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인공지능 백신 맞았는데 아무도 똑똑해지지 않았다 - 편리한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모두 불편한 인간지성 접종 대상자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1
유영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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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챗 GPT의 한 기능 때문에 광풍이 불고 있다. 바로 챗 GPT에 사진 한 장을 입력하고 특정 그림풍으로 변형해달라고 하면 오래 지나지 않아서 사진을 만화로 바꾸어서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SNS 프로필의 상당수가 해당 그림으로 바뀌고 있다. 사실 놀라웠다. AI가 이 정도까지 똑똑해졌다는 사실과 함께, 이젠 창작의 영역도 AI에게 빼앗기는 수준이 된 건가 싶어서다. 한편으로는 AI에게 주도권을 넘겨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근데, 그런 사회적 생각과 결이 다른 책을 만나게 되었다.  모두 인공지능 백신 맞았는데 아무도 똑똑해지지 않았다 제목의 인생명강 31번째 책이 바로 그렇다. 사실 제목 자체가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 인공지능 백신이라는 말 때문이다. 제목만큼 책의 도입부도 상당히 난해했다. 문학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특이한 문체와 라임이 맞는 단어들이 꽤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막상 도입부를 지나 본론으로 들어가니 달라진다. 물론 라임에 맞는 단어들은 여전히 등장한다. 뛰어난 언어유희다. 이 또한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주제와 연결되는 것 같아서 더 고개가 끄덕여진다. 순식간에 사진을 해당 명령에 맞는 그림으로 그려내고, 문제를 내는 족족 답을 맞히는 AI의 능력은 정말 감탄을 자아낸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 AI는 인간을 이길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 건가? 창작의 영역은 그동안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었는데, 그런 부분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해내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 허점이 있다. AI는 인간에 의해 입력된 정보에 한해서만 답을 유추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은유의 영역이나,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개체의 비교 등의 영역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저자가 예로 든 결혼과 양파의 공통점이나 좋고 나쁨의 영역처럼 말이다. 


 왜 그런 걸까? 바로 이 영역은 직접적인 경험과 관계를 통해서 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자신의 경험이 아닌 타인의 입력에 의해 답을 내기 때문에, 감탄은 이뤄낼 수 있지만 감동은 선사할 수 없다. 막상 저자의 글을 읽고 나니 나 또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 속 단어들과 문장들을 통해 뽑아내는 공감의 영역에 나 또한 감탄보다 감동을 먼저 느꼈다. 


 책 안에는 참 다양한 우리의 삶의 영역들이 등장한다. 고민과 호기심 그리고 질문이 AI와 구별되는 인간의 지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데 나 또한 동의한다. 문제는 질문에 멈춰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질문을 통해 더 통찰력 있는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고, 타인과의 관계와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자극을 받아야 한다. 관찰 고찰 통찰 성찰의 4찰을 통해 지식을 넘은 지성과 지혜를 이루어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은 AI가 범접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AI는 싸워야 할 적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도 아니다. AI가 능력을 발휘하는 영역은 AI에게 맡겨두는 대신, 인간의 고유한 영역은 더 발전시키고 성장시켜야 한다. 바로 그 몫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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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 - 고난을 깨달음으로 바꾸는 헤밍웨이 인생 수업
박소영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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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년 헤밍웨이에 관한 책에 이어 지난달에는 헤밍웨이가 쓴 에세이집을 읽었다. 덕분에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의 삶에 굴곡과 함께 빙산 이론과 같은 헤밍웨이 표 작품들 속에 담긴 것들 등 좀 더 헤밍웨이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헤밍웨이에 관한 책은 사실 제목이 먼저 눈에 띄었다.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에 대해 나 역시 공감한다. 이 말은 한편으로는 인생을 설명하는 말로도 자주 사용된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버텨낸 후에 오는 행복이 더 값지다는 의미로 말이다. 과연 제목과 헤밍웨이의 작품들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책 안에는 헤밍웨이의 유명한 작품들이 담겨있다. 그중 내가 읽은 작품은 노인과 바다가 전부였다. 노인과 바다를 읽은 게, 20대 초반이었는데 당시 그 작품을 읽고 정말 큰 실망을 했던 기억이 있다. 노인이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지만 상어에게 다 빼앗기고 고군분투하다 뼈만 가지고 돌아온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왜 이 작품이 그토록 많은 찬사를 받은 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소개된 노인과 바다를 만나니,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노인과 바다의 깊은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작품들의 깊은 의미를 일깨워 주는 이 책 중 내가 주목한 작품은 "무기여 잘 있거라"다. 자신의 자전적 경험이 묻어나는 작품이었던 이 작품의 배경은 전쟁이다. 헤밍웨이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경험 중 하나가 전쟁이라는 것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었는데, 사랑을 믿지 않는 남주인공 프레데릭은 자신은 절대 사랑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뒤집는 여인 캐서린을 만나게 된다. 전쟁에서 입은 부상과 아군에 의해 사망한 동료,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의 탈영, 목숨보다 사랑했던 캐서린과 사산되어 태어난 아이 등 고통스러운 삶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과연 이 모든 상황 속에서 프레데릭은 무엇을 보아야 했을까? 


