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코 서경석 쌤의 콕콕 한국사 일력 365 (스프링)
서경석 지음, 방정혁 그림, 김재원 감수 / 알라딘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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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엄마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큰 아이는 유달리 역사를 좋아한다. 우연히 마주한 역사만화를 보면서 역사의 재미를 알게 되어서 그런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2년 가까이 방과후 수업의 역사를 듣고 있다. 


 역사의 관심이 많다 보니 엄마 입장에서 욕심이 났다. 지인의 4학년 아들이 얼마 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을 취득했다는 말을 듣고, 두 마음이 교차했다. 우리 아이도 역사에 관심이 많으니, 우선 기본과정 4~6급 시험부터 도전을 해볼까? 하는 마음과 아직 정규 교과가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시험 준비를 하다가 질리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의 마음이었다.


 기왕이면 가랑비에 옷 젖듯 자연스럽게 역사 지식을 알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국사 일력을 만나게 되었다. 얼마 전 저자가 쓴 한국사 책을 구입했다. 헷갈리는 내용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는 광고를 보고서다. 물론 아직 책의 표지만 본 상태긴 하지만, 그 책과 병행하면 조금 더 재미있게 한국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일력을 좋아한다. 마음잡고 앉아서 30분~1시간씩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매일 꾸준히 한 페이지 분량의 내용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쌓여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일력(대부분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한자성어나 한자, 속담 등)들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덕분에 그중 하나는 내 회사 책상 위에 있다. 나라도 한자 공부를 좀 하자고...!


 문해력을 키우겠다는 엄마의 욕심(아이는 관심 없는) 때문이라서 그동안의 일력을 1년 동안 꾸준히 보는 것을 실패했지만, 한국사는 좀 다를 것이다!라는 작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아이는 한국사라는 말에 큰 관심을 보였다. 1월부터 12월까지 일력은 시대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능검 시험에 꼭 출제되거나, 한국사에서 꼭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들을 그림과 사진을 곁들여 설명해 주고 있다. 물론 이 안에도 어휘(문해)나 꼭 암기해야 하는 방법들은 연상작용 등을 통해 쉽게 기억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앞에 말한 "서경석의 한국사 한 권"과 병행하면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매일의 퀴즈도 나온다. 정답은 뒤집어서 쓰여있으니 매일 내용을 공부하고 풀어보는 것도 좋겠다. 문제를 풀고 내용을 파악하면서 자연스럽게 암기할 수 있기에 한능검 시험을 준비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해당 분량이 많지 않아서 바쁜 아침에 눈으로 살짝 읽어보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어봐도 좋겠다. 무조건 암기하기 위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시대순으로 등장하니, 매일 꾸준히 읽으면 한국사의 전체 맥락과 순서를 파악하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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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국경제 대전망 - 2026 ECONOMIC ISSUES & TRENDS
오철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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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특히 2026년은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계화로 대표되는 전 세계의 경제통합이 후퇴하고 세계 경제의 분열이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해를 앞두면 갖가지 전망들이 등장한다. 특히 새해의 트렌드에 대한 책은 어렵지 않게 찾아보지만, 우리의 삶에 더 깊은 영향을 미치는 경제동향에 대한 책은 올해 처음으로 읽는 것 같다. 이미 10년째 매년 경제 동향과 전망에 관한 책을 연구하고 발표했다고 하니, 조금 부끄럽고 민망하기도 했다.



사실 새해가 되면 목표도 생기고 올해보다는 조금 더 재정적으로도 좀 더 윤택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근거 없는 낙관적 희망이 아닌, 그동안의 경제전망을 통해 다가오는 해의 경제는 어떨지에 대한 좀 더 전문적이고 냉철한 시각을 가지게 된다면, 그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경제 전문가들이 함께 쓴 2026 한국경제 대전망을 통해 2026년의 우리의 경제는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해 본다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 상당히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언급하고 있는 것은 바로 트럼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보호무역과 관세에 대한 문제다. 얼마 전 방한으로 경주가 떠들썩했던 트럼프의 정책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영향력 만큼이나 막강하다. 그의 발언과 정책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주식시장과 금리 등과 관련된 5장의 내용이었다. 사실 정권이 바뀌고 나서, 현재의 주식시장은 4,000p를 돌파하는 등 상승을 이루고 있다. 사실 재테크에 워낙 지식이 없던 터라, 십여 년 전 넣어둔 펀드가 갑자기 오르는 걸 보고 당황했다. 몇 년 전 오르기를 기대하지 말고 본전만 된다면 과감히 팔라는 뱅커의 말을 들을 정도로 그냥 방치되어 있었는데, 50%를 넘어 70%의 육박한 오름세에 좋긴 했지만, 도대체 무슨 이유로 펀드가 오르는지는 잘 몰랐었다.



