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노래와 춤을 사랑하는 민족 중 하나이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춤과 노래로 풀어낸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 가득 담겨있는 시와 노래는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은 현직 한국사 교사가 수업에 학생들과 흥미롭게 다루었던 주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 파트가 아닌 우리나라의 전 역사를 통해 시와 노래에 담긴 숨은 의미를 한국사를 통해 찾아내고, 풀어내었다.
노래라 하면 곡조가 있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우리의 사전에서 정의하는 노래에는 운율을 가진 시도 포함된다. 그렇기에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다 노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총 6막에 거쳐 고대, 고려, 조선, 개화기,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의 노래 28편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오래된 노래는 무엇일까? 공무도하가라는 제목은 정말 많이 들어봤는데, 이 노래가 고조선 시대 것이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학창 시절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아내가 지은이라는 것 외에는 기억에 남는 게 없는데, 이 책 덕분에 그 숨은 뜻까지 마주하게 되었다. 책 속 남편은 물에 빠져 사망한다. 남편의 사망을 본 아내는 그 자리에 앉아 이 시를 읊고 자신도 똑같은 선택을 한다. 도대체 이 백수광부는 누구이고, 왜 강물에 몸을 던진 것일까? 저자가 풀어내는 당시 시대상은 참 놀라웠다. 내가 배운 거라고는 나이 든 미친 남자일 뿐이었는데, 그 남자의 직업(제사장, 무당) 뿐 아니라 그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까지 알 수 있다니...!
고려의 노래 중 마지막에 등장하는 사리화(沙里花)라는 시도 기억에 남는다. 언제 기록되었는지는 모르지만, 100년간의 무신정권기 동안 70번의 민란이 발생했고, 원 간섭기에도 고려 백성들은 큰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탐관오리들에게 수탈로 먹을 것조차 없는 상황을 참새와 늙은 홀아비라는 대상을 비유로 삼아 시로 표현했다. 여기서 참새는 수탈자를, 늙은 홀아비는 가난한 백성을 의미한다. 특히 사리화라는 뜻을 사는 목이 쉰다로, 리는 근심한다로, 화는 곡식을 의미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던 부분은 또 다른 의미 깊은 상황을 표현했던 뜻이었던 것 같다.
사실 책을 읽으며 현대사에서도 많은 곡과 책들이 금지되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내심 궁금했다. 책 속의 마지막 페이지 제목에도 해방 이후라는 긴 시간을 의미했지, 현대사를 떼어서 구성하지 않았기에 말이다. 다행이라면 마지막 페이지 말미에 내가 궁금했던 이야기가 살짝 등장한다. 지금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키 작은 대통령을 디스 하는 표현이라서,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른다는 표현이 북한을 상징하기에 등)들로 각종 금지를 붙였다는 사실이다. 그런 걸 보면 금지시킨 사람이 뭔가 구린 데가 있어 서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밖에도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그리고 해방 이후에 시와 노래를 보면, 그 안에 담긴 백성들과 소시민들의 울분과 상처가 보인다. 시대가 흐르고, 변화가 일어났다 해도 왜 같은 상처와 아픔, 고통의 감정은 변화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들이다. 다행이라면 때론 반어적이고, 때론 전혀 상상이 안되는 대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이름조차 모르는 그들의 시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깊이 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때의 감정을 여전히 느끼고 있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