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흑역사 - 부지런하고 멍청한 장군들이 저지른 실패의 전쟁사
권성욱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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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지만, 군대에서 별을 단다는 것은 대단한 영예라는 것은 안다. 개인뿐 아니라 집안의 영예일 정도로 장군이 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근데, 이 책을 읽은 후 별을 단다는 것의 의미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무능한 사람이 리더가 되었을 때 벌어지는 끔찍한 결과 12편을 통해, 유능한 리더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책의 시작부터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미 여기저기서 들어봤을 리더의 자질에 관한 이야기였다.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멍청하고, 게으른 리더 중 가장 최악의 리더와 최고의 리더를 꼽자면 누구일까? 최고의 리더는 당연히 부지런하고 똑똑한 리더일 테지만, 절대 리더가 되면 안 되는 자질을 가진 사람은 게으르고 멍청한 게 아니라 멍청한 데 부지런한 리더란다. 전부터 들었던 이야기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뜻을 더 곱씹게 되었다. 멍청하지만 부지런하다면, 하지 말고 가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부지런하게 가서 결국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역사는 늘 승자의 이야기만을 다룬다. 그것도 승자에게 유리하게, 승자를 추켜세워서 기록한다. 반면 패자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거나, 패자의 공조 차도 묻어버린다. 저자는 패자들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점에 주목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읽다 보니 정말 한숨이 나오고, 화가 나는 똥별들이 상당수다. 그렇다고 그들이 처음부터 그런 무능력의 극치를 드러내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12명의 장군들과 전쟁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하나같이 낯설다. 한 쪽이 승리했다면, 한쪽은 당연히 패하기 마련인데, 패자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패장이 없나? 솔직히 궁금했는데, 있었다. 그것도 아주 대패 한 장군이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3대 대첩(살수대첩, 귀주대첩, 한산대첩)은 익숙하게 알고 있는데 3대 패전이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중에 등장하는 전쟁인 현리전투와 3개 군단 중 2개 군단을 해체 시킨 독보적인(?) 일화는 정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과거나 현재나 소위 엘리트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이 책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데, 다시 생각하면 역시 그 병폐를 벗겨내지 않는 한 책 속의 패전의 이야기는 현재에도 계속될 수 있겠다 싶다. 특정 군사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능력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능력이 없는가? 글쎄... IQ가 좋으면 모든 것을 잘할 수 있는가?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 같다.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인다는 사실 또한 또 깨닫게 된다. 그렇게 패전으로 상당한 인적. 물적 피해를 일으킨 장본인들은 그 후로도 내쳐지거나 책임지지 않고 천수를 누리며 살다 영예롭게 죽기도 하니 말이다.

또한 리더의 자질 중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인 것 같다. 두 번째 등장한 임팔 작전의 일본 장군 무다구치 렌야를 봐도 그렇다. 자신의 휘하에 있는 군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자신은 전장으로부터 400km나 떨어진 곳에서 호의호식하며 지냈으니 과연 그런 사람이 성공했다면 어땠을까? 그 또한 자신의 능력이라고 우쭐했을 것이다. 물론 이 사건 이후에도 그 역시 자신이 책임진 것은 없이, 어려움 없이 오히려 유언으로 헛소리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역시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보다는 오히려 타인의 잘못이라고 미루는 걸 보면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도 아닌 것 같으니 말이다.

