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와 네 개의 보석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배혜림 외 12인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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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12명의 학생이 함께 쓴 소설이라... 한국판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도 흥미를 돋우기 좋았다. 마치 해리 포터를 연상시키는 마법학교 틱한 표지도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근데, 첫 장면부터 멘붕이다. 등장인물이 사망하다니... 그것도 첫 페이지에 말이다. 사망한 사람은 송아름. 이른 아침 과제를 위해 등교한 현우는 아름의 시신을 발견한다. 왜 아름이었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실 아름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소중한 친구였다. 부모님이 워낙 유명하지만, 그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늘 싸가지 없이 행동하는 김민규, 어린 시절 오랜 친구로 다시 만나게 된 운동광 이현우, 예쁜 얼굴로 돋보이고 싶었지만 아름에게 밀려서 괜스레 질투가 났던 이봄, 공부는 잘하지만 늘 조용하고 소심한 서지연. 이 모두를 함께 어우러지게 해줬던 아이가 바로 아름이었다. 덕분에 각기 다른 이들은 함께 서로를 친구로 생각할 수 있었고, 함께 지낼 수 있었다. 그런 아름이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경찰은 아름이 자살을 했다고 하지만, 친구들은 아름이는 절대 자살할 아이가 아니라 생각한다. 과연 아름이의 죽음에는 어떤 비밀이 얽혀있는 것일까?

아름이 죽기 전부터, 아름은 노골적으로 선생님들로부터 괴롭힘과 불이익을 받았다. 갑작스레 성적이 추락한 것은 물론, 선생님은 대놓고 아름이를 없는 사람 취급하기도 했다. 반 아이들 눈에도 그 불합리가 보였으니 말이다. 그나마 담임이었던 김혜림 선생님만 아름의 죽음에 고통을 느꼈다. 왜 선생님들은 아름을 대놓고 차별했던 것일까?

친구들은 아름이의 죽음의 이유를 파헤치려 한다. 아름이가 쓴 비밀일기장을 발견한 친구들. 아름이의 일기장에 적혀있는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교의 보석은 뭘 말하는 걸까? 교장 엘리오트를 비롯하여 선생님들이 오가는 낡은 창고가 갑자기 눈에 띈다. 아이들은 그곳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특이한 색의 버섯. 그 버섯이 있는 벽을 파헤치자 4개의 보석이 드러난다. 보석과 아름이의 죽음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도서관을 비롯하여 곳곳에서 자료를 수합하는 아이들. 드디어 보석과 아름의 죽음의 연관성, 그리고 아름이를 괴롭혔던 선생님들의 비밀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아이들이 생각지 못한 실종된 학생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 중심에 교장 엘리오트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너무 소중했던 친구를 잃은 아이들은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결국 진실에 가닿게 된다. 비밀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아이들은 그동안 아름이가 혼자 비밀을 알고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알게 된다. 그렇기에 비밀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행히 각자가 가진 보석의 힘을 알게 되는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보석을 통해 서로를 돕고 비밀을 풀어낼 수 있었다. 사실 비밀이 풀리고, 악의 축이 사라지면 아름이가 다시 살아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물론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쉽지만, 그럼에도 친구들은 함께 진실을 찾아가는 시간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

고등학생들이 함께 힘을 모아 책 한 권을 만들었다. 직업 작가들에 비해 스토리가 탄탄하지는 않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고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기대감 덕분에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된 책을 앞에 두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아이들의 글을 책으로 엮은 국어교사의 이름이 책 속 담임교사의 이름과 같은 것은 우연은 아닐 테지? 아멜리아 마법학교와 네 개의 보석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지만, 왠지 후속작을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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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리시온 3 - 운명과 선택
이주영 지음 / 가넷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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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아끼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곧고 빠른 길로 가는 것이지.

네 진심을 따르는 거란다. 진심을 다한 선택은 새로운 운명을 만들 수 있거든."

여타의 다른 판타지 소설과 겨루어도 좋을 만큼 흥미로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인물들에 대한 묘사를 비롯하여 배경까지 만족스럽다. 4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임에도, 1권만 읽으면 뒷 권들은 자동으로 빠르게 읽힌다는 표현 역시 맞다.

주인공이자 책 표지 정중앙에 있는 인물 보리얀. 그녀가 세상의 악에 대항하여 세상을 지키는 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줄거리라 할 수 있다.

