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과 버섯구름 - 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세계사
오애리.구정은 지음 / 학고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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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좋아한다. 근데 세계사와 나와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다. 역사는 역사고, 나는 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또 세계사는 역사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기에,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역시 안 하게 된다. 물론 역사를 통해 교훈을 찾을 수 있지만, 피부에 와닿는 느낌은 적다.

그래서일까? 책의 부제가 묘하게 끌렸다. "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세계사" 읽고 난 느낌이라면... 요 근래 읽었던 책(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만큼이나 피부에 와닿는 역사 책이었던 것 같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해 배터리가 완충되었는지를 살폈고, 화장실로 가서 샴푸로 머리를 감았고, 아이와 함께 오랜만에 나들이에 나서 서점과 카페에서 바코드를 제시해 할인을 받았다. 근처 카페에 가서 나는 아메리카노를 아이는 딸기 스무디를 맛있게 먹었다. 이 책을 읽은 후라서 그런지, 내가 오늘 경험한 다양한 일상 속에 세계사가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3부로 구성된 세계사 속 이야기에는 과거의 사건이 현재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24편의 세계사가 등장한다. 집안 곳곳에 박혀있고 이어져 있는 못도, 1년에 한 번은 여전히 사용하는 성냥도 이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물론 몇 년 전 큰 이슈가 되었던 해적 이야기나 여전히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이야기도, 얼마 전 세계사 전쟁 편에서 읽었던 아프가니스탄과 강대국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아무렇지 않게 쓰는 샴푸의 시초가 인도였다는 사실은 놀라웠고, 파리의 에펠탑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못(리벳)이 약 250만 개라는 사실과 5,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에도 못이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생리대와 피임에 관한 이야기는 실제적이었고, 오늘 내가 무심코 마신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소고기나 청바지 보다 더 많은 물(140리터)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다. 가짜 뉴스가 요 근래의 이야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오래전부터 가짜 뉴스는 계속되고 있었고, 가짜 뉴스가 만들어낸 비극에 혀를 내둘렀다.

어찌 보면 나와 상관없을지 모르는 세계사 속 이야기가 내 이야기처럼 와닿았던 것은 과거의 그 사건이 현재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 우리의 삶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지를 잘 연결시켜주었기에 피부로 쉽게 와닿았던 것 같다. 물론 우리가 편하고 쉽게 생각하는 지금의 행동들이 미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상당해서 씁쓸하기도 했다. 우리가 편안하게 누리는 일상에는 누군가의 피와 땀 혹은 목숨이 담겨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 세계사에 대한 책이지만 인권, 환경, 평등 등 여러 가지 가치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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