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는 아이들의 생생 경제 교실 2 세금 내는 아이들의 생생 경제 교실 2
최재훈 지음, 안병현 그림, 옥효진 감수 / 샌드박스스토리 키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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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매체를 통해 한 학급의 이야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경제관을 심어주긴 위한 교사의 노력이 참 대단했다. 덕분에 아이들은 한결 경제 상식 및 투자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감수자의 이름을 마주했을 때 반가웠다. 실제로 삼다수 나라라는 이름의 이 교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아이들이 받는다면 피부로 느끼고 깨닫는 실제 경제교육을 받을 수 있겠다 싶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은, 이 정도 수준의 경제교육을 초등학생들이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정말 작은 나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학급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들과 함께 이 정도의 교육을 하려면 교사가 얼마나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을지에 박수를 보낸다. 은행과 저금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 직접 투자를 하고 직업을 가지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경매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경제활동을 직접 체득하게 되면 책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생동감 있게 경제 상식과 상황을 접할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5학년 5반 삼다수 나라 속에서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벌어진다. 직업을 통해 미소라고 불리는 화폐를 벌고, 화폐를 모아 경매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근로를 통해 버는 미소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아는 아이들은 자신이 번 미소를 투자를 통해 불린다. 가령 담임선생님의 몸무게 관련 투자나 음원 투자 등을 통해서 말이다. 물론 투자금을 잃는 경우도 등장한다. 투자에 대한 이야기에서 분산투자에 대한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의 변화로 인해 실업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자동으로 분사되는 소독제를 학교에서 지원해 주므로 방역업체 직원은 실업자가 된다.) 또한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자격증을 취득해놔야 한다. 삼다수 나라에도 스펙이 존재하니 말이다. 갑작스럽게 직업을 잃은 국민들을 위해 나라에서는 복지제도가 신설된다. 바로 실업 급여다. 물론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계획서 등의 자료를 내야 하는 것 역시 현실과 닮아있다. 그뿐만 아니라 근로계약서나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사회 초년생이나 무지로 인해 범할 수 있는 범죄들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한다. 삼다수 나라에서 생기는 문제 중 하나는 자리 취득권이다. 원하는 자리를 놓고 경매를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은 자리의 경우 가격이 폭등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여러 국민들의 건의를 통해 청약 제도가 신설됨과 함께 청약통장이 개설되는데...

초등학생들의 경제적 상식의 수준이 이렇게나 높을 수 있다니 책을 읽으며 놀라웠다. 사실 초등생을 위한 책이긴 하지만, 성인이나 청소년들이 읽어도 도움이 될 정도로 체계적인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경제 상식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3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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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
박정은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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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보라고 소리 지르지 않고, 조용히 작은 생명으로 기쁘게 살다 가만히 떠나는 사람,

최소한의 연민과 넉넉한 존중을 가지고 이웃을 대하는 사람,

마음 아픈 자의 눈을 가만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

이 모든 미덕을 고요히 가질 줄 아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상처받은"과 "인간"은 어울릴 수밖에 없는 단어인 것 같다. 인간은, 인간이기에 상처를 주고받는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멈춘 지 3년이 넘었다. 그 시간은 우리의 삶에 참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불편해졌고, 사람이 많은 장소가 부담스러워졌으며, 비대면이 더 편리해졌다. 문제는 점점 기계화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사람과 사람이 정을 나누고, 이야기와 체온을 나누는 상황들이 불편해지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책 속에는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자는 수녀이자 영성학 교수다. 코로나로 대면 강의가 멈추고, 줌으로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불편하고 낯설었지만, 시대의 요구에 맞춰 갈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학생들은 줌 강의를 더 선호하고 좋아했다는 저자는 자신 역시 줌 강의의 장점을 깨닫게 되었단다. 학생들이 칠판에 쓴 내용이 잘 안 보이는 건 아닐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단다. 또한 강의의 주체의 변화 또한 느꼈다. 그동안은 강의하는 교수가 주체가 되어 일방적으로 강의를 진행했다면, 이젠 학생들에게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다움에 방점이 찍혀있는 이 책에는 총 12가지의 인간다움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다. 몸에 대한, 나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 몸과 생각에는 무엇이 적혀있을까?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집단주의의 문화는 우리의 언어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라는 단어의 의미가 코로나 이후에 어떻게 바뀌었을까? 우리가 아닌 나에 집중해야 하는 분위기는 특히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이 더 컸을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타투와 장애인, 젠더와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다움의 모습은 머리와 가슴 모두를 이해시키기 쉽지 않았다. 특히 비만한 몸을 가진 사람에 대해 사회가 어떤 잣대를 가지고 판단하는지, 그로 인해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책 속에 펼쳐졌다. 그 사람이 내게 무슨 해악을 끼친 것일까? 그 사람이 우리 사회에 어떤 고통과 어려움을 만들어냈을까? 그런 잣대를 가지는 게 옳지 않다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자연스레 같은 모습으로 판단하고 재단하며 동조하니 말이다.

