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
테일러 젠킨스 레이드 지음, 박미경 옮김 / 베리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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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는 순간 두 인물이 떠올랐다. 성경 속 남편이 다섯인 사마리아 여인과 여러 번의 결혼을 했던 미국 배우이자 8번의 결혼을 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 책을 읽은 후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검색했는데, 생각보다 책 속 주인공인 에블린 휴고와의 공통점이 많았다. 그녀의 남편들 이야기나 작품, 그녀가 기부했던 단체 이야기 등 완벽하게 닮진 않았지만 상당수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인다.

유명한 여배우 에블린 휴고가 자신의 드레스를 경매를 통해 유방암 자선기금을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섹시스타로 두각을 나타냈고, 7번의 결혼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한 번도 자신의 결혼에 대해 인터뷰를 한 적이 없던 에블린인지라 매체들은 그녀와의 인터뷰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잡지사 비방트의 1년차 기자인 모니크 그랜트. 아직 신참인 그녀에게 에블린 휴고의 인터뷰 기회가 주어진다. 전적으로 에블린 측에서 모니크를 지목했다. 사장인 프랭키 트룹은 어떻게든 에블린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사진촬영까지 하도록 모니크를 압박한다. 에블린을 처음 만난 자리. 모니크는 긴장한다. 누구와도 인터뷰를 한 적이 없는 평생 배우로 살아온 그녀이기 때문이다. 왜 에블린은 모니크를 지목한 것일까? 어린 시절 영화 제작사 쪽에서 일하다 사망한 아버지가 혹시나 에블린과 접점이 있나 싶어서 엄마에게 물어봤지만, 답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마주한 에블린 휴고는 80의 나이에도 여전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당당하고 주도권을 쥐고 있는 그녀 앞에서 위축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니크. 그리고 에블린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모두가 그토록 기다리는 이야기였다. 모니크에게만 자신의 일곱 번의 결혼생활을 물론 평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모니크는 책으로 만들어서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단, 에블린이 사망한 후에 가능하다. 갑자기 굴러들어 온 일생일대의 큰 기회에 모니크는 당황하지만, 자신 외에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겠다는 에블린의 말에 모니크는 에블린의 이야기를 녹음하고 듣기 시작한다.

 

 

 

모두의 관심사는 에블린의 진짜 사랑은 누구였나이다. 과연 그녀는 누구를 사랑했을까? 쿠바 출신의 가난했던 아이는 헬스 키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우가 되기로 한다. 타고난 외모가 있었기에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보기로 한다. 물론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법. 14살의 그녀는 첫 번째 결혼 상대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다. 그리고 제작자들이 자주 드나든다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제작자 해리를 만나게 된다. 배우가 되지만 눈에 띄지 않는 단역배우만 맡던 에블린은 자신의 소속사의 제작자를 찾아가고 이름부터 머리색까지 모든 것을 바꾸고 새로운 인물로 바뀌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역할까지 정확하게 말하는 에블린. 결국 그녀의 계획대로 일은 진행되고,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대세 배우인 두 번째 남편을 만나게 되는데...

책 속 소제목은 모두 에블린의 남편 이름이다. 각가지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 그들과의 결혼생활은 에블린에게 계속 돈을 벌어준다. 영화 홍보를 위한 결혼뿐 아니라 드러나면 안 되는 이슈를 감추기 위한 결혼도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두 번째 질문의 답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에블린의 진짜 사랑이 누구인지 말이다. 그 또한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는데, 첫 번째 질문은 거의 반전 수준으로 등장한다. 내가 모니크래도 분노가 치밀어 오를 듯싶다. 근데 그 상황에 대처하는 에블린의 모습을 보니 역시 에블린이다 싶다. 타인이라면 절대 그 상황에서도 당당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원하지 않는 삶까지 살아야 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하나를 얻으면 자신 또한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책으로 풀어낸 것 같이 보인다. 우리 눈에는 마냥 부유한 배우로 보였던 그녀의 속내가 이렇게 처절할 수 있었다니, 모든 걸 가진 것 같이 보였던 그녀지만 더 이상 남아있는 사랑이 없는 그녀의 삶을 마주하니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사실에 가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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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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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이라는 단어와 의자 한 개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나 혼자 있었던 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상에 쫓겨 정신없이 살다 보면 '가끔은 내가 왜 이러고 있나......'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지루했는데, 요즘은 혼자 있는 시간이 의도적이던 의도하지 않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들기도 한다. 참 웃긴 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보지 못해서 그런 건지, 막상 잠깐의 짬이 남아도 유독 집안일이나 해야 할 일이 자꾸 눈에 들어오다 보니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특히 여러 가지 일에 치여서 방전되는 날이 계속되면 더 그렇다.

