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최우수상작 토마토 청소년문학
양은애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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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는 건 이유가 있을 것이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네 옆에 있는 귀한 마음을 저버리면 안 돼.

지금이야 자네를 위해 그 자리를 지킬 테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든.

나는 그때 자네가 큰 후회를 하지 않길 바랄 뿐일세."

조금은 뻔한 스토리의 이야기라고 섣부르게 넘기기에는 품고 있는 내용이 너무 깊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울었던 것 같다. 큰 상처 속에서 자신의 기억을 지워버린 주영보다, 딸 수인을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는 엄마 주영에게 더 공감이 갔다. 나 역시 딸이지만, 엄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래서 내리사랑이라는 것일까?

남편 대준과 이혼을 준비 중인 워킹맘 이주영.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자 워커홀릭인 그녀에게 일과 가정을 다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그녀뿐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몸은 하나이니 말이다. 자연스레 자신을 더 이해해 줄 가족의 손을 놓는다. 가족이니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거니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오래갈수록 가족도 지친다. 그렇게 대준과 주영은 멀어진다. 이렇게 수인을 빼앗길 수 없었던지라 주영은 고향집으로 수인을 데리고 간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부터 대면한 아빠 기중과의 만남. 낯선 것은 주영뿐 아니라 수인도 마찬가지다. 낯선 곳에 남겨진 수인에게 접근하는 이상한 목소리. 검은 그림자. 기분이 좋지 않다. 다행히 또 다른 목소리와 빛이 수인과 친구가 된다. 수인을 김서방이라 부르는 그는 도깨비 벼리다.

사실 주영은 수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게 많다. 반려견이자 가족이었던 짱이의 죽음도 그중 하나다. 아직 어린 나이의 수인이 죽음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대준과 주영이 이혼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과 당분간은 외할아버지 기중과 지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수인에게 말하지 못했다. 모두 수인을 위해서였다. 상처받을 수인을 위해서...

갑자기 수인이 사라진다. 수인에게 할아버지와 좀 있으면 엄마가 다시 오겠다는 말을 하던 때였다. 마음이 상한 수인을 혼자 두었을 뿐인데, 방에 와보니 수인이 없다. 수인이 또래 꼬마 아이가 수인이 사라진 걸 이야기한다. 꼬마가 처음 보는 자신에게 말을 놓으니 기분이 상한 주영. 수인을 데려간 것은 그림자 귀신인 어둑서니라고 한다. 이미 늦은 밤 시골마을인지라, 경찰도 이 밤에는 찾을 수 없다며 돌아간 상황인지라, 주영은 꼬마 아이(도깨비 벼리)와 함께 수인을 찾아 나선다. 1년 전 과거의 기억 속으로 벼리와 함께 들어간 주영을 본 수인은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를 떠나는데...

과연 주영은 수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주영의 과거 기억 또한 되찾을 수 있을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많은 것 같다. 워킹맘 주영을 통해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침 출근시간마다 일어나지 않는 아이에게 화를 내는 내 모습,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놀아주지 않고 쉬고 싶다는 말만 하는 내 모습, 아이의 입장보다는 내 입장에서 모든 상황을 재단하고 판단하는 내 모습...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잘 키우겠다는, 널 위한다는 미명하에 아이에게 어른인 나를 이해해달라는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계속 눈물이 흘렀다. 워킹맘이 되는 순간부터 내 안에는 죄책감이 참 많아졌다. 둘 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에 아이와의 시간을 늘 뒤로 미루었다. 어린이집 상담 시간을 통해 늘 듣는 말 "5분이라도 좋으니 아이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왜 이렇게 실행하기 쉽지 않은 걸까?

한편으로 이 책은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은 아니다. 과거의 내 선택은 당시의 최선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진심 어린 마음의 중요성을 깨우친다. 스스로 만든 굴레에 갇혀 내가 만든 어둑서니에게 죄책감의 먹이를 주지 말라는 중요한 사실을 담고 있다.

오늘은 큰 아이를 마음껏 안아줘야겠다. 처음 아이를 만났을 때의 그 마음이 책을 읽으며 다시 기억났다. 건강하게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던 그 마음 그대로 아이를 다시 바라봐야겠다. 내 소중한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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