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 - 아주 작은 영양소가 촉발한 미스터리하고 아슬아슬한 500년
스티븐 M. 사가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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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노란색과 신맛이다. 지금이야 필수 영양소가 된 비타민C에 대한 흥미로운 책을 마주했다. 책의 표지 역시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같은 밝고 강렬한 노란색이다.

우리 집 두 꼬마가 좋아하고 자주 먹는 간식 중 하나는 비타민 사탕이다. 각종 캐릭터가 그려진 작은 비닐을 벗기면 동전보다 작은 크기에 하얀색 비타민이 들어있다. 맛도, 모양도 같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때문에 종류별로 구비하고 있다. 이 사탕을 먹기 시작한 것도, 병원 진료를 마치고 약 조제를 위해 약국에 갔을 때였다. 약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건네는 비타민 2~3개에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띤다. 약국에서 주는 비타민은 개수가 정해져있기에, 결국 500정이 담긴 비타민 사탕을 주문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엄마 입장에서도, 기왕이면 아무 영양소가 안 들어있는 것보다는 비타민C나 D가 들어있는 간식이 낫겠다 싶다 보니 하루에 1개는 자연스레 먹이게 되었다.

1. 몇 달 전 심한 목감기로 엄청 고생을 했다. 당시 피부과 약을 먹고 있었기에, 약봉지를 본 의사는 겹치는 약을 제외하고 목감기 약과 비타민C를 함께 처방해 주었다. 나 역시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물과 함께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들(오렌지, 귤, 레몬 등)을 더 챙겨서 먹인다. 근데 비타민C가 정말 감기를 치료하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일까?

2.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당뇨환자다. 몇 년 전 아버지가 고함량의 비타민을 구입해달라고 하셨다. 한 알로도 이미 하루 섭취 비타민을 과다하게 넘어서는데, 매 끼니마다 2알씩 먹으면 당뇨에 도움이 된다는 기사를 접하셨다고 하셨다. 과연 비타민C가 혈당관리에도 도움이 될까?

비타민C의 효과에 대해 처음 접했던 것은 교과서를 통해서였다. 구루병, 각기병, 괴혈병...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해 보이는 이 병들은 바로 비타민C가 부족해서 생긴 병이라고 한다. 물론 실제로 걸린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그 이후로 내 잇몸에서 양치하다 피가 조금만 나도 혹시 내가 괴혈병...?하는 두려움 속에 몇 년을 살았다. 책 속에는 총 3분으로 나누어 비타민C를 다루고 있다. 1부는 비타민C의 효과를 알기 전의 이야기다. 교과서에서 봤던 그 질병들이 많이 걸렸던 사람들은 선원들이었다. 장기간 배를 타게 되면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5C 항해했던 배들의 선원 상당수는 원인도 모른 체 사망한다. 우연히 오렌지를 섭취한 후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본 후, 기회가 될 때마다 오렌지를 배에 실었다고 하지만 그게 비타민C 부족이 아닌 배 아예 더러워진 공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2부에서는 비타민C 발견에 대한 역사를 마주할 수 있다. 비타민의 발견에 영향을 미친 여러 과학자들이 등장한다.

자바 섬에서 실험을 하게 된 생리학자 크리스티안 에이크만은 각기병을 미생물에 의해 생긴 병이라 생각했다. 우연히 마주한 닭에게서 각기병과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가 치료되는 걸 본 에이크만은 동물 실험(닭)을 통해 음식 속에 있는 비타민C(당시에는 비타민C로 불리기 전임)의 효과를 알았지만, 자신이 고수하고 있던 미생물에 의한 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추후 다른 생리학자인 헤릿 흐레이스는 에이크만을 설득해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제출하도록 요청한다. 그 일로 에이크만은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다.(하지만 수상소감에 흐레이스에 대한 인사는 1도 없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저자는 비타민C 발견의 가장 큰 공을 세운 한 명을 꼽자면 스위스 바젤대학교에서 연구한 러시아 출신 의대생 니콜라이 루닌을 꼽는다. 그가 비타민C를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쥐 실험을 통해 우유 속에 녹아있는 필수 영양소에 대한 지평을 넓혔기 때문이다.

