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소설
앙투안 로랭 지음, 김정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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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제목의 소설 속 이야기는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특이했다. 비올렌 르파주는 출판 편집자로, 출판계에서만 20년을 근무했다. 그녀가 팀장으로 있는 원고검토부는 투고되는 원고를 읽고 3등급(해, 달, 별)으로 나누는데, 해 등급을 받은 책은 빠른 시간 내에 출판을 결정한다. 스테판과 뮈리엘, 마리 그리고 베아트리스. 과거 비올렌 역시 투고된 원고를 읽고 3등급 결정을 했었지만, 지금은 팀원들에게 맡긴다. 어느 날, 막내 팀원 마리가 한 원고를 읽게 된다. 오랜만에 마주한 해 등급의 원고였다. 즉각 비올렌에게 연락을 하지만, 며칠 일정으로 출장 중인 비올렌은 베아트리스에게 원고의 검토를 부탁한다. 집안 대대로 부유하지만 맹인인 70대의 베아트리스는 원고에 대한 감이 좋았다. 베아트리스가 읽어도 원고는 만족스러웠다. 책의 제목은 설탕 꽃들 이었다. 출판을 결정한 출판사는 작가인 카미유 데장크르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이메일 주소 하나 뿐이었다. 비올렌은 오랜만에 마주한 눈에 띄는 작품을 놓칠세라 계속 카미유에게 연락을 하지만, 그(인지 그녀인 지 모를)는 답이 없다. 결국 얼굴을 보지 못하고, 머무는 호텔로 계약서를 보내 출판에 관한 계약을 마친다. 이들의 눈이 정확했는지, 설탕 꽃들은 출간되자마자 화제성을 띠고 얼마 안 돼 3쇄 인쇄를 하게 된다. 3개 문학상 중 하나인 콩코드상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까지 생겨난다. 하지만 이 책은 또 다른 화제를 띄게 된다. 바로 책 속에 등장한 살인사건이 실제로 그대로 재연되었기 때문이다.

사건을 맡은 루앙 지방 사법경찰대 범죄수사과 경위 소피 탕슈는 편집자인 비올렌을 찾아온다. 책 속 사건과 동일한 사건이 1년 전 일어나 2명이 사망했는데, 그 둘이 살해된 총이 책 속에서 언급한 총과 같은 기종이라는 말이었다. 소피는 이 책의 저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비올렌 조차 작가 카미유를 만나본 적이 없다. 소피는 그녀가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인 스티븐 킹이 신작 집필을 마쳤다는 소식을 들은 비올렌은 마리와 함께 스티븐 킹을 만나러 가던 중, 비행기 사고로 중상을 입게 되는데...

설탕 꽃들의 줄거리는 한 여학생의 임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들을 낳았지만,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 그 이유는 4명의 남학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후, 성폭행 가해자인 4명이 차례대로 처참하게 살해된다. 이 4명은 동창이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무릎을 꿇고 눈 사이를 총에 맞은 채 살해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책의 마지막에 이를 때까지 설탕 꽃들의 저자도, 책 속 이야기와 실제 사건의 접점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마지막에 밝혀진 사건의 전말은 정말 경악을 금할 수 없을 정도로 반전이었다. 유능한 커리어 우먼 비올렌이 비행기 사고 이후 자신의 과거의 습관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와중에 친구인 상담하는 부분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했는데, 그 한 줄이 사건의 열쇠가 된다.

"비올렌, 당신 뇌가 말이야.

과거의 나쁜 버릇과 과오를 망각해 버렸어.

악세서리, 옷, 담배."

여러 가지 궁금증이 하나씩 풀려나간다. 사건의 범인, 사건의 실체, 그리고 설탕 꽃들의 저자, 설탕 꽃들의 콩코드 상 수상 여부까지 말이다. 그럼에도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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