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시민불복종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8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황선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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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아무리 약해 보여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한번 잘해둔 일은 영원히 간다.

하지만 우리는 행동에 나서기보다 말하기를 더 좋아한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만 열심히 한다.

『월든』으로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는 또 한 권의 유명한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시민 불복종이다. 작년에 처음 접했는데, 월든에 가려져서 어렵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얇지만 그 어떤 책보다 생각할 여지를 가득 던져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 얼마 전에 읽었던 애덤 스미스와 같은 의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애덤 스미스 역시 정부보다 시장 혹은 개인의 참여를 정부의 참여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긴 했다. 그래서 정부의 규제를 필요악으로 보기도 했다. 그와는 맥락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역시 정부가 개인의 삶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에 반대했다. 예를 들자면 세금을 걷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사실 책에도 담겨있지만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6년간 인두세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일로 하루 동안 감옥에 갇혔고, 그곳에서의 경험이 책안에 깊이 있게 우러나 있다.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면, 저자는 정부에 대해 거부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소로 역시 가지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 같다.) 단지, 잘못된 법은 고쳐야 하고, 잘못된 정부의 행태는 수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시민은 정부의 행태에 무조건적인 찬성만을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제대로 서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이성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을 해야 한다.

또한 그와 함께 저자는 다수결의 폐해를 지적한다. 많은 사람이 선택한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수가 선택한 것이 모두에게 옳은 결과로 주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소수의 의견도 중요하게 여겨야 하고, 소수의 의견의 정당성에 대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19세기에는 지금보다 더 큰 문제들이 산적해있었을 것이다.(노예제도와 같은) 하지만 여전히 소로의 생각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반대도, 무조건적인 찬성도 정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시민들 각자가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200년 전 소로는 미리 이야기했다. 그리고 여전히 이 책은 우리 안에서 숨 쉬고 있다. 지금에도 충분히 적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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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2023-06-19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월든을 한 3년만에 다시 읽는데 여전히 읽기 편한 책은 저에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시민불복종이라니 감히 엄두가 안나지만, 그래도 한번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명랑걸우네 2023-06-20 09:40   좋아요 1 | URL
처음에 읽었을 때는 어렵더라구요. 이번에는 좀 쉬운 번역판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전에보다 이해는 잘 되더라구요~기회가 되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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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두려움 보다, 눈에 버젓이 보이는 존재가 대놓고 일을 벌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겠다 싶은데, 바로 이 책 카디프, 바이 더 시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총 4편의 단편(혹은 중편) 소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조이스 캐럴 오츠는 처음 만나는 작가였는데, 이 책을 통해 진한 인상을 받았다. 4권 중 첫 번째 등장한 작품이 이 책의 표제작인 카디프, 바이 더 시다. 30세의 미술학사 클레어 사이들은 유선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전화의 주인공은 루셔스 피셔라는 변호사였는데, 얼마 전 클레어의 친할머니인 모드 도니걸이 사망을 했는데 그녀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이야기였다. 유산 관련 정리를 위해 카디프를 방문해달라는 전화였다. 갑작스러운 전화에 클레어는 당황스러웠다. 유산을 물려준 할머니가 과연 누구일까? 처음 마주하는 할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기에 장난전화로 치부하고 싶지만, 부동산과 건물 등의 유산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길을 나선다. 사실 클레어는 입양아였다. 나이가 많은 해나 부부에게 입양된 것은 3살 즈음이었다. 변호사와의 통화 후, 양 엄마인 해나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출생에 대한 정보를 묻지만 해나 역시 아는 게 없다는 말만 한다.

클레어를 맞이하는 엘스페스 레이시와 모랙 레이시는 모드 도니걸의 자매이자 클레어에겐 이모할머니가 된다. 그리고 삼촌 제러드 도니걸까지 소개를 받는다. 왠지 뭔가 이상한 분위기의 대 저택을 본 클레어는 자신이 왜 입양되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모는 이미 사망했다고 들었는데, 그들의 사인조차 모르고 있던 클레어는 도서관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인 코너 도니걸이 엄마 캐서린과 두 명의 자녀를 총으로 쏴서 죽이고, 자신 또한 자살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된다. 당시 30개월 된 클레어는 그 끔찍한 현장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아무런 기억이 없다. 자신을 구해줬다는 두 이모할머니에 대한 기억조차 없었다. 과연 클레어의 아버지는 정말 가족들을 살해했을까? 석연치 않은 과거의 기억들이 책 속에서 점점 풀어지고 생각지 못한 사건의 진실에 가닿게 되는데...