내가 앞에서 궁금했던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3부에서 다뤄진다. 지금처럼 비타민C가 대중화되는데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라면 단연 라이너스 폴링을 꼽을 수 있다. 2번의 노벨상 수상 중 하나(노벨평화상)가 비타민C 때문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가 주장한 것은 바로 비타민C 메가도스였다. 비타민C를 과다하게 섭취하는 게 질병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다. 라이너스 폴링은 비타민이 감기와 독감 더 나아가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과연 정말 진실일까?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비타민C의 효능을 아는 연구는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이다. 비타민C는 알약 형태뿐 아니라 우리가 섭취하는 각종 채소와 과일 등에도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효과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비교 군을 만들어야 하는데, 비교 군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비타민은 항생제 만큼이나 많은 인류를 구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유불급. 적당한 섭취가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으로도 하루 섭취량을 충분히 채울 수 있고, 흡수되지 않은 과량의 비타민은 소변 등으로 배출된다고 하니 지혜로운 섭취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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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말 공부 - 현직 초등 교사가 들려주는 아이가 기적처럼 바뀌는 대화법
김민지 지음 / 월요일의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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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우리 엄마도 워킹맘이었기에, 나 역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삶이 내 생각대로 안된다는 것을 또 경험하게 되었다. 둘째가 태어난 후, 부쩍 큰 아이에게 이상행동이 감지되었다. 산후우울증의 독박 육아로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였기에, 아이의 반응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나조차 매일같이 당황스러웠다. 시간이 지나고 복직을 했다.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매일이 살얼음판인 이유를 책을 읽으며 발견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나는 자존감이 낮다. 그렇다고 어렸을 때 가정폭력을 경험했거나, 생활이 힘들 정도로 가난한 것도 아니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기에, 이른 나이부터 동생을 챙기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하긴 했다. 그래도 내가 사고 싶거나 가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에 큰 제약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나 스스로를 그리 미덥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다. 낮은 자존감에는 학창 시절 왕따를 당한 기억도 자리하고 있겠지만, 엄마의 낮은 자존감이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참 많이도 자존감 관련 책을 찾아보았다. 책을 막 읽었을 때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10년 차 교사인 이 책의 저자는 첫 장에서 육아가 힘든 부모들을 향해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

누구나 아이를 키우며 실수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으니까요. 몇 번의 실패에 낙심하지 마세요.

당신의 아이는 건강하게 잘 성장할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언어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하... 책에 등장한 부정적인 예시가 모두 내 얘기였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내 말을 그대로 옮기다니...;;; 우선 저자는 내 모든 것을 그대로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현재에 충실하게, 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를 먼저 안아주고 칭찬해 주고, 여유를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부모의 말 습관, 부모의 기분에 아이들은 온전히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책 안에 담긴 예를 보면, 나 역시도 그렇게 반응하겠다 싶을 정도로 두 예는 현저히 달랐다. 총 8장으로 이루어진 책 안에서 내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와의 관계, 자존감 키우는 말, 자율성을 높이는 말뿐 아니라 워킹맘을 위한 하루 10분 대화법이나 화의 표현에 이르기까지 정확하고 알기 쉽게 쓰인 글을 읽으며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실천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아이와의 대화에도 낄끼빠빠가 필요하다. 있어 보이는 말로 표현하자면 중용이라고 할까? 꼭 필요한 때에만 TMI를 사용하자. 칭찬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해야 하지만, 조언이나 훈계는 간략하고 짧게 해야 한다. 반대로 하면 역효과가 나니 주의해야 한다. 저자는 칭찬 90에 훈계 10이 적절하다고 이야기한다. (내 경우는 반대일 때가 더 많다.) 칭찬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독이 되는 칭찬도 있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그 밖에도 관찰- 감정- 욕구- 부탁의 단계로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뿐 아니라 "안돼"라는 말을 사용하는 방법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의 행동에 평가 내리기보다 부모가 느낀 고마운 감정, 행복한 감정을 말해주는 게 좋다.