22명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담겼다. 22명은 다 다른 사람이다. 외모도, 성별도, 직업도, 인종도, 그리고 개인의 취향도 다 다르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꼭 가져야 했고, 가졌다는 사실이다. 그중에는 워킹맘도 있었고, 가정주부도 있었고, 흑인 여성도, 동성애자도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자녀 3명을 가진 워킹맘이었다. 육아와 살림 그리고 직장 일을 모두 수행해야 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여성이었다. 식기세척기에 마구 그릇을 넣다가, 잔소리를 할 남편 생각에 차곡차곡 정리하는 그녀의 남편은 티브이를 보며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해야 할 일이 잔뜩 쌓여있는데, 남편은 늘 자신의 편의만 충족했다. 언제부턴가 부부 사이의 대화가 사라졌다. 가족이 있지만, 그녀는 공허했고 외로웠다. 이렇게 사는 게 결코 옳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 있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결국 그녀는 이혼을 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그런 그녀가 동기부여를 받은 사람이 있었다. 여성의 몸으로 혼자 도보여행을 했던 릴리언 올링이었다. 1920년대 테니스 슈즈 한 켤레를 신고 떠난 그녀의 여행을 보며 저자 에이미 션은 자신의 삶의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밖에도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주인공, 정신과 의사로 일하던 유능했던 엄마가 하루아침에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되자 아이들과 엄마까지 부양하며 힘들어하는 주인공, 중국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한 후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는 주인공 등 다양한 외로움과 혼자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외로움의 모습을 경험했던 시간이었다.

외로움은 힘든 감정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은 불쑥불쑥 찾아온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고 해서 외로움을 안 느끼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책 속의 주인공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묵묵히 잘 보냈던 자신의 경험들을 털어놓는다. 외로움과 혼자 있는 시간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스스로가 만들기도 하지만, 원하지 않지만 겪게 되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의 민낯을 발견할 수 있다. 외로움을 통해, 혼자의 시간을 통해 조금 더 자라보자. 피하기보다는 즐겨보자.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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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 이성을 넘어 다시 만나는 감정 회복의 인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30
신종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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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눈물이 화폐가 되는 세상을 그린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을 찬찬히 읽어가면서 여러 감정이 들었다. 내 모습도 반추되었다. 나는 참 눈물이 많다. 아무것도 아닌 상황 속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질 때도 많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하도 잘 우는 내게 담임선생님이 "우네가 안 울면 하루가 안 간다."(하루라도 안 우는 날이 없다는 뜻이다.)라는 말을 하실 정도였다.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감정은 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대표님은 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생활이 늘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지극히 이성적이 되려고 참 많이 노력을 했지만, 일상에서의 감정의 분리는 정말 어려웠다.

평소 좋아하는 서가명강 시리즈의 30번째 책의 제목은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이다.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저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감정적"이라는 의미 자체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내 편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꾸중 아닌 꾸중을 듣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도 들었다. 다행이라면 꾸중이 아닌 위로를 들었다.

서양보다 유독 동양은 감정 표현에 서툴다. 개인주의적인 서양에 비해 동양은 전체주의, 우리라는 문화가 더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감정 표현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프로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처럼 공감 능력이 현격하게 결여되어 있는 사람들이 요즘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는데, 그에 대한 두려움 또한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참 이중적인 사회다 싶다.

