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
한새마 지음 / 북오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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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것은 어쩌면 '악'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기 행동이 옳다고 믿는 잘못된 '선'이 제일 위험한 게 아닐까?

부모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얘기에 여동생과 함께 배를 탔던 아이. 여동생은 살해되고, 자신의 등에는 시체꽃이라 불리는 라플레시아가 새겨져있었다. 기억을 잃은 소녀. 자신의 이름도, 동생의 이름도, 부모의 이름도 무엇도 기억하지 못한다. 사건 현장을 담당했던 강규식 형사 부부에게 입양된 아이는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최연소 팀장이 된다. 광역 수사대 강력 3팀 팀장 강시호 경감. 그날 이후 그녀는 라플레시아 문신을 새겨준다. 이 문신을 새겼던 그 사람들 눈에 띄기를 바라며 말이다.

부유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저크시즈 팰리스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망자는 EM 파이낸셜 대표인 신영호. 외국에서 돌아온 날 맞춰 방문한 가사도우미가 그의 시신을 발견한다. 얼굴이 곤죽이 되어 있었고, 치아는 다 빠져 있었다. 식기세척기에서 발견된 그의 치아. EM 파이낸셜이라는 회사가 대부 업체였기 때문에, 시호는 원한관계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신영호의 전후 행적과 주변인을 조사하던 중, 그의 아들인 신태광이 범인으로 의심되는 증언들이 나온다. 평소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이미 여러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 또한 밝혀진다.

한편, 편의점 알바를 하는 대학생 김민서는 술에 취해 갑질하는 손님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겨 알바를 그만둔다. 우연히 마트에서 만난 한제이와 친해진 민서는 제이가 소개해 준 봉사 단체에 들어간다. 육자대명왕 창시관음교라는 단체였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연스레 친해진 민서는 그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 그러려면 시험에 통과해야 한단다. 죽기 살기로 공부해 시험에 합격한 민서는 제이와 같이 지낼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새 하늘 세상 공동체라는 그곳 생활을 위해 차에서 내린 민서는 병원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 상당수가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다가, 갑자기 다리가 절단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석연치 않은 의심이 생긴다. 그 와중에 큰 행사에서 제이가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시호 팀은 신영호 살해 사건을 파헤쳐 가면서 과거 신영호가 신관음이라는 이름에 손가락이 여섯 개인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육자대명왕 창시관음교라는 사이비 단체를 만들었고, 그곳의 신도들을 속여 가로챈 재산을 개인적으로 착복해서 세운 회사가 EM 파이낸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단체의 행사 날, 큰 화재가 일어났었고 상당한 인명피해가 일어났다는 사실과 함께 신영호 아래에 있던 사람 중 하나인 예인숙이 관음교를 다시 일으켜서 현재 무진시 외곽 매곶에 새 하늘세상 공동체를 세웠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또한 영호가 아랫집과 윗집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 탐문수사를 하는 가운데, 윗집의 치매를 앓고 있는 박이순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에게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하게 되는데...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이비 종교와 살인사건 그리고 주인공이 과거에 겪었던 끔찍한 사건이 한데 얽혀있다. 강시호와 김민서의 시각에서 두 가지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둘이 절묘하게 겹쳐지며 이야기의 실마리가 풀린다. 과연 신영호 살인사건의 진범은 누구일까? 강시호의 등에 새겨진 시체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리고 김민서의 다이어리는 무엇을 의미할까?

사건이 해결되었다 생각했는데,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 가득해서 궁금해진다. 강시호와 함께 배에 타고 있던 그 아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시호 등에 새겨진 시체꽃의 의미는 알았지만, 뭔가 속 시원하지 않다. 좀 급하게 마무리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후속편을 등장시키기 위한 복선인가 싶을 정도니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것은 어쩌면 ‘악‘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기 행동이 옳다고 믿는 잘못된 ‘선‘이 제일 위험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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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1
유지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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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그건 네가 인간이기 때문이야'라고 현수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뱉어버리고 나면, 자신이 괴물이 되어버린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것 같아서...

스스로 자신을 괴물이라고 인정하고 나면, 그때는 정말 괴물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수현은 이내 눈을 감아버렸다.

