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속 여행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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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일주의 작가로 알려진 쥘 베른의 또 다른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내용도, 제목도 낯설었기에 더 기대가 되었다.

책의 주인공은 광물학자인 리덴브로크 교수와 그의 조카인 악셀이다. 괴짜 기질이 다분하지만 광물 학계에서는 세계적인 석학인 리덴브로크 교수는 헌 책 한 권을 들고 온다. 7백 년 전인 12세기에 기록되었다는 헤임스 크링글라 안에서 발견된 양피지 한 장. 고대 론 문자로 기록된 종이를 본 순간, 리덴브로크 교수는 고문서를 해독하겠다는 강한 열망에 빠져들어 식음을 전폐하고 매달리기 시작한다. 리덴브로크와 악셀의 고군분투 중, 악셀은 문서의 뜻을 해독하게 되고, 이 어마어마한 내용을 삼촌이 알게 되면 벌어지게 될 상황을 걱정하며 삼촌에게 비밀로 한다. 하지만, 결국은 자신이 해독한 내용을 털어놓게 되고, 그렇게 둘은 고문서의 이야기를 토대로 여행을 떠난다. 바로 제목 그대로 지구 속 여행 말이다.

양피지 종이에 기록자는 아이슬란드의 16세기 학자이자 연금술사인 아르네 사크누셈이었다. 그가 쓴 글에는 7월 1일 아이슬란드 스네펠스 산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찾으면 지구 중심으로 갈 수 있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바로 행동에 옮기는 리덴브로크 교수. 삼촌이 급작스럽게 일을 추진하자, 악셀은 연인인 그라우벤에게 이야기를 전하지만, 그녀는 반대는커녕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넨다. 결국 아이슬란드를 향해 출발하는 두 사람. 아이슬란드에서 솜털 오리 사냥꾼인 한스 비엘케를 소개받는다. 지형을 잘 아는 그와 함께 그들은 지구 중심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사실 지구 속 여행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은 1/3 정도 읽어야 나왔다. 앞 내용은 비밀문서를 발견하고, 아이슬란드까지의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 그렇다고 흥미가 반감되거나 지루하진 않았다. 리덴브로크와 악셀의 티키타카가 나름 흥미를 돋우고, 그들이 스네펠스산을 향해 가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나, 도우미로 함께 하는 한스의 모습이 상당히 믿음직스럽기도 하다.

드디어 도착한 스네펠스산. 문제는 스네펠스산이 사화산이라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을까? 또한 그동안 지구 중심을 향해 내려갈수록 온도가 어마 무시하게 높을 거라는 과학의 결과도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정확하지 않다고 보는 리덴브로크. 그들은 중심을 향해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론 문자. 아르네 사크누셈이 새겨놓은 글자였다. 그들이 해독한 양피지 문서가 사실이라는 증거를 발견하게 된다. 한발 한발 중심을 향해 가고, 그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책을 읽으며 200년도 더 된 옛날에 이런 이야기가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우리가 SF 소설을 읽으며 미래의 상황들을 상상하듯이, 그 당시 사람들은 쥘 베른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의 이야기를 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또한 현재의 생각으로 볼 때 허무맹랑한(한센병이 전염이 아닌 유전질환이라 보는 것과 같이) 사실도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 읽어도 흥미진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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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결혼 사이 - 결혼 시켜주는 남자 이웅진 에세이
이웅진 지음, 미니 일러스트 / 뜰book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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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 같다.

