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동물의 역사 - 인류 문명을 이끈 놀랍고 신비로운 동물 이야기 한빛비즈 교양툰 18
카린루 마티뇽 지음, 올리비에 마르탱 그림, 이정은 옮김,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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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다방면의 내용이 담겨있는 시리즈물을 좋아한다. 관심이 없거나, 난해한 내용의 경우 자연스레 독서 편식을 하기 쉬운데, 그런 면에서 시리즈물을 읽게 되면 읽어야 된다는 당위성 때문인지 편식을 덜하게 되니 말이다. 관심이 있는 시리즈물이 몇 개 있는데, 한빛비즈의 "만화로 배우는" 역시 흥미로운 시리즈물 중 하나다. 책을 아무리 좋아해도, 벽돌 분량의 책은 왠지 모르게 부담스럽다. 특히 내 경우 책을 쌓아놓고 읽는 편인지라, 한 권이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게 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에(?) 더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많은 분량을 접근하기 쉽게 구성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동물의 역사"라는 제목만 보면 분량이 상당할 것 같다. 역사 자체가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책은 아페 "만화로 배우는"이 담겨있어서 한결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과연 동물은 언제부터 인류의 역사에 함께하기 시작했을까? 개인적으로 종교를 가진 사람이기에 진화론을 믿지 않는다. 책 속에는 진화론의 입장에서 생명의 탄생이 기록되어 있다. 인간과 동물의 배아가 처음에는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는 관점이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책 중반부의 다윈의 이론도 등장한다.) 사실 창조론의 관점에서 볼 때도 인간은 천지창조 6일에(창조의 마지막 날) 만들어진다. 그렇게 보자면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중에서 가장 늦게 만들어진 것은 맞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인류 이전에 다른 생명체의 출현은 나 역시 맞는다고 보다.

처음의 동물은 인간의 적이었다. 경쟁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도 맞겠다. 인간이 가진 생존전략은 동물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졌다. 감각기관이나 특유의 근력도 동물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존속을 위해 동물을 길들이기 시작한다. 그를 책에서는 공진화라고 이야기한다. 1만 5천 년 전 늑대가 그 시작이다. 지금의 개는 늑대와 상당히 닮아있다. 개의 조상이 늑대였기 때문이다. 공진화(공생+진화라는 뜻)를 위해 인간은 늑대에게 젖을 물렸다.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여러 가지 혜택을 입는다. (인간 역시 늑대로부터 상당한 혜택을 입었기에 이들은 공진화라고 표현할 수 있다.)

 

 

 

동물은 인간의 정치적. 종교적 분위기에 따라 여러 갈래로 휘둘린다. 성경에서 악이라 주장했던 동물들은 때론 무차별적인 살생을 당하기도 한다.(물론 반대적 입장 역시 살생을 피할 수는 없었다.) 동물이 원한 것이 아닌, 인간이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에 따라 동물은 희생된다. 요 근래 들어 동물복지에 대한 입장이 등장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동물의 생존권이나 동물 역시 인간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온 것은 기원전부터였다. (물론 동물이 이성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동물 안에도 차등화를 둔다는 생각이 그 안에 담겨있긴 하지만)  

 

 

 

책 속에는 선사시대를 시작으로 고대. 중세. 근대, 계몽시대, 19세기와 20세기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고양이를 악으로 규정하고 무차별적인 파괴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흑사병이 인류를 잡아 삼키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인간 역시 동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공존하는 법을 배우자라는 생각이 책 속에 가득 담겨있다. 시작은 공진화였지만, 어느 순간 인간의 종속물로 전락해버린 동물들의 처절한 역사 속에서 진정한 공존은 인간의 태도와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는 큰 교훈을 안겨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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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놀이 웅진 우리그림책 90
나명남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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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햇빛 놀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엄마의 부재로 인한 심심함 때문이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 표지를 넘기자마자 나오는 첫 장 속 장면을 놓쳤었다. 간혹 그림책의 경우 표지 다음에 바로 시작되는 장면이 있을 수 있으니 꼼꼼히 읽어보자!(물론 마지막 장도 놓치지 말고 읽어야 한다. 마치 영화 엔딩크레딧에 숨겨진 보너스 장면 같은 내용이 있기도 하니 말이다.)

