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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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어."

2061년 7월 28일. 페트라 페냐 가족에게는 잊지 못할 날이다. 지구의 큰 위기가 닥친다. 핼리혜성이 궤도를 이탈해 지구와 충돌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태양계 밖 행성인 세이건을 향해 우주선을 띄운다. 물론 모두가 우주선에 탑승할 수는 없다. 소위 선택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니 말이다. 그렇게 선택된 페트라의 가족. 너무 사랑하는 리타 할머니와 이모를 두고 떠나야 하는 페트라는 마음이 아프다. 발걸음이 안 떨어지는 페트라에게 펜던트를 건네주는 할머니. 그녀에게 구엔 코(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페트라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산 깊숙이 들어가 만나게 된 사마귀 모양의 우주선. 식물학자인 엄마 에이미, 지질학자인 아빠 로버트 그리고 남동행 하비에르까지 네 가족은 우주선에 오른다. 사실 부모님은 페트라에게 지병인 망망색소변성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우주선의 탑승할 자격을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오른 우주선. 근데, 부모와 함께 할 수 없단다. 아이들은 아이들 전용 포드에 누워 400년간 수면 상태에 머물러야 한다. 두려워하는 동생 하비에르를 달래려고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전하다 오히려 두려움을 더 불러일으키고 만다. 결국 공포 속에 하비에르가 먼저 포드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다음은 페트라 차례다. 사실 포드 안에서 잠드는 동안, 아이들은 선택한 과목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일명 엔 코그니토 프로그램으로 수면 상태에서 지식을 획득하는 장치다. 엄마. 아빠의 전공인 식물학과 지질학을 기본과목으로 배우고, 선택과목으로 신화학과 민속학을 공부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기본과목만 세팅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페트라.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페트라는 수면상태에서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포드 안에 들어가서 느끼는 고통조차 말이다. 페트라와 하비에르가 잠들기 직전, 우주선이 공격을 당한다. 급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수석담당자는 수면 담당인 벤을 재촉한다. 모두가 잠에 빠졌다고 느꼈을 때(페트라는 밖의 소리를 듣고 있다.), 벤은 책을 읽어준다. 그리고 페트라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몰래 전달해 준다.

400년이 지난 2442년. 페트라는 깨어난다. 근데 가족들을 찾을 수 없다. 많던 포드들도 보이지 않는다. 피부색이 투명하여 비칠 정도에 다 광대뼈가 도드라져 보이는, 모두가 같은 외모를 지닌 존재들만 보일 뿐이다. 페트라가 깨어난 곳에 남은 포드는 모두 4개. 우주선 안에 있는 존재들은 페트라를 비롯한 4명의 아이를 제타로 부른다. 400년 동안 주입시킨 "나는 콜렉티브를 위해 봉사하기 위해 여기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들은 자신이 배운 지식들을 활용할 목적으로 남겨진 존재들이 된다. 제타1인 페트라 페냐, 포드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마주친 수마(제타2), 금발 머리를 가진 루비오(제타3) 그리고 제일 어린 페더(제타4). 포드에 들어가 있는 동안 지구는 물론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이름조차 삭제된 이들과 달리, 페트라는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페트라의 가족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전 세계에 일어난 일은 비극이 아닙니다.

그것은 과거를 뒤로하고 떠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지구에서의 옛 기억이 알려지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안 페트라는 사령관인 나일라와 크릭의 눈치를 보며 도망을 계획한다. 포드 안에서 수면을 취할 시간이 되면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쿠엔코를 들려준다. 아이들은 페트라의 쿠엔코를 좋아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전하는 한편 우주선을 벗어나 지역을 순찰하며 독이 있는 잎을 몰래 수집한다. 나일라로 식물학 전문가인 페트라에게 과학자 엡실론5와 함께 고엽제를 만들라고 하는데...

익숙한 환경을 떠나는 것도 두려운데, 깨어나니 가족들이 전부 사라진 상황에서 페트라는 마음이 동한다. 섣부르게 대응했다가는 자신조차 사라져버릴 위험 속에서, 페트라는 늘 할머니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는다. 혼자 도망칠 수 있지만, 함께 깨어난 동료들을 버릴 수 없다. 그녀를 그녀답게 만들어준 사람들의 손길과 희생을 그녀 역시 기억하기 때문이다. SF가 가미된 한결 다른 결의 이야기 속에 페트라란 소녀의 성장기가 더해지면서 색다른 매력의 작품을 만나게 된 것 같다.

"네가 어디서 왔는지 또는 네 조상들이 네게 가져다준 이야기를 절대 부끄러워하지 마라.

그걸 자신의 것을 만들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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