가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다. 또한 칭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던 어린 시절의 기억도 이유가 될 것 같았다. 서양에 비해 겸손의 미덕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많은 임포스터를 만들어 낸 것 같다. 강박적으로 스스로를 코너로 몰아붙이기 보다 심리적 유연성을 가지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연습. 책 안에 여러 방법들을 기억하고 적용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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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개정판)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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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때 처음으로 이 호수가 둥글다는 생각이 들었다.

둥그니까 이렇게 앞으로 뛰어가면 다시 그가 서 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그에게 멀어지면서 다시 그에게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원의 신비였다.

그러니 이 원에서 들어서 버린 나는 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다.

어찌 되었든 모두가 그에게로 가는 길이다.

P. 136

드디어 두 권의 책을 읽었다. 몇 년 전에 최홍 버전(공지영 지음)의 책을 읽었었는데, 그때와 또 느낌이 달랐다. 좀 더 입체적으로 이들의 사랑이 보였던 것은 준고 버전(츠지 히토나리 지음)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참 좋지만, 참 힘들다. 이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힘든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다. 그럼에도 사랑은 그만한 아픔의 가치가 있는 것도 맞다. 그래서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우리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 결심하면서도 또 사랑에 한 발을 내딛는 게 아닐까 싶다.

준고 버전에서 보이지 않던 부분이, 최홍 버전에서는 보였다. 준고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최홍은 이렇게 생각했다가 두 책을 읽으며 보완되어 마침내 하나가 된다. 그렇기에 가능하다면, 이 두 권을 꼭 다 읽기를 권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여성이고, 한국 사람이기에 홍의 이야기가 더 공감되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일본에 대한 감정이 썩 좋지 않다. 유난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런 나름의 이유로 올해 처음 일본을 다녀왔다. 물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썩~들지 않았다.(일본이라서 라기보다는 여러 다른 이유들 때문이겠지만...)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 간 홍은 낯선 일본의 공원에서 준고를 만난다. 첫눈에 그와 깊은 사랑을 할 것 같다고 느낀 홍은 그렇게 준고의 집에서 하루를 묵게 된다.(물론 준고는 홍에게 집을 내주고 나간다.) 처음에는 그와의 사랑을 부단히 잘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일본인이기 이전에 홍에게 유일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씩 이들의 사랑에도 파열이 생긴다. 유난히 외로움을 타는 홍은 준코와 같이 있고 싶었다. 아니 준고의 삶에서 자신이 1순위가 되길 바랐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첫사랑 같았던 사람과 헤어진 이유도 그의 삶에 내가 들어갈 자리가 너무 협소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내가 우선인 삶은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홍 역시 그랬다. 그래서 준고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늘려가는 것이 탐탁지 않았고, 자신에게 소홀해지는 것이 서러웠다. 집안의 반대도 있었다. 첫 손녀인 홍을 애틋하게 여겼던 할아버지는 일본에 대한 반감이 심했었고, 그랬기에 아버지 역시 사랑하는 일본 여인과의 결혼을 포기하고 어머니와 결혼을 했다. 준고와의 관계가 벌어질수록 그 사이로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껴들어왔다. 그리고 그날. 준고가 홍과의 약속을 어겼던 그날. 홍은 더 이상 준고와 함께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그곳을 떠난다. 사실 홍은 준고가 잡아주길 원했고, 조금만 더 홍에게 시간을 내줬다면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에 준고는 홍의 감정을 읽을 줄 몰랐다.

7년의 시간이 흐르고 출판사 통역자가 쓰러지는 바람에 홍은 그 자리를 대신했다가 작가가 되어 한국을 찾은 준고와 마주친다. 전부터 홍의 옆에는 민준이 있었다. 준고 버전에서는 깊이 있게 등장하지 않았던, 민준이 홍 버전에서는 좀 더 비중 있게 등장한다. 15살에 처음 만난 민준이 왜 여전히 홍의 곁에 남아있는지도 말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일본 여인과의 사랑을 포기했던 이유도 등장한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었지만, 홍 버전으로 만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좀 더 색다른 맛이 있었던 것 같다. 무뚝뚝하고, 표현이 없었던 준고에게 나 역시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남자와 여자이기에,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기에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더 컸던 것 같다.

조만간 쿠팡 플레이에서 이 작품을 반영한다고 하니, 이 둘의 사랑이 영상으로는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그런데 그때 처음으로 이 호수가 둥글다는 생각이 들었다.

둥그니까 이렇게 앞으로 뛰어가면 다시 그가 서 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그에게 멀어지면서 다시 그에게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원의 신비였다.

그러니 이 원에서 들어서 버린 나는 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다.

