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어휘 공부 - 나의 말과 글이 특별해지는
신효원 지음 / 책장속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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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타인의 글을 읽다가 놀랄 때가 종종 있다. 바로 어휘 때문이다.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글이어도, 유독 특별하고 소위 고급스러워 보이는 어휘를 사용하는 글을 접할 때면 읽으면서도 놀랍고 부럽기도 하다. 물론 같은 뜻이라면 접하기 쉬운 단어를 사용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 글도 좋긴 하겠지만, 뜻이 더 통하는(그 뜻에 가까운) 단어를 정확히 사용하는 것이 독자의 입장에서 더 좋지 않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단어들 중에는 뜻을 알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사용을 잘 안 하는 어휘들이 곧잘 등장한다. 마치 사전처럼 주된 뜻 중 많이 사용하는 어휘 하나가 ㄱ에서 ㅎ까지 차례대로 등장한다. 예를 들자면 마무리하다는 뜻을 지닌 어휘들은 "매조지다", "타결하다", 매듭짓다" "완결하다", "끝마무리하다", "마무르다"가 있는데, 각 단어의 뜻과 함께 실례인 문장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6개의 단어 모두 "마무리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유의어지만, 실제 단어의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바로 그 미묘한 차이를 통해 정확한 어휘를 선택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가령 "매조지다"라는 단어의 경우 일의 끝을 단단히 단속하여 마무리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어휘를 사용한 예시를 보자면, "9회 말 김 선수가 나와 경기를 매조졌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물론 경기를 "마무리하다"나 "끝냈다"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좋지만, 매조졌다는 단어를 사용하면 "끝냈다"라는 의미에 "제대로 단속해서 마무리했다"라는 의미가 더해지기에 소위 좀 더 분명하고 진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막상 등장하는 어휘들의 경우 낯선 단어와 기존에 알고 있는 단어의 퍼센트가 20: 80 정도 되는 것 같다. 위에 마무리하다에도 6개 중 4개는 의미를 정확히 알았고, 1개는 들으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고, 1개는 낯선 단어였다. 물론 같은 상황에서 알고 있는 4개의 단어를 정확히 사용할 수 있었을까? 글쎄... 아무래도 자주 사용하는 단어만 사용할 경향이 더 있지 않았을까?

단어 역시 많이 사용해야 느는 것 같다.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단어들의 경우 손쉽게 입 밖으로 나올 수 있지만, 의미를 정확히 알 지 못하는 단어들의 경우는 쉽게 튀어나오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가끔 글을 쓰다 보면 머리에는 맴돌지만 막상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경우 비슷한 단어를 검색창에 검색하거나, 풀어쓴 뜻을 검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해서 원하는 단어를 찾게 되면, 앓던 이가 빠지는 것처럼 속 시원하지만, 반대의 경우 찝찝함을 금할 수 없다.

재즈나 코드로 연주하는 음악을 들을 때, 유독 신기하고 특이한 코드를 연주하는 경우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같은 음악이라도 한층 깊이 있는 음악으로 기억에 남는데, 글 또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단어 하나로도 대화가 윤택하고 고급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었다. 당분간 곁에 두고 자주 읽어봐야겠다. 덕분에 그동안 빈곤했던 내 글의 어휘가 한결 풍부해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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