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탄생
정명섭 지음 / 생각학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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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학창 시절 배운 임시정부는 솔직히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니었다. 과연 내 나라도 아닌 타국에서 임시정부를 세운 그들이 과연 독립에 어떤 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사 수업이 늘 근현대사 부분에서 이르러서는 늘 시간에 쫓겨 대충 시험에 나올 문제들만 배우고 넘어갔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기 때문도 있다. 성인이 된 후, 근현대사에 대한 목마름은 계속되었고 자연스레 찾아서 읽게 된 책 속에서도 임시정부에 대한 비중은 크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 속 임시정부와 달리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 독립을 위해 싸운 임시정부의 독립운동가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읽었던 안중근 의사에 관한 책과 근현대사에 대한 기록들을 통해 조금씩 임시정부의 의미와 그곳에서 했던 일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 대한민국의 탄생을 읽으며 그동안 읽었던  책들이 다루고 있는 근현대사와 임시정부의 퍼즐이 하나씩 맞아가면서 조금씩 윤곽을 만들어가고 있다. 


 주인공인 진수는 젖먹이 시절 부모님, 삼촌(작은아빠)과 함께 하와이로 이주한 이주민이다. 그곳에 도착한 지 오래지 않아 병을 얻은 진수의 부모님은 차례로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남겨진 진수와 삼촌. 사진 신부로 하와이에 시집온 숙모와 셋은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진수는 어린 시절 조선을 떠나기도 했고, 하와이로 이주하게 된 계기가 독립운동을 하던 작은아빠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작은아빠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결국 작은아빠 때문에 하와이로 오게 되었고, 그래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와이에 이주해 온 조선인들은 받은 봉급을 모아 조선의 독립운동을 하는 단체에 기부도 하고, 일본인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진수는 이런 것들에 대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독립자금을 상하이로 운반하는 역할을 맡은 현윤혁 목사와 동행하기로 한 학생이 갑자기 못 가게 되자 목사는 진수의 집을 찾아온다. 일본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삼촌과 조카로 변장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진수는 이 일로 좀 큰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는 현목사와 작은아빠의 말에 진수는 현목사의 일정에 동행하기로 한다. 배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친일파 유형식과 논쟁을 하게 된 현목사는 상하이에서 내리는 배에 감시가 붙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금으로 가지고 온 돈을 진수에게 맡긴다. 현 목사를 마중 나온 17살의 여학생 이정화를 만나게 된 진수는 갑작스럽게 떠오른 여운형을 만나게 되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조선의 독립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 조국 조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한편, 목판을 맨 한국인 장사꾼으로 꾸미고 조선의 정보를 캐내는 일본인 요시치는 경무 총장과 하란사 독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조선인 모임에서 일어난 이 사건의 배후에는 일본이 있었다. 바로 병원의 간호사와 의사를 매수해서 독살 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조계지인 상하이 안으로 독립 자금이 들어올 거라는 첩보를 입수한 요시치가 주목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하와이에서 독립자금을 들고 들어온 현윤혁이었다. 현 목사와 헤어지기 전 저녁 무렵에 조계지 안의 한 주소를 받은 진수는 과연 무사히 독립자금을 전달할 수 있을까?


 1945년 해방으로부터 80주년이 되는 2025년. 그리고 1919년. 3. 1 운동과 같은 해에 상하이에 세워진 임시정부. 이름도 없던 조선이 지금은 어느 나라에 가도 어려움 없이 대접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 그 안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 그리고 목숨이 들어있다. 3.1운동만큼이나 의미 있는 4월 11일. 임시정부가 세워진 날. 적어도 이날을 마주할 때마다 임시정부를 기억해야겠다. 그리고 이를 위해 희생한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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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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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통해 작가 폴 오스터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아쉬운 것은 내가 처음 만나게 된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책 안에는 유독 죽음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가 전면을 흐르고 있다. 