옛날 세상을 만든 창조의 신 에르는 대양 샤와 구름 섬 겔리시온과 함께 신성한 존재인 에린들을 만든다. 사실 고대의 에린은 생식 능력이 없었다. 대신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후손을 갖고 싶어 했고, 영생을 포기하는 대가로 후손을 갖게 된다. 에린 중 가장 똑똑했던 루에린은 검은색을 상징하지만, 에르에게 묻지 말아야 할 것을 물었다는 이유로 그는 내쳐짐을 당한다. 에린들의 후손들은 신의 선택에 의해 태어나는데, 그중 검은 머리를 가진 에린들은 저주받은 루에린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극심한 차별을 당한다. 능력 있는 선장 바얀과 딸인 보리얀 역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루에린이다. 책 속에는 차별이 정당화되어있다. 루에린이라서, 여자라서 보리얀은 참 많은 고초를 겪으니 말이다. 그런 보리얀은 우연한 기회에 최초 루에린의 능력인 다른 피조물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자신이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그 능력은 앞으로 보리얀이 겪을 환난과 고통을 헤쳐나가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된다. 어둠의 기운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존재인 마라트. 마라트의 저주를 받아 대양에는 갈수록 기괴하고 강한 괴물들이 넘쳐난다. 창조의 신인 에르는 천년의 한번 모크샤를 통해 괴물들로부터 에린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지만, 모크샤였던 샤카르문을 이어 천년 후 태어날 모크샤의 알이 깨진 후 2천 년이 지나도록 모크샤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 사이 괴물들은 무자비하게 퍼지게 된다. 바로 그 괴물로부터 대양과 겔리시온을 지키기 위해 에린의 후손들은 길을 나선다. 그리고 서쪽 호수 자일리아샤의 최고 선장이 바로 보리얀의 아버지인 바얀이다. 바얀의 오랜 친구이자, 대양에서 아내를 잃은 선장 스루딘과 그의 아들 루딘. 정찰을 나간 아버지를 대신해 바얀의 배에 보리얀과 함께 탄 어느 날, 봐서는 안되는 괴물의 눈을 통해 루딘은 보리얀이 타고 있는 배가 크게 난파되고, 보리얀이 고통을 겪는 상황을 보게 된다. 과연 루딘이 본 환영은 훗날에 대한 예언일까?

1권의 첫 부분에 등장인물들과 배경이 간략하게 삽화와 함께 설명된다. 1권부터 4권까지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들어있기에, 각 권을 읽으며 1권의 내용을 참고하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처음부터 보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을 듯하다. 장황해서 더 복잡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역시나 악의 축은 등장한다. 루에린이라는 사실 때문에 보리얀은 이유 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훌라르(바르벨루스의 상급 슈라문)는 보리얀을 지키라는 신탁 때문에 보리얀이 선원의 임무를 포기하도록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상황을 자신의 기준에 맞춰 악용하여 보리얀과 바얀에게 복수 아닌 복수(자신을 괴롭혔던 보모가 루에린이라는 이유로 루에린인 둘을 괴롭힌다)를 하고자 괴롭히고 위해를 가하는 관리 장교 카슘과 카슘의 아버지로 자신의 숨겨진 아들인 카슘을 처형하고, 과거 자신의 집과 원수를 졌던 훌라르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카슘의 생모인 즈로이아을 이용하는 제카르슘의 모습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어린 시절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성인이 된 그들이 결국 스스로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그들의 파멸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보리얀은 어떻게 그 모든 상처와 어려움을 이겨내는지를 비교하면서 읽으면 또 다른 감동이 있을 것 같다.

품에 안지 못한 아들을 죽인 원수, 아버지와 유일한 친구를 죽인 원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결국 그들은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사사로운 복수심을 접고 협력을 하게 된다. 과연 이들의 끝은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과연 괴물로부터 평화로운 세상을 지키고, 이천년간 등장하지 못한 모크샤는 깨어날 수 있을까?

한 여성의 성장기이자, 영웅기에만 너무 초점이 맞춰져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인물들이 돋보이지 못해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럼에도 보리얀이라는 인물의 내면묘사나 전체적인 장면과 환경묘사가 탁월해서 마치 영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참 좋았다. 나름의 러브라인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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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이장우 지음 / 북오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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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힐링 소설이 대세다. 제목을 보는 순간 힐링 소설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다분히 "커피 페니"라는 카페의 이름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 앞에 기억삭제소라는 제목이 있다는 것과 띠지에 "빅뱅"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래도 뭐... 띠지의 말을 지극히 진실이다. 상상력과 함께 다분야의 총체적인 지식이 이 책 한 권에 녹아있다는 표현을 이렇게 멋있게 할 수 있다니...!