4편의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다. 나이와 환경이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 속에서 공포와 위협을 경험한다. 그녀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사람은 가족이기도 하고, 가까운 인물이기도 하다.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하는 공포감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처음에 책 표지에 담긴 고딕 서스펜스라는 단어를 접하고, 유령이 등장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책 속에는 유령보다 더 무시무시한 상황과 가해자들이 등장하는 걸 보면 역시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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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알고 있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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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죽음을 파헤치는 엄마의 추리일까?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 책 속에서 뭔가 묵직한 안타까움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다. 과연 리타는 자살을 한 걸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것일까?

몇 년 전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저자 김혜남의 파킨슨병 투병 소식을 들었다. 이미 2001년에 발병해서 22년째 투병 중이라는 소식에 상당히 놀란 적이 있다. 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근육이 조금씩 마비되는 증상이 있는데, 뇌 쪽의 이상으로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엘레나 역시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그녀는 딸 리타와 함께 살고 있는데, 둘은 사이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엘레나와 리타는 의지할 유일할 가족인지라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 리타는 은행에 근무하는 로베르토 알마다와 연인 관계인데, 로베르토 역시 장애를 가지고 있다. 엘레나의 남편이 사망한 후 리타는 성당 측의 배려로 일자리를 얻게 된다. 다행히 리타의 벌이로 둘은 단기간 렌트한 집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던 날, 리타는 성당 종탑에 목을 맨 체 사망했다. 경찰은 리타의 사망을 자살로 여기고 사건을 종결하지만, 엘레나는 리타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리타는 절대 성당 종탑에 목을 멜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날 절대 성당에 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날은 비가 왔기 때문이다. 리타는 어렸을 때부터 번개를 무서워했다. 성당의 첨탑이 피뢰침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 리타는 비 오는 날 절대 성당 근처에 가지 않았다. 성당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비 오는 날 출근을 기피했던 리타가 비 오는 날. 그것도 성당 종탑에 목을 맸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리타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다. 기독교에서 자살은 용서받지 못할 큰 죄라는 사실을 리타가 모를 리 없다. 그렇기에 리타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 엘레나는 딸 리타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파헤치고자 결심하지만,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그녀였기에 쉽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을 도울, 자신과 리타에게 빚을 지고 있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이사벨이었다. 그녀는 엘레나와 리타를 도와야 한다. 꼭!

과거 이사벨은 임신을 한 채 거리를 거닐다가 엘레나 모녀를 만난다. 낙태를 생각하고 있던 그녀를 강하게 막은 것은 리타였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리타는 그녀의 낙태가 결코 옳은 선택이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결국 그녀는 아이를 낳게 된다. 리타와 엘레나는 아이의 목숨을 살렸고, 이사벨을 죄로부터 구했다. 그렇기에 이사벨은 엘레나 모녀를 도울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과연 이사벨은 이들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엘레나의 생각대로 리타의 죽음의 이유를, 아니 리타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데 도움을 줄까?

책을 읽어갈수록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치게 된다. 범인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지만 생각지 못한 범인에 가닿게 되니 말이다. 또한 엘레나 부녀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사벨의 과거 이야기가 드러난다. 과연 그들이 이사벨의 낙태를 막은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을까?

긴 병에 효자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병을 가진 본인도 힘들지만, 간호를 하는 가족들 또한 고생을 한다는 말이다. 점점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지는 엄마를 돌보며, 장애를 가진 연인과 함께 하는 미래의 삶에 대해 리타는 과연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과연 희망찬 장밋빛 미래가 그려졌을까? 그녀의 선택을 무조건 부당하다고 매도할 수 있을까?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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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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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마주한 둘리에서 가장 싫었던 캐릭터를 꼽자면 단연 고길동이였다. 군식구라며 둘리를 구박하고, 둘리가 데리고 온 또치와 도우너 그리고 옆집 총각 마이콜에게 늘 쓴소리를 내뱉었으니 말이다. 전혀 좋아할 수 없었던 고길동이라는 캐릭터가 나이가 드니 새롭게 다가왔다. 묘하게 공감이 가는 건 물론이고, 오히려 안쓰럽기까지 하니 말이다. 나도 어른이 되었나 보다. 외벌이로 4식구뿐 아니라 조카인 희동이 그리고 어디서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군식구들(둘리, 또치, 도우너 등)까지 먹여살려야 했으니 말이다. 그런 고길동씨의 수고와 노고에 대해 단 한 번도 고마워한 적 없는 캐릭터들 앞에 고길동씨의 짜증과 화는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고길동씨가 만년 과장이었다는 사실도,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 같다. 직장에서는 자기보다 늦게 들어온 후배들조차 자신보다 직급이 높아지는데, 만년 과장인 신세에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렇다고 집에 들어오면 마음 편하게 쉴 만한 공간도 없고, 둘리 같은 군식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쳐 대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고길동씨는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사실. 쓴소리를 해대고 나가라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늦은 시간까지 들어오지 않는 둘리는 기다리는 그 마음을 보면 고길동씨도 어쩔 수 없는 그 시대의 가장이 아니었을까?

