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읽기 시작했는데, 후회되었다. 재미있어서 날밤 샐 뻔했기 때문이다. 고구마 없이 빠른 전개였어서 가능했던 일.
책의 화자는 두 명이다. 과거 사건의 생존자이자 현직 신부인 스테파노 이성준. 과거 사건에 관한 편지를 받고 수사 중인 경위 권용훈. 둘의 접점은 1962년 8월 16일 능리산에서 벌어진 주파수 실종사건이다.
얼마 전 벌어진 문제로 옷을 벗어야 할 지경에 이른 권용훈 경위. 일이 잘 풀려도 옷을 벗어야 할 지경인지라 답답하다. 그러던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온다. 정작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희수가 발신인인 이 편지에는,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주파수 실종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왜 하필 용훈이었을까? 과거 한 인터뷰에서 과거 자신이 살았던 곳에서 벌어진 친구들 실종사건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딱 집어 용훈에게 편지를 보냈기에, 그는 다시 그곳을 향한다. 그리고 편지에 적힌 그림과 글을 토대로 나비봉 주변을 파헤치고, 시신 두 구를 찾아낸다. 확인 결과 이 시신 두구는 실종된 3명 중 2명(박경윤, 최정수)의 시신이었다. 남은 1명(소재욱)의 행방은 어떻게 된 것일까? 편지를 보냈던 이희수는 편지를 보내고 얼마 후 사망한다. 놀라운 것은, 이희수가 보낸 편지와 실제 필체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희수의 이름을 도용해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놈은 과연 누구일까? 800명이 넘는 재소자들을 확인하기로 하는 용훈은 결국 추리고 추려 4명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들 중 단 한 명, 유력 용의자로 보이는 김중화 만이 용훈과의 인터뷰를 거부한다.
한편, 생존자인 이성준은 신부가 된다. 충격이 커서였을까? 그는 과거 사건에 대한 기억이 지워진 상태다. 그런 그를 방문한 용훈. 사실 용훈은 사건의 주인공 4명과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던 동창이었다. 자신과 성준의 기억을 모조리 말해 겨우 성준의 기억을 돌리지만, 해당 사건에 대한 기억은 진술한 그대로일 뿐 다른 기억은 없는 상태인 성준과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용훈. 그날 이후 성준은 다시 과거의 간질이 재발한다. 몸이 안 좋아서 다른 신부에게 미사를 부탁한 날. 한 남자가 성준에게 고해를 한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과거 주파수 실종사건의 목격자라는 말을 하는데... 그의 말은 성준의 기억과 일치한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다시 성준을 찾은 남자. 과연 이 남자는 누구일까? 두 화자를 오가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사건의 실체와 진범. 과연 이들이 숨기고 있던 민낯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을 불러오고, 죄는 또 다른 죄를 불러오게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욕심이 결국 또 다른 비극을 낳았고, 그 비극은 부메랑처럼 자신과 아들에게 돌아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