이 책은 지극히 똥별들의 패전사를 다룬 책이기에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와 반대로 모든 실패를 자신이 안고 가려는 유능한 장군들도 여전히 많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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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사피엔스 -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신인류의 탄생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4
홍기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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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IT 기술의 발전과 그에 대해 설명한 책을 읽었다.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막상 무엇이냐고 물으면 설명하기 어려웠던 IT 기술들을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기술의 발전이 실로 대단한 발전을 이루었구나! 하는 것과 조금만 늦어도 도태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조금은 익숙해진 GPT라는 이름의 뒤에 붙은 "사피엔스" 그리고 책의 저자가 경제학자라는 사실에 궁금증이 생겼다. 좋아하는 시리즈인 인생명강의 15번째 책은 바로 이 신 기술이라고 일컫는 챗GPT로 대표되는 IT 과학 기술을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풀어내며 신기술을 찬양하기보다는 조금 더 냉철하고 날카롭게 판단하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경제학자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달랐다.(개인적으로 나 역시 사회과학을 전공했기에 저자가 설명하는 IT 기술이 더 편안하게 다가오긴 했다.) 저자 역시 경제학 전문가지, IT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자신이 이해하는 방향으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현재의 우리의 과학기술을 마주하며 풀어낸다.(나중에 확인해 보니... 저자가 왜 경제학자임에도 IT 기술 관련 책을 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ICT 전문가다. 그런 면에서, 경제학 뿐 아니라 IT에도 상당한 전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우선 나는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 등의 단어를 요 근래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단어들을 이미 21세기 초반에 들었다고 한다.(그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10년 단위로, 혹은 새로운 뭔가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 사회를 비롯한 전 세계는 요동친다. 가령 닷컴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기업평가가 마구 올라갔던 시기나,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비트코인의 광풍이 불었을 때, 그리고 얼마 전 챗GPT가 등장했을 때 세계는 신기술 앞에서 변화될 신세계를 극찬했다. 분명히 ***이 앞으로의 세계를 극단적으로 변동시킬 것이라는 표현으로 관련 기술에 투자의 투자를 하게 되고, 그 기술에 대한 또 다른 버블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몇 번에 걸쳐 목도할 수 있었다. 거대한 버블 투자는 결국 꺼지게 마련이라는 것 말이다. 그리고 상당수 사람들이 투자한 돈을 날리는 사태 또한 마주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의 여러 페이지에 걸쳐 이야기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기술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술은 점점 발전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모(母) 기술이 이미 등장했다는 사실 말이다. 마치 전에 없던 독자적인 새 기술이 등장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 기술은 과거 **의 기술을 토대로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섣부른 투자보다는 핵심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길 조언한다.

뿐만 아니라 챗GPT를 비롯하여 AI의 발전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물론 자료를 순식간에 보고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이미 사람을 앞선 AI 앞에서 그에 대한 일자리나 기계화로 인해 그동안 사람이 하던 일자리가 상당수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챗GPT만 봐도 자료를 통한 분석을 잘하는 것이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창의력의 영역은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AI와 인간으로 개편되는 상황 속에서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새롭게 등장할 수도 있으니 현시대를 파악하는 눈을 기를 필요가 있다.

나 역시 얼마 전 IT 발전에 대한 책을 읽으며, 발전된 새로운 기술 앞에서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놀랍다는 생각을 했었다. 때론 이렇게 객관적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 또한 필요한 것 같다. 덕분에 정도를 잡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앞으로도 과학기술을 더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술 또한 갑자기 튀어나온 기술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과학기술의 발전 앞에서 무턱대고 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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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 - 벗겼다, 국가를 뒤흔든 흥망성쇠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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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의 네 번째 주제는 경제다. 사건과 인물 그리고 전쟁을 지나 세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 중 하나는 역시 경제일 것이다.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경제를 빼놓고는 역사를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인류가 발전한 이래로 사유재산과 돈은 어느 시대에서건 분리할 수 없는 개념이 되어버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계사 속 굵직한 사건뿐 아니라 매일매일 벌어지는 세계 각 곳의 문제들에는 돈이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이미 들어본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강점은 그 모든 이야기의 원인과 진행과정 그리고 결과를 한 주제를 통해 명확히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의 강의를 통해 티브이 프로그램으로 접했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기에 구어체로 씌어 있다. 덕분에 마치 강의를 듣고,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몰입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총 10편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한 나라의 이야기일수도, 또는 대륙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특정 시기뿐 아니라 오랜 시간 걸쳐 등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령 유럽의 가히 문화혁명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르네상스 시대를 뒷받침한 주문하면 바로 떠올리는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커피 이야기, 석유나 마약 등의 이야기가 책 속에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모든 이야기가 하나하나 흥미로웠는데, 메디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이제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시작은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는 한 사람의 바람으로 시작했지만, 적절한 시기를 만나 부가 쌓이고, 때론 그 부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뇌물을 써서 집안을 일으킨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아쉬움이 남았고, 결국 그들이 어떻게 몰락하게 되었는지까지 이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메디치 가문이 어떻게 예술인들을 후원하고(물론 그 후원의 대가가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마주하고 역시 Give & Take! 구나 싶긴 했다.), 지금까지 예술작품들이 남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까지 마주하고 나니 메디치의 공과 실이 정확히 보였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바로 상하이 이야기였다. 지금은 중국에서 손꼽히는 경제 대도시 상하이가 과거에는 뻘밭에 낙후된 도시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상하이의 발전에는 서양 세력(프랑스, 영국, 미국 등)의 이야기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아편 전쟁 등으로 인한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었던 청나라는 상하이를 비롯한 5개의 도시를 조계로 내줄 수밖에 없었고, 중국 땅이지만 중국 법이 적용받지 않는 도시가 된 상하이는 그렇게 이중의 모습으로 성장하게 된다. 같이 발전을 했다면 참 좋았겠지만, 조계지를 차지한 외국인들과 중국인들에 대한 격차가 너무 컸다. 그로 인한 노동자계급의 폭동은 결국 중국의 정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니, 중국의 공산화에 결국 열강들이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했다. 겉으로는 크게 발전되고 멋지게 보였지만, 막상 상하이의 속 이야기를 마주하니 참 안타까웠다.