책 속에는 많은 상처와 고통의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가난하고 소외되고, 차별받고,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들이 갈수록 진해진다. 인간다움을 생각할수록 상처는 더욱 도드리 지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상처받은 인간다움을 끄집어낸다. 어쩌면 종교인이기에 더 민감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상처를, 타인의 상처를 보듬고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상처받은 인간다움 치유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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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불행 - 사람은 누구나 얇게 불행하다
김현주 지음 / 읽고싶은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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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보다 우정이 더 중요하지 않아?

사랑은 끝나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우정은 영원하잖아."

"그렇지만 사랑은 멈출 수 없잖아. 마음은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평생을 꽃길만 걷는 행복만 경험하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행복한 순간 속에서도 종종 불안하고, 기분이 상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 시간들은 불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의아했다. 불행이면 불행이지, 얇은 불행은 과연 뭐란 말인가? 평범한 일상 속에 한 번씩 뒤엉키는 감정과 상하는 기분들을 저자는 얇게 불행하다는 말로 표현한다. 사람은 누구나 얇게 불행하다는 말의 의미가 곱씹어진다.

주인공 소영은 봄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20대 동안 4번의 사랑을 경험한다. 20살의 풋풋한 짝사랑, 23살의 뜨겁고도 무서운 사랑, 26살의 떠나버린 사랑, 그리고 29살의 어른의 사랑까지... 소영이 만났던 사랑의 모습은 제각기 다르다. 그런 그녀는 사랑의 시간들을 통해 어떤 행복과 얇은 불행을 경험했을까?

20살의 소영은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랑과 친구가 된다. 늘 웃는 소영과 달리 사랑은 자신의 주장이 있는 아이였다. 그리고 또 한사람 하늘. 늘이 어디에 있건, 소영은 늘을 의식한다. 그의 목소리, 그의 움직임까지 다 느껴지고 자꾸 집중된다. 하지만 늘은 사랑을 향해 마음을 연다. 하지만 사랑은 늘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이 없다. 사랑과 하늘 그리고 소영. 어긋난 사랑의 모습은 소영에게 우정과 사랑의 다른 점을 선명하게 알려준다. 늘의 옆에 남고 싶어 애써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소영은 그래서 아프다. 늘과 함께 하고 싶지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순간 늘과 함께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소영은 늘과의 우정을 택한다.

대학 졸업반 즈음 소영은 학원에 취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학원에서 만난 수학 선생님이 이상하다. 처음에는 관심이고 호의였다. 하지만 소영이 이야기해 주지 않은 것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무서웠다. 그래서 자꾸 그 사람을 피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제자인 고등학생과 건과 사랑에 빠진 소영. 호감과 스토킹 사이의 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가을과 겨울을 거치며 소영은 또 사랑을 한다. 마음이 먼저 갔던 20살의 사랑과 달리 20대의 마지막 사랑은 겉보기에는 완벽했다. 누구보다 잘 맞는 현과의 사랑은 튀지 않았고, 소영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와 사랑을 할수록 소영은 점점 사라져간다. 잘 웃는 소영의 모습이 사랑을 닮아가려고 하면서 사라진 것처럼 그렇게 소영은 점점 자신을 놓친다.