책의 두께만큼이나 책 속에 담긴 소재들을 정말 다양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얼마 전 읽었던 손목시계 관련 책에서 만난 시계 부품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세계 최고층 건물들과 달과 심해를 비롯해 저자의 전공인 의학 관련 이야기도 소재로 등장한다. 등장하는 장소도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동, 말레이시아, 중국 등 다양하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작가이기에 우리나라의 역사와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있긴 하지만 그를 바탕으로 세계의 다양한 이야기들과 접목되는 것과 함께 현시대의 최대 난관인 코로나가 전면에 등장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기억삭제소 카페 페니 청담점 점장인 에이미는 10년째 카페페니에 근무 중이다. 그가 카페페니에 입사하게 된 것은 전 날 꾼 꿈 때문이었다. 파오슈와츠 장난감 백화점에서 구입한 꿈에 나타난 카오필리 요정은 다음 날 카페페니 소공점에 가라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꿈대로 그녀는 다음 날 소공점의 직원이자 딜릿스타 넘버 709가 된다. 그러던 중 에이미는 근무하는 직원 현, 까미와 함께 스위스 제네바 생체기억시계제작소 더 햄필립스아카데미 눈뜬 시계공 크리스퍼에 입학할 기회를 얻는다. 바로 닥터 제닝스가 제안한 내용이었다. 교육을 마친 에이미는 크리스퍼 대사가 되는데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기억 파편을 해결하는 일인데...

제목은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이지만, 책 속에는 카페에서의 이야기가 아닌 세계 곳곳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특히 위원으로 누가 속해있는지 모를 정도로 비밀 단체인 뉴클레아스 심해기억저장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억에 관한 이야기들이 풀어진다. 이곳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되는 기억에 관해 조사하고, 문제를 협의. 해결 방안을 찾는 기억의 중추와 같은 곳이다. 신기했던 것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실제 지명이나 회사명,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가령 세계 고층의 건물들의 유리창들이 기억을 저장하는 매체로 쓰인다는 것뿐 아니라 2장부터 전면에 등장하는 코로나 백신들의 실제 이름도 등장한다.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지만, 실제 이름이 등장하니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치매나 알츠하이머를 앓는 사람들의 기억 파편을 모아서 또 다른 기억에 사용하거나, 카페 페니를 이용하면 주어지는 별풍선을 사용하여 치매인 언니와 엄마의 기억을 되찾아 둘을 만나게 해주는 등 기억이 사업이 되는 특이한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연결고리를 맛볼 수 있다.

만약 이 책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된다면 스케일이 어마어마할 듯싶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다양하게 연결되어야 하기에, 로케이션 촬영은 기본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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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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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 깊고 아름다우며 정의로운 삶 없이는 쾌락의 삶도 없고,

쾌락의 삶 없이는 사려 깊고 아름다우며 정의로운 삶도 없다.

예컨대 아름답고 정의로운 삶이지만 사려 깊지 않다면,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없는 삶은 쾌락의 삶이 아니다.

바른생활 비슷했던 윤리과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철학자들이 등장하면서가 아닐까 싶다. 이해보다는 암기 위주의, 수능을 위한 암기를 했던 터라 성인이 되어 다시금 찬찬히 철학을 훑어보다 보면 뒤죽박죽 섞여있는 지식들을 만나게 된다. 에피쿠로스학파와 스토아학파 하면 서로 반대되는 이미지와 함께 에피쿠로스 = 쾌락주의, 스토아 = 금욕주의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책 속에서 만난 에피쿠로스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쾌락"의 이미지와는 다분히 다른 이미지를 가진 터라 적잖이 당황했다.

우선 오해를 풀 필요가 있다. 에피쿠로스와 거의 동의어로 받아들여지는 쾌락. 그가 주장한 쾌락의 정의는 무엇일까? 다행이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쾌락과는 다른 의미라는 것이다. 그저 생을 즐기고, 먹고, 풀어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을 의미하는 쾌락이 아니라 고통의 반대되는 의미로 쾌락을 사용한다. 다른 단어를 찾자면, 즐거움이나 행복 정도가 될 수 있겠다. 에피쿠로스는 고통을 막고,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된 평온한 상태를 바로 쾌락이라고 보았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선으로, 고통을 만들어내는 것은 악으로 보았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던 에피쿠로스의 일생을 보면 놀랍기도 하다. 자신의 노예(미로니아노스-미스)에게도 철학을 가르쳤고, 그가 설립한 학교인 정원은 고대 철학학교 중 제일 먼저 여성을 학생으로 받아들인다.

에피쿠로스가 저자로 명기되어 있지만, 실제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글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쓴 『저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에 수록되어 있는 글들이다. 물론 책 속에 등장하는 서신들과 6장의 주요 가르침들은 에피쿠로스가 썼다고 전해지지만, 그 또한 디오게네스의 책에 나온 내용을 번역하여 실었다. 물론 1장에 등장하는 에피쿠로스의 생애 역시 그가 쓸 수 없기에,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글을 실었다.

우리는 자신에게 속한 것이 선하고 유익한 것이든 아니든,

남들이 칭찬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에게 고유한 것을 여겨 존중한다.