이 책은 커플매니저이자 결혼정보 회사 선우의 이웅진 대표가 30년간 일에 종사하며 겪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 역시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던지라, 선우는 아니지만 이름을 알만한 모 업체에 부모님이 가입을 시켰던 적이 있다. 내 주위에도 결혼을 선택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데, 나는 결혼은 필수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결혼은 쉽지 않았다. 여러 업체에 가입해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왜 내 짝은 없는 건지 참 씁쓸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결혼에도 때가 있는 것 같다. 소위 인연이라는 것도 있고 말이다. 남편을 소개받을 당시, 주말마다 소개팅 약속이 잡혀있었다. 그중 남편은 두 번째 만났던 사람이었다. 만난 지 5개월 만에 결혼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남편도 나도 그때가 아니었다면 결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과 결혼, 이혼과 재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커플매니저의 이야기다 보니 아무래도 조건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사업을 하고, 학벌이 좋고, 집안에 재력이 있는 소위 킹카나 퀸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인기가 많고,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할까? 저자는 이 또한 사랑하기 나름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도움이 되긴 하지만, 자신이 너무 많은 것을 가졌기에 상대 또한 그만큼 가졌기를 바라는 마음에 오히려 성혼이 되기 힘들 때가 많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것을 잃기 싫어하는 마음이 이별을 종용하게 만들기도 하고, 겉모습에 혹해 한 결혼이 파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수 등장한다.

이혼과 재혼에 관한 이야기 역시 등장하는데, 특히 재혼의 경우 전 배우자의 장점을 기본 조건으로 찾거나 이미 당했으면서도(?) 같은 실수를 범하는 경우도 만날 수 있었다.

중매이기에 아무래도 조건을 따질 수밖에 없긴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조건만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또한 과거와 다른 현재의 결혼 풍속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만혼뿐 아니라 재혼이나 이혼에 대한 분위기, 자녀를 낳지 않는 딩크족이나 당사자는 만족하지만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에 대한 사연들도 등장한다.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10살까지 만날 수 있다는 한 재혼 여성에게 실수로 20살 연상의 남성을 소개했던 이야기였다. 과연 이 두 사람은 어떤 결실을 맺었을까? 내심 궁금했다.

과거에 비해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긴 했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서 사는 것은 정말 힘들다. 뭣도 모르는 시절 노부부가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보며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 두 부부가 그런 모습으로 살아오는 데는 숱한 역경과 인내의 시간이 쌓였을 것이다. 부부는 한 사람만 희생한다고 잘 살 수 없다. 양쪽 모두 서로를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혼 역시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닌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사랑과 결혼 사이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결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 살면 살수록 느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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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은수를 텍스트T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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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여자아이의 모습이 괴기스럽다. 다친 것인지, 한 쪽 눈에는 거미가 붙어있다. 그녀는 누구일까?

한참 재미있게 읽고 있는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의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의 단편소설집 "어떤 은수를" 만나게 되었다. 역시 그녀만의 상상력은 특이하고, 섬뜩하지만, 또 여운이 있다. 전천당 속에서는 상품과 주인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어떤 은수를 에서는 조금 긴 텀을 만날 수 있다.

책 속에는 3개의 작품이 등장하는데, 표제작인 "어떤 은수를"은 첫 번째 담겨있다. 책의 제목을 읽으며 은수가 무엇일까 무척 궁금했다. 혹시 표지의 여자아이의 이름일까? 싶었는데, 역시나 아니었다. (작가가 한국인이 아니니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은수는 한자어다. 말 그대로 은빛 짐승을 뜻한다. 돌의 알에서 태어난 은수는 주인이 될 인간이 바라는 대로 성장한다. 돌의 정령이라고도 불리며, 생물과 광물 중간에 해당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 속 그리핀처럼 인간과 짐승이 뒤섞인 듯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주인에게 충성하는 성질 덕분에 최고의 애완동물로 여겨지기도 하기 때문에 은수 알은 상당히 비싼 값으로 거래되지만, 돈이 있어도 구매가 쉽지 않다. 은수 가게인 은숲에서 거래를 할 수 있는데, 알을 고른 후 매일 한 방울의 피를 먹이며 정성껏 돌본다. 한 달이 지나면 부화하게 되는데, 부화하자마자 주인의 피와 함께 이름을 붙여줘야 한다.

