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 - 가장 사적인 기록으로 훔쳐보는 역사 속 격동의 순간들
콜린 솔터 지음, 이상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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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은 문자나 카카오톡 혹은 메일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편지에 대한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내 내 기억에도 편지를 썼던 기억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시골에 사시는 조부모님께 썼던 편지와 군대 간 오빠들에게 썼던 위문편지 정도다. 손으로 무언가를 쓰는 일 조차 과거에 비해 적어지다 보니 필기구에 대한 필요성도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


  책 안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100통의 편지가 등장한다. 말이 100통이지 이 많은 편지를 모아서 책으로 출간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기원전 346년의 편지부터 비교적 최근인 2019년의 편지까지 세계사 속에서 굵직한 사건이 되었던 편지들이 소개되기 때문에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계사의 지식 역시 늘어날 것이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 천재적인 음악가 모차르트가 남긴 편지들을 모은 책을 읽었다. 모차르트의 편지는 대부분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이 많았는데, 이번 책 안에도 모차르트의 편지가 등장한다. 바로 아내인 콘스탄체에게 쓴 편지였는데, 지난번에 봤던 책에는 이 편지가 없었다. 편지 안에서  아버지인 모차르트가 등장한다. 자신의 아들인 카를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육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행을 떠나있는 아내에게 한 달간 카를을 데리고 여행을 가는 건 어떨지를 묻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기억에 남는 내용 중 하나는 바로 첫 우표에 관한 이야기였다. 1840년  5월 1일의 편지였는데, 영국의 중앙 우체국은 1660년에 설립되었지만, 1784년에 우편망이 구축되어 장거리 우편물이 배달되기 시작했고, 1830년에 최초의 우편 역차가 도입되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우표가 등장했는데, 처음에는 우편요금을 수신인에게 물리다 보니 이를 악용해서 요금을 안내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한다. 결국 몇 번의 변화를 거쳐, 1페니의 요금으로 우편요금이 낮춰졌다.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검은색으로 인쇄된 라벨 '페니 블랙'이 도입되었는데, 바로 이 라벨이 세계 최초의 공공 우편용 접착식 우표가 되었다. 신기한 것은, 영국의 우표에는 국가 이름이 없다고 한다. 대신 모든 영국 우표에는 통치 중인 군주의 초상화가 새겨져있다고 하니, 현재의 우표에는 찰스 3세의 얼굴이 새겨져 있겠다 싶다.


 우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학교에서 겨울마다 구입했던 크리스마스실이 우표처럼 생기다 보니 우표 대신 크리스마스실을 붙여서 할아버지께 편지를 보냈었다. 근데 할아버지가 잘 받으셨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크리스마스실은 우표 대용으로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어린 손녀가 할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라서 우체국에서 반송을 안 하고 배송을 해 주신 것 같다. 





마리 퀴리가 결혼 전 마리아였을 때, 자신의 조수이자 제자인 마리아에게 훗날의 남편이 되는 피에르 퀴리가 보냈던 편지, 타이타닉호에서 발견된 편지, 아돌프 히틀러가 보낸 편지, 넬슨 만델라의 편지와 음반사가 비틀스의 매니저에게 보낸 오디션 탈락 및 음반 제작 거절의 편지, 그리고 스웨덴 여학생이자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는 1인 시위로 유명한 환경가 그레타 툰베리가 인도의 총리 나렌드라 모디에게 쓴 편지까지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많은 영향력을 미친 편지들이 소개된다. 실제 편지의 모습뿐 아니라, 해당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상황들을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기에 세계사의 일들을 모르더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마치 비밀 편지를 읽어본 것 같은 기분이 가득하다. 덕분에 흥미롭게 세계사의 각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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