네 번의 사랑은 소영에게 어떤 그림자를 남겼을까?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시간들이 쉽지 않다. 그의 두 배가 되는 나이가 된 나 역시 과거의 사랑을 추억하면 아쉬움도 아픔도, 씁쓸함도 동시에 떠오르니 말이다. 깊은 행복의 아래에는 얇은 불행이 도사리고 있다. 어떤 사랑도 100%의 행복만을 가지고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사랑보다 우정이 더 중요하지 않아?

사랑은 끝나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우정은 영원하잖아."

"그렇지만 사랑은 멈출 수 없잖아. 마음은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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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품 이야기 - 재난 수습 전문가가 목격한 삶의 마지막 기록
로버트 젠슨 지음, 김성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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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참사로부터 벌써 수개월이 지났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한 장의 사진이 떠올랐다. 바로 유류품을 모아둔 사진이었다.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지만, 밟히고 눌린 자국이 선명한 신발들과 핸드폰, 이어폰들... 주인을 잃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유류품을 며칠까지 어디에 모아두겠다는 기사였다. 소중한 사람이 마지막까지 지녔던 그 물건들은 과연 주인을 찾아갔을까?

이 책의 저자는 30년 넘게 재난수습 전문가로 현재 재난수습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9.11테러, 아이티 대지진 등 세계적으로 참혹했던 자리에서 그는 시신과 유류품을 수습하는 일을 맡아서 했다. 책 속에는 그가 수습했던 수많은 안타까움과 아픔 그리고 슬픔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연히 시작한 일이 평생의 직업이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다행이라면 그는 그 상황들을 지켜보며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는 그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거기에 그는 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담았다. 시신을 수습하는 것은 사망한 사람의 존엄을 챙기는 것인 동시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마음을 보살피는 일이라는 것 말이다. 그가 몸담았던 현장들의 경우 재난 수준으로 참혹했기에 수습을 할만한 장비나 장소가 협소했다. 특히 테러가 난 후 시신을 수습할 수 있는 곳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가까운 장소이다. 시신의 상태 역시 입으로 담을 수 없을 만큼 참혹하다. 무너지고 깔린 더미 속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일은 가족도 쉽지 않을 듯싶다. 온전하지 않은 유해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가족에게 보내기 위해 그는 참 무던히 애를 쓴다. 때론 현지 상황을 모르는 관계자들에 의해 막 다루어지거나, 빠른 일 처리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행하는 행동들을 마주할 때 그는 자신의 의견을 내뱉는다. 적어도 그렇게 스러져간 그 사람 역시 인격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그리고 그의 죽음을 마주할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상처를 덜 받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티 대지진 때의 이야기였다. 십수 년 전에 아이티를 방문해서 그때도 시신을 수습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 케이스는 35초라는 짧은 시간 동만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졌다. 시신을 수습하기도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다 무너져있었기 때문이다. 매장할 여유도, 시간도, 돈도 없었던 현지인들은 구덩이에 시신을 던져 넣는 걸로 장례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타 국적을 가진, 나라의 힘이 있었던, 자국민들의 희생을 살폈던 나라들은 그와 같은 재난 수습 전문가를 불러서 자국민의 시신과 유류품을 수습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수습했던 5살의 코피제이드가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같은 죽음 앞에서 어떻게 수습을 하는 지는 확연히 달랐다. 죽음에도 등급이 있을까? 죽음에도 가치가 다른 것일까? 죽음조차 불평등 한 것일까?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안좋았다. 5살 아이는 소위 선진국 국민이었기에 마지막까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큰 기계가 동원되고 시신을 끝까지 찾아냈지만, 대부분의 아이티 주민들은 구덩이에 한꺼번에 시신을 던져넣고 수습하는 걸로 마무리가 되었다. 물론 아이티 뿐 아니라 남아시아 쓰나미 참사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다수의 죽음현장을 수습할 때면 더욱 도드라지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 책의 제목인 유류품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도 했다. 주인을 잃은 물건들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 그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럴경우, 수습된 유류품이 죽음을 인정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이 지니고 있던 물건으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얻기도 하고,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의 정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이야기 한다. 죽음은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가 겪을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죽음은 정해진 시간에 온다. 같은 전쟁과 참사의 현장에 있어도 죽음을 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죽음의 깊이와 불평등, 남은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아 주고 회복의 여정까지...그들은 세상을 떠났기에, 이제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지만 남겨진 물건들을 통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남겨진 사람들은 다시금 회복을 이루어낼 수 있다. 묵직하고 어두운 이야기였지만, 저자의 손을 통해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가치를 다시한 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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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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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많은 죽음이 있다. 그중 호상이라 부르는 죽음이 있다. 나이가 많은 노인의 죽음을 일컫는 말인데, 들을 때마다 고개가 갸웃거린다. 세상에 좋은 혹은 즐거운 죽음이 있을까? 아무리 나이 든 노인의 죽음이라도 죽음은 늘 아쉽고 슬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쇼어 햄 시뷰 코트는 노인들이 거주하는 실버타운이 많다. 시뷰 코트 21호에 사는 90세의 노인 페기 스미스가 사망한다. 언제 세상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고령의 페기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죽음을 노환에 의한 죽음이라고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오직 한 사람! 그녀를 돌보았던 27세의 우크라이나 출신의 간병인 나탈카 콜리스니크만 그녀의 죽음을 의아했다. 수영을 즐기고,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기 보다 계단을 사용하는 것을 즐겼던 활력 넘치는 90세 노인이 오전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아무런 징조가 없었던 그녀가 저녁에 방문했을 때 의자에 누운 채로 숨져있었다. 물론 나탈카가 페기의 죽음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페기의 책상에서 발견된 명함 때문이었다. M. 스미스라는 이름과 함께 살인 컨설턴트라 적혀 있는 명함. 그뿐이 아니다. 페기의 책장에 꽂혀있는 수많은 살인범죄 추리소설들에 상당수에는 페기에게 감사 인사 및 헌정의 문구들이 들어있었다. 나탈카는 경찰을 찾는다. 그녀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닌 타살일 것 같은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빈더 카우어 경사는 그런 나탈카의 의심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망자의 나이가 너무 많았기에 그리 의미를 두지 않았다.