책 속 엄마 처럼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물론 주말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긴 하지만, 엄마와 같이 있어도 아이는 늘 심심해한다.(주말에는 밀린 집안일 때문에 엄마도 바쁘다ㅠㅠ 미안...)

요즘 큰 아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아우, 심심해!"다. 사실 놀 것이 주변에 꽤 있음에도, 이 말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 (아이의 숨겨진 말속에는..."유튜브나 만화를 보고 싶다."가 담겨있다.)

어린 시절 나 역시 책보다는 TV이랑 더 친했던 것 같다.(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부쩍!) 그래서 아이의 마음이 내심 이해가 되긴 하지만, 엄마라서 그런지 매체보다는 책을 더 접했으면 하는 마음에 모른 척할 때가 상당하다. 책 속 아이는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고 주변을 살피다가 햇빛을 발견한다. 햇빛과 반사된 그림자, 주변에 있는 물건들이 모두 햇빛 놀이의 준비물이 된다. 큰 창문을 통해 비치는 햇빛. 그리고 아이가 그리던 그림도, 인형도, 큰 이불도 모두 장난감으로 바뀐다. 하나 둘 새로운 모습의 햇빛 모양을 통해 아이는 다양한 햇빛 놀이를 즐긴다. 그 어떤 도구도 없이 심심함을 해결해 가는 아이. 옆에 있는 고양이도 햇빛 놀이를 함께한다.

 

 

 

큰 이불이 양탄자가 된다. 마치 알리바바의 요술 양탄자처럼, 아이는 이불을 타고 바깥으로 나간다. 봄날의 밖은 싱그럽고 따스하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이불 위에서 아이는 세상 곳곳을 훑어본다. 이불이 때론 눈썰매가 되기도 하니 즐겁고 심심하지 않다. 여기저기 민들레 꽃씨가 날아다닌다. 코를 간질이는 꽃씨를 아이는 누워서 지켜본다. 마치 빛나는 햇빛 방울 같다는 아이의 말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고양이도 함께다. 

 

 

 

부모의 부재는 아이에게 심심함을 넘어 두려움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바닥에 비친 햇빛 조각을 통해 햇빛을 들어 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매일 보는 햇빛이 또 다른 놀잇감이 되어 아이를 따뜻하게 감싼다. 밝은 그림체와 심심해하는 아이의 표정이 햇빛 놀이를 통해 바뀌는 것을 보며,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다. 익숙한 것을 익숙하게만 보면,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때론 익숙함 속에 낯섬을 찾아 나서는 것은 어떨까? 아이의 햇빛 놀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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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과 버섯구름 - 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세계사
오애리.구정은 지음 / 학고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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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좋아한다. 근데 세계사와 나와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다. 역사는 역사고, 나는 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또 세계사는 역사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기에,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역시 안 하게 된다. 물론 역사를 통해 교훈을 찾을 수 있지만, 피부에 와닿는 느낌은 적다.

그래서일까? 책의 부제가 묘하게 끌렸다. "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세계사" 읽고 난 느낌이라면... 요 근래 읽었던 책(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만큼이나 피부에 와닿는 역사 책이었던 것 같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해 배터리가 완충되었는지를 살폈고, 화장실로 가서 샴푸로 머리를 감았고, 아이와 함께 오랜만에 나들이에 나서 서점과 카페에서 바코드를 제시해 할인을 받았다. 근처 카페에 가서 나는 아메리카노를 아이는 딸기 스무디를 맛있게 먹었다. 이 책을 읽은 후라서 그런지, 내가 오늘 경험한 다양한 일상 속에 세계사가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3부로 구성된 세계사 속 이야기에는 과거의 사건이 현재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24편의 세계사가 등장한다. 집안 곳곳에 박혀있고 이어져 있는 못도, 1년에 한 번은 여전히 사용하는 성냥도 이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물론 몇 년 전 큰 이슈가 되었던 해적 이야기나 여전히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이야기도, 얼마 전 세계사 전쟁 편에서 읽었던 아프가니스탄과 강대국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아무렇지 않게 쓰는 샴푸의 시초가 인도였다는 사실은 놀라웠고, 파리의 에펠탑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못(리벳)이 약 250만 개라는 사실과 5,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에도 못이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생리대와 피임에 관한 이야기는 실제적이었고, 오늘 내가 무심코 마신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소고기나 청바지 보다 더 많은 물(140리터)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다. 가짜 뉴스가 요 근래의 이야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오래전부터 가짜 뉴스는 계속되고 있었고, 가짜 뉴스가 만들어낸 비극에 혀를 내둘렀다.

