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두 권의 책을 읽었다. 몇 년 전에 최홍 버전(공지영 지음)의 책을 읽었었는데, 그때와 또 느낌이 달랐다. 좀 더 입체적으로 이들의 사랑이 보였던 것은 준고 버전(츠지 히토나리 지음)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참 좋지만, 참 힘들다. 이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힘든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다. 그럼에도 사랑은 그만한 아픔의 가치가 있는 것도 맞다. 그래서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우리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 결심하면서도 또 사랑에 한 발을 내딛는 게 아닐까 싶다.
준고 버전에서 보이지 않던 부분이, 최홍 버전에서는 보였다. 준고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최홍은 이렇게 생각했다가 두 책을 읽으며 보완되어 마침내 하나가 된다. 그렇기에 가능하다면, 이 두 권을 꼭 다 읽기를 권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여성이고, 한국 사람이기에 홍의 이야기가 더 공감되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일본에 대한 감정이 썩 좋지 않다. 유난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런 나름의 이유로 올해 처음 일본을 다녀왔다. 물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썩~들지 않았다.(일본이라서 라기보다는 여러 다른 이유들 때문이겠지만...)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 간 홍은 낯선 일본의 공원에서 준고를 만난다. 첫눈에 그와 깊은 사랑을 할 것 같다고 느낀 홍은 그렇게 준고의 집에서 하루를 묵게 된다.(물론 준고는 홍에게 집을 내주고 나간다.) 처음에는 그와의 사랑을 부단히 잘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일본인이기 이전에 홍에게 유일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씩 이들의 사랑에도 파열이 생긴다. 유난히 외로움을 타는 홍은 준코와 같이 있고 싶었다. 아니 준고의 삶에서 자신이 1순위가 되길 바랐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첫사랑 같았던 사람과 헤어진 이유도 그의 삶에 내가 들어갈 자리가 너무 협소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내가 우선인 삶은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홍 역시 그랬다. 그래서 준고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늘려가는 것이 탐탁지 않았고, 자신에게 소홀해지는 것이 서러웠다. 집안의 반대도 있었다. 첫 손녀인 홍을 애틋하게 여겼던 할아버지는 일본에 대한 반감이 심했었고, 그랬기에 아버지 역시 사랑하는 일본 여인과의 결혼을 포기하고 어머니와 결혼을 했다. 준고와의 관계가 벌어질수록 그 사이로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껴들어왔다. 그리고 그날. 준고가 홍과의 약속을 어겼던 그날. 홍은 더 이상 준고와 함께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그곳을 떠난다. 사실 홍은 준고가 잡아주길 원했고, 조금만 더 홍에게 시간을 내줬다면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에 준고는 홍의 감정을 읽을 줄 몰랐다.
7년의 시간이 흐르고 출판사 통역자가 쓰러지는 바람에 홍은 그 자리를 대신했다가 작가가 되어 한국을 찾은 준고와 마주친다. 전부터 홍의 옆에는 민준이 있었다. 준고 버전에서는 깊이 있게 등장하지 않았던, 민준이 홍 버전에서는 좀 더 비중 있게 등장한다. 15살에 처음 만난 민준이 왜 여전히 홍의 곁에 남아있는지도 말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일본 여인과의 사랑을 포기했던 이유도 등장한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었지만, 홍 버전으로 만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좀 더 색다른 맛이 있었던 것 같다. 무뚝뚝하고, 표현이 없었던 준고에게 나 역시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남자와 여자이기에,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기에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더 컸던 것 같다.
조만간 쿠팡 플레이에서 이 작품을 반영한다고 하니, 이 둘의 사랑이 영상으로는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