 책의 제목은 이 책의 주인공의 이름이다. 바움가트너는 10년 전 아내 애나를 떠나보냈다. 아내와의 이별은 갑작스러웠다. 파도가 센 날 바다로 들어간 애나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바움가트너 역시 파도가 세기에 애나에게 바다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고집이 있는 애나는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고, 그날 이후로 그녀를 볼 수 없었다. 평생을 같이했던 아내를 잃은 바움 가트너는 아내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뭔가를 하다가도, 집 안에 아내가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책의 시작은 노 교수인 바움가트너가 밤 10시가 넘은 시간 누나 나오미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거실에 나오자마자 탄 냄새를 맡게 된다. 불에 올려놓고 깜박한 오래 사용했던 냄비가 타고 있었고, 냄비를 만지다 손을 데인다. 그때 마침 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건 사람은 누나가 아니라 계량기 검침원 에드였다. 일을 막 시작한 그는 늦은 시간에 방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무척 미안하게 생각하며 미리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걸려온 또 한 통의 전화. 바움가트너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플로레스 부인의 딸인 로지타였다. 아버지가 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 급하게 가느라, 플로레스 부인이 방문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전화였다. 아이를 다독이며 전화를 끊고 얼마 안 돼서 에드가 방문을 한다. 바움가트너는 에드와 함게 지하실로 내려가다가 넘어져서 무릎 부상을 입는다. 에드의 도움으로 겨우 거실로 올라온 바움가트너. 찜질할 얼음도 없는 상태지만, 에드는 바움 가트너의 상태를 부지런히 살핀다. 바움가트너는 그런 에드를 보내고 홀로 집에 남는다. 모두가 사라진 집에서 혼자 있다 보니, 바움가트너의 눈에 와닿는 것들이 있었다. 탄 냄비와 애나가 쓰던 타자기와 그녀의 원고들... 마치 이곳에서 애나만 사라져 버린 것 같다. 마치 신체가 절단된 사람이 여전히 신체의 간지러움과 아픔을 느끼는 것처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바움가트너에게는 애나와의 이별이 그렇게 느껴진다. 순간순간 무언가를 마주할 때마다 애나와의 기억이 불쑥 떠오르니 말이다.


 애나가 남긴 원고들을 모아 읽던 바움가트너는 한 번도 마주한 적 없었던 애나의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사랑했던 연인을 사고로 잃고 슬픔 속에 빠져있던 애나. 그리고 그렇게 찾아온 또 다른 사랑. 어느 날, 애나의 발표되지 않은 원고들을 연구하겠다고 바움가트너를 찾아온 주디스. 주디스는 바움가트너와 달리 사랑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이혼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디스와의 만남은 바움가트너에게도 또 다른 삶의 생동력을 불러일으키는데...