아이의 행동이 부모에게 준 긍정적인 영향력도 표현해 준다.

아이가 한 행동을 그대로 언급하고, 부모가 느낀 욕구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는 가족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준 것에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게 되어 자존감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모의 작은 변화는 아이의 삶을 크게 변화시키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아이에게 화를 안 내고 등원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예상보다 5분 정도 늦긴 했지만, 화를 냈다고 5분 일찍 준비했을 것 같지 않다. 손에서 가까운 곳에 책을 두어야겠다. 조금 지나면 잊힐 수 있으니 말이다. 말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 특히 우리 모두 부모가 처음인지라, 살아오면서 내가 듣고 겪었던 말들을 자연스레 뱉어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제는 말을 좀 바꿔보자. 책을 통해 들은 아이를 살리고 키우는 말들을 통해 내 아이의 자존감도, 꿈도, 학업도, 자율성도, 관계도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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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소설
앙투안 로랭 지음, 김정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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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제목의 소설 속 이야기는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특이했다. 비올렌 르파주는 출판 편집자로, 출판계에서만 20년을 근무했다. 그녀가 팀장으로 있는 원고검토부는 투고되는 원고를 읽고 3등급(해, 달, 별)으로 나누는데, 해 등급을 받은 책은 빠른 시간 내에 출판을 결정한다. 스테판과 뮈리엘, 마리 그리고 베아트리스. 과거 비올렌 역시 투고된 원고를 읽고 3등급 결정을 했었지만, 지금은 팀원들에게 맡긴다. 어느 날, 막내 팀원 마리가 한 원고를 읽게 된다. 오랜만에 마주한 해 등급의 원고였다. 즉각 비올렌에게 연락을 하지만, 며칠 일정으로 출장 중인 비올렌은 베아트리스에게 원고의 검토를 부탁한다. 집안 대대로 부유하지만 맹인인 70대의 베아트리스는 원고에 대한 감이 좋았다. 베아트리스가 읽어도 원고는 만족스러웠다. 책의 제목은 설탕 꽃들 이었다. 출판을 결정한 출판사는 작가인 카미유 데장크르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이메일 주소 하나 뿐이었다. 비올렌은 오랜만에 마주한 눈에 띄는 작품을 놓칠세라 계속 카미유에게 연락을 하지만, 그(인지 그녀인 지 모를)는 답이 없다. 결국 얼굴을 보지 못하고, 머무는 호텔로 계약서를 보내 출판에 관한 계약을 마친다. 이들의 눈이 정확했는지, 설탕 꽃들은 출간되자마자 화제성을 띠고 얼마 안 돼 3쇄 인쇄를 하게 된다. 3개 문학상 중 하나인 콩코드상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까지 생겨난다. 하지만 이 책은 또 다른 화제를 띄게 된다. 바로 책 속에 등장한 살인사건이 실제로 그대로 재연되었기 때문이다.

사건을 맡은 루앙 지방 사법경찰대 범죄수사과 경위 소피 탕슈는 편집자인 비올렌을 찾아온다. 책 속 사건과 동일한 사건이 1년 전 일어나 2명이 사망했는데, 그 둘이 살해된 총이 책 속에서 언급한 총과 같은 기종이라는 말이었다. 소피는 이 책의 저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비올렌 조차 작가 카미유를 만나본 적이 없다. 소피는 그녀가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인 스티븐 킹이 신작 집필을 마쳤다는 소식을 들은 비올렌은 마리와 함께 스티븐 킹을 만나러 가던 중, 비행기 사고로 중상을 입게 되는데...