다행히 5장에 그 이유가 좀 더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의 오름세가 내년까지 영향을 미칠 텐데, 그 이유는 대내적으로 지배 구조의 개선과 대외적으로 달러 약세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앞에서 말한 지배 구조의 개선은 바로 올해 7월 개정된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나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사외의사라는 명칭을 독립 이사로 변경 등의 내용을 말한다. 아무래도 투자를 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것이 바로 지배 구조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소액 주주들의 경우 회사가 성장해도 배당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바로 이런 부분이 이번에 개정되었다고 하니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소액주주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 부분이 주가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물론 2026년의 경제는 생각보다 부정적인 전망도 많다. 내년에도 쉽지 않은 경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지만 위기는 돌이켜보면 기회였다는 사실을 올해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행운은 뒷머리가 없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경제 전망을 통해 준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역할은 나만이 할 수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과 스테이블 코인 등의 가상화폐, k 컬처 붐 등 다양한 경제 동향과 전망을 통해 경제에 대한 냉철하고 정확한 눈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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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 - 사람을 보고 길을 찾은 리더의 철학
권영수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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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은 평생직장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대기업이라도 한번 들어간 직장에서 소위 뼈를 묻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직장에서는 있어주길 원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이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책의 저자는 물론 1957년 생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 직장을 45년을 다녔고 평사원으로 입사해서 부회장으로 퇴직을 한 LG그룹 최고경영자 출신 권영수 님의 저서다.  


 사실 책의 초반을 읽으며,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의 성공기인가? 하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시작부터 병역 특례를 위해 열심히 공부해 카이스트에 입학을 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약간의 이질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마치 수능 만점자의 수기에 꼭 등장하는 국영수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했다는 이야기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서전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이유는 자신의 삶을 적어내린 글이라고 하기에 이 책을 읽는 사회생활의 후배들을 위한 자신의 경험담 속에 녹아있는 성공의 포인트 속에 애정이 듬뿍 묻어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성실하고 꾸준한 것이 미덕이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서 그런지 좀 다른 방식의 성공 포인트들이 많은 것 같다. 우선 이 책의 저자는 꾸준함과 성실함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았다.




 한편으로는 미움받을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 미움받은 용기 전에 내가 한 일에 대한 확실한 기준과 그것이 옳다는 판단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하나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업무 능력의 탁월함과 그에 대한 주위의 인정.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식의 능력으로는 결코 저자와 같은 성공을 이룰 수 없다.


 또 하나!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자신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새로운 업무를 받고 그에 대한 효율성을 구사했지만, 자신이 만든 매뉴얼 등을 바탕으로 후배들은 조금 더 편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는데 그를 위해 저자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의 희생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이런 자세는 업무에 대한 기쁨과 함께 타인을 향한 애정이 밑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하는 사람은 다르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그의 뛰어난 능력 이전에 꾸준함과 나뿐 아니라 타인과 소통하며 겸손한 자세로 배우려고 하는 모습들, 모두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고 바꾸려는 노력들이 바로 저자의 성공의 비결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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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오브 도어즈
개러스 브라운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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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떤 문이든 모든 문이 된다.

