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말차 카페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도 물건도 한 번이라도 만났다면 인연이 있는 겁니다.

인연이란 씨앗 같은 거죠.

작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키우다 보면 선명한 꽃이 피거나 맛있는 열매가 열리죠.

씨를 뿌릴 때는 상상도 하지 못한."

유난히 부딪치는 것마다 꼬이는 날이 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내가 그랬다. 평소보다 10분 일찍 출발했지만, 20분 지각하고 만 유난히 운이 없는 날. 오늘 아침에 나와 같이 이래저래 꼬인 상황에 처한 주인공을 보는 순간 '나랑 같네...'하며 확 공감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월요일의 말차 카페. 하필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날이 또 월요일이다. 이래저래 인연이 많은 책인가 보다.

얇지만 옴니버스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가령 지금 이야기에 등장한 인물이 다음 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식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저렇게 등장인물(과 고양이)이 모두 제목인 말차 카페와 연관이 있다.

첫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호는 달력을 잘못 보고 휴일에 출근을 하게 된다. 거기서부터 일이 꼬인 듯, 원하던 옷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하필 품절이다. 결국 근처의 마블 카페로 걸음을 옮기지만, 오늘은 정기휴일이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정기휴일인 오늘만 한정으로 운영되는 이벤트로 말차 카페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메뉴는 딱 두 개다. 진한 말차와 연한 말차. 진한 게 더 맛있겠지 싶었던 미호는 진한 말차 카페를 주문한다. 하지만 한입 먹고 사레가 걸린다. 너무 진했기 때문이다. 모든 게 꼬였던 하루를 다시 되뇌는 미호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마스터와 갓페이. 둘의 인연은 이렇게 끝일까? 모든 게 꼬인 하루였지만, 생각지 못한 인연이 시작된다. 왜 하필 그날 미호는 날짜를 잘못 보고 출근을 한 걸까? 그리고 왜 그날 갓페이는 마블 카페에서 말차 카페를 연 것일까?

기억에 남는 이야기 중 하나는 할머니와 손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은 말차 카페에 화과자를 납품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가끔 이벤트가 열릴 때, 인형 공연을 하기도 하는 미츠. 가업으로 운영하는 화과자는 원래 남자들에 의해 경영되었지만, 미츠의 부모대의 와서 미츠의 엄마가 가게를 크게 만든다. 바빠진 아들 내외 대신 손녀 미츠를 맡아 키우게 된 할머니 타즈. 너무 소중했던 손녀기에 더 바르게 키우고 싶었던 타즈는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기보다는 엄한 말로 손녀를 대한다. 오히려 그게 상처가 된 미츠는 본가에 가는 게 썩 좋지 않았다. 결국 그동안 쌓였던 것을 쏟아내는 미츠. 작은어머니에 의해 듣게 된 할머니의 속내와 함께 시어머니를 이름으로 부르는 이유도 듣게 된다.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가족이라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책 속에는 12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 편에서는 조연이거나 지나가는 인물 정도로 딱히 존재감이 없던 인물들이 한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 된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적어도 내 이야기에서만은 내가 주인공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말차 카페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다 소중하고 따뜻하지만, 자신만의 색을 드러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인연이라고, 그래서 스쳐 지나갔던 그가 등장하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고, 또 반가웠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배우는 요리의 역사 - 선사시대 불의 요리부터 오늘날 비건까지, 요리의 위대한 진화 한빛비즈 교양툰 20
브누아 시마 지음, 스테판 두에 그림, 김모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당연 먹고사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기왕이면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것, 그래서 재료를 가지고 다양하게 만들어 보기 시작한 것은 과연 언제부터였을까? 나라 별로 기후도 다르고, 자생하는 동. 식물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때론 비슷한 요리법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종종 만날 수 있다.

인류에게 요리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살기 위해 먹어야 했던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시절부터 채집을 통해 먹고살기 시작한 인류는, 우연히 발견하게 된 불을 계기로 좀 더 다양한 요리를 접하기 시작한다. 불의 발명으로 인해 소화와 병균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인류는 더 많은 에너지를 두뇌를 사용하는데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문명의 발전의 밑바탕이 이룩한다. 사실 지금이나 과거나 식재료나 요리법은 그리 다르지 않다. 물론 독초나 독소를 가지고 있는 식재료에 대한 지식은 과거로부터 꾸준히 쌓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과거에는 요리사가 상당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을 수밖에 없을 듯싶다.(요리를 하려면, 식재료의 독성 여부나 조리법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요리사기 때문에 수긍이 된다.)