표지 아래 띠지에 적힌 그 한 줄이 무슨 의미인지 무척 궁금했다. 엄마를 죽인 사람을 죽여달라니...! 물론 책을 읽으며 그 의미를 알게 되었지만 그 한 줄의 의미는 독자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자비의 사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괴물 정수현. 그는 청부살인업자다. 그의 손에 죽어간 사람은 참 많다. 다른 청부살인업자와 다른 점이라면, 죽어가는 사람이 고통스럽지 않게 단 시간에 죽음에 이르게 해준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을 무참히 죽여 드럼통에 넣은 후 시멘트로 발라버린 그 사람 또한 수현의 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그날 그를 처리하고 난 후, 수현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정신을 잃는다. 사장인 조상기의 끄나풀인 창진에 의해 병원 진료를 받게 된 수현은 백혈병 진단을 받게 된다. 급성이 아니기에 항암을 받으면 살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도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는 수현. 이미 그의 손에 죽어간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다면, 그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삶의 의지가 없던 수현을 안타깝게 여긴 의사는 미술치료를 권한다. 그리고 그의 손에 남은 한 장의 명함 속에는 하늘 공방이라는 미술치료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희주는 미술치료사다. 그녀에게는 큰 상처가 있다. 어린 절 엄마이자 유명한 화백이었던 유혜경의 죽음이다. 엄마의 죽음 이후, 아빠 강창수와의 관계는 삭막해졌다. 그런 희주가 아빠와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아빠의 조교였던 윤보영 때문이었다. 희주를 살갑게 챙겼던 그녀. 근데 아빠가 보영과 결혼을 하겠단다.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었던 걸까? 보영의 친절함에 넌더리가 난다. 엄마 자리를 빼앗길 수 없었다. 그렇게 아빠와 거리를 두고 희주는 유학길에 오른다. 엄마가 그렸던 그림을 그녀도 그렸다. 단, 화가가 아닌 미술 치료사가 된다. 미국 유학시절 만난 첫사랑 명훈. 하지만 명훈은 희주의 배경을 보고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이용 가치가 없어지자 무참히 버린다. 첫사랑 명훈과 일방적인 이별을 경험한 후, 희주는 자신의 삶이 이렇게 된 이유를 찾는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이렇게 만든 누군가에게 복수를 꿈꾼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그리고 엄마의 부재를 만든 그 살인자를 타깃으로 삼자 갑자기 삶의 의지가 생겼다.

그때는 왜 그리도 나약했는지. 왜 그리도 쉽게 눈물을 흘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도 인생의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복수'라는 뚜렷한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

복수는 우울하고 지루했던 한 사람의 하루를 참으로 활기차게 만들어주었다.

마치 중추 신경계를 자극하는 카페인같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던 수현이 희주의 공방을 찾아갔던 이유는 희주가 청부살인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수현이 현수에게 건넨 한 장의 사진에는 수현의 누나인 시은이 담겨있었고, 그녀가 죽이고자 의뢰한 사람은 바로 수현이었다. 다행이라면 수현의 친한 동생인 현수에게 의뢰가 들어왔다는 점이다. 수현은 궁금했다. 그녀가 왜 자신을 죽이려 하는지 말이다. 그렇게 공방을 찾은 수현은 희주와 매주 수요일 치료를 받게 된다.

한눈에 희주는 수현이 범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와의 수업을 통해 조금씩 그의 존재를 알아가는 희주. 상처가 드러나면서 그들 사이에는 이상한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예상치 못한 접점이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원수라 볼 수 있는 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싹튼다. 서로 함께 할 수 없는 둘 사이의 비밀을 몰랐기에 가능했을 일이다. 순식간에 빠져든 둘은 서로가 너무 애틋해진다. 그녀를 지키고픈 한 남자와, 그런 그가 살길 바라는 한 여자의 이야기. 과연 비밀은 어떻게 밝혀질까?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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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최우수상작 토마토 청소년문학
양은애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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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는 건 이유가 있을 것이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네 옆에 있는 귀한 마음을 저버리면 안 돼.

지금이야 자네를 위해 그 자리를 지킬 테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든.

나는 그때 자네가 큰 후회를 하지 않길 바랄 뿐일세."

