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한국사 - 시와 노래로 만나는 우리 역사 푸른들녘 인문교양 40
조혜영 지음 / 푸른들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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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노래와 춤을 사랑하는 민족 중 하나이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춤과 노래로 풀어낸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 가득 담겨있는 시와 노래는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은 현직 한국사 교사가 수업에 학생들과 흥미롭게 다루었던 주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 파트가 아닌 우리나라의 전 역사를 통해 시와 노래에 담긴 숨은 의미를 한국사를 통해 찾아내고, 풀어내었다.

노래라 하면 곡조가 있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우리의 사전에서 정의하는 노래에는 운율을 가진 시도 포함된다. 그렇기에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다 노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총 6막에 거쳐 고대, 고려, 조선, 개화기,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의 노래 28편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오래된 노래는 무엇일까? 공무도하가라는 제목은 정말 많이 들어봤는데, 이 노래가 고조선 시대 것이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학창 시절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아내가 지은이라는 것 외에는 기억에 남는 게 없는데, 이 책 덕분에 그 숨은 뜻까지 마주하게 되었다. 책 속 남편은 물에 빠져 사망한다. 남편의 사망을 본 아내는 그 자리에 앉아 이 시를 읊고 자신도 똑같은 선택을 한다. 도대체 이 백수광부는 누구이고, 왜 강물에 몸을 던진 것일까? 저자가 풀어내는 당시 시대상은 참 놀라웠다. 내가 배운 거라고는 나이 든 미친 남자일 뿐이었는데, 그 남자의 직업(제사장, 무당) 뿐 아니라 그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까지 알 수 있다니...!

고려의 노래 중 마지막에 등장하는 사리화(沙里花)라는 시도 기억에 남는다. 언제 기록되었는지는 모르지만, 100년간의 무신정권기 동안 70번의 민란이 발생했고, 원 간섭기에도 고려 백성들은 큰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탐관오리들에게 수탈로 먹을 것조차 없는 상황을 참새와 늙은 홀아비라는 대상을 비유로 삼아 시로 표현했다. 여기서 참새는 수탈자를, 늙은 홀아비는 가난한 백성을 의미한다. 특히 사리화라는 뜻을 사는 목이 쉰다로, 리는 근심한다로, 화는 곡식을 의미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던 부분은 또 다른 의미 깊은 상황을 표현했던 뜻이었던 것 같다.

사실 책을 읽으며 현대사에서도 많은 곡과 책들이 금지되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내심 궁금했다. 책 속의 마지막 페이지 제목에도 해방 이후라는 긴 시간을 의미했지, 현대사를 떼어서 구성하지 않았기에 말이다. 다행이라면 마지막 페이지 말미에 내가 궁금했던 이야기가 살짝 등장한다. 지금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키 작은 대통령을 디스 하는 표현이라서,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른다는 표현이 북한을 상징하기에 등)들로 각종 금지를 붙였다는 사실이다. 그런 걸 보면 금지시킨 사람이 뭔가 구린 데가 있어 서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밖에도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그리고 해방 이후에 시와 노래를 보면, 그 안에 담긴 백성들과 소시민들의 울분과 상처가 보인다. 시대가 흐르고, 변화가 일어났다 해도 왜 같은 상처와 아픔, 고통의 감정은 변화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들이다. 다행이라면 때론 반어적이고, 때론 전혀 상상이 안되는 대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이름조차 모르는 그들의 시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깊이 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때의 감정을 여전히 느끼고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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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엔 니체, 퇴근길엔 장자 - 회사 앞 카페에서 철학자들을 만난다면?
필로소피 미디엄 지음, 박주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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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 출근길과 퇴근길은 어떻게 다를까? 직장인에게 일요일 밤과 금요일 밤은 어떤 의미일까?

처음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일요일 밤이 너무 좋았다. 내일이면 출근한다!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물론 그 마음이 지금까지 있는가? 결혼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배우자를 보고 설레는 마음이 있다면? 심장병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만큼이나 나 역시 그때와는 다른 형태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참고로 현 직장 14년 차다.) 애 둘의 뚜벅이 워킹맘인 나는 매일 아침 출근길도, 퇴근길도 전쟁이다. 출퇴근은 어린이집 등 하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5분에 희비가 교차한다. 어느 날은, 몇 번의 버스 환승으로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사무실 의자에 앉기도 한다. 방금 출근했는데 말이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일이 있는데, 갑자기 마구잡이로 일이 끼어든다. 하원 시키려면 칼퇴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늘따라 퇴근시간을 앞두고 일이 주어진다. 내 잘못이 아닌데, 덤터기를 쓰고, 욕을 먹는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해본 직장인이라면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올지 모르겠다. "출근길엔 니체 퇴근길엔 장자."