과거에 비해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에 풍성해지기도 했다. 단편적인 비교가 되겠지만, 고대 그리스의 경우 한 사람이 1년간 고기 2킬로 섭취했다고 하고, 금욕주의적인 삶을 사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철학자 소크라테스 역시 채식주의자였다고 하니 말이다. 반면, 2017 유럽연합 통계자료에 의하면 1인당 고기 80킬로 섭취한다고 하니 40배에 달하는 양의 차이는 놀라울 따름이다.

식재료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에 요리사의 지위가 향상되기도 했지만, 연회가 발달함에 따라 요리도 같이 발전하기도 했다. 특히 로마 문화는 갈리아 요리에 영향을 미쳤고, 갈리아 요리는 프랑스 요리로 발전했다. 특히 로마는 이분법적인 생각의 틀이 있어서 그런지, 요리에도 영향을 미쳤고 요리법이나 재료에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서양과 달리 동양과 아랍권의 요리는 어떻게 발전되었을까? 아랍의 경우는 후식과 디저트 요리가 발전했다. 식사 후에 먹을 수 있는 달콤한 간식류는 현재 우리도 좋아하는데, 이라크 알안달루스 요리사들에 의해 개발이 되었다고 한다. 이 요리들이 전쟁을 통해 유럽 전역에 전달되었고, 달팽이 요리와 치즈케이크처럼 지금까지 익숙하게 먹고 있는 요리들의 전신이 되었다. 실크로드와 전쟁은 요리를 타 지역으로 전달하는 매개가 된다. 특히 중국의 국수는 마르코 폴로에 의해 베네치아의 스파게티가 되었다니, 현재 파스타의 조상은 중국이 맞는가 보다.

책을 읽는 내내 요리의 재료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부자도 세 끼, 가난한 사람도 세 끼 먹는 건 똑같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똑같은 세 끼라도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해서 먹느냐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영주는 넘쳐나는 식재료 때문에 자신이 먹다 남긴 음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반대로 가난한 평민들이나 농노들은 먹을 수 있는 게 보리나 밀의 가루 조금으로 만든 죽 정도였다니 빈부의 차이가 식재료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이미 중석기를 지나며 식사예절이 생겼고, 그 예절 중 상당수는 현재도 통용된다는 게 놀랍기도 했다.

요리의 역사를 통해 아주 오랜 옛날의 요리를 현재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고, 서로의 문화가 또 다른 요리에 영향을 미치며 발전하는 모습은 흥미롭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 장에 추천 레시피가 있는데, 익숙한 이름의 요리들이 상당수 있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한국요리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

방대한 요리의 역사지만, 만화로 배우는 시리즈는 언제나 만족스럽다. 요리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고, 새로운 식재료는 계속 발견될 것이다. 인류가 먹는 즐거움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손목시계의 교양 - 내 손목에 있는 반려도구의 인문학
시노다 데쓰오 지음, 류두진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동안 손목시계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필요에 의해서, 나중에는 손목시계의 매력에 빠져서 한동안 시계를 모았다. 물론 자금 사정 상 메이커나 고가의 시계가 아닌, 내 눈에 예쁘고 괜찮아 보이는 제품들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물론 지금은 손목사정도 좋지 않고, 시계의 용도는 핸드폰이 하고 있기에 서랍 한쪽에 모셔져 있는 상황이다. 사실 제목을 보고 좀 놀라웠다. 손목시계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소위 마니아층을 위한 책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펼쳐보았다. 이번에도 내 생각은 기우였다. 6개의 큰 테마로 나누어진 손목시계에 의한, 손목시계에 대한 이야기는 참 흥미로웠다. 그와 함께 쉽게 접하지 못할(상당히 고가의!) 손목시계의 자태도 함께 만날 수 있으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와 함께 교양도 쌓을 수 있다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다.

