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1 민주주의 - 진짜 핵심 진짜 재미 진짜 이해 단어로 교양까지 짜짜짜 ㅣ 101개 단어로 배우는 짜짜짜
오애리.구정은 지음 / 푸른들녘 / 2024년 10월
평점 :
민주주의 하면, 어린 시절 부끄러운 내 기억이 두 개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하나는 데모를 하는 게 싫어서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했던 것과 우리 동네 국회의원 후보자 중 감옥에 수감된 경력이 있는 사람은 나쁜 짓을 했으니 감옥에 안 간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어린 시절 TV에 나오던 대학가는 데모를 하고 최루탄을 던지던 모습이 자주 등장했다. 왜 데모를 하는지에 대해서보다는, 단편적으로 경찰에 잡혀가는 모습이 무조건 안 좋게 보였던 것 같다. 후자 역시 그랬다. 그 후보자가 감옥에 간 이유(실제 죄를 지어서라기보다는 운동권이어서 감옥에 간 것이었다.)보다는 그저 감옥은 범죄자들이 가는 곳이라는 편협한 시각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물론 당시는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을 위해 민주주의하면 꼭 알아야 할 개념과 역사적 사건들이 담긴 책이다. 주독 자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 고등학생들이기에 각 주제별 내용이 2~3페이지 분량으로 담겨있다.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보는 그리스 아고라 광장의 이야기로 민주주의를 연다. 함께 모여 토의와 토론을 하며 각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아고라 광장은 민주주의의 시작으로 보지만, 여성과 노예가 배제되었다는 불완전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제목처럼 민주주의라는 키워드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101가지의 주제들이 등장한다. 헌법이나 비정부기구, 지방자치, 연방제, 참정권 등처럼 민주주의 하에서 꼭 알아야 할 용어나 개념들에 대한 설명을 만나볼 수 있다. 청소년들 입장에서 뉴스나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정치제도나 정부 구성 등의 내용도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고, 해당하는 실제 예들도 풍부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뼈대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프랑스 혁명, 노예해방, 신해혁명, 아랍의 봄과 같은 민주주의를 갖추어 나갈 당시 일어났던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도 만나볼 수 있다.
사실 민주주의하면 우리나라 역시 할 말이 많은 나라 중 하나이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민주주의가 마련된 역사는 급하고 짧았지만, 그만큼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참 많은 희생과 고난이 있었다는 사실을 배제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이 책 안에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기틀이 되거나,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든 사건들도 만나볼 수 있다. 4.19혁명이나 전태일, 서울의 봄과 유신헌법,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처럼 말이다.
또한 앞에 나온 내용이 후술 되거나, 좀 더 구체적으로 등장하기도 하니 기왕이면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어나가는 게 좀 더 쉽게 개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중간중간 삽화도 등장하고, 각 주제의 마지막에는 해시태그처럼 키워드도 등장하니 자엽스럽게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한 느낌은 시대를 따라 다르게 변천해왔고, 민주주의는 지금 이 시간도 진행 중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인권이 많이 신장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민주주의의 길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좀 더 깊이 있고 쉽게 아이들이 민주주의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