 모든 것에 항상 설명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인생의 모든 순간이 100%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통의 문제는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기여 잘 있거라 속의 프레데릭과 캐서린 역시 그렇다. 밀려오는 절망감 속에서, 멈추고 싶은 삶의 순간 속에서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꾸역꾸역 그래도 길을 가야 한다. 신기한 게,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묵묵히 꾸역꾸역 가고 나면 또 다른 삶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책의 제목처럼 그 시간이 어두운 새벽이었다는 사실은 지나고 나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생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노인과 바다를 다시 한번 읽고 싶어졌다. 형편없는 점수를 주었던 작품 속 실제 깊은 의미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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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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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제 내 나이 마흔이 되었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다. 오히려 막 마흔이 되었을 때 보다, 마흔을 지나면서 마흔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10대, 20대 시절에는 마흔이 정말 나이 많은 아저씨 아줌마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마흔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나는 매일매일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다. 여전히 매일 아침 늦잠을 자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출퇴근길 숨도 못 쉴 정도로 지하철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나 코앞에서 자리를 놓치는 상황에 울컥한다. 도대체 어느 정도 살아야 이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매일같이 든다. 한편으로 마흔은 뭔가를 이루었을 것 같은 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손에는 아직도 뭔가 잡히지 않지만 말이다.

책 안에는 열여덟 편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각 장마다 마흔에 다가선, 혹은 마흔을 지나고 있는 동료들에게 저자가 주는 가슴 따듯한 사연들이 담겨있다. 여기서 사연은 각 작품들을 그린 화가들의 사연이다. 매년 한 권 이상의 미술서적을 읽다 보니 조금은 익숙해진 이름들도 있지만, 여전히 낯선 이름들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와닿았던 화가와 그의 사연은 바실리 칸딘스키였다. 우선 그의 이름 자체가 내겐 너무 낯설었다. 저자는 그의 이야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모든 것을 갖추었던 시간을 내려와 다시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사실 그는 법률 강의를 하는 교수이자 법학자로 탄탄한 길을 걷던 사람이었다. 엘리트 법률가였던 그가 우연히 클로드 모네의 작품을 마주한 후로 그의 인생은 변화했다. 그를 변화시킨 그림은 바로 건초 더미라는 작품이었는데, 대체 무엇을 그린 것인지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던 그가 그림에 매료되어 영혼 깊은 곳에서 뜨겁게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는 말로 당시를 회상한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30대에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을 먹는다. 안정된 삶을 버리고, 어찌 보면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 길을 향해 들어섰을 때 그는 어땠을까? 아니 분명 주변에서 그의 선택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사람보다는 비난하고 탓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앞서 소개된 마티스의 영향으로 그 역시 도드라진 색채를 표현하는 데 관심을 쏟는다. 그와 함께 한 청기사파 안에서도 급진적인 그림을 그리는 그에 대한 배타적인 분위기가 커졌고, (다른 이유 때문이기도 했지만) 결국 청기사파는 와해되고 만다. 여러 화가들을 보면,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하거나 비난받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칸딘스키도 비슷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깬 화풍은 인정을 받게 된다. 그의 이야기가 내가 더 큰 울림으로 더해진 까닭은 그와 반대되는 내 성향 때문이다. 나는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시도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생각은 많지만, 실행력이 부족하다.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만들어 낸 현상이긴 하지만, 모든 것이 시뮬레이션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손해를 본 적도 많았던 것 같다. 과연 나였다면 모든 것이 보장된 자리에서 내려와 새롭게 마음이 이끄는 길을 향해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겐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무계획적으로, 때론 재보지 않고 실행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일상에서 하는 선택들은 카딘 스키처럼 삶 전체를 바꿔놓는 선택들은 아니니 때론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을 하는 연습도 종종 해봐야겠다.

누구나 오늘은 처음 사는 날이다. 같은 날을 두 번 사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영화 속에서 나 가능한 영역이니 말이다. 당연히 그렇기에 오늘도 실패할 수 있다. 문제는 실패가 두려워 실행하지도 못하는 생을 살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여러 화가들은 자신의 삶을 내보인다. 그들의 삶에 어떤 부분이 내게 울림으로 다가올지는 책을 읽어야 알 수 있고, 그림을 봐야 알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오늘의 삶을 열어보자. 오히려 예상치 못한 기쁨을 맛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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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퀴즈 백과 100 - 풀수록 똑똑해지는
은옥 지음 / 바이킹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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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7살부터 시작된 퀴즈 사랑이 몇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동물 퀴즈 백과를 통해 입문한 바이킹 어린이 퀴즈 백과 시리즈 8권 중 5권을 읽었다. 긴 시간 차를 타고 가는 경우 특히 빛을 발한다. 동물 퀴즈의 경우는 5살 둘째도 언니와 퀴즈 대결을 벌일 정도로 인기 만점이었고, 수수께끼 200은 학교 숙제를 도와줬을 정도니 정말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본 책 중에 이 책이 가장 난도가 높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는, 아무래도 세계사 분야의 퀴즈다 보니 기본 상식의 수준이 좀 높은 편이다. 특히 세계사의 경우 동물이나 수수께끼 보다 늦게 접하는 분야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다른 과목보다 늦게 배우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 책에 나온 세계사 지식만 가져도 웬만한 세계사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다 싶다. 초등학생뿐 아니라 성인도 쉽지 않은 문제들도 더러 있다. 물론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은 초등학생이기에, 보기 자체가 딱 봐도 답이 나오는 문제도 상당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너무 어려우면 아이들의 성취욕 자체가 바닥으로 떨어져 아예 문제를 풀기도 전에 포기할지도 모르겠다 싶으니 말이다.