시계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어디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위스를 이야기할 것이다. 스위스는 왜 시계 강국이 된 것일까? 예상과 다르게, 시계의 역사학 파트에서는 반전을 만났다. 원래 시계 강국은 프랑스였다는 사실이다. 루이 14세의 종교탄압으로 인해 시계 기술자들이 옆 지역 스위스로 건너가게 되었고, 거기서 기술을 이어나가면서 지금의 스위스가 시계산업을 이끌어나가는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최초의 손목시계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여기에도 소설만큼이나 극적인 반전이 담겨있다. 지금은 명품 손목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들 중에 여성보다는 남성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근데, 세계 최초의 손목시계는 여성을 위해 만들어졌고, 당시 시계 역시 시간의 역할보다는 사치품과 같은 장식품(액세서리)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교회의 기도 시간을 알리기 위한 첨탑의 큰 시계가 점점 작아지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힘을 쏟아야 했을까?

텍스트의 흥미로움과 함께 실제 시계의 자태를 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시계 중 하나가 이 사진 속 시계였다. 저 작은 기판 안에 날짜, 요일, 시간에 윤년 표기까지 된다니...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이 모든 것이 전자가 아닌 많은 부품들에 의해 기계식으로 구성된다고 하니 세밀한 공정 하나까지 설계하고 실험하여 하나의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닐 뿐더러, 왜 그리 고가에 팔리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저 시간을 알려주는 정도에만 머물 줄 알았던 시계는 그 이후도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생활방수뿐 아니라 흠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종 자성을 가진 물건들(핸드폰, 가방 자석, 핸드폰 케이스 자석 등)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한 소재의 진화, 기계식 시계의 한계일 수 있는 시간의 오차를 줄이기 위한 연구, 다양한 디자인과 심미적 요소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 등 참으로 다양한 노력들이 집약되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참 매력적이었다. 소위 장인이 한 땀 한 땀 파고 깎아서 만들어낸 기요세 뿐 아니라, 그저 파란색으로 칠했다고 생각했었던 시계 침을 300도가량의 불로 연단시켜 색을 표현해냈다는 사실을 통해 역시 아는 만큼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이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전혀 몰랐을 사실 들이니 말이다.  

 

 

 

 

그 밖에도 사실 고가의 시계하면 떠오르는 롤렉스! 말고는 아는 시계 브랜드가 없었는데, 책의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시계 업체들의 이름을 보고 정말 놀랐다.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시계만 봐도 대략 얼마인지 알 정도로 유명한 시계부터, 각 시계의 특징이나 성격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소위 명품을 상징하는 여성의 가방, 그리고 남성의 손목시계. 남에게 보이기 위한 용도라면, 이 모든 장인들의 수고가 좀 아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명품은 가치를 알아보고, 그에 맞게 사용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지닐 때 제대로 된 값어치를 하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술관 읽는 시간 -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정우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양화가가 대세인 시절, 누군가는 유행에 휩쓸리고

누군가는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예술을 만들어갑니다.

한국 화가들을 공부하며 알게 된 거장이라 불리는 그들의 공통점은 유행을 따르면서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얼마 전 큰아이와 함께 곤충체험관에 간 적이 있다. 도슨트를 통해 곤충과 파충류의 생태와 특징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한결 더 생생하고 흥미롭게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심도 더 생기게 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덕분에 처음 경험한 도슨트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사실 요 근래 들어 미술과 친해지려 다분히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미술은 쉽지 않다. 내게 제일 접근이 어려운 곳을 한 곳 꼽자면 미술관이 아닐까 싶다. 그 정도로 미술과 감상은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이다. 그럼에도 미술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큰아이가 미술작품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작품들은 소위 서양화가들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미술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나 화가 역시 국내의 화가보다는 해외의 화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미술 도슨트인 저자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 그리고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7개의 미술관들의 특징이라면 국내에 있다는 것과 한 명의 화가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 화가만의 미술관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이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다. 수원시립미술관을 제외하고는 각 미술관은 한 화가의 작품을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다. 가령 환기미술관에는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양주시립 장욱진 미술관에서는 장욱진 화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실 미술작품을 만날 때마다 당혹스러운 것이 왜 이 작품의 값어치가, 소위 가격이 왜 이리 비싼 걸까 하는 생각들이다. 어떤 그림은 우리 집 아이의 그림처럼 보이기도 하고, 끼적여놓은 낙서같이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나와 같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아는 저자는 그림 이면에 있는 화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내준다.


이 작품에 담겨있는 화가의 처절한 슬픔과 고통의 비애 혹은 그리움의 감정이나 행복감이 작품에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를 설명하며 작품을 보는 눈을 일깨워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나 꼽으라면 장욱진 화백의 가족이라는 작품이다. 장욱진 화백의 작품들은 지극히 단순하고, 간단하다. 특히 아내를 그린 진진묘란 작품은 정말 졸라맨처럼 보이기도 했다.