페기의 유일한 친구인 80살의 에드윈은 페기의 죽음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동성애자이자 타인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했던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페기였기 때문이다. 수도사 출신의 시뷰 코트에서 오두막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베네딕트 콜 역시 그렇다. 나탈카로 부터 페기의 죽음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를 들은 베네딕트와 에드윈. 에드윈은 페기의 집에서 가져온 덱스 챌로너의 책에서 이상한 글이 쓰여있는 엽서를 발견한다. 결국 그들은 아들 나이절 스미스가 페기의 유품을 다 처분하기 전에 페기의 집을 방문하기로 한다. 페기의 집에 들어가 책을 훑어보던 중, 권총을 든 괴한이 침입해 책 한 권을 가지고 사라진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하빈더는 그녀의 죽음이 석연치 않음을 눈치채고 수사를 진행한다. 페기의 친구였던 에드윈과 베네딕트, 나탈카도 역시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페기의 죽음의 의문을 캐기 시작하던 중, 유명 작가이자 페기에게 헌정하는 글을 많이 남겼던 덱스 챌로너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페기의 친구들은 작가의 사망이 페기의 죽음과 관련되었음을 알고 범인을 찾아 나서는데...

수도사 출신 베네딕트와 동성애자인 에드윈과 인도 출신 부모님을 둔 이민 2세 하빈더. 우크라니아인 나탈카의 조합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전혀 섞일 수 없는 그들이 페기의 죽음으로 인해 한 팀이 된다. 넷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지분을 가지고 등장한다. 과연 페기는 정말 살인 컨설턴트였을까? 그녀의 죽음과 그 이후 그녀에게 헌사를 남긴 작가들의 죽음은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추리소설이니 범인을 유추하고 찾아 나서는 것도 흥미로울 듯싶다. 물론 추리소설답게 반전도 준비되어 있으니, 이들의 여정에 같이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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