앞선 『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가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며 의기소침해져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위로라면, 『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는 그중에서도 어른의 삶의 팍팍함과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살고 있는 어른 아이와 가장들에게 주는 책 같다. 그래서 고길동 속에는 구체적인 위로의 글들이 눈에 띈다. 특히 악역으로 분류되었던 고길동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의 수고에 대한 잔잔한 위로의 글들이 많다. 사회생활의 어려움, 어른으로의 어려움, 가장으로의 어려움이 곳곳에 묻어나 있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글이 정말 많았는데, 그중 열심히 산다는 건이라는 제목의 내용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우리 사회는 참 "열심히"에 목을 매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일에는 열심이지만, 쉬는 것은 잘못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참 많다.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방법조차 모를 때도 많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은 이런 위로를 선사한다. 열심히 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권리도 생긴다고 말이다. 꿈꿀 수 있는 권리, 즐거울 권리, 떠날 수 있는 권리... 열심히 의무를 수행했듯이, 권리 역시 열심히 찾아보라고... 그 권리 속에서 행복을 맛볼 수 있으라고 말이다.

40년의 세월 동안 변함없이 가장의 역할을 담당했던 고길동씨. 때론 얄밉기도 하고, 유난히 둘리와 티격태격할 때도 많았지만 그에게 사랑과 연민이라는 감정이 없었다면, 아예 둘리 일행을 집에 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표현에 서툴렀다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고길동씨는 아빠이자 가장 그리고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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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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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주하는 둘리와 친구들이라 그런지 무척 반가웠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둘리가 올해로 40주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둘리와 나는 정말 친구였나 보다. 나이까지 같으니 말이다. 몇 년 전 한참 옛 추억의 만화를 바탕으로 하는 에세이가 봇물처럼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둘리는 도통 만나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런 큰 그림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이번에 나온 둘리 시리즈는 총 2권인데, 이 책의 화자는 둘리다. (참고로 고길동 책의 화자는 도우너였다.)

우연한 계기로 서울까지 떠내려온 빙하 속의 아기공룡 둘리는 고길동 집에 군식구가 되어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며 꿋꿋하게 고길동씨의 구박을 견디며 산다. 이 책 속에는 그런 둘리의 40년간의 속내가 담겨있다고 해야 할까? 위로와 힘이 되는 글이 상당히 담겨있다. 둘리를 비롯하여 희동이나 마이콜, 도우너 등의 캐릭터들이 함께 등장하는데, 왼쪽 페이지에는 둘리 삽화가 담겨있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짤막한 위로의 글이 담겨있다.

마음에 와닿는 글이 참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기억이 남는다. 투명 인간에 대한 글이었는데, 많이 공감이 되었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늘 의식하며 사는 편이다. 잘 몰랐는데, 내 언어생활을 돌아보니 내가 자주 하는 말이 "내가 ***행동을 하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혹은 "네가 그렇게 행동하면 남들이 뭐라고 그러겠어?"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종종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과연 우리의 친구 둘리는 내게 어떤 조언을 해줬을까? 그 시선의 중심을 타인에서 나로 옮기라고 조언한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는 도망갈 수 있지만, 내 시선으로부터는 도망갈 수 없으니 그저 내 시선으로 나를 보듬아주고 돌아봐주라고 말이다.

책 속에 담긴 글들은 하나같이 길지 않다. 4~5줄 정도의 짧은 글이다. 여러 장의 삽화가 아니라 캐릭터가 어떤 동작을 하고 있는 정도의 그림 하나라서 그림만 봤을 때는 정확히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그럴 땐 글을 한번 읽어보자. 그리고 다시 그림을 보면 왠지 모르게 묘하게 이해가 된다.

강산이 4번이나 바뀌는 시간이 지났고, 어린아이였던 나는 그 사이 어른이 되었다. 만화 속 둘리는 변한 게 없지만 난 참 많이 변했다. 어렸을 때는 큰 웃음을 줬던 둘리는 여전히 내게 무언가를 준다. 어렸을 때처럼 공감하며 웃지 못할 것을 예상해서 그런지 이번에는 따뜻한 위로의 말들을 건넨다. 아마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른지라, 그 위로의 내용 어디가 울림으로 다가올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마주한 둘리는 반갑고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생긴 아쉬움이 있다면, 둘리 속 실제 만화가 좀 더 많이 담겨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캐릭터도 반갑지만, 그 시절 만화가 좀 더 많이 담겨있었으면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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