어찌 보면 나와 상관없을지 모르는 세계사 속 이야기가 내 이야기처럼 와닿았던 것은 과거의 그 사건이 현재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 우리의 삶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지를 잘 연결시켜주었기에 피부로 쉽게 와닿았던 것 같다. 물론 우리가 편하고 쉽게 생각하는 지금의 행동들이 미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상당해서 씁쓸하기도 했다. 우리가 편안하게 누리는 일상에는 누군가의 피와 땀 혹은 목숨이 담겨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 세계사에 대한 책이지만 인권, 환경, 평등 등 여러 가지 가치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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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 종친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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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 돈이야, 돈.

어느 시인의 말처럼 저세상 가서 이승이 소풍이었다고 말한다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그 소풍도 돈 없으면 못 가. 돈이 양반인 세상이야. "

두 번째 만나는 고호 작가의 작품이다. 제목부터 뭔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노비? 그리고 종친회? 그래서 그럴까? 유독 이 책에 나오는 성은 모두 같다. 진주 헌씨. 듣보잡인가? "현씨"는 들어봤는데..."헌씨"라? 순식간의 이름을 구질구질하게 만들어 주는 진주헌씨 종친회.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잘나가는 사업을 말아먹은 헌봉달은 결국 어머니 이름으로 된 땅을 담보로 돈을 빌린다. 다행히 이래저래 이야기를 해서 돌아올 어음은 3개월 이후로 미뤄뒀지만 돈이 나올 구멍이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그나마 그것도 사촌 형 덕분에 융통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급박한 때에 갑자기 그는 뿌리! 가 궁금해진다. 어머니가 동네에 진품명품처럼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감정해 준다는 소식을 전해서 일까? 오래된 문서 하나를 발견한 봉달. 그리고 그 문서가 바로 공명첩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그때부터 그의 뿌리 찾기가 시작된다. 진주 헌씨.

지인을 통해 작은 사무실을 하나 얻는다. 그리고 "진주 헌씨"를 찾는 대자보를 붙인다. 며칠 후 한 여성이 찾아온다. 그녀의 이름은 헌신자(그나마 헌씨 중에서 제일 괜찮아 보이는 이름이다.). 자신의 조부모님의 이름이 노비문서에 쓰여있다는 사실을 본 기억이 있는 그녀는, 자신의 뿌리가 노비일까 봐 걱정이 많다. 그 이후 탈북자이자, 유일하게 방송물을 먹은 헌 총각, 어린 시절 외국으로 입양을 갔다가 친부모를 찾기 위해 돌아온 헌 자식, 과거 조폭 출신이었으나 손을 닦고 일식집을 경영하고 있는 헌 금함, 이름 있는 대학에서 교수로 강의를 했던 헌 문학, 그리고 고2 헌 소리까지... 얼추 하나 둘 헌 씨들이 모인다. 그리고 정치인이자 다선 의원인 헌정치까지...

이들의 목적은 뿌리! 조상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저기 어디를 뒤져봐도 헌씨에 대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한 족보에서 헌씨 성을 가진 할머니를 발견하게 된 이들은 잔뜩 고무된다. 그렇게 헌씨 할머니의 조상들을 추적하던 중,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게 되는데...

사실 남편이 한 번씩 자신이 왕족이었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거드름 아닌 거드름을 피울 때마다 내가 응수하는 말이 있다. 조류?! 알에서 나왔잖아... ᄒᄒᄒ 나는 적어도 사람이야. 우리 시조는 왕의 부마였으니까...