조금은 뻔한 스토리의 이야기라고 섣부르게 넘기기에는 품고 있는 내용이 너무 깊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울었던 것 같다. 큰 상처 속에서 자신의 기억을 지워버린 주영보다, 딸 수인을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는 엄마 주영에게 더 공감이 갔다. 나 역시 딸이지만, 엄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래서 내리사랑이라는 것일까?

남편 대준과 이혼을 준비 중인 워킹맘 이주영.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자 워커홀릭인 그녀에게 일과 가정을 다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그녀뿐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몸은 하나이니 말이다. 자연스레 자신을 더 이해해 줄 가족의 손을 놓는다. 가족이니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거니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오래갈수록 가족도 지친다. 그렇게 대준과 주영은 멀어진다. 이렇게 수인을 빼앗길 수 없었던지라 주영은 고향집으로 수인을 데리고 간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부터 대면한 아빠 기중과의 만남. 낯선 것은 주영뿐 아니라 수인도 마찬가지다. 낯선 곳에 남겨진 수인에게 접근하는 이상한 목소리. 검은 그림자. 기분이 좋지 않다. 다행히 또 다른 목소리와 빛이 수인과 친구가 된다. 수인을 김서방이라 부르는 그는 도깨비 벼리다.

사실 주영은 수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게 많다. 반려견이자 가족이었던 짱이의 죽음도 그중 하나다. 아직 어린 나이의 수인이 죽음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대준과 주영이 이혼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과 당분간은 외할아버지 기중과 지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수인에게 말하지 못했다. 모두 수인을 위해서였다. 상처받을 수인을 위해서...

갑자기 수인이 사라진다. 수인에게 할아버지와 좀 있으면 엄마가 다시 오겠다는 말을 하던 때였다. 마음이 상한 수인을 혼자 두었을 뿐인데, 방에 와보니 수인이 없다. 수인이 또래 꼬마 아이가 수인이 사라진 걸 이야기한다. 꼬마가 처음 보는 자신에게 말을 놓으니 기분이 상한 주영. 수인을 데려간 것은 그림자 귀신인 어둑서니라고 한다. 이미 늦은 밤 시골마을인지라, 경찰도 이 밤에는 찾을 수 없다며 돌아간 상황인지라, 주영은 꼬마 아이(도깨비 벼리)와 함께 수인을 찾아 나선다. 1년 전 과거의 기억 속으로 벼리와 함께 들어간 주영을 본 수인은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를 떠나는데...

과연 주영은 수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주영의 과거 기억 또한 되찾을 수 있을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많은 것 같다. 워킹맘 주영을 통해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침 출근시간마다 일어나지 않는 아이에게 화를 내는 내 모습,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놀아주지 않고 쉬고 싶다는 말만 하는 내 모습, 아이의 입장보다는 내 입장에서 모든 상황을 재단하고 판단하는 내 모습...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잘 키우겠다는, 널 위한다는 미명하에 아이에게 어른인 나를 이해해달라는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계속 눈물이 흘렀다. 워킹맘이 되는 순간부터 내 안에는 죄책감이 참 많아졌다. 둘 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에 아이와의 시간을 늘 뒤로 미루었다. 어린이집 상담 시간을 통해 늘 듣는 말 "5분이라도 좋으니 아이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왜 이렇게 실행하기 쉽지 않은 걸까?

한편으로 이 책은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은 아니다. 과거의 내 선택은 당시의 최선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진심 어린 마음의 중요성을 깨우친다. 스스로 만든 굴레에 갇혀 내가 만든 어둑서니에게 죄책감의 먹이를 주지 말라는 중요한 사실을 담고 있다.

오늘은 큰 아이를 마음껏 안아줘야겠다. 처음 아이를 만났을 때의 그 마음이 책을 읽으며 다시 기억났다. 건강하게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던 그 마음 그대로 아이를 다시 바라봐야겠다. 내 소중한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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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앤아 1 : 미스터리 100층 감옥 - 교양이 층층 쌓이는 점프 맵 백앤아 1
돌만 그림, 안성훈 글, 백앤아 원작 / 샌드박스스토리 키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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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 유튜버로 유명한 백앤아가 단행본으로 나왔다. 개인적으로 유튜브를 잘 보지 않아서 몰랐지만, 5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게임 유튜버로 유명하다고 한다. 재미있게 책을 읽다 보면, 다방면의 지식이 쌓인다. 미로 찾기 뿐 아니라 속담이나 사자성어, 우리 고전문학 속 등장하는 몬스터(?)까지 만날 수 있다.