설탕 꽃들의 줄거리는 한 여학생의 임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들을 낳았지만,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 그 이유는 4명의 남학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후, 성폭행 가해자인 4명이 차례대로 처참하게 살해된다. 이 4명은 동창이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무릎을 꿇고 눈 사이를 총에 맞은 채 살해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책의 마지막에 이를 때까지 설탕 꽃들의 저자도, 책 속 이야기와 실제 사건의 접점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마지막에 밝혀진 사건의 전말은 정말 경악을 금할 수 없을 정도로 반전이었다. 유능한 커리어 우먼 비올렌이 비행기 사고 이후 자신의 과거의 습관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와중에 친구인 상담하는 부분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했는데, 그 한 줄이 사건의 열쇠가 된다.

"비올렌, 당신 뇌가 말이야.

과거의 나쁜 버릇과 과오를 망각해 버렸어.

악세서리, 옷, 담배."

여러 가지 궁금증이 하나씩 풀려나간다. 사건의 범인, 사건의 실체, 그리고 설탕 꽃들의 저자, 설탕 꽃들의 콩코드 상 수상 여부까지 말이다. 그럼에도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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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잔 - 경남 스토리 공모전 대상 토마토문학팩토리
박희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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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챕터로 작품을 소개해 주는 글을 구독 중인데, 챕터를 넘길수록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조선의 사기장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었다. 사기장이 무엇이고, 책 서두인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막사발이나, 일본에서는 최고의 보물로 여겨지는 이도다완이 무엇인가 궁금하던 차에 제왕의 잔을 만나게 되었다.

주인공인 도경은 이조참판 집 아들인 양반이었음에도, 사기장이 된다. 타고난 실력 덕분에 마을에서 인기가 많았던 도경이지만, 어려움에 처한다. 그가 마음에 품고 있는 정인 연주 때문이었다. 새로 부임한 동래부사는 색기가 넘치는 인물이었다. 주변에 아름답다는 처자는 모두 자신이 품어야 했기 때문이다. 도당 대방은 자신의 수양딸인 연주를 동래부사에게 첩으로 받치려고 한다. 사실 연주 역시 양반가의 여식이었지만, 아버지가 노름으로 재산을 다 날리고 빚 대신 연주를 보냈기에 대방의 수양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보낼 수 없었던 도경은 연주를 데리고 도망가려다 발각되고 만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대마도주인 소우의 계략이었다. 사기장이 필요했던 일본에 유능한 사기장 도경을 빼돌려서 받치기 위해 소우는 동래부사와 밀약을 맺고 도경이 죽은 것처럼 처리한다. 깨어난 도경에게는 연주가 기생으로 팔려가게 되었는데,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계획에 협조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다. 결국 사랑을 위해 소우의 계획에 가담하게 된 도경은 그렇게 무모해 보이는 현실 속으로 던져진다. 과연 그는 연주를 되찾을 수 있을까?

명나라에서 일본으로 다시 조선으로 그의 일생은 가진 실력에 비해 너무 가슴 아팠다. 한편으로는 스토리에는 고난이 필수가결이기에, 사랑을 되찾기 위한 그의 여정에는 예상대로 그의 앞길을 막는 인물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방해 이상으로 처절하게 목숨의 위협을 가해서 그를 생의 마지막까지 끌어내리는 어기창 부관 요시다. 그리고 요시다가 사랑하는 여인 아오이가 등장한다. 이들의 관계 또한 애정이라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예상했듯이 아오이가 도경을 짝사랑한다는 데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녀의 사랑은 요시다와 달리 지고지순하다는 점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일본이 도자기를 만드는 사기장에 눈독을 들인 이유였다. 동양의 도자기가 비싼 값(조총 50자루)에 거래되었기에 일본의 입장에서는 선진기술을 가지고 있던 조선의 사기장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싶었고, 그렇기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계획했다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물론 뻔한 스토리로 이어지는 듯했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이 담겨있다. 그 구체적인 이야기는 책을 통해 만나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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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마물의 탑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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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두 번째 권은 등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 검은 얼굴의 여우는 읽지 못했지만, 하얀 마물의 탑 중간중간에 앞 이야기가 살짝 등장했던지라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대신 궁금증이 쌓였을 뿐^^)

