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
테일러 젠킨스 레이드 지음, 박미경 옮김 / 베리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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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는 순간 두 인물이 떠올랐다. 성경 속 남편이 다섯인 사마리아 여인과 여러 번의 결혼을 했던 미국 배우이자 8번의 결혼을 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 책을 읽은 후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검색했는데, 생각보다 책 속 주인공인 에블린 휴고와의 공통점이 많았다. 그녀의 남편들 이야기나 작품, 그녀가 기부했던 단체 이야기 등 완벽하게 닮진 않았지만 상당수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인다.

유명한 여배우 에블린 휴고가 자신의 드레스를 경매를 통해 유방암 자선기금을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섹시스타로 두각을 나타냈고, 7번의 결혼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한 번도 자신의 결혼에 대해 인터뷰를 한 적이 없던 에블린인지라 매체들은 그녀와의 인터뷰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잡지사 비방트의 1년차 기자인 모니크 그랜트. 아직 신참인 그녀에게 에블린 휴고의 인터뷰 기회가 주어진다. 전적으로 에블린 측에서 모니크를 지목했다. 사장인 프랭키 트룹은 어떻게든 에블린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사진촬영까지 하도록 모니크를 압박한다. 에블린을 처음 만난 자리. 모니크는 긴장한다. 누구와도 인터뷰를 한 적이 없는 평생 배우로 살아온 그녀이기 때문이다. 왜 에블린은 모니크를 지목한 것일까? 어린 시절 영화 제작사 쪽에서 일하다 사망한 아버지가 혹시나 에블린과 접점이 있나 싶어서 엄마에게 물어봤지만, 답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마주한 에블린 휴고는 80의 나이에도 여전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당당하고 주도권을 쥐고 있는 그녀 앞에서 위축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니크. 그리고 에블린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모두가 그토록 기다리는 이야기였다. 모니크에게만 자신의 일곱 번의 결혼생활을 물론 평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모니크는 책으로 만들어서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단, 에블린이 사망한 후에 가능하다. 갑자기 굴러들어 온 일생일대의 큰 기회에 모니크는 당황하지만, 자신 외에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겠다는 에블린의 말에 모니크는 에블린의 이야기를 녹음하고 듣기 시작한다.

 

 

 

모두의 관심사는 에블린의 진짜 사랑은 누구였나이다. 과연 그녀는 누구를 사랑했을까? 쿠바 출신의 가난했던 아이는 헬스 키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우가 되기로 한다. 타고난 외모가 있었기에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보기로 한다. 물론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법. 14살의 그녀는 첫 번째 결혼 상대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다. 그리고 제작자들이 자주 드나든다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제작자 해리를 만나게 된다. 배우가 되지만 눈에 띄지 않는 단역배우만 맡던 에블린은 자신의 소속사의 제작자를 찾아가고 이름부터 머리색까지 모든 것을 바꾸고 새로운 인물로 바뀌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역할까지 정확하게 말하는 에블린. 결국 그녀의 계획대로 일은 진행되고,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대세 배우인 두 번째 남편을 만나게 되는데...

책 속 소제목은 모두 에블린의 남편 이름이다. 각가지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 그들과의 결혼생활은 에블린에게 계속 돈을 벌어준다. 영화 홍보를 위한 결혼뿐 아니라 드러나면 안 되는 이슈를 감추기 위한 결혼도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두 번째 질문의 답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에블린의 진짜 사랑이 누구인지 말이다. 그 또한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는데, 첫 번째 질문은 거의 반전 수준으로 등장한다. 내가 모니크래도 분노가 치밀어 오를 듯싶다. 근데 그 상황에 대처하는 에블린의 모습을 보니 역시 에블린이다 싶다. 타인이라면 절대 그 상황에서도 당당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원하지 않는 삶까지 살아야 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하나를 얻으면 자신 또한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책으로 풀어낸 것 같이 보인다. 우리 눈에는 마냥 부유한 배우로 보였던 그녀의 속내가 이렇게 처절할 수 있었다니, 모든 걸 가진 것 같이 보였던 그녀지만 더 이상 남아있는 사랑이 없는 그녀의 삶을 마주하니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사실에 가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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