물론 책 안에 문제가 시대순이거나, 한 나라에 집중해서 분포되어 있지는 않다. 세계사 안에 한국사 퀴즈도 더러 섞여있으니 이래저래 지식이 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문제와 답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해설도 담겨있다. 이 책은 절대 문제은행식으로 답과 문제만 알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 아니기에, 문제를 푼 후에 여러 배경지식들도 얻을 수 있는 해설을 꼭 읽어보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글씨도 크고, 다채로운 그림과 사진들이 등장하는데다, 포켓북 사이즈이기 때문에 들고 다니기도 편하다. 상당수가 3지 선다지만, 주관식 문제도 있고, 가로세로 낱말퍼즐과 OX 등 다양한 종류의 문제들이 담겨있기에 지루하지 않게 문제를 풀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제 초2인 큰 아이도 생각보다 승률이 좋은 편이었지만(원래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긴 하다.), 직접 문제를 읽어보고 난이도를 조절해가면서 퀴즈 대결을 하는 것도 좋겠다 싶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제일 기다리는 퀴즈 백과는 한국사인데, 세계사와 세계지리도 만났으니 조만간 한국사 퀴즈 백과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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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 LOGOS 일과 선택에 관하여 조우성 변호사 에세이
조우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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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의 말은 빙산과 같아서, 드러난 언어 아래에 보이지 않는 삶의 무게가 있다.

의뢰인의 말은 단순한 사실이 아닌, 그들 인생의 '문제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그에 맞는 답을 줄 수 있다.

의학드라마 보다 법률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 병원 공포증이 있는지라 피 튀기는 수술 장면이 부담스럽기 때문이 크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뒷심이라고 해야 할까? 풀리지 않는 사건 앞에 결정적인 증거나 증인이 등장하면서 드라마틱 하게 해결되는 장면들이 카타르시스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근데 실제 법정에서는 드라마 속 장면처럼 극적이거나 자극적인 상황은 잘 안 펼쳐진다고 한다. 아직까지 법정 안으로 들어가 본 경험은 없지만, 하고 있는 업무 때문에 법원 사이트는 좀 익숙해졌다. 다행히 대학시절 전필로 법학 과목을 여러 개 수강한 덕분에, 그래도 알아듣는 용어들이 있다는 것도 이해도 면에서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의 저자가 우영우의 원작자라는 사실이 꽤 흥미로웠다. 책 안에 담긴 사건 중에서 실제 에피소드로 사용된 내용들이 있다고 하니, 드라마를 흥미롭게 봤다면 익숙한 사건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 싶다.

사실 내가 직접 마주한 변호사들은 따뜻한 인간미보다는 자신이 할 일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검사보다는 변호사가 덜 냉정할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투자한 시간을 분 단위로 환산해 해당 비용을 추가할 정도로 인간미(물론 상담이나 업무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주는 게 맞지만, 분 단위까지 환산하는 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네 직장도 초와 분 단위까지 맞춰가면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어느 직장이나 그런 칼 같은 룰은 없을 것 같아서다.)라고는 1도 없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근데, 이 책의 저자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의외인 면이 많았다. 밤 12시에 울리는 SNS 알림에 반응하여 직접 밤에 상담을 해주고, 내용증명까지 작성해서 보내줄 정도라니...! 문서 하나하나에도 비용을 청구하거나, 본인이 수임한 사건임에도 상당히 귀찮아했던 얼마 전에 마주한 변호사들과 너무 달라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또한 그런 부분뿐 아니라, 정성을 다해 해당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저 사실관계만 파악해서 빨리빨리 해결하기 위한 문제로 의뢰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많이 들으려고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변호사는 대변하는 사람, 말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에, 어떤 면에서 저자의 말이 더 신선하게 들렸던 것 같다.

책 안에는 자신이 변호했던 의뢰인들의 이야기와 함께 법률 지식과 자문도 담겨있다. 특히 이 책은 사회생활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그런지, 여러 상황들이 공감이 가기도 했고 나나 지인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경험도 책을 읽으며 떠올랐다. 아쉬운 것은, 내가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정당한 내 권리를 지키고, 부당한 요구에 대해 거부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참 따뜻한 변호사구나! 하는 생각이, 또한 확실한 법률 지식이 해결되지 못할 것 같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읽어가면서 잘 만든 법률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소설 보다 더 다이내믹한 상황들에 정말 숨죽이면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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