어찌 되었든 모두가 그에게로 가는 길이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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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한자어 알·쓰·한 1 - 정확하고 풍부한 어휘력 향상을 위한 알고 쓰는 한자어 알·쓰·한 1
박원길.박정서 지음 / 박영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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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해력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사실 문해력이라는 것이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 문장을 해석하려면 단어의 뜻을 알아야 하는데, 우리말의 상당수가 바로 한자다. 바로 한자를 알아야 제대로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 문해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다행이라면, 나는 중. 고등학교 6년 내내 한자를 배웠었다. 대학에 진학해서 전공 교수가 내준 첫 번째 과제는 한자로 된 전공서적을 풀어내는 것이었다. 뜻을 이해하라는 것이 아니라, 전공서적 여기저기 쓰여있는 한자를 한글로 해석(?)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겹치는 단어들이 상당수 있긴 했지만,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한자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하고 한자 공부를 시작했었다. 당시 내가 공부했던 책은 한자의 생김새를 통해 연상작용으로 한자를 쉽게 암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었다. 덕분에 한자를 공부하는 데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1급 자격증을 준비하려고 책을 구입했다가 이러저러 이유로 접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런 내가 다시금 한자 공부에 대한 생각이 든 것은 큰 아이 때문이다. 올해 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가 방과후 수업을 통해 한자 공부를 하더니 한자에 재미를 붙였다. 집에서 공부하는 탭에도 한자가 나오기에 자연스럽게 한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매일 일력을 통해 사자성어와 한자를 눈으로 익히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이 아는 단어가 나오면 흥미가 커졌다. 문제는 가끔 아이가 한자를 물어오는데, 아는 단어도 있지만 더러 낯선 단어가 종종 보였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아이보다 먼저 시작하는 게 좋을 거 같았는데 과거 내가 공부했던 책과 비슷한 책을 만나게 되었다.



알고 쓰는 한자어(알 쓰 한)는 현재 총 2권이 나왔다. 책 사이즈가 크지 않아서 들고 다니기 부담도 없고, 두 페이지 분량에 한자단어가 세 개 등장한다. 처음에는 세 단어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한자성어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또한 저자의 뜻이 있었다. 세 개 중 처음 나오는 한자는 기본이 되는 한자이고, 그 이후에 등장하는 두 한자는 응용한 자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한자 아래에는 음과 뜻이 나온다. 우선 눈으로 한번 훑고 나면 바로 이어서 한자를 쉽게 암기할 수 있는 설명이 등장한다. 스토리텔링이나 연상작용으로 공부를 하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는데, 알쓰한이 바로 그렇게 한자를 설명해 주고 있다. 연관되는 이야기와 함께 또 연관되는 한자어를 같이 만날 수 있기에 어렵지 않게 한자를 습득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 한자에 대한 별도의 설명뿐 아니라 한자 구조도 따로 나와있다. 등장한 한자가 사용된 단어나 낱말, 사자성어도 같이 곁들여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급수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 해당 한자가 몇 급에 등장하는 한자이고, 부수와 총 획이 어떻게 되는지를 별도로 표기해 주어서 기본기도 공부할 수 있다.

각 한자어의 분량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하루에 3페이지 정도씩 꾸준히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1권에는 3급~8급까지의 한자가 등장한다. 한자는 많이 써보는 게 도움이 될 텐데, 책에 QR코드를 통해 별도의 필사 노트와 오디오북이 제공되기 때문에 활용한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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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고해소 - 제3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
오현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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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읽기 시작했는데, 후회되었다. 재미있어서 날밤 샐 뻔했기 때문이다. 고구마 없이 빠른 전개였어서 가능했던 일.

책의 화자는 두 명이다. 과거 사건의 생존자이자 현직 신부인 스테파노 이성준. 과거 사건에 관한 편지를 받고 수사 중인 경위 권용훈. 둘의 접점은 1962년 8월 16일 능리산에서 벌어진 주파수 실종사건이다.

얼마 전 벌어진 문제로 옷을 벗어야 할 지경에 이른 권용훈 경위. 일이 잘 풀려도 옷을 벗어야 할 지경인지라 답답하다. 그러던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온다. 정작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희수가 발신인인 이 편지에는,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주파수 실종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왜 하필 용훈이었을까? 과거 한 인터뷰에서 과거 자신이 살았던 곳에서 벌어진 친구들 실종사건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딱 집어 용훈에게 편지를 보냈기에, 그는 다시 그곳을 향한다. 그리고 편지에 적힌 그림과 글을 토대로 나비봉 주변을 파헤치고, 시신 두 구를 찾아낸다. 확인 결과 이 시신 두구는 실종된 3명 중 2명(박경윤, 최정수)의 시신이었다. 남은 1명(소재욱)의 행방은 어떻게 된 것일까? 편지를 보냈던 이희수는 편지를 보내고 얼마 후 사망한다. 놀라운 것은, 이희수가 보낸 편지와 실제 필체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희수의 이름을 도용해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놈은 과연 누구일까? 800명이 넘는 재소자들을 확인하기로 하는 용훈은 결국 추리고 추려 4명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들 중 단 한 명, 유력 용의자로 보이는 김중화 만이 용훈과의 인터뷰를 거부한다.

