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그리스로마신화
이선종 지음 / 아이템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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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에서 방영했던 올림포스 가디언을 본 기억이 있는데, 볼 때마다 감질맛이 났다. 흥미로울 만하면 딱딱 끊어지는 그 장면 때문이었다. 책으로 만난 그리스 로마신화 만화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당시 책의 인기가 엄청났기에, 예약을 해야 겨우 빌릴 수 있었는데다가 다음 권이 나오지 않아서 애타게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기대가 되었던 것은 그리스 로마신화의 전 이야기를 명화와 함께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200여 점의 명화와 함께 마주한 그리스 로마신화는 방대한 양만큼이나 다채로운 명화들이 등장한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없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있고 흥미로운 표현들이 담겨있다고 할까? 물론 앞의 이야기가 뒤로 이어지며, 다른 인물들을 파생시키기 때문에 (궁금함에 잠 못 들어)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로마신화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해봤다.

역시 천하의 난봉꾼 제우스와 남편의 바람을 상대에게서 찾아 끝까지 쫓아가 복수 아닌 복수를 해대는 헤라의 이야기는 정말 볼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물론 아내 입장에서 질투(이게 과연 질투라는 이름으로 정리하는 게 과연 맞을까?)라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원인 제공자(제우스)는 아무렇지 않게 태평하게 있(물론 헤라의 눈치를 보면서 헤라가 가하는 위해에 어쩔 줄 몰라 하지만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다는 사실이 분노를 자극한다.

그리스 로마신화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에코, 나르키소스, 미다스, 안드로메다, 메두사 등)을 마주할 수 있어서 흥미진진했다. 사실 그리스 로마신화의 내용들은 참 흥미롭지만,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이름 때문이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이름 탓에 읽을 때마다 헷갈리기도 하는데 책의 초반에는 낯설거나 헷갈리는 인물들의 경우 이름 옆에 괄호로 그 인물이 누구와 관계가 있는지를 설명해 주기에 한결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이야기가 상당수 있는데 그중 하나를 꼽자면 양성을 가졌던 인물 테이레시아스의 이야기였다. 역시 시작은 제우스와 헤라인데, 남 여 중 누가 더 쾌락을 느낄까를 가지고 설전을 벌이던 중, 양성을 다 경험한 테이레시아스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여기서 테이레시아스는 짝짓기 중인 뱀을 죽인 일로 여성으로 7년, 다시 남성으로 변해서 살아봤던 인물이었는데 테이레시아스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신들 사이의 싸움에 끼어든 사람은 누구를 선택하든, 결국 어떤 상황이라도 피해를 받기 망정인데 테이레시아스 역시 선물과 재앙 두 가지를 다 받았다.

함께 곁들여진 명화에는 명화의 제목과 함께 화가의 이름이 담겨있다. 그중 상당수가 여인인데, 여인들의 경우 나체거나 가슴을 드러내고 등장한다.(그래서 초반에는 좀 민망하기도 했지만, 읽다 보니 적응이 된다.)

이 책이 가진 강점 중 하나는 같은 인물이지만, 어느 언어에서 등장하느냐에 따라 이름이 다른 경우가 상당수 있는데(가령 제우스의 경우 영어로는 주피터, 로마어로는 유피테르로 불린다. 제우스는 그리스어 이름이다.) 표 형태로 정리되어 있고, 신들의 가계도 역시 담겨 있어서 헷갈릴 때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인간의 모습을 닮은 신(신이 그런 자신의 모습을 인간화 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인지라, 사랑과 분노 등의 감정이 상당히 격한 것이 특징인 그리스 로마신화 속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우리가 가진 다양한 감정과 욕망을 신을 통해 투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리스 로마신화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사랑을 받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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