나름 나 역시 내 뿌리에 관심이 많았다. 할아버지 댁에 갈 때마다 방 한쪽에 벽돌 두 개 두께 되는 5권의 족보를 발견하고 흥분해서 내 이름을 찾았지만, 없었다. 딸의 이름은 기록하지 않는단다. 정말 크게 실망했다. (이름을 찾고 싶으면 결혼을 해야 한단다. 시가의 족보에는 며느리 이름이 올라간다고 하니... 참내!) 결혼을 한 후, 내가 무슨 파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명절마다 시아버지를 통해 들은 시가의 파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서 외워졌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본관이 어딘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하는데, 과연 이런 뿌리가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헌 학문의 이야기처럼, 여전히 가문과 뼈대는 큰일을 앞두고는 드러내기 마련이라는 말에 '그런가?'하는 생각도 해봤다.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그들의 뿌리를 찾게 되는 여정에 이르러서 나름의 반전을 맛볼 수 있었다. 역시 이래서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일까? 노비라도 좋다. 뿌리를 찾고 싶다! 진주 헌씨들의 종친회 속으로 들어가 보자. 색다른 케미와 여운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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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 수많은 식물과 인간의 열망을 싣고 세계를 횡단한 워디언 케이스 이야기
루크 키오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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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설 읽고 약간의 오해를 했다. 제목이 길긴 하지만, 책의 방점은 "세계사"가 아닌 "식물 상자"다. 이 책은 후자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나는 다분히 전자에 집중을 했던 것 같다. 좀 더 이야기하자면 상자는 빼먹고 식물까지만 눈에 들어왔다. 그랬기에 책 첫 장에 나오는 "워디언 케이스(wardian case)"라는 단어를 읽고도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무역과 다자간 거래 등으로 우리는 지구 반대편의 식물이나 과일조차 어렵지 않게 우리 밥상에서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열대과일인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익숙한 바나나나 매일 두 잔씩 마시는 커피처럼 (세계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접할 수 없는 식물들이 상당함에도 말이다. 한국인의 소울메이트라 할 수 있는 김치 속 빨간 고추, 점점 익숙해지는 망고, 용과, 애플망고, 건강에 좋다고 하는 아보카도 등도 우리나라 자생식물들이 아니다.

세계사의 대단한 발명 중 하나인 워디언 케이스는 친절하게 제목에서 번역되어 있듯이 식물을 이동하는 상자를 의미한다. 1829년 외과 의사이자 아마주처 박물학자였던 너새니얼 백쇼 워드는 우연히 값진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밀폐된 유리병 안에서 식물이 시들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그는 이끼 등을 가지고 여러 차례 유리병 안에서 키운다. 그리고 그는 영국의 식물을 호주로 이동시킨다. 바로 유리로 만든 워디언 케이스에 넣어서 말이다. 그의 실험은 대단한 성공을 거둔다. 영국에서 호주까지 배로 6개월가량의 여정을 식물이 죽지 않고 버텨준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식물을 이동시키고자 하는 시도는 있었다. 기록상으로 처음 등장하는 게 기원전 1450년 경 이집트인들이 소말리아에서 향료나무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하니 상당히 오래전부터 그런 시도가 있어왔다는 것이다.

워디언 케이스를 통해 식물들은 좀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식물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워디언 케이스를 통해 우리의 삶이 변화된 것은 맞지만 그에 따른 악영향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법. 저자는 워디언 케이스가 일으킨 긍정적 변화와 함께 부정적인 결과에도 포커스를 맞춘다. 외래식물과 함께 묻어온 병충해로 생태계가 무너지고, 토종 생물들이 멸종하는 끔찍한 결과뿐 아니라, 일명 돈벌이가 되는 식물들을 대규모 농장화하여 식민지화 만드는 열강들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현재는 사라진 워디언 케이스의 역사와 함께 그로인한 득과 실을 책 한 권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긍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것은 없나 보다. 물론 워디언 케이스를 발명한 워드 역시 이런 결과를 예상한 것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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