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두려움 보다, 눈에 버젓이 보이는 존재가 대놓고 일을 벌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겠다 싶은데, 바로 이 책 카디프, 바이 더 시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총 4편의 단편(혹은 중편) 소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조이스 캐럴 오츠는 처음 만나는 작가였는데, 이 책을 통해 진한 인상을 받았다. 4권 중 첫 번째 등장한 작품이 이 책의 표제작인 카디프, 바이 더 시다. 30세의 미술학사 클레어 사이들은 유선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전화의 주인공은 루셔스 피셔라는 변호사였는데, 얼마 전 클레어의 친할머니인 모드 도니걸이 사망을 했는데 그녀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이야기였다. 유산 관련 정리를 위해 카디프를 방문해달라는 전화였다. 갑작스러운 전화에 클레어는 당황스러웠다. 유산을 물려준 할머니가 과연 누구일까? 처음 마주하는 할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기에 장난전화로 치부하고 싶지만, 부동산과 건물 등의 유산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길을 나선다. 사실 클레어는 입양아였다. 나이가 많은 해나 부부에게 입양된 것은 3살 즈음이었다. 변호사와의 통화 후, 양 엄마인 해나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출생에 대한 정보를 묻지만 해나 역시 아는 게 없다는 말만 한다.
클레어를 맞이하는 엘스페스 레이시와 모랙 레이시는 모드 도니걸의 자매이자 클레어에겐 이모할머니가 된다. 그리고 삼촌 제러드 도니걸까지 소개를 받는다. 왠지 뭔가 이상한 분위기의 대 저택을 본 클레어는 자신이 왜 입양되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모는 이미 사망했다고 들었는데, 그들의 사인조차 모르고 있던 클레어는 도서관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인 코너 도니걸이 엄마 캐서린과 두 명의 자녀를 총으로 쏴서 죽이고, 자신 또한 자살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된다. 당시 30개월 된 클레어는 그 끔찍한 현장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아무런 기억이 없다. 자신을 구해줬다는 두 이모할머니에 대한 기억조차 없었다. 과연 클레어의 아버지는 정말 가족들을 살해했을까? 석연치 않은 과거의 기억들이 책 속에서 점점 풀어지고 생각지 못한 사건의 진실에 가닿게 되는데...
4편의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다. 나이와 환경이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 속에서 공포와 위협을 경험한다. 그녀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사람은 가족이기도 하고, 가까운 인물이기도 하다.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하는 공포감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처음에 책 표지에 담긴 고딕 서스펜스라는 단어를 접하고, 유령이 등장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책 속에는 유령보다 더 무시무시한 상황과 가해자들이 등장하는 걸 보면 역시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