 애나가 남긴 글들을 읽으며 바움가트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도 애나가 자신과 같은 이별의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에 공감을 했을까? 마치 로지타의 전화를 받고 절단된 두 개의 손가락을 떠올리는 장면이 아내 애나를 떠나보낸 바움가트너의 상황과 교차하면서 또 다른 느낌을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실 막상 이별을 했을 때는 그 슬픔에 사로잡혀 아픔을 모르는데, 시간이 지나 순간순간 무언가를 통해 떠오르는 기억들이 이별을 떠올리고 아프게 만든다고 한다. 노 교수와 연구자를 하나로 엮어 준 애나의 글들. 폴 오스터와 첫 만남이 이별에 관한 내용이라 더 깊이 각인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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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신들 - 신화 속 신과 영웅의 이야기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스즈키 유스케 지음, 정보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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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신화가 존재했다니! 신화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바로 그리스 로마신화다. 요즘은 토르의 영향으로 북유럽신화도 아는 사람이 생겼지만, 켈트신화와 이집트 신화, 인도 신화와 메소 아메리카 신화까지... 아마 이 책 하나면 신화에 대한 개괄을 충분히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에 대해 도표와 그림 등을 통해 정리를 해놨기 때문에, 한결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매력이다. 솔직히 그리스 로마신화를 정말 여러 번 읽었는데, 몇몇 신을 제외하고는 족보부터 헷갈리기 시작한다. 특히 최고의 난봉꾼(?)으로 유명한 제우스의 족보는 일부러 헷갈리게 만들기 위한 신(?)의 한수인가 싶을 정도다. 다행이라면, 이 책 안에는 그 복잡다단한 제우스의 족보도 말끔히 정리되어 있다. 거기에다 제우스가 어떤 방식으로 바람을 피웠는지도 설명이 되어 있기에 확실한 정리가 된다. 사실 이 책 전에 나온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1이 바로 그리스 로마신화였는데, 여성편력이 심했던 제우스에 대한 소명(?)을 확실히 해주고 있기에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면 좋겠다.(꽤 설득력 있다. 나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실 이 책에서 궁금했던 것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제외한 다른 신화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리였다. 2장부터 등장하는 북유럽신화와 켈트신화, 그리고 한 장으로 모여있는 이집트, 인도, 메소아메리카(마야문명과 아스테카 문명) 신화에 이르기까지 본 적은 있지만, 정리되지 않았던 신화들이 속 시원하게 정리되어 있다. 족보는 기본이고, 신화 속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설명해 주는데 앞 쪽에서의 부족한 설명은 뒤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에 당장 이해가 안 되거나 복잡해도 차근차근 읽어보자. 아마 조금씩 신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 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집트를 만났는데, 박물관에서 여러 동상들을 보여주고 지나갔었다. 물론 그 프로는 예능이었기에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 책을 통해 이집트 신화를 마주하고 나니 그동안 봤던 영화 속 혹은 예능 속에서 만났던 이름들이 떠올리면서 아! 하는 감탄이 나왔다. 가령 영화 미이라 속에 등장한 아문 라나 개의 동상으로 만났던 아누비스(망자의 신) 등을 다시 만나면서 이름만 알았던 이집트 신화가 확실히 정리가 되었다. 그 밖에도 인도하면 떠오르는 코끼리 신 가네샤와 어디선지는 몰라도 정말 많이 들었던 시바 신 등 각 신화 속 신들을 다시 만나며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책을 읽으며 다 다른 신화를 가졌지만, 가장 강한 최고의 신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인간생활을 그대로 모방하여 만들어진 신화 속 신들 역시 인간과 비슷한 모습(욕심, 화, 행복 등)을 가지는 형태로 그려졌다는 것에 또 다른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신화는 당시의 환경과 문화를 담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척박하고 추운 북유럽의 기후처럼, 북유럽 신화는 불사일 거라 생각했던 신들의 세계도 멸망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신이 다시금 신의 나라와 인간의 나라를 세워나간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의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신화 속 이야기가 모티프가 된 작품들이 떠오를 거라는 그 말 그대로 책을 읽으며 다양한 작품들이 지나갔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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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고정욱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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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 근래 고정욱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읽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서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리 오래지 않았다. 막상 내가 그의 저작들을 읽을 때는 몰랐다가 이 책의 소개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실 제목을 보고 나 또한 내 어릴 적 꿈을 떠올렸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을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마냥 가지고 있던 교사의 꿈을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구체적으로 초등 교사로 정하게 되었는데, 그 꿈은 고3 수능을 마치고 산산이 깨졌다. 점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할 지경이었기에 재수는 꿈도 못 꿨고, 재수하지 않기 위해 하향지원했던 학교에 결국은 입학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수능을 망친 것이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만큼이나 꼬장꼬장하고 FM인 내 성격은 오히려 교사로서는 부적합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로 유명한 저자의 이 책은 본인의 삶을 적어 내려간 에세이집이다. 특히 장애인으로 살았던 그동안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우리는 배려라 생각하고 했던 행동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편함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장애인을 인식하지 않고 지은 건물들, 화장실, 계단, 통로 등이 장애인들에게는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차라리 물어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지금은 과거에 비해 학교나 도서관 등의 공공건물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장애인들은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장애인들은 이런 현실에 역차별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강제 봉사활동 때문에 근방에 있는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쉽지 않았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확인증을 받으면서, 단체의 간사님과 잠깐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분 역시 한쪽 팔이 없는 장애를 가지고 계셨는데,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대놓고 편견을 가지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불편하지 않은 몸을 가지고도 쉽지 않은 사회생활인데 한 곳이라도 핸디캡이 있다면 얼마나 힘들까? 물론 저자 이과가 적성에 맞았음에도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결국은 포기하고 문과에 갈 수밖에 없었고, 박사학위까지 받았음에도 교수로 임용이 거절되는 등 쉽지 않은 경험들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갔고, 결국은 청소년 작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책을 읽으며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필요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려서부터 나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자."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 그게 한편으로는 열심히 사는 원동력이 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필요를 잣대로 사용하게 되기도 했다. 회사일이나 집안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기에 정말 숨 쉴 틈조차 없이 빡빡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이 책의 초반에 저자는 이런 물음을 던진다. 쓸모와 실용이 존재 가치를 결정하는 것일까? 세상에는 쓸모 있는 것들만 있어야 하는가? 이 질문을 읽으며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그렇게 생각하고 나뿐 아니라 타인도 판단하면서 살았는데, 나도 쓸모 있기 위해 그렇게 이를 악물고 살았는데... 그래서 힘들었는데...! 꼭 그렇게만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물론 장애인이 아니기에 100%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한편으로는 장애인 또한 비장애인들에게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생각의 틀이 넓어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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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예쁘게 말하면 좋을 텐데
추지윤 지음 / 모티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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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의견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다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부족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대화를 하면서도 내가 옳다고만 주장하려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도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의견을 수용하고,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는 태도가 갈등을 줄이고, 건강한 소통을 만들어 냅니다.

