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정말 이상할 정도로 난해하다. 오히려 어린 시절에 마주한 앨리스가 이해하기 더 쉬웠다고 해야 할까? 사실 앨리스 앤솔로지인 이 책을 접하며, 원작 자체도 난해한데 과연 여기서 더 파생된 이 책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이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원작도 어려웠으니, 뭐... 이 책을 읽고 이해되지 않는 게 당연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나름의 자신감을 갖기도 했다.
우선 원작을 읽은 지 오래지 않았던 것 같은데(찾아보니 2019년이다.), 첫 번째 이야기에 주요 등장인물 모자 장수를 마주하고는 당황했다. 도대체 이게 앨리스와 무슨 연관이 있지? 하... 다시 찾아본 앨리스에 모자 장수가 등장한다는 사실! 그리고 나서야, 이야기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였다. 총 3편의 앤솔로지 작품이 담겨있는데, 첫 번째 등장한(모자 장수가 앨리스만큼 주연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모자 장수는 갓귀였다.
세 편의 이야기 모두 앨리스를 원작으로 취하지만, 내용은 다 달랐다. 개인적으로 세 편의 이야기 중 두 번째 등장한 앨리스 인 원더랜드가 가장 이해가 잘 되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너무 과거 배경이었고, 마지막 이야기는 미래의 이야기라서 그랬을까? 세편 중 두 번째 이야기가 앨리스 이야기를 가장 그대로 담고 있는 이야기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영혼 상태인 아이는 우연히 토끼를 따라가다 나무 구멍으로 떨어진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그곳에서 건네받은 조언 한마디는 "모든 건 네 선택에 달렸다"라는 말이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가장 용기 있는 아이의 이름인 앨리스를 선물 받은 아이. 그 시간부로 소녀는 앨리스가 된다. 타고난 외모가 예뻐서일까? 앨리스를 마주한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은 후기 여왕이 될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단 한 사람! 모자 장수만 빼고 말이다. 시종일관 앨리스에게 반감을 드러내는 그는 앨리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모자를 계속 바꿔쓴다. 왕과 여왕 앞으로 인도된 앨리스. 왕은 여왕 몰래 앨리스에게 호감의 눈빛을 보낸다. 가냘플 만큼 날씬한 여왕은 아름다웠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온갖 더럽고 추한 욕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타지인인 앨리스가 자신의 왕국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왕국을 제대로 못 지켰다는 사유로 경비병들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자세히 마주한 여왕은 왕의 들러리일 뿐이었다. 여왕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왕으로부터 건네진 말이니 말이다.
용감하고 씩씩한 소녀의 이름은 앨리스고, 나는 그 이름을 선물받았어.
모든 건 내가 선택할 수 있어.
나는, 선택할 수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현재의 여왕을 앨리스로 바꾸려고 하는 왕은 음모를 꾸미고, 여왕을 사치와 불륜이라는 죄목으로 처형하려고 하는데... 과연 이 모든 상황의 진실이 밝혀질까?
앨리스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이상한 앨리스 앤솔로지 속 작품들 역시 기묘하고, 특이하다. 다양한 접점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 덕분에 좀 더 새로운 앨리스를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왕이면, 앤솔로지를 접하기 전에 원작을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실제 소설과 앤솔로지 작품 사이의 차이를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물론 원작을 읽지 않는다고 해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