철학자들의 이름에 갑자기 확 반감이 드는가? 글쎄... 막상 책을 읽고 나면 좀 더 가까워진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앞에서 늘어놓은 직장인에 속한다면 누구나 접할법한 상황들을 책 속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으니 말이다. 출근길에는 서양철학자들이, 퇴근길에는 동양철학자들이 우리의 출퇴근길을 함께한다.

출근길에 7명, 퇴근길에는 8명. 총 15명의 철학자들이 과연 직장인의 삶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들의 지혜와 사색을 통해 우리의 마음속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낸다. 15개의 주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개의 주제를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출근길의 불평(나를 이용하려 하지 마)에는 독일의 철학자인 임마누엘 칸트와 조금은 낯선 이름의 영국 철학자 데릭 파핏이 등장한다. 사람은 내 목적을 위해 타인을 이용할 때가 있다. 과연 타인을 도구로 삼는 게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등장한다. 책 속 예는 해외여행을 가게 된 동료에게 원하는 스웨터 구매를 요청했는데, 동료가 여행 직전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를 병문안 가서 그에게 스웨터 구매를 물어본다면, 그리고 빨리 나아서 꼭 스웨터를 사다 달라는 말을 했다면, 이는 도덕적으로 정당할 수 있을까? 상황을 보자마자 열이 뻗쳤다. 당연히 안되는 거 아닌가? 사고를 당한 동료의 안부가 먼저지, 그까지 스웨터 나발이 문제인가?라고 열을 낼만하다. (아마 사고당한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 거다.) 여기서 칸트와 파핏이 등장한다. 둘 다 비슷한 이론을 이야기하지만, 칸트가 더 극단적이다. 칸트는 순수도구원칙을 통해 타인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하지만 파팟은 타인을 이용할 때, 타인이 해를 입지 않았다면 도덕적으로 잘못이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만약 사고가 나지 않았고, 정상적으로 여행을 떠나서 스웨터를 사 왔다면 타인을 도구로 삼았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 속 예는 좀 극단적이긴 했지만, 우리 실생활에서 이래저래 자주 접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꽤 신선했다.

그렇다면 퇴근길에 기억나는 철학자는 누구일까?!잔혹(인간은 원래 이기적이다)의 한비자다. 역시 이번에도 예가 등장한다. 솔로이자 열정 많은 막내 사원.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도와준다. 근데, 그러다 보니 호구가 되어있다. 타인을 돕고자 한마음으로 희생을 감수한 것이었는데, 왜 그는 지탄의 대상을 넘어 회사 사람들로부터 잔혹함을 느끼게 되었을까? 사실 동양의 사상하면 떠오르는 게 공자인지라, 상대적으로 (인간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론들은 낯설다. 한비자나 순자 역시 그중 하나일 텐데, 우리의 직장 생활에는 한비자나 순자의 이론도 꼭 필요하다.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듣고 싶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희생할 필요는 없다. 그 희생이 내게 도움이 되고, 내 스스로 원하는 목적을 이루었다면 다르겠지만, 타인을 위한 희생은 잔혹할 뿐이다. 막내 사원 역시 그렇다. 그저 내가 지금 바쁘지 않아서, 딱히 약속이 없기 때문에 야근을 자처할 필요는 없다. 야근을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게 행복하다면 몰라도, 솔로라는 이유로 그 모든 것을 감내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때론 상황을 통해 잔혹한 사회에 잔혹함으로 맞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잔혹은 위선군자들에게 대항하는 무기가 되고,

직장 내 불의나 불공평을 깨뜨리는 용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여전히 내일의 출근은 두렵고, 불안하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책 속에 등장한 철학자들의 조언처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조금의 숨 쉴 틈을 발견했다면, 우리도 그들 철학자들도 만족할 것이다. 직장인의 생리를 철학을 통해 풀어내었던 실제적이고, 신선한 철학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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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 오베르쉬르우아즈 들판에서 만난 지상의 유배자 클래식 클라우드 30
유경희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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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빈센트 반 고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내게 반 고흐의 이미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그에 대한 이미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자른 것, 자살을 선택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클클)의 30번째 책의 주인공이 반 고흐라는 사실에 두 마음이 들었다. 우선 꾸준히 읽고 있는 시리즈였으니 일긴해야겠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인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물론 두 번째 주인공인 니체보다는 낫지만... 니체도 정말 시리즈가 아니었으면 사지도 않았을 텐데... 읽고 나서 바뀌긴 했다.)