p. 201

  같은 말을 하는데도 유독 밉상스럽게 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일부로 악의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런 사람과는 말을 섞고 싶지 않다. 그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다. 말투나 말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이었다. 나는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했던 말이었는데, 내 말을 들은 친구가 "너는 왜 명령조로 이야기를 하니?"라고 말했다.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내 말투가 명령조였다는 사실을 20년 넘게 살면서 한번 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 그 말에 충격을 받아서 도대체 어떻게 말하는 게 명령조가 아닌지를 참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는 지인과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는데, "넌 일 얘기 말고 나랑 다른 얘기 할 게 없니?"라는 말이었다. 그때도 앞의 경우처럼 한동안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말하면 지인과 내가 그리 친한 관계도 아니었고, 회사는 아니었지만 실제로 얽힌 일들도 좀 있었기 때문에 그럼 도대체 무슨 이야기로 물꼬를 터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분과 이야기를 하게 될 때면 무척 고민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내 성향이나 자라온 환경이 내 말투나 생각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데 나 또한 동의한다. 그런 말투 속에서 자라왔기에, 그게 무엇이 문제인 지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다. 사실 그 이후로 말투나 말을 이끌어가는 기술 등에 대해 자신감을 잃기도 했고 해당 분야의 책도 많이 찾아 읽었다. 과거에 비해 좋아지긴 했겠지만, 여전히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은 내가 하는 고민 중 하나다.


 사실 이 책은 제목만 보고 읽고 싶어졌다. 내가 고민하는 그 자체가 제목이기 때문이다. 전직 아나운서이자, 스피치 교육 플랫폼인 드림 메이트의 대표인 저자는 그동안 자신이 경험해왔던 부분을 책으로 펴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이유는 나처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나운서 출신이기에 초반에는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목소리 톤이나 성량, 말의 고저 등에 따라 상대에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고 그를 위한 연습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사실 목소리에 관한 부분은 내 관심 밖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편안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대해, 또 내 목소리는 어떤 느낌을 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게, 아무래도 스포츠 채널 아나운서로 인터뷰를 자주 했던 저자인지라, 상대에 대해 미리 판단하고 건네는 질문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실례로 등장해서 이해가 쉬웠다. 책의 중반부부터는 여러 상황에서의 말 하기 방법을 소개한다. 아쉽게도 그동안 내가 읽었던 책들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새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 말은 다르게 보자면 마치 수능시험 만점자가 국영수 중심으로 공부했다는 말처럼 검증이 된 방법이라는 뜻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말투와 말하는 법에 따라 상대에 대해 드는 생각과 감정이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말 안에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것. 또한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타인과의 대화는 팩트를 체크하는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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