따라서 우리는 남들에게 고유한 것도 우리 마음에 들든

그렇지 않든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쾌락이라는 어감 때문에 에피쿠로스는 성악설처럼 인간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지레짐작했는데, 막상 그가 남긴 어록이나 가르침들을 보면 오히려 성선설을 가지고 있었다고 여겨졌다. 또한 그는 오히려 많이 가진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가 이상향으로 제시한 아타락시아의 경우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많이 가질수록 부를 충족시키기 위해 오히려 고통을 야기할 수 있기에, 오히려 그는 가난한 사람이 더 쾌락에 가까운 사람이라 말했다.

인생의 본성적인 목적에 비추어 평가한다면, 가난은 큰 부인 반면,

무한한 부는 큰 가난이다.

이 책을 통해 에피쿠로스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그는 욕망만을 따르고, 퇴폐적일 정도로 쾌락만을 좇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을 듯싶다. 오히려 에피쿠로스의 사상이 다른 철학자들의 사상보다 더 금욕적이고 소박하게 느껴지는 것은 느낌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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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달 별 사랑 고블 씬 북 시리즈
홍지운 지음 / 고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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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마음이 커졌어. 나의 우주가 커졌어.

그건 핀, 네 덕분이야. 나는 이제 우주의 중심이 어디인지 알 것 같아.

내 우주 한가운데는 핀이 있어. '

얇지만, 놀라움과 교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제목에서 보듯, 이 책은 지구를 떠나 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SF 소설이다. 달의 등대지기인 할아버지 토티스와 함께 사는 핀은 오래되어 업데이트조차 안되는 생활보조드론인 앙리 외에는 가족이 없다. 부모님은 몇 해 전, 탄광 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런 핀에 눈에 이상한 광경이 포착된다. 서둘러 그곳에 가니 물방울 안에 한 아이가 들어있다. 흰머리에 빨간 눈. 보기에도 자신들과 생긴 게 다르다. 바로 말로만 듣던 월인이었다. 우선 월인과 함께 지하터널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오기로 한 핀. 할아버지에게는 친구 옥토의 고양이를 찾으러 간다는 핑계를 댄다.

사실 월인인 메아(T-772)는 할머니(T-771)와 함께 살고 있는데, 할머니는 메아를 떠나보내며 부모를 찾길 간절히 바란다. 월인이 가지고 있는 신비한 힘 때문에 할머니와 메아는 성상중공이라는 회사에 성산 연구소에 잡혀있었다. 메아를 힘껏 밀어낸 후, 결국 운명을 달리하는 할머니. 할머니의 심장을 연구하는 성산 연구소 소장인 요안은 도망친 메아를 잡고자 47구역으로 내려온다. 사실 핀이 거주하고 있는 47구역은 낙후지역으로 빈민가로 불리는 지역이다.

메아를 잡기 위해 무력을 동원해서 옥토의 누나 텐타가 일하는 가게를 초토화 시키는 요안. 그는 겉으로는 신사인 척하지만, 출세를 위해 타인의 목숨을 종이처럼 여기는 비열한 인간일 뿐이다. 과거 요안은 핀의 엄마와 같이 일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출세를 위해 핀의 엄마를 탄광에 가둬 살해한다. 덕분에 성상중공이 있는 도시연합에서 월면 도시로부터 이득을 가로챈 일로 연구소 소장이 되었다. 그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핀에게 털어놓는 요안.

엄마의 사망과 그동안의 일의 진실을 알게 되는 핀은 요안에게 어른답게 굴라고 충고하고, 그 충고에 광폭한 요안은 핀을 죽이고, 메아를 사로잡아 자신의 능력을 키우려고 하는데...

메아와 메아의 할머니를 제외한 책 속 등장인물들은 인간이다. 월인으로 불리는 메아의 종족은 지구인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을 활용하려는 마음을 먹은 요안 같은 사람들 덕분에 월인들은 목숨의 위협 속에서 숨어살고 있다. 메아를 살리기 위해 메아의 할머니는 자신을 희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아에게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유언을 남긴다. 과연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처음 핀을 만난 메아는 그에게 질문을 한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냐고 말이다. 그 말에 핀은 어떻게 대답했을까? 좋은 사람은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공상 세계의 이야기임에도 우리 세계와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은, 다분히 인간이 등장해서일까? 근데 겉으로는 매너 있는 척하지만, 자신의 이익이 위협을 받는 순간이 되자 본색을 드러내는 요안과 같은 인물의 모습을 마냥 매도하기가 주저된다. 내 안에도 그런 이기적인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아는 잘못을 범하는 이기적인 어른이 되지 말자! 어른이면 어른답게 살고 행동하자!

누군가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누군가 때문에 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지킬 수 있었던 이야기. 하얗고 붉은 메아와 메아를 지키기 위한 핀의 이야기.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진짜 어른의 이야기 속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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