저자는 반 고흐에 대한 사랑을 책 가득 펼쳐놓는다. 마치 반 고흐의 변호사인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때론 엄마 같은 마음으로 그의 모든 것을 변호하고, 이해하고, 설득했던 것 같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반 고흐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상처와 아픔들조차 생각지 않고 내 방식대로 매도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저자에게 감사하다.

빈센트 반 고흐. 27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10년 동안 1,000점의 그림을 남긴 불세출의 천재화가. 마지막 3년 동안 300점의 그림을 남겼다니, 그는 정말 어마어마한 작품을 쏟아내는 기계와 같은 인물이었다. 한편, 그는 생각도 많은 사람이었다. 생각이 많으면, 뭔가를 표현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그는 생각도 많지만 표현도 과감하고 급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짧지만 굵게 활동했던 화가일 수 있었다.

고흐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동생인 테오다. 동생이지만, 형처럼 고흐를 챙겼던 유일한 가족. 이자 친구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고흐에게는 태어나기 1년 전 사망한 형이 있었다. 하필 형이 태어난 날로부터 1년 후에 그가 태어났다. 그리고 큰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있던 부모는 그에게 죽은 아들의 이름을 붙여줬다. 그리고 근무하는 교회( 고흐의 아버지는 목사였다.) 한 편에 아들의 무덤을 만들었다. 부모와 함께 살던 16년간 수시로 오가며 그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무덤을 봤을 것이다. 그의 기분이 어땠을까? 물론 고흐가 태어난 이후에도 어머니는 큰 아들을 잃은 상심 속에서 살았고, 그에 대한 감정은 분명 고흐에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책 속에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고흐와 관계를 맺었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동생 테오뿐 아니라, 함께 작업을 했다가 결국 불화하게 된 프랑스 화가 폴 고갱과의 일화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여성들의 이야기까지... 상처받은 영혼이었던, 누구보다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던 고흐의 이성관계는 참 안쓰러웠다. 그가 마음을 주었던 여성들은 하나같이 이런저런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사는 하숙집 딸, 남편을 잃은 사촌누나, 임신 중인 창녀 등... 고흐는 아픔을 자신이 안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심리학을 전공하진 않아서 전문적으로 표현할 수 없지만, 어린 시절부터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애정결핍이 만들어 낸 상황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손을 놀리지 말고 일하라"라는 어머니의 인생철학 덕분에 고흐는 정말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전문적으로 미술을 배운 적이 없고, 들어간 미술학교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다 결국 선생과 불화하고 뛰쳐나오기도 한다. 당시 종이를 비롯한 미술재료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그는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것에 반대가 없었던 것은 화상을 꾸리는 집안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고흐를 지원하던 부모 입장에서는 아들이 낭비가 심하다고 생각해 지원을 부담스러워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이, 고흐의 가족력이었다. 고흐의 형제들 중 상당수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고흐를 비롯하여 남동생 코르 또한 서른두 살에 자살했고, 여동생 빌레미나 역시 40년간 정신병원에 수용되었고, 몇 차례 자살시도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테오 역시 고흐의 사망 후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고, 매독과 합병증으로 6개월 후 사망한다. 물론 고흐의 큰아버지나 사촌들 역시 간질이나 정신질환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가족력에 어린 시절부터 받은 상처와 애정결핍이 더해졌으니 고흐의 삶이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가 자살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정확히 그가 자살한 것인지 누군가에 의해(실수도 포함해서) 죽음을 당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평소처럼 그림을 그리러 나갔다 돌아온 고흐는 배에 권총상을 입는다. 자해를 했다고 이야기하지만, 고흐의 사망 후 이루어졌던 조사에서는 총의 출처가 석연치 않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상을 입은 고흐를 보고 지인이자 정신과 의사인 가셰나 동생 테오가 외과의에게 보이지 않은 대목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의사에게 빠른 치료를 받았다면 고흐가 빨리 세상을 등지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남인 가셰는 그렇다고 쳐도, 테오는 왜 그랬을까? 한편으로는 테오의 마음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 역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데다가, 자신에게 모든 걸 의지하는 형을 챙기는 것이 쉽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살아생전에는 한 작품도 팔지 못했던 고흐. 하지만 후대에는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화가가 되었다. 재정적인 어려움과 감정적인 고통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고통을 작품으로 표현해냈고, 그로 인해 지금 우리 곁에는 상당히 많은 작품이 남아있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고흐의 다른 면과 함께, 이번에도 내 안에 갇혀있던 고흐에 대한 편견을 걷어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예민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내놓을 줄 알았던 고흐. 짧은 시간 동안 불태웠던 예술혼을 담은 작품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는 것만이 유일한 위로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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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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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어."