저자는 비슷한 의미를 가진 감정과 정서를 나누어서 설명한다. 물론 둘 다 감정적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느낌상 구별이 필요할 때 각 용어를 채택해서 사용했다. 특히 신기했던 게 정서지능이라는 단어였다. 정서에도 지능이 있다? 정서지능이란 자신과 타인의 정서 상태를 이해하고 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과거의 EQ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지만, 공감 능력을 넘어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까지 포함되는 개념이기에 더 큰 개념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은 정서에도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 역시 은연중에 남성과 여성의 감정을 이중잣대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행복에 대한 개념도 기억에 남는다. 무조건 긍정적인 생각과 경험을 가졌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한다. 긍정과 부정의 감정 경험 중 어디에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행복의 밀도가 결정된다고 말이다. 그러려면 긍정적인 감정 경험이 많아야 유리하지 않을까? 책 중반부에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는 방법도 담겨있으니 감정에 대해 고민이 있는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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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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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나면 책을 죽여라."

콤비 개그로 유명했던 개그맨 고명환을 어느 순간부터 티브이에서 볼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작가이자 사업가 그리고 강연자로 변신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그가 책을 가까이하게 된 계기가 된 교통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언급되어 있진 않지만(궁금해서 검색해서 알게 된 내용이다.), 삶의 큰 고비를 넘기며 그의 삶이 전환되었다니 이럴 때를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책을 읽고 싶지만 책을 손에 잡는 게 힘든, 혹은 책만 잡으면 집중이 안 되는 독자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책이다. 저자는 책의 시작부터 마지막 장까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자신의 삶을 들어 설명한다. 자신 또한 매일의 삶이 지겹고, 무엇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할지 막막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책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되었고, 책을 읽으며 함께 생각을 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책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하지만 소위 책 맛을 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독서 초보자들의 가장 큰 걱정이 아닐까? 저자는 그런 독자들을 위해 자신이 책 맛을 들이기 시작한 방법을 설명해 준다.

이 책은 총 2개의 큰 주제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왜 독서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면, 2부는 독서의 단계별로 독서의 패턴 혹은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한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2부에서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빗대어 독서의 3단계(낙타, 사자, 어린아이)로 설명한다.

'남들도 다 그래'에 속한 사라들은 자본주의 삼각형의 아랫부분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이쪽에 위치한 사람들은 스스로 뭔가를 하려 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리며 그 자리에 머무른다.

책을 읽고 사자가 된 사람들은 "난 안 그래!"라고 외치며 점점 위로 올라가

결국 소수들만 차지하는 삼각형의 맨 위쪽에 자리한다.

자본주의는 늘 이런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조차 종종 책태기라는 게 올 때가 있다. 책이 참 좋은데, 한 번씩 진도가 안 나가고 책 읽는 게 싫어질 때도 있다. 읽고 싶은 책이 가득할 때뿐 아니라, 때론 읽을 책이 밀려있을 때는 빨리 읽어야 한다는 압박에 내용을 이해하기 보다 읽는 것에 의의를 둘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당연히 독서의 본질이 흐트러질 때가 있다. 저자는 그런 독자들(이 정도면 사자의 단계라고 한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용기가 욕심으로 바뀌면 지친다. 용기와 욕심을 구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자다.

용기는 당장 눈앞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믿고 계속 나가는 꾸준함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책을 만나면 책을 죽이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내가 갖지 못한 경험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큰 이유를 차지할 것이다. 그렇다 보니 책은 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라고 여겨질 때가 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책을 죽이라고... 다시 설명하자면 이 말은 책의 내용에 휘둘리고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바꾸지 말라는 말이다. 물론 책의 저자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글을 통해 표현하기에 그 부냐의 좀 더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맞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책의 내용이 전부 사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서 자신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책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눈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각 단계에 읽으면 좋을 책 리스트가 담겨있다. 어디까지나 추천도서이지, 이 또한 진실이라 할 수는 없다. 인생 책은 사람마다 다르고, 때마다 다르다.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으면, 하루 10쪽을 읽겠다는 목표라도 정해서 시작해 보자.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다.

 

 

용기가 욕심으로 바뀌면 지친다. 용기와 욕심을 구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자다.

용기는 당장 눈앞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믿고 계속 나가는 꾸준함이다.

‘남들도 다 그래‘에 속한 사라들은 자본주의 삼각형의 아랫부분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이쪽에 위치한 사람들은 스스로 뭔가를 하려 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리며 그 자리에 머무른다.