대 부호인 이시와타리 세이잔이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소문이 퍼진다. 두 번의 결혼을 했지만, 자녀가 없고 그의 뒤를 이어 부를 거머질 후계자도 없는 터라 그 많은 재산이 누구에게 갈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중, 5명의 사람이 뽑힌다. 그와 이런저런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다. 구라바야시 후유쓰구, 가이토 후미코, 아라모리 데루코, 구니마루 데루히사, 오후루카와 지아키. 은숲 주인인 유키히코의 명함을 들고 은숲에 가서 은수알을 고른다. 고른 알을 1년 동안 키운 후 가장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은수의 주인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기로 한다. 5명은 제각각 은숲으로 가서 알을 받아온다. 과연 그들 중 세이잔의 재산을 받을 사람은 누가 될까?

세이잔의 돈에만 혈안이 되어 은수를 도구로 사용하는 후유쓰구, 부모가 시키는 대로만 했었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없는 16세 소녀 후미코, 겉은 착한 과부 같지만 속내는 시커멓게 썩은 데루코, 아내를 너무 사랑하지만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아내를 잃고 은수를 키우게 되는 데루히사, 그리고 가슴 뛰는 일을 발견하게 되는 지아키까지...

인간의 탐욕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욕심이 또 다른 욕심을 낳고, 결국은 파멸의 길로 이끈다. 보기에는 청순하고, 순진해 보이는 인물의 속내는 구린내가 날 정도로 끔찍했다. 그에 의해 하나 둘 파멸에 이른 끝에 와서야 그들 또한 어찌 보면 피해자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기묘하고 섬뜩하고 특별하다. 책 속 이야기처럼,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보이기도 하고, 다양한 사연과 상황의 이야기를 통해 히로시마 레이코만의 특별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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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집사
배영준 지음 / 델피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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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사우디는 알겠는데, 집사가 고양이 집사에서 그 집사를 의미하는 것일까?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가상의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있다. 프랑스의 집사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피터. 수석 졸업자에게는 특혜가 하나 있는데,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3곳 모두 쟁쟁했지만, 피터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집사를 선택한다. 그렇게 도착한 왕실에서 전직 집사인 압둘 집사를 만나게 된 피터. 30년간 왕실의 집사로 일한 압둘의 후임 자리를 위해 2년 전부터 공을 들였고, 특히 피터를 눈여겨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피터는 반살림 왕에 앞서 그레이스 왕비와 자밀라 공주를 만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로 그레이스 왕비가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있던 행사에 갑작스럽게 사우디 통역 자리가 펑크 났고, 긴급 투입되었던 인연으로 당시, 반살림왕자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이 23년 전이었다. 사실 자밀라 공주는 이미 프랑스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사우디 왕실의 하나뿐인 공주라는 사실은 집사가 된 후 알게 되었다. 같은 한국인이기에 서로 간의 통하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그레이스 왕비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왕비의 이야기에 앞서 살바토르 문디라는 그림이 5천억 넘는 가격에 개인에게 판매되었는데, 그 그림의 소유주가 사우디 왕실의 왕이라고 하는 사실을 듣게 된 피터. 사실 살바토르 문디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인데, 제임스 쿡의 가문에서 관리를 했었다고 한다. 그 그림이 가진 기묘한 힘이 피터를 사우디 왕실로 이끌고 온 것이다.

23년 전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레이스 왕비가 반살림왕과 결혼을 하게 된 것. 11년 전 서열 4위였던 반살림왕이 만장일치로 왕이 될 수 있었던 것 모두 살바토르 문디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살바토르 문디의 일기장에 그림에 대한 특별한 힘의 비밀이 기록되어 있는데, 제임스 쿡의 삼촌인 쿡 신부가 보관 중이지만 주인이 아닌 사람에게 넘겨줄 수 없다고 거부를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피터는 일기장을 가지고 오라는 명을 받고 프랑스 대사관에서 일하게 된 자밀라 공주, 자밀라 공주의 경호원인 한국계 미국인 러블리 수와 함께 파리로 떠나게 된다.

