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타르튀프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4
몰리에르 지음, 김보희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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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결연한 마음이 필요한 법이에요."

네 번째 만나는 시카고 플랜의 고전 희곡은 프랑스 작가 몰리에르의 타르튀프다. 앞에 만나봤던 3권(햄릿, 맥베스, 템페스트)과 달리 작품의 제목도, 작가도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내용은 그 어느 책 보다 이해가 쉽고, 빠르고, 흥미로웠다. 대망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반전이까지도 말이다.

 

 

 

우선 작품의 제목인 타르튀프는 등장인물의 이름이다.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맥베스처럼 악역을 맡은 인물의 이름이다. 타르튀프는 교활한 사기꾼이면서 마치 종교에 심취한, 신실한 종교인인 양 가면을 쓰고 파리 귀족인 오르공의 집에 살고 있다. 오르공과 그의 어머니인 페르넬은 그런 타르튀프에게 빠져서 그가 하는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타르튀프에게 맹목적인 신뢰를 보낸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그의 독선과 사기행각을 눈치채고 있다.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오르공이 자신의 딸인 마리안을 타르튀프에게 시집보내려 하는 데서부 터다. 마리안에게는 이미 사랑을 약속한 발레르라는 청년이 있었고, 가족들이 모두 그 둘의 관계를 알고 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변덕에 마리안은 답답한 모습을 보인다. 오히려 시녀인 도린이 그런 마리안에게 상황을 직시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줘야 할 지경이니 말이다. 한 술 더 떠 발레르는 자신이 아닌 타르튀프와 결혼하게 된 마리안에게 엉뚱한 말을 해서 둘은 사랑싸움을 할 지경에 이른다. (이 상황에 밀당을 하고, 티키타카를 할 지경인지...! 에휴...) 결국 도린의 중재로 둘은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한편, 오르공의 아내인 엘미르를 만나는 타르튀프. 사실 타르튀프는 그녀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 마리안과 발레르가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엘미르의 말에 타르튀프는 자신의 마음을 저돌적으로 고백한다. 그 상황을 보고 있던 아들 다미스는 어머니에게 사랑을 고백한 타르튀프를 용서할 수 없다. 결국 아버지인 오르공에게 자신이 본 바를 이야기하지만, 타르튀프에게 맹목적인 오르공은 아들의 말을 믿지 못하고, 다미스를 쫓아내고 마리안과의 결혼을 당장 저녁에 추진하기로 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전 재산을 타르튀프에게 넘겨준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마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편하다. 사기꾼인지 모르고 오히려 가족들을 비난하는 아버지 오르공과 아들이 타르튀프의 진실을 목도하고 이야기하는데도 그런 아들을 믿지 못하는 페르넬. 다혈질인 아들 다미스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도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고 말하는 수동적인 딸 마리안. 아들이 쫓겨나는 상황에 처하자 비로소 남편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는 엘미르까지...물론 독실한 종교인인 척 위선으로 둘러싸고 오르공의 집에 머무는 타르튀프가 가장 문제겠지만 말이다. 그나마 정상적인 사람이라곤 시녀인 도린과 엘미르의 오빠인 클레앙트 정도 아닐까?

근데 17세기 고전주의 작가의 작품을 현대에 읽어도 공감이 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가면을 쓰고 위장하는 종교인을 비롯한 사기꾼들을 만날 수 있어서가 아닐까? 다행이라면 마지막에 사이다 한 방이 있어서다. 아쉬움이 있다면 사이다 한방으로 해소되고 끝난다는 거? 마리안과 발레르의 결혼이나 사기꾼 타르튀프의 말로가 없이 급하게 마무리가 되어서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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