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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놀이 ㅣ 웅진 우리그림책 90
나명남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평점 :
아이가 햇빛 놀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엄마의 부재로 인한 심심함 때문이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 표지를 넘기자마자 나오는 첫 장 속 장면을 놓쳤었다. 간혹 그림책의 경우 표지 다음에 바로 시작되는 장면이 있을 수 있으니 꼼꼼히 읽어보자!(물론 마지막 장도 놓치지 말고 읽어야 한다. 마치 영화 엔딩크레딧에 숨겨진 보너스 장면 같은 내용이 있기도 하니 말이다.)
책 속 엄마 처럼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물론 주말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긴 하지만, 엄마와 같이 있어도 아이는 늘 심심해한다.(주말에는 밀린 집안일 때문에 엄마도 바쁘다ㅠㅠ 미안...)
요즘 큰 아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아우, 심심해!"다. 사실 놀 것이 주변에 꽤 있음에도, 이 말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 (아이의 숨겨진 말속에는..."유튜브나 만화를 보고 싶다."가 담겨있다.)
어린 시절 나 역시 책보다는 TV이랑 더 친했던 것 같다.(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부쩍!) 그래서 아이의 마음이 내심 이해가 되긴 하지만, 엄마라서 그런지 매체보다는 책을 더 접했으면 하는 마음에 모른 척할 때가 상당하다. 책 속 아이는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고 주변을 살피다가 햇빛을 발견한다. 햇빛과 반사된 그림자, 주변에 있는 물건들이 모두 햇빛 놀이의 준비물이 된다. 큰 창문을 통해 비치는 햇빛. 그리고 아이가 그리던 그림도, 인형도, 큰 이불도 모두 장난감으로 바뀐다. 하나 둘 새로운 모습의 햇빛 모양을 통해 아이는 다양한 햇빛 놀이를 즐긴다. 그 어떤 도구도 없이 심심함을 해결해 가는 아이. 옆에 있는 고양이도 햇빛 놀이를 함께한다.
큰 이불이 양탄자가 된다. 마치 알리바바의 요술 양탄자처럼, 아이는 이불을 타고 바깥으로 나간다. 봄날의 밖은 싱그럽고 따스하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이불 위에서 아이는 세상 곳곳을 훑어본다. 이불이 때론 눈썰매가 되기도 하니 즐겁고 심심하지 않다. 여기저기 민들레 꽃씨가 날아다닌다. 코를 간질이는 꽃씨를 아이는 누워서 지켜본다. 마치 빛나는 햇빛 방울 같다는 아이의 말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고양이도 함께다.
부모의 부재는 아이에게 심심함을 넘어 두려움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바닥에 비친 햇빛 조각을 통해 햇빛을 들어 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매일 보는 햇빛이 또 다른 놀잇감이 되어 아이를 따뜻하게 감싼다. 밝은 그림체와 심심해하는 아이의 표정이 햇빛 놀이를 통해 바뀌는 것을 보며,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다. 익숙한 것을 익숙하게만 보면,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때론 익숙함 속에 낯섬을 찾아 나서는 것은 어떨까? 아이의 햇빛 놀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