 어린시절 참 많은 상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읽던 동화 속 세계에 들어가 공주도 되보고 싶었고, 탐나는 보석들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조금만 크면 알게 된다. 그 모든 것은 동화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나서 한번씩 내게 초능력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장소로 순간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만원 지하철에 끼어탔을 때,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너무 피곤한 월요일 아침이면 매일 같이 드는 생각이다. 그렇게 어린시절 내 상상력은 지극히 실 생활에 필요한 정도의 선 안에서만 펼쳐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나 또한 주인공 캐시 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정말 내 손에 문의 책이 있다면 나는 어디를 가장 먼저 떠올릴까? 상상만 해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뉴욕 어퍼 이스트사이드에 있는 서점 컬너북스의 직원 캐시는 단골손님인 존 웨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웨버 씨는 늘 옷을 단정히 차려입고 늦은 시간 와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는다. 그는 지금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고 있다. 오래 전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도 그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웨버 씨이기에 그 익숙한 감정에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눈보라가 치는 날이었던 지라, 바깥을 돌아보는 사이 그렇게 웨버 씨는 조용히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은 캐시에게도 꽤 큰 충격이었다. 경찰과 구급차에 웨버 씨를 인계한 캐시. 가게를 정리하다 웨버 씨 자리에 두고 간 두 권의 책을 보게 된다. 그 중 한권은 웨버 씨가 죽기 전에 읽었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고 또 한권은 가죽으로 쌓인 작은 책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건 문의 책이다.

손에 들고 있으면 어느 문이든 모든 문이 된다.



라는 글이 쓰여있었다. 또한 이 책을 캐시에게 준다는 웨버 씨의 편지도 담겨있었다. 이게 무슨 뜻인 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은 캐시. 룸메이트인 친구 이지와 함께 웨버 씨 이야기를 하면서 책을 꺼낸다. 과거 여행을 갔던 베네치아 이야기를 나누던 둘. 갑자기 캐시의 눈 앞에 참 좋았던 베네치아의 광경이 펼쳐진다. 그렇게 캐시와 이지는 문의 책의 사용법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지는 이 책의 대단한 능력에 걱정이 앞선다. 캐시 같이 선량한 사람에 손에 이 책이 있으니 망정이지, 나쁜 마음을 먹고 악용하는 사람 손에 들어갔으면 어쩔 뻔했냐는 내용이다. 이 말은 꼭 복선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의외로 세상에는 많은 특별한 책들이 있었다. 문의 책 뿐 아니라 환상의 책, 그림자의 책, 행운의 책, 치유의 책... 그 마다의 쓰임이 있기에 이 책들은 누군가의 손에 들려있다. 문제는 앞에서 말했듯 책의 능력을 노리고 소위 사냥을 하는 책 사냥꾼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캐시에게 문의 책이 있다는 사실을 들은 책사냥꾼은 그녀를 쫓기 시작한다. 그들에게는 단지 책을 소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 조차 아무렇지 않았다.


 다양한 책 만큼이나 숨가쁘게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하고,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사실 처음에는 모두가 다 의심스러웠다. 이 사람이 정말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건가를 자꾸 의심하게 되기도 했다. 왜 하필 웨버 씨는 캐시에게 이 책을 준 것인지도 무척 궁금했다. 물론 끝까지 읽어야 그 모든 비밀과 진실이 풀린다는 사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었던 캐시에게 문의 책은 꼭 필요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뻔한 이야기일 지 모르겠지만, 이 부분을 읽으며 괜시리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그리움의 깊이와 감정이 내게도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신비한 여러 책이 등장하다보니 어떤 책을 가장 가지고 싶은지를 나도 모르게 상상하게 된다. 과거였으면 문의 책이 가지고 싶었겠지만 지금은 치유의 책이 꼭 필요하다. 많이 아픈 조카가 꼭 건강하게 일어설 수 있을거라는 작은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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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과 금붕어
나가이 미미 지음, 이정민 옮김 / 활자공업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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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죽음을 주제로 요양보호사와 인터뷰를 한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의 체험판처럼 이 책을 만났다.  재봉틀과 금붕어라는 제목이 무슨 의미인 지 궁금했는데, 많이 아픈 뜻이었다.


 주인공은 야스다 가케이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다. 가족 방문일을 제외하고는 요양보호사와 주간보호센터에서 가케이를 돌본다. 밋짱이라고 부르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병원을 방문한 날. 자신을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런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상황이라니...! 


 밋짱의 도움으로 먼저 배꼽을 바라보며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하는 포즈를 해야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힘들게 일어났는데, 걷는 것도 어기적 어기적. 기저귀를 차고 종종걸음을 걷는 모습에 스스로 속이 상할 정도다. 왜 이렇게 문이 먼 걸까? 


