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지만, 군대에서 별을 단다는 것은 대단한 영예라는 것은 안다. 개인뿐 아니라 집안의 영예일 정도로 장군이 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근데, 이 책을 읽은 후 별을 단다는 것의 의미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무능한 사람이 리더가 되었을 때 벌어지는 끔찍한 결과 12편을 통해, 유능한 리더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책의 시작부터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미 여기저기서 들어봤을 리더의 자질에 관한 이야기였다.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멍청하고, 게으른 리더 중 가장 최악의 리더와 최고의 리더를 꼽자면 누구일까? 최고의 리더는 당연히 부지런하고 똑똑한 리더일 테지만, 절대 리더가 되면 안 되는 자질을 가진 사람은 게으르고 멍청한 게 아니라 멍청한 데 부지런한 리더란다. 전부터 들었던 이야기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뜻을 더 곱씹게 되었다. 멍청하지만 부지런하다면, 하지 말고 가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부지런하게 가서 결국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역사는 늘 승자의 이야기만을 다룬다. 그것도 승자에게 유리하게, 승자를 추켜세워서 기록한다. 반면 패자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거나, 패자의 공조 차도 묻어버린다. 저자는 패자들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점에 주목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읽다 보니 정말 한숨이 나오고, 화가 나는 똥별들이 상당수다. 그렇다고 그들이 처음부터 그런 무능력의 극치를 드러내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12명의 장군들과 전쟁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하나같이 낯설다. 한 쪽이 승리했다면, 한쪽은 당연히 패하기 마련인데, 패자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패장이 없나? 솔직히 궁금했는데, 있었다. 그것도 아주 대패 한 장군이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3대 대첩(살수대첩, 귀주대첩, 한산대첩)은 익숙하게 알고 있는데 3대 패전이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중에 등장하는 전쟁인 현리전투와 3개 군단 중 2개 군단을 해체 시킨 독보적인(?) 일화는 정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과거나 현재나 소위 엘리트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이 책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데, 다시 생각하면 역시 그 병폐를 벗겨내지 않는 한 책 속의 패전의 이야기는 현재에도 계속될 수 있겠다 싶다. 특정 군사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능력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능력이 없는가? 글쎄... IQ가 좋으면 모든 것을 잘할 수 있는가?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 같다.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인다는 사실 또한 또 깨닫게 된다. 그렇게 패전으로 상당한 인적. 물적 피해를 일으킨 장본인들은 그 후로도 내쳐지거나 책임지지 않고 천수를 누리며 살다 영예롭게 죽기도 하니 말이다.
또한 리더의 자질 중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인 것 같다. 두 번째 등장한 임팔 작전의 일본 장군 무다구치 렌야를 봐도 그렇다. 자신의 휘하에 있는 군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자신은 전장으로부터 400km나 떨어진 곳에서 호의호식하며 지냈으니 과연 그런 사람이 성공했다면 어땠을까? 그 또한 자신의 능력이라고 우쭐했을 것이다. 물론 이 사건 이후에도 그 역시 자신이 책임진 것은 없이, 어려움 없이 오히려 유언으로 헛소리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역시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보다는 오히려 타인의 잘못이라고 미루는 걸 보면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도 아닌 것 같으니 말이다.
이 책은 지극히 똥별들의 패전사를 다룬 책이기에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와 반대로 모든 실패를 자신이 안고 가려는 유능한 장군들도 여전히 많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