책을 읽고 사자가 된 사람들은 "난 안 그래!"라고 외치며 점점 위로 올라가

결국 소수들만 차지하는 삼각형의 맨 위쪽에 자리한다.

자본주의는 늘 이런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책을 만나면 책을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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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잔혹사편 - 벗겼다, 세상이 감춰온 비극의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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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의 5번째 편의 주제는 잔혹사다. 잔혹사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는가? 책 속에 어떤 장을 읽어도 잔인하고 끔찍하다는 말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일제의 만행 또한 이 파트에 담겨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빠져있어서 유감이긴 했다.

총 10장에 이르는 주제들이 하나같이 놀랍고 비극적이다. 현재 과거에 일어난 사건도 있지만 진행 중인 상황도 담겨있다. 사람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사람의 욕망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하나하나의 사건들을 통해 마주할 수 있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사건을 꼽자면 아무래도 우리의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내용 때문에 천일염 사재기 등으로 이어졌다. 그래서일까 인류 최대의 원전 폭발사고로 불리는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건을 읽으며 원자력의 무서움에 대해 다시 한번 느꼈던 시간이었다. 또 하나는 역시나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인수 공통 전염병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둘 다 현재 우리의 상황과 가장 가까운 이슈여서 그런지 빠져들어서 읽었던 것 같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1986년 벌어졌다. 4호기 원자로가 터졌고 이는 폭발사고로 이어졌다. 체르노빌 사고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무지와 욕심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빨리빨리 주의가 낳은 부실공사가 그중 첫 번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소련은 미국과 핵무기 경쟁을 벌이는 중이었고, 화력발전보다 운영비가 적게 드는 원자력발전소의 건립은 대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으로 여겨졌다. 문제는 원전을 건설하면서 안전 공사를 건너 뛰었다는 데 있었다. 거기다 냉각수를 사용하는 VVER방식보다 흑연을 사용하는 RBMK가 훨씬 비용 면에서 경제적이었기에 소련은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RBMK 방식으로 대부분의 원전을 짓는다. 그리고 과거 부실공사로 건너뛰었던 안전 실험을 폭발 하루 전 하기로 했는데 여러 가지 상황으로 그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지 않았는데다가 당시 실험 담당자조차 경력이 몇 개월 밖에 되지 않는 신참이었다는 것도 사고를 키운 원인이 되었다. 그렇게 큰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원자력에 대한 무지 때문일까? 그에 대한 대응이 늦었다. 결국 수백만의 사람들이 피폭되고 사망하게 된다.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오히려 1,100Km나 떨어진 스웨덴에서 먼저 알게 된다. 체르노빌의 방사능 물질이 스웨덴까지 날아갔고 스톡홀름 인근 포르스마르크 원자력발전소에서 경고음이 울렸기 때문이다. 이후 타국에서 사고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라고 요구했지만 소련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한다. 결국 이 일은 소련 붕괴의 신호탄이 되었고,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체르노빌 근처 지역은 개인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인수 공통감염병에 대한 부분은 읽는 내내 씁쓸했다. 사실 코로나19 때 역시 바이러스를 옮긴 동물이 박쥐라고 밝혀졌고, 박쥐로부터 인간에게 감염이 확산되어 결국 전 세계적으로 끔찍한 유행이 일어났는데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동물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고 보니 모든 원인은 인간에게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동물들이 살 공간마저 빼앗아버린 상황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 볼 수 있으니 결국 인간의 죄과는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사실만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친 스페인 독감(이름의 출처가 궁금했는데, 스페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을 비롯하여 원숭이 두창, 메르스, 에볼라, 사스 등 요 근래 특히 유행한 감염병들의 특징과 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주하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바이러스는 계속 출몰할 것이고, 변이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 끔찍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책 속에 등장한 잔혹사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인간의 탐욕과 무지에서 모든 사건들이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내 것을 더 많이 지키고자 하고, 타인의 것을 빼앗으려는 얄팍한 속내가 결국은 많은 사람들의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읽는 내내 가슴 아팠다. 잘못된 판단과 탐욕의 끝은 결국 희생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누군가의 희생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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