평생 손에 잡힐만한 사이즈의 그림만을 그렸다는 장 화백의 작품들은 복잡하고 머리 아픈 그림들이 없다고 한다. 단순하고 소박한 우리 주변의 모습들을 주제로 삼아 그린 그의 그림을 보자니 처음에는 장난같이 보였던 작품들 속의 따스한 감정이 녹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네 식구가 문을 통해 밖을 들여다보는듯한 가족이라는 작품은 마치 우리 가족을 그린 것처럼 익숙하고 미소가 지어졌다.




그 밖에도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여류 화가 나혜석이나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구면이었던 김환기, 조금은 낯설었던 이응노, 이름만으로도 큰 존재감을 줬던 박수근 등 7명의 대 화백들의 삶과 작품들을 통해 좀 더 우리나라 화가들을 깊이 있게 만났던 시간이었다.


책 말미에 미술관이 어려운 독자들을 향한 저자의 애정 어린 미술관 관람의 팁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속 불가능 대한민국 - 고도성장의 기적 이후, 무엇이 경제 혁신을 가로막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26
박상인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 짧은 시간 동안 빈곤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년 남짓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의 성공기에는 "기적"이라는 말이 붙는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그렇게 이룩했던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가?

서가명강 26번째 주제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혁신의 명암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1960년대 박정희 체제 속에서 이뤄낸 경제성장이 왜 현재까지 지속되지 않는지에 대해 밝힌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시 경제성장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다시피 한 대한민국은 가지고 있는 기반을 다질만한 천연자원도 없었고, 외국의 원조도 끊긴 시점이었다. 당시 외국에서 차관을 도입한 박정희는 타국의 지도자처럼 든든한 배경을 가진 출신도 아니었다. 모든 상황에서 그는 경제를 일으켜야 할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일명 "국가대표 선수 육성정책"이었다. 당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제조업을 통한 수출을 증대시키는 것이었고, 박정희는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에게 보조금과 같은 특혜를 준다. 그리고 그 특혜에 힘입어 지금의 재벌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당시 어떤 기반 시설도 없었기에 모든 것을 만들어가야 했고, 그에 따라 재벌기업들은 일명 수직계열화로 모든 것을 본인들이 다 아우르는 시장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그런 급속도의 성장 정책이 왜 현재는 통하지 않는 것일까?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저자는 우리의 상황과 같은 또 다른 예로 미국과 유럽. 일본의 성장세에 대입해 설명한다. 경제발전의 단계마다 전략이 달라져야 함에도 같은 전략을 고수하기 때문이라는 슘페터주의 성장이론이 여기서 등장한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시점에서는 우리가 주목한 국가대표 선수 육성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만, 경제의 주 동향이 바뀌는 시점에서는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제조업들의 경우 특수재가 아닌 범용재를 생산하는 형태이고, 범용재의 경우 가격경쟁력에 따라 차후 시장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 기업들에게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미국이나 유럽 같은 기업들에는 기술력에서 밀리는 샌드위치 형태. 즉, 넛크래커로 악화일로를 겪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 역시 범용재를 생산하고 있다. 왜 우리 경제는 그럼에도 그동안 조금씩 성장을 했던 것일까?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현재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가 독점 형태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오로지 현대-기아차와만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 말한 수직계열화가 되는 것이다.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런 소위 밴딩사들의 가격을 후려쳐야 한다. 즉,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재벌기업 위주의 경제형태가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는 탄소중립 협정을 맺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경유나 휘발유를 연료로 쓰는 차에서 전기차로 시장이 변화되고 있는데, 그동안 가격경쟁력에 우위를 지키고 있던(하청사 가격 후려치기로!) 독점 생산자는 급변하는 변화에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부에서 약속한 기한이 있다 보니 탄소중립 협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빠른 산업전환이 필요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현재 탄소를 배출하는 주된 산업 군들이 해체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더 큰 문제가 야기되기 전에 발 빠른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중화학공업과 제조업에 역량이 집중되어 있다. 거기에 플랫폼 산업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제2의 기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세계시장의 변화에 발맞추어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고, 수직계열화를 무너뜨리고 경쟁의 우위를 다잡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