경제 편에 등장한 이야기 속에는 가진 자 과 가지지 못한 자의 이야기가 극단적으로 대비되었다. 오히려 가져야 할 사람들이 자신의 것을 도둑질 당하고, 그 도둑질한 것을 마치 자신의 것으로 챙기는 추하고 더러운 모습이 여기저기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선량하게 지켜낼 수는 없는 것일까? 꼭 남의 것을 빼앗고, 남에게 위해를 가해야만 내 배를 불릴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하고 정리가 되지 않았던 이야기가 덕분에 말끔하게 이해되었지만, 막상 이해하고 보니 씁쓸함이 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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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앤솔로지 : 이상한 나라 이야기 앨리스 앤솔로지
배명은.김청귤.이서영 지음 / 고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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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정말 이상할 정도로 난해하다. 오히려 어린 시절에 마주한 앨리스가 이해하기 더 쉬웠다고 해야 할까? 사실 앨리스 앤솔로지인 이 책을 접하며, 원작 자체도 난해한데 과연 여기서 더 파생된 이 책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이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원작도 어려웠으니, 뭐... 이 책을 읽고 이해되지 않는 게 당연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나름의 자신감을 갖기도 했다.

우선 원작을 읽은 지 오래지 않았던 것 같은데(찾아보니 2019년이다.), 첫 번째 이야기에 주요 등장인물 모자 장수를 마주하고는 당황했다. 도대체 이게 앨리스와 무슨 연관이 있지? 하... 다시 찾아본 앨리스에 모자 장수가 등장한다는 사실! 그리고 나서야, 이야기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였다. 총 3편의 앤솔로지 작품이 담겨있는데, 첫 번째 등장한(모자 장수가 앨리스만큼 주연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모자 장수는 갓귀였다.

세 편의 이야기 모두 앨리스를 원작으로 취하지만, 내용은 다 달랐다. 개인적으로 세 편의 이야기 중 두 번째 등장한 앨리스 인 원더랜드가 가장 이해가 잘 되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너무 과거 배경이었고, 마지막 이야기는 미래의 이야기라서 그랬을까? 세편 중 두 번째 이야기가 앨리스 이야기를 가장 그대로 담고 있는 이야기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영혼 상태인 아이는 우연히 토끼를 따라가다 나무 구멍으로 떨어진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그곳에서 건네받은 조언 한마디는 "모든 건 네 선택에 달렸다"라는 말이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가장 용기 있는 아이의 이름인 앨리스를 선물 받은 아이. 그 시간부로 소녀는 앨리스가 된다. 타고난 외모가 예뻐서일까? 앨리스를 마주한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은 후기 여왕이 될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단 한 사람! 모자 장수만 빼고 말이다. 시종일관 앨리스에게 반감을 드러내는 그는 앨리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모자를 계속 바꿔쓴다. 왕과 여왕 앞으로 인도된 앨리스. 왕은 여왕 몰래 앨리스에게 호감의 눈빛을 보낸다. 가냘플 만큼 날씬한 여왕은 아름다웠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온갖 더럽고 추한 욕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타지인인 앨리스가 자신의 왕국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왕국을 제대로 못 지켰다는 사유로 경비병들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자세히 마주한 여왕은 왕의 들러리일 뿐이었다. 여왕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왕으로부터 건네진 말이니 말이다.

용감하고 씩씩한 소녀의 이름은 앨리스고, 나는 그 이름을 선물받았어.

모든 건 내가 선택할 수 있어.