점프 맵 월드에 사는 남매 백앤아. 오빠 백현과 동생 아름의 첫 글자만 따서 백앤아라고 불린다. 그들이 사는 곳은 어디를 가도 점프를 할 수 있는 놀라운 곳이다. 점프 실력이 뛰어나면 우주까지 뛰어오를 수 있고, 마을 전체가 점프로 이루어져 있기에 떨어지더라도 다치거나 죽지 않는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운이 없는 오빠 백현과 운은 좋지만 오빠보다 점핑 실력은 떨어지는 동생 아름. 옆집에 사시는 달쏭할머니와 가깝게 지내는 백앤아는 할머니가 소중히 여기는 할아버지의 유품인 반지를 도둑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둑은 대머리 양인 올두였다. 백앤아를 반지를 찾으로 올두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데, 반지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올두의 집에서 반지를 찾다 깊은 구덩이로 빠지게 되는 백앤아. 그곳은 악명 높은 100층 감옥이었다. 우연히 구출하게 된 로봇 큐브와 함께 100층 감옥을 탈출할 방법을 찾던 중 첫 번째 구역에서 레온을 만나게 된다. 신비로운 느낌의 레온 덕분에 30층을 오를 수 있었지만, 가슴 아픈 레온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레온은 왜 친구들로부터 배신을 당한 걸까? 레온이 말하는 배신은 무엇일까? 두 번째 구역은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몬스터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몬스터로부터 열쇠를 얻게 된다고 한다. 첫 번째 등장하는 몬스터는 과연 누구일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퀴즈와 게임을 풀어야 한다. 문제를 풀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다양한 퀴즈와 게임 속에는 다방면의 상식과 교양의 정보들이 담겨있다. 답은 마지막 페이지에 숨겨져있으니! 꼭 퀴즈를 맞힌 후 답을 확인하는 게 좋겠다. 퀴즈 내용에 대한 정리 또한 담겨있기 때문에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서 아이와 함께 퀴즈도 맞히고 상식과 교양도 쌓아갈 수 있어서 흥미롭다.

과연 백앤아 남매는 100층 감옥을 무사히 탈출하고, 달쏭 할머니의 소중한 반지를 되찾을 수 있을까? 퀴즈와 상식뿐 아니라 상하고 다친 마음까지 만져주는 백앤아 덕분에 자존감이 낮은 여러 친구들이 책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 모습 또한 발견하게 된다. 레온과 이무기 그리고 얼음호텔 범고래 지배인까지 등장인물들 또한 자신만의 개성이 넘친다. 1이라는 숫자는 다음 책이 등장한다는 뜻일 테니, 다음 2편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너무 기대된다.

p.s 미취학 아동보다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 좋을 것 같다. 7살 아이가 어린이집만 마치면 책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서 재미있게 읽긴 하는데, 아직은 좀 어려워서 그런지 좀처럼 진도가 안 나가는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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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 경계 위의 방랑자 클래식 클라우드 31
노승림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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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말러가 느끼던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이런 것이었을까?

기쁨과 슬픔은 그 시절가 다름없이 지금도 여전히

부조리하게 공존하며 사람을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만든다.

말러 전에 읽었던 책의 주인공은 클림트였다. 음악과 미술 서로 다른 분야였음에도, 말러 속에서 클림트의 작품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같은 시기를 보냈던 구스타프 말러와 구스타프 클림트. 이름부터, 자랐던 환경 그리고 연인이고 아내였던 알마 말러까지... 클래식 클라우드(클클) 시리즈를 읽다 보니 조금씩 접점이 생기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실 구스타프 말러 하면 떠오르는 게 없다. 음악가라는 사실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던 말러의 삶과 그의 예술을 조명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말러를 경계 위의 방랑자라는 말로 표현한다. 말러의 삶부터 음악 인생, 그리고 그의 손에서 탄생한 음악들까지 그는 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이자 방랑인이었다. 체코 칼리슈테에서 태어났지만, 생후 3개월 부모와 함께 이흘라바로 이주한다. 그는 유대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선술집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는 어렵지 않았지만, 생활 환경은 좋지 못했다. 14명의 자녀들은 1층 선술집에서 흘러나오는 각종 음담패설과 노랫소리, 취객들의 소리에 그대로 노출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그저 소음이 아니라, 말러의 음악 속에 담겨있으니 말이다. 또 무척 가부장적이던 아버지 아래에서 자란 말러는 예술적 자질이 뛰어났으나 부모는 그런 말러의 자질을 몰라봤다. 다행히 유명한 피아니스트 덕분에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말러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궁정 오페라극장의 지휘자가 되면서다. 완벽주의자였던 그는 그전의 대충 연주하던 음악에 반기를 들었다. 연습도 대충, 어려운 부분은 편곡하거나 아예 빼버리는 등 충실하지 않았던 전 지휘자나 단원들과는 다른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이 스카우트했던 단원조차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가차 없이 잘라내거나 쓴소리를 내뱉었던 덕분에 악단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관중들은 그의 음악에 환호했다.

