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불가능 대한민국 - 고도성장의 기적 이후, 무엇이 경제 혁신을 가로막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26
박상인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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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 짧은 시간 동안 빈곤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년 남짓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의 성공기에는 "기적"이라는 말이 붙는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그렇게 이룩했던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가?

서가명강 26번째 주제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혁신의 명암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1960년대 박정희 체제 속에서 이뤄낸 경제성장이 왜 현재까지 지속되지 않는지에 대해 밝힌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시 경제성장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다시피 한 대한민국은 가지고 있는 기반을 다질만한 천연자원도 없었고, 외국의 원조도 끊긴 시점이었다. 당시 외국에서 차관을 도입한 박정희는 타국의 지도자처럼 든든한 배경을 가진 출신도 아니었다. 모든 상황에서 그는 경제를 일으켜야 할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일명 "국가대표 선수 육성정책"이었다. 당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제조업을 통한 수출을 증대시키는 것이었고, 박정희는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에게 보조금과 같은 특혜를 준다. 그리고 그 특혜에 힘입어 지금의 재벌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당시 어떤 기반 시설도 없었기에 모든 것을 만들어가야 했고, 그에 따라 재벌기업들은 일명 수직계열화로 모든 것을 본인들이 다 아우르는 시장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그런 급속도의 성장 정책이 왜 현재는 통하지 않는 것일까?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저자는 우리의 상황과 같은 또 다른 예로 미국과 유럽. 일본의 성장세에 대입해 설명한다. 경제발전의 단계마다 전략이 달라져야 함에도 같은 전략을 고수하기 때문이라는 슘페터주의 성장이론이 여기서 등장한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시점에서는 우리가 주목한 국가대표 선수 육성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만, 경제의 주 동향이 바뀌는 시점에서는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제조업들의 경우 특수재가 아닌 범용재를 생산하는 형태이고, 범용재의 경우 가격경쟁력에 따라 차후 시장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 기업들에게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미국이나 유럽 같은 기업들에는 기술력에서 밀리는 샌드위치 형태. 즉, 넛크래커로 악화일로를 겪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 역시 범용재를 생산하고 있다. 왜 우리 경제는 그럼에도 그동안 조금씩 성장을 했던 것일까?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현재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가 독점 형태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오로지 현대-기아차와만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 말한 수직계열화가 되는 것이다.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런 소위 밴딩사들의 가격을 후려쳐야 한다. 즉,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재벌기업 위주의 경제형태가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는 탄소중립 협정을 맺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경유나 휘발유를 연료로 쓰는 차에서 전기차로 시장이 변화되고 있는데, 그동안 가격경쟁력에 우위를 지키고 있던(하청사 가격 후려치기로!) 독점 생산자는 급변하는 변화에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부에서 약속한 기한이 있다 보니 탄소중립 협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빠른 산업전환이 필요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현재 탄소를 배출하는 주된 산업 군들이 해체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더 큰 문제가 야기되기 전에 발 빠른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중화학공업과 제조업에 역량이 집중되어 있다. 거기에 플랫폼 산업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제2의 기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세계시장의 변화에 발맞추어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고, 수직계열화를 무너뜨리고 경쟁의 우위를 다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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