2061년 7월 28일. 페트라 페냐 가족에게는 잊지 못할 날이다. 지구의 큰 위기가 닥친다. 핼리혜성이 궤도를 이탈해 지구와 충돌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태양계 밖 행성인 세이건을 향해 우주선을 띄운다. 물론 모두가 우주선에 탑승할 수는 없다. 소위 선택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니 말이다. 그렇게 선택된 페트라의 가족. 너무 사랑하는 리타 할머니와 이모를 두고 떠나야 하는 페트라는 마음이 아프다. 발걸음이 안 떨어지는 페트라에게 펜던트를 건네주는 할머니. 그녀에게 구엔 코(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페트라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산 깊숙이 들어가 만나게 된 사마귀 모양의 우주선. 식물학자인 엄마 에이미, 지질학자인 아빠 로버트 그리고 남동행 하비에르까지 네 가족은 우주선에 오른다. 사실 부모님은 페트라에게 지병인 망망색소변성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우주선의 탑승할 자격을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오른 우주선. 근데, 부모와 함께 할 수 없단다. 아이들은 아이들 전용 포드에 누워 400년간 수면 상태에 머물러야 한다. 두려워하는 동생 하비에르를 달래려고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전하다 오히려 두려움을 더 불러일으키고 만다. 결국 공포 속에 하비에르가 먼저 포드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다음은 페트라 차례다. 사실 포드 안에서 잠드는 동안, 아이들은 선택한 과목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일명 엔 코그니토 프로그램으로 수면 상태에서 지식을 획득하는 장치다. 엄마. 아빠의 전공인 식물학과 지질학을 기본과목으로 배우고, 선택과목으로 신화학과 민속학을 공부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기본과목만 세팅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페트라.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페트라는 수면상태에서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포드 안에 들어가서 느끼는 고통조차 말이다. 페트라와 하비에르가 잠들기 직전, 우주선이 공격을 당한다. 급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수석담당자는 수면 담당인 벤을 재촉한다. 모두가 잠에 빠졌다고 느꼈을 때(페트라는 밖의 소리를 듣고 있다.), 벤은 책을 읽어준다. 그리고 페트라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몰래 전달해 준다.

400년이 지난 2442년. 페트라는 깨어난다. 근데 가족들을 찾을 수 없다. 많던 포드들도 보이지 않는다. 피부색이 투명하여 비칠 정도에 다 광대뼈가 도드라져 보이는, 모두가 같은 외모를 지닌 존재들만 보일 뿐이다. 페트라가 깨어난 곳에 남은 포드는 모두 4개. 우주선 안에 있는 존재들은 페트라를 비롯한 4명의 아이를 제타로 부른다. 400년 동안 주입시킨 "나는 콜렉티브를 위해 봉사하기 위해 여기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들은 자신이 배운 지식들을 활용할 목적으로 남겨진 존재들이 된다. 제타1인 페트라 페냐, 포드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마주친 수마(제타2), 금발 머리를 가진 루비오(제타3) 그리고 제일 어린 페더(제타4). 포드에 들어가 있는 동안 지구는 물론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이름조차 삭제된 이들과 달리, 페트라는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페트라의 가족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전 세계에 일어난 일은 비극이 아닙니다.

그것은 과거를 뒤로하고 떠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지구에서의 옛 기억이 알려지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안 페트라는 사령관인 나일라와 크릭의 눈치를 보며 도망을 계획한다. 포드 안에서 수면을 취할 시간이 되면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쿠엔코를 들려준다. 아이들은 페트라의 쿠엔코를 좋아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전하는 한편 우주선을 벗어나 지역을 순찰하며 독이 있는 잎을 몰래 수집한다. 나일라로 식물학 전문가인 페트라에게 과학자 엡실론5와 함께 고엽제를 만들라고 하는데...