러블리 수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녀가 전직 CIA 요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터. 그녀는 사망한 줄로 알았던 피터의 아버지가 사망한 것이 아니라, 실종 상태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오랜만에 찾은 집사 학교에서 스테반 교수를 다시 만나게 된 피터. 쿡 신부와 자연스러운 만남을 갖고 싶었지만, 시간만 흐르는 터라 결국 피터는 직접 쿡 신부를 찾아 생드니 대성당을 찾는다. 쿡 신부를 만난 피터에게 쿡 신부는 드디어 일기장의 주인을 만났다며, 일기장을 건네는데...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다빈치 코드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궁금증이 생겨서 몇 가지를 알아봤는데, 프랑스는 아니지만 실제 집사 학교(네덜란드 버틀러 스쿨)가 있다는 사실과 책 속에 상당히 자주 언급되는 살바토르 문디라는 그림이 실제 2017년 5천억 가까이에 개인에게 판매되었다는 사실이다.(실제 소유주가 사우디 왕자라고 한다.) 낯선 문화와 미술의 만남, 그리고 판타지와 추리적 요소까지 적절히 가미되어 있는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2편도 구상 중이라고 하니, 빠른 시간 내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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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어휘 공부 - 나의 말과 글이 특별해지는
신효원 지음 / 책장속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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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타인의 글을 읽다가 놀랄 때가 종종 있다. 바로 어휘 때문이다.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글이어도, 유독 특별하고 소위 고급스러워 보이는 어휘를 사용하는 글을 접할 때면 읽으면서도 놀랍고 부럽기도 하다. 물론 같은 뜻이라면 접하기 쉬운 단어를 사용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 글도 좋긴 하겠지만, 뜻이 더 통하는(그 뜻에 가까운) 단어를 정확히 사용하는 것이 독자의 입장에서 더 좋지 않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단어들 중에는 뜻을 알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사용을 잘 안 하는 어휘들이 곧잘 등장한다. 마치 사전처럼 주된 뜻 중 많이 사용하는 어휘 하나가 ㄱ에서 ㅎ까지 차례대로 등장한다. 예를 들자면 마무리하다는 뜻을 지닌 어휘들은 "매조지다", "타결하다", 매듭짓다" "완결하다", "끝마무리하다", "마무르다"가 있는데, 각 단어의 뜻과 함께 실례인 문장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6개의 단어 모두 "마무리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유의어지만, 실제 단어의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바로 그 미묘한 차이를 통해 정확한 어휘를 선택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가령 "매조지다"라는 단어의 경우 일의 끝을 단단히 단속하여 마무리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어휘를 사용한 예시를 보자면, "9회 말 김 선수가 나와 경기를 매조졌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물론 경기를 "마무리하다"나 "끝냈다"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좋지만, 매조졌다는 단어를 사용하면 "끝냈다"라는 의미에 "제대로 단속해서 마무리했다"라는 의미가 더해지기에 소위 좀 더 분명하고 진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막상 등장하는 어휘들의 경우 낯선 단어와 기존에 알고 있는 단어의 퍼센트가 20: 80 정도 되는 것 같다. 위에 마무리하다에도 6개 중 4개는 의미를 정확히 알았고, 1개는 들으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고, 1개는 낯선 단어였다. 물론 같은 상황에서 알고 있는 4개의 단어를 정확히 사용할 수 있었을까? 글쎄... 아무래도 자주 사용하는 단어만 사용할 경향이 더 있지 않았을까?

단어 역시 많이 사용해야 느는 것 같다.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단어들의 경우 손쉽게 입 밖으로 나올 수 있지만, 의미를 정확히 알 지 못하는 단어들의 경우는 쉽게 튀어나오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가끔 글을 쓰다 보면 머리에는 맴돌지만 막상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경우 비슷한 단어를 검색창에 검색하거나, 풀어쓴 뜻을 검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해서 원하는 단어를 찾게 되면, 앓던 이가 빠지는 것처럼 속 시원하지만, 반대의 경우 찝찝함을 금할 수 없다.

재즈나 코드로 연주하는 음악을 들을 때, 유독 신기하고 특이한 코드를 연주하는 경우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같은 음악이라도 한층 깊이 있는 음악으로 기억에 남는데, 글 또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단어 하나로도 대화가 윤택하고 고급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었다. 당분간 곁에 두고 자주 읽어봐야겠다. 덕분에 그동안 빈곤했던 내 글의 어휘가 한결 풍부해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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