한편, 생존자인 이성준은 신부가 된다. 충격이 커서였을까? 그는 과거 사건에 대한 기억이 지워진 상태다. 그런 그를 방문한 용훈. 사실 용훈은 사건의 주인공 4명과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던 동창이었다. 자신과 성준의 기억을 모조리 말해 겨우 성준의 기억을 돌리지만, 해당 사건에 대한 기억은 진술한 그대로일 뿐 다른 기억은 없는 상태인 성준과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용훈. 그날 이후 성준은 다시 과거의 간질이 재발한다. 몸이 안 좋아서 다른 신부에게 미사를 부탁한 날. 한 남자가 성준에게 고해를 한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과거 주파수 실종사건의 목격자라는 말을 하는데... 그의 말은 성준의 기억과 일치한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다시 성준을 찾은 남자. 과연 이 남자는 누구일까? 두 화자를 오가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사건의 실체와 진범. 과연 이들이 숨기고 있던 민낯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을 불러오고, 죄는 또 다른 죄를 불러오게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욕심이 결국 또 다른 비극을 낳았고, 그 비극은 부메랑처럼 자신과 아들에게 돌아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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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과학사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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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좋아하는 편이다. 학창 시절 점수가 좋진 않았지만, 물리를 제외하고는 꽤 흥미가 있었다. 물론 문과였기에, 심화과정으로 과학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과학에 관한 흥미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좋아하는 분야가 연결되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처럼, 역사와 과학 그리고 상식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뜻밖의 과학사 같은 내용을 참 좋아한다. 이 익숙한 향기(?)- 마치 토크쇼 진행자처럼 유머러스하게 내용을 이끌어 가는 능력-는 뭘까 싶었는데 양자역학 이야기를 통해 만난 적이 있었다. 양자역학이 지극히 물리를 다룬 과학이라면, 뜻밖의 과학사는 상당수가 화학이었고, 중간중간 물리가 곁들여져 있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다행이다. 난 물리가 무섭다...)

우리의 삶에는 우연과 필연이 있다. 이 둘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지극히, 다분히 주관적으로 "내" 판단이다. 그렇다면 책 안에 우연과 필연은 어떻게 구분될까? 실수가 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우연"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말 우연만 있을까? 그 실수를 위해 과학자들은 나름 부단히 실험을 거듭한다. 그들이 애초에 실험 자체를 하지 않았다면 정말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그런 결과를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필연을 위해 애를 썼고 그 결과가 주어진 것이다. 1장 서투름 안에 담긴 이야기 중 상당수는 방치하고 휴가를 보내고 오거나, 주말을 보내고 와서 일어난 일이다. 예상하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좋은 발견을 이루어내서 나도 뿌듯했다. 반면, 2장은 불운과 실패다. 1장에서 우연히 방치(?) 된 것이 발견으로 이루어진 데 비해, 2장은 정말 운이 없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필연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경우가 등장한다. 3장 놀라움과 4장 유레카 역시 각 제목 덕분에 특별한 과학사의 이야기들을 맛볼 수 있다.

책의 뒤표지에는 수식이 하나 등장한다.

과학자의 끈기 + 우연의 순간 = 과학의 발전

원하는 결과를 쉽게 얻은 것 같이 보이지만,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그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끈기 있게 실험을 한다. 때론 자신의 몸에 직접 실험을 해서 궤양을 만들기도 하는 등 직접 실험을 강행하기도 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은 바로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이야기였다. 그가 전화기를 발명하게 된 것은 착각 때문이었단다. 청각장애가 있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벨은 덕분에 언어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자신이 어머니와 의사소통을 위해 글자를 표현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구강 음향학 연구를 이어간다. 자신이 연구를 통해 발견한 사실을 40페이지로 작성한 벨의 연구 내용을 본 벨의 아버지의 친구는 이미 벨이 연구한 분야가 발표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먼저 발표한 헬름홀츠의 책을 벨에게 보낸다. 하지만 독일어로 쓰인 책을 이해할 수 없었던 벨은 도표를 보고 이미 송신기에서 수신기로 소리를 전기적으로 전송하는 방법이 고안되었다고 오해한다. 독학으로 전기 물리학까지 독학한 그는 결국 전화기를 만든다. 그 후 송신기에서 수신기로 소리를 전기적으로 전송하는 방법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벨.

벨과 댄치그의 이야기에 교훈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일의 어려움을 미리 알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어려움에 관한 예언은 그러한 예언의 실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일이 이미 해결되었다고 단순히 가정하는 것이다.

P. 44

결국은 오해가 그의 발명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벨의 끈기 있는 연구가 이뤄낸 결과라는 사실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책 안에는 참 다양한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나하나가 재미있었고, 매력적이었다. 실제 내용도 매력적이지만, 흥미롭게 책을 쓴 저자의 능력이라는 사실 또한 강조하고 싶다. 벨의 이야기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매력적인 과학사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직접 만나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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