익숙한 환경을 떠나는 것도 두려운데, 깨어나니 가족들이 전부 사라진 상황에서 페트라는 마음이 동한다. 섣부르게 대응했다가는 자신조차 사라져버릴 위험 속에서, 페트라는 늘 할머니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는다. 혼자 도망칠 수 있지만, 함께 깨어난 동료들을 버릴 수 없다. 그녀를 그녀답게 만들어준 사람들의 손길과 희생을 그녀 역시 기억하기 때문이다. SF가 가미된 한결 다른 결의 이야기 속에 페트라란 소녀의 성장기가 더해지면서 색다른 매력의 작품을 만나게 된 것 같다.

"네가 어디서 왔는지 또는 네 조상들이 네게 가져다준 이야기를 절대 부끄러워하지 마라.

그걸 자신의 것을 만들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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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타르튀프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4
몰리에르 지음, 김보희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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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결연한 마음이 필요한 법이에요."

네 번째 만나는 시카고 플랜의 고전 희곡은 프랑스 작가 몰리에르의 타르튀프다. 앞에 만나봤던 3권(햄릿, 맥베스, 템페스트)과 달리 작품의 제목도, 작가도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내용은 그 어느 책 보다 이해가 쉽고, 빠르고, 흥미로웠다. 대망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반전이까지도 말이다.

 

 

 

우선 작품의 제목인 타르튀프는 등장인물의 이름이다.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맥베스처럼 악역을 맡은 인물의 이름이다. 타르튀프는 교활한 사기꾼이면서 마치 종교에 심취한, 신실한 종교인인 양 가면을 쓰고 파리 귀족인 오르공의 집에 살고 있다. 오르공과 그의 어머니인 페르넬은 그런 타르튀프에게 빠져서 그가 하는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타르튀프에게 맹목적인 신뢰를 보낸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그의 독선과 사기행각을 눈치채고 있다.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오르공이 자신의 딸인 마리안을 타르튀프에게 시집보내려 하는 데서부 터다. 마리안에게는 이미 사랑을 약속한 발레르라는 청년이 있었고, 가족들이 모두 그 둘의 관계를 알고 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변덕에 마리안은 답답한 모습을 보인다. 오히려 시녀인 도린이 그런 마리안에게 상황을 직시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줘야 할 지경이니 말이다. 한 술 더 떠 발레르는 자신이 아닌 타르튀프와 결혼하게 된 마리안에게 엉뚱한 말을 해서 둘은 사랑싸움을 할 지경에 이른다. (이 상황에 밀당을 하고, 티키타카를 할 지경인지...! 에휴...) 결국 도린의 중재로 둘은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한편, 오르공의 아내인 엘미르를 만나는 타르튀프. 사실 타르튀프는 그녀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 마리안과 발레르가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엘미르의 말에 타르튀프는 자신의 마음을 저돌적으로 고백한다. 그 상황을 보고 있던 아들 다미스는 어머니에게 사랑을 고백한 타르튀프를 용서할 수 없다. 결국 아버지인 오르공에게 자신이 본 바를 이야기하지만, 타르튀프에게 맹목적인 오르공은 아들의 말을 믿지 못하고, 다미스를 쫓아내고 마리안과의 결혼을 당장 저녁에 추진하기로 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전 재산을 타르튀프에게 넘겨준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마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편하다. 사기꾼인지 모르고 오히려 가족들을 비난하는 아버지 오르공과 아들이 타르튀프의 진실을 목도하고 이야기하는데도 그런 아들을 믿지 못하는 페르넬. 다혈질인 아들 다미스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도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고 말하는 수동적인 딸 마리안. 아들이 쫓겨나는 상황에 처하자 비로소 남편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는 엘미르까지...물론 독실한 종교인인 척 위선으로 둘러싸고 오르공의 집에 머무는 타르튀프가 가장 문제겠지만 말이다. 그나마 정상적인 사람이라곤 시녀인 도린과 엘미르의 오빠인 클레앙트 정도 아닐까?

근데 17세기 고전주의 작가의 작품을 현대에 읽어도 공감이 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가면을 쓰고 위장하는 종교인을 비롯한 사기꾼들을 만날 수 있어서가 아닐까? 다행이라면 마지막에 사이다 한 방이 있어서다. 아쉬움이 있다면 사이다 한방으로 해소되고 끝난다는 거? 마리안과 발레르의 결혼이나 사기꾼 타르튀프의 말로가 없이 급하게 마무리가 되어서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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