만주 건국대학에 진학한 하야타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전쟁에서 진 조국 일본을 다시 세우는 데 도움이 되고자 탄광 광부가 되지만, 괴이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 이후 등대 관리 양성소에 들어가 이번에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등대 관리 업무에 배치된다. 말이 등대관리지, 그에게는 등대를 관리하는 일뿐 아니라, 자살을 막고 자살하려는 사람을 구해내는 업무까지 추가된다. 첫 부임지에서 자살하려는 소녀는 구해냈지만, 소녀가 한 이야기는 이해할 수 없었다.

새로운 곳으로 배치되어 길을 나선 하야타는 부임하는 날부터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등대까지 하야타를 데려다주기로 한 고깃배 성장이 선뜻 그곳에 가는 것을 주저하는 것이다. 파도가 심하다는 핑계를 댔지만, 하야타는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든다. 결국 한 민박집에 머물게 된 하야타에게 민박집 주인 여자는 이상한 말을 하며 하루를 더 묵고 가라고 이야기한다. 등대까지 가려면 산을 넘어야 하는데, 등대까지 하야타를 데려다주기로 한 사람에게 품삯을 많이 주기로 하지만, 약속한 날 나타나지 않는다. 더 이상 지체될 수 없기에 길을 나서는 하야타에게 도시락을 싸주며 하얀 집에 머물지 말라는 이야기를 건네는 주인. 그려준 지도를 가지고 산길을 가는데, 소름 끼치는 소리가 하야타를 따라온다. 결국 길을 잃고 곤란한 처지에 놓이는 가운데 공포감이 엄습한 순간, 그의 앞에 불빛과 함께 한 여인이 나타난다. 그녀의 이름은 하쿠호로 백녀라고 불리는 시라쿠모의 손녀였다. 하쿠호에 의해 집에 머물게 되는 하야타는 가면과 같은 얼굴을 가진 할머니 시라쿠모를 마주하자 두려움이 배로 커진다. 민박집 주인이 싸준 도시락을 열자, 그 안에는 "절대 하얀 집에 머물지 마세요"라는 쪽지가 나온다. 하야타는 길을 나서고자 하지만, 하쿠호는 목욕물을 데워주고 목욕을 도와주는 듯 선의를 베푼다. 그녀 몰래 길을 나서려다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하야타는 하얀 괴물이라는 뜻의 시라몬코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음 날 길을 나서는 하야타에게 할머니가 만든 부적을 건네는 하쿠호. 겨우 등대에 도착한 하쿠호는 등대장인 이사카 고조로부터 자신이 머물렀던 하얀 집과 민박집 주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20년이 지난 그때 이사카 고조가 경험한 일이 자신에게도 되풀이되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과연 하야타가 등대를 찾아 나서면서 겪었던 그 공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이사카 고조와 하야타가 구했던 그 여인은 동일 인물일까?

책의 표지부터 해서 책 내용 내내 떠오르는 것은 "흰색"이다. 무슨 존재인 지조차 알 수 없는 하얀 물체(하얀 마물) 때문에 공포가 배가 된다. 도대체 그 존재가 누구길래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실제 얼굴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은 체 주위를 도는 것일까 싶은 생각에 책을 읽는 내내 소름이 돋는다. 평범한 도시가 아니라, 외떨어진 곳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선 등대라는 장소가 주는 두려움이다. 검은 바다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적막한 곳에서 벌어지기에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는, 그렇기에 더 외롭고 두려울 수 있는 등대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사건이기에 다른 어떤 작품보다 더 공포스러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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