나는, 선택할 수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현재의 여왕을 앨리스로 바꾸려고 하는 왕은 음모를 꾸미고, 여왕을 사치와 불륜이라는 죄목으로 처형하려고 하는데... 과연 이 모든 상황의 진실이 밝혀질까?

앨리스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이상한 앨리스 앤솔로지 속 작품들 역시 기묘하고, 특이하다. 다양한 접점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 덕분에 좀 더 새로운 앨리스를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왕이면, 앤솔로지를 접하기 전에 원작을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실제 소설과 앤솔로지 작품 사이의 차이를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물론 원작을 읽지 않는다고 해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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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그리스로마신화
이선종 지음 / 아이템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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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에서 방영했던 올림포스 가디언을 본 기억이 있는데, 볼 때마다 감질맛이 났다. 흥미로울 만하면 딱딱 끊어지는 그 장면 때문이었다. 책으로 만난 그리스 로마신화 만화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당시 책의 인기가 엄청났기에, 예약을 해야 겨우 빌릴 수 있었는데다가 다음 권이 나오지 않아서 애타게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기대가 되었던 것은 그리스 로마신화의 전 이야기를 명화와 함께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200여 점의 명화와 함께 마주한 그리스 로마신화는 방대한 양만큼이나 다채로운 명화들이 등장한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없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있고 흥미로운 표현들이 담겨있다고 할까? 물론 앞의 이야기가 뒤로 이어지며, 다른 인물들을 파생시키기 때문에 (궁금함에 잠 못 들어)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로마신화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해봤다.

역시 천하의 난봉꾼 제우스와 남편의 바람을 상대에게서 찾아 끝까지 쫓아가 복수 아닌 복수를 해대는 헤라의 이야기는 정말 볼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물론 아내 입장에서 질투(이게 과연 질투라는 이름으로 정리하는 게 과연 맞을까?)라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원인 제공자(제우스)는 아무렇지 않게 태평하게 있(물론 헤라의 눈치를 보면서 헤라가 가하는 위해에 어쩔 줄 몰라 하지만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다는 사실이 분노를 자극한다.

그리스 로마신화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에코, 나르키소스, 미다스, 안드로메다, 메두사 등)을 마주할 수 있어서 흥미진진했다. 사실 그리스 로마신화의 내용들은 참 흥미롭지만,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이름 때문이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이름 탓에 읽을 때마다 헷갈리기도 하는데 책의 초반에는 낯설거나 헷갈리는 인물들의 경우 이름 옆에 괄호로 그 인물이 누구와 관계가 있는지를 설명해 주기에 한결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이야기가 상당수 있는데 그중 하나를 꼽자면 양성을 가졌던 인물 테이레시아스의 이야기였다. 역시 시작은 제우스와 헤라인데, 남 여 중 누가 더 쾌락을 느낄까를 가지고 설전을 벌이던 중, 양성을 다 경험한 테이레시아스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여기서 테이레시아스는 짝짓기 중인 뱀을 죽인 일로 여성으로 7년, 다시 남성으로 변해서 살아봤던 인물이었는데 테이레시아스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신들 사이의 싸움에 끼어든 사람은 누구를 선택하든, 결국 어떤 상황이라도 피해를 받기 망정인데 테이레시아스 역시 선물과 재앙 두 가지를 다 받았다.

함께 곁들여진 명화에는 명화의 제목과 함께 화가의 이름이 담겨있다. 그중 상당수가 여인인데, 여인들의 경우 나체거나 가슴을 드러내고 등장한다.(그래서 초반에는 좀 민망하기도 했지만, 읽다 보니 적응이 된다.)

이 책이 가진 강점 중 하나는 같은 인물이지만, 어느 언어에서 등장하느냐에 따라 이름이 다른 경우가 상당수 있는데(가령 제우스의 경우 영어로는 주피터, 로마어로는 유피테르로 불린다. 제우스는 그리스어 이름이다.) 표 형태로 정리되어 있고, 신들의 가계도 역시 담겨 있어서 헷갈릴 때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인간의 모습을 닮은 신(신이 그런 자신의 모습을 인간화 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인지라, 사랑과 분노 등의 감정이 상당히 격한 것이 특징인 그리스 로마신화 속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우리가 가진 다양한 감정과 욕망을 신을 통해 투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리스 로마신화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사랑을 받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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