특히 말러가 활동했던 시기는 베토벤의 영향으로 교향곡이 많이 등장하지 않은 시기다. 워낙 대작의 반열에 올라와 있던 베토벤 때문에, 그 이후 작곡가들은 비교의 대상이 되기를 두려워해서 상대적으로 작곡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말러의 첫 번째 교향곡은 대중에 큰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간다. 책 속에는 말러가 작곡을 위해 마련했던 세 채의 오두막이 등장한다. 동생의 도움을 받아 강 주변에 자리 잡은 작은 오두막. 그곳에서 말러는 자신의 교향곡을 마무리한다. 그의 오두막이 닫혀있을 때는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므로 아무도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아버지를 닮은 가부장적 성격 덕에 말러가 문을 열고 나오기 전까지 모두가 시간에 관계없이 굶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또 기억에 남는 부분은 말러의 부인인 알마 말러에 관한 부분이었다. 유대인이었지만, 반 유대인 성향이 강했던 알마와 말러는 연인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맞지 않았다. 자신의 일기를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말러의 향조차 싫다고 이야기했던 알마가 어떻게 말러와 부부가 되었을까? 말러가 유대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던 것 역시 그의 독실한 종교적 성향이 아닌 알마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 알마의 남성편력 역시 어마어마하다. 그의 이름이 본명 알마 마그레타 마리아 쉰들러 뿐 아니라 알마 말러, 알마 그로피우스, 알마 베르펠 등 여러 번의 결혼과 이혼, 불륜은 그에게 여러 이름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녀 역시 뛰어난 예술가적 기질을 가졌기도 하고, 외모 또한 워낙 출중하기도 했었다니 그래서 부인의 불륜을 알고도 그녀의 남편들은 눈 감아줄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다행이라면, 많은 음악가들이 생전 인정받지 못하는 데 비해, 말러는 지휘자로 10년간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늘 외로운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삶이 음악에 영향을 끼쳤던 것인지, 말러의 음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죽음이다. 14명 중 다수의 형제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사망하기도 했고, 그녀가 사랑했던 큰 딸 마리아 역시 성홍열로 일찍 잃기도 했다. 물론 마리아가 사망하기 전에 작곡된 곡들이 대부분이지만 그의 음악 속에 흐르는 죽음과 권주가 가락, 집시음악 등은 또 다른 음악적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구스타프 말러의 예술혼과 그가 남긴 음악들 그리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 간 여행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말러의 삶을 다시 한번 만났던 시간이었다. 위인전 식의 딱딱하고 전형적인 전개가 아니라서 매력적인 클클 시리즈. 다음에 만날 인물이 기대된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게임인 것을 알면서도

그는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불편한 울림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고 나면

우리는 말러의 음악을 외면할 수 없다.

베토벤의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그 음악은 인간,

즉 나와 당신이 태어난 이상 감당하고 살아야 하는

도전과 싸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소년 말러가 느끼던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이런 것이었을까?

기쁨과 슬픔은 그 시절가 다름없이 지금도 여전히

부조리하게 공존하며 사람을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만든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게임인 것을 알면서도

그는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불편한 울림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고 나면

우리는 말러의 음악을 외면할 수 없다.

베토벤의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그 음악은 인간,

즉 나와 당신이 태어난 이상 감당하고 살아야 하는

도전과 싸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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