 검진 결과 특별히 나빠진 것은 없음에도 약이 바뀌었다. 무슨 성분인지 궁금했지만, 가케이의 물음에 의사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안 들리는 건 노인들이나 활용 가능한 건데, 괘씸하기만 하다. 가케이를 대신해 밋짱이 대신 약에 대해 묻는다. 의사는 가케이에게 탄산 리튬 성분의 항조제를 처방했다. 몇 달 전 이 성분이 든 약을 먹고 큰일이 날 뻔했기 때문에 밋짱은 의사에게 이 약을 빼달라고 말한다. 상황 설명을 했음에도, 의사는 기분 나쁜 티를 내면서 지금 이야기 한 모든 것을 적어두겠다고 반 협박을 한다. 의사가 이 약을 처방한 이유는 너무 업되어 시끄럽게 떠드는 가케이를 좀 안정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란다. 여기에 대응하는 밋짱! 이 책에서 가장 사이다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밋짱은 가케이씨의 인생은 행복했나요?라는 질문을 건넨다. 그리고 치매를 앓는 가케이는 자신의 인생을 떠올려본다. 술에 취해 폭력을 내뱉는 아버지, 가케이를 낳고 사망한 어머니, 파친코 가게를 하다 자살한 오빠 긴짱. 윤락가 출신이자 가케이에게 폭력만 휘둘렀던  새엄마.  아픈 기억들만 떠오른다. 


 아버지는 자녀들을 돌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핏덩이 가케이를 돌보지 않고 긴짱에게 맡기다 보니 긴짱은 집에서 키우는 개 다이짱의 젖을 먹고 자랄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행히 옆집 할머니로부터 재봉을 배운 가케이는 그날부터 부지런히 일을 찾아 한다. 레이스 달린 여성 속옷을 잘 만들어 견본품이 될 정도로 칭찬을 받지만 돈은 벌지 못했다. 나쁜 사장이 다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다가 오빠의 파친코 가게에서 빚을 진 남자와 갑작스럽게 결혼을 한다. 그에게는 이미 미노루라는 아들이 있었다. 미노루의 생모는 미노루를 버리고 집을 떠났고, 관공서에서 일하던 미노루의 아버지는 노름에 빠져 큰 빚을 지게 된다. 당시 파친코 가게를 운영하던 긴짱은 기계를 만져 손님들을 속이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렇게 한 결혼에서 가케이는 아들 겐이치로를 낳는다. 어느 날, 미노루만 남기고 남편이 사라진다. 졸지에 미노루와 겐이치로를 키워야 할 상황이 된다.


 그 와중에 임신을 한 가케이. 가케이가 임신을 하자, 긴짱은 아이를 지우라고 닦달을 하지만 가케이는 아이를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혼자 화장실에서 진통을 하며 딸을 낳은 가케이. 오빠인 긴짱은 아이에게 미치코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정말 아이를 살뜰히 돌봐준다. 미치코에게 제대로 된 삼촌이 되고 싶었던(실은 아빠처럼 미치코를 돌봤다.) 긴짱은 새사람이 되어 열심히 산다. 자신의 몸에 있던 문신까지 지우고 말이다. 긴짱의 아내였던 히로세 역시 미치코를 돌본다. 하지만 그런 미치코는 오래지 않아 사망하게 되고, 미치코의 사망은 가족 전체에게 끔찍한 기억을 선물하는데...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말을 이제서야 조금씩 이해를 하는 나이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노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2년 전에 죽은 아들 겐이치로에 대해 늘 묻는 가케이는 그럼에도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쉽게 놓이지 못한다. 이 책의 제목인 재봉틀과 금붕어는 가케이에게 가장 아픈 기억이 아니었을까 싶다. 치매 노인의 이야기라고 해서 이해하기 힘들까 봐 걱정했는데, 역자의 말처럼 눈물이 핑 도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불행하고 아팠던, 특히 가족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가케이의 삶은 단편적으로 보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고 불행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떠올린다. 이만하면 잘 살아온 인생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말이다. 


 아픈 몸과 마음에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내뱉는 것은 노인인 지금뿐 아니라 어린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가케이를 아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상처를 보듬아 주고 용서하는 모습들이 꽤 오래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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