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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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트레스피아노 마을에 있는 폰타나 집안에는 한 가지 저주가 흐른다. 저주를 한 사람은 필로미나 폰타나라는 소녀였다. 그녀가 저주를 건 상대는 자신의 동생인 마리아 폰타나였다. 얼굴도 마음도 뛰어나지 않았던 필로미나에게는 코시모라는 애인이 있었는데, 그는 바람기가 심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필로미나에 비해 얼굴도 마음도 뛰어났던 동생 마리아를 보고 코시모가 첫눈에 반했다는 것이다. 기회를 보던 코시모는 강제로 마리아를 추행하려고 했고, 그 장면을 보고 둘 사이를 오해한 필로미나는 동생에게 돌멩이를 던져 한쪽 눈을 멀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폰타나 집안의 모든 둘째 딸들에게 평생 사랑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다. 그로부터 200년이 흘렀고, 그동안 폰타나 집안의 둘째 딸들은 누구도 사랑을 찾지 못한다.

브루클린 남쪽 벤스허스트에 사는 에밀리아는 29살의 제빵사다. 외할머니인 로사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제과점을 운영 중이다. 엄마인 조세피나 폰타나 루케시 안토넬리는 에밀리아를 임신했을 때 백혈병이 걸렸지만 제때 치료를 하지 못해 이른 나이에 사망한다. 엄마의 얼굴도 모르는 에밀리아는 그렇게 언니인 다리아와 로사 할머니 곁에서 자란다. 유난히 에밀리아에게 차가운 로사 할머니. 딸을 잃게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일까, 아니면 집안에 흐르는 저주 때문일까? 에밀리아의 빵을 맛보고 칭찬하는 남자 손님에게조차 얼굴을 내밀지 못하도록 철벽 방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 걸까? 일찍 혼자된 사위에게 추파를 던지는 이웃 여자로부터 사위를 지키기 위해(?) 도끼눈을 뜨고 감시하기도 한다. 에밀리아의 언니 다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에밀리아를 이용해 먹기만 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동생에게 미룬다. 세 명의 자녀들의 숙제부터 북클럽 모임에서 먹을 케이크까지 말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다리아 보다 에밀리아가 훨씬 능력이 있다. 에밀리아는 제빵 기술뿐 아니라 작가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에밀리아는 스스로 뛰어난 사람이라는 인식이 없다. 어려서부터 다리아와 로사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감을 잃어가는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전해진다. 보낸 사람은 포피 할머니였다. 로사 할머니의 동생이자, 집안에서 내쳐진 폰타나 집안의 둘째 딸. 에밀리아와도 그저 명절 인사 정도의 편지만 주고받은 사이인데, 포피는 에밀리아에게 이탈리아로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당연히 로사와 다리아는 포피와의 여행을 결사반대한다. 아니 협박에 가까울 정도의 반대였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포피와 에밀리아 그리고 사촌이자 둘째 딸인 루시아나는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서로 다른 이들의 여행은 쉽지 않은 법. 더더구나 세대가 다른 둘째 딸들의 여행은 각종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이 여행을 통해 각자가 품고 있는 목적이 달랐다는 것도... 여행을 계획한 포피는 59년 전 마주했던 연인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루시아나는 폰타나 집안에 내려진 둘째 딸에 대한 저주를 깨고 싶었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여행을 통해 하나 둘 펼쳐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출생의 비밀 말이다. 왜 그렇게 로사 할머니가 자신의 동생 포피에게 적대적인 반감을 품고 있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니 말이다.

어째서 폰타나 집안에 둘째 딸들에게 내려진 저주(사실은 못된 언니가 동생을 오해해서 내뿜은 말에 불과한 것이지만 말이다.)는 200년이나 내려온 것일까? 그동안 왜 집안의 둘째 딸들은 진정한 사랑을 맛보지 못했던 것일까? 아마 그들은 알게 모르게 이 말이 굴레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에밀리아만 봐도 자신은 저주를 받았기 때문에 타인과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노력을 하기보다는 순응하는 면모를 보이니 말이다. 이 말은 그저 노력을 피하는 굴레가 되었다. 하지만 둘째 딸들의 여행을 통해 그녀들은 이 말이 힘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녀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에게 내려진 저주를 끊어냈던 것일까? 읽을수록 가독성 있고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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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실금 잔뇨감 - 비뇨의학과 명의가 가르쳐주는 최고의 치료법 대전
다카하시 사토루 외 지음 / 보누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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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우리 자매를 자연분만으로 낳으셨다. 갱년기를 지나고 나서 부쩍 요실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기침을 하거나 뛰게 되면 소변이 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찝찝함을 넘어 여러 사회생활에 제약과 감정적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수술을 하신 후 한결 편안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계신다.

나 역시 두 아이를 자연분만으로 낳았기 때문에 분만 후 후처치를 아무리 잘해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요실금에 대한 걱정이 생길 것 같았다. 임신 중 요실금을 경험했었는데 그때의 기억과 충격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왠지 모를 자괴감과 나한테서 혹시 냄새가 날까 봐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요실금과 잔뇨감에 대한 책을 보자마자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경우처럼 요실금은 무조건 수술만이 대안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요실금은 수술 말고도 약물치료와 운동을 통해 치료할 수 있었다.

우선 요실금과 잔뇨감이 무엇일까? 잔뇨감은 소변을 보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고, 소변이 남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을 말하는데, 잔뇨감은 결국 빈뇨로 이어진다. 빈뇨는 시도 때도 없이 자주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는 것을 말한다. 요실금은 자기도 모르게 소변이 새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 다른 요인들도 있기에 질병으로 보고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물론 요실금이나 빈뇨는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은 아니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에 꼭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요실금에는 절박성 요실금, 복압성 요실금, 일류성 요실금, 혼합성 요실금 등이 있다. 요실금의 상태와 어떨 때 요실금이 일어나는지에 따라 다르며,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법 역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빈뇨의 경우는 야간의 화장실을 얼마나 자주 가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인 경우 200~300ml 소변이 차면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400ml가 방광에 차게 되면 심한 요의를 느낀다고 한다. 빈뇨의 경우는 100~200ml만 차도 참기 힘들 정도의 요의를 느끼는데, 특히 밤에 빈뇨를 자주 느끼다 보면 자연스레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책에는 요실금과 빈뇨의 증상과 원인뿐 아니라 검사와 진찰, 진단의 단계 그리고 치료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담겨있다. 특히 내가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해도 어떤 병원에서 어떤 치료와 검사를 받는지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은데, 책 속에는 병원 중에서도 어떤 과가 개설된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뿐 아니라 어떤 어떤 검사를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병원을 찾기 전에 미리 기록하면 좋을 내용도 담겨있어서 실제적이었다. 요실금 중에서도 복압성 요실금의 경우 수술 말고 운동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여성 질환뿐 아니라 전립선비대증과 같은 남성 질환에 관한 정보도 담고 있다. 특히 딸이 있는 집의 아빠들의 경우 앉아서 소변 보기에 대한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다.(친정뿐 아니라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근데, 비뇨기과 질환의 면에서 보자면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경우가 잔뇨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나이가 많아질수록 소변보다가 넘어지거나 어지러울 수 있으니 앉아서 보기를 권하긴 하지만 말이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요실금과 빈뇨를 느낀다고 하지만, 그에 관한 정보를 찾기가 힘들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막상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이 아니었다면 요실금과 빈뇨에 대해 고민만 하고 있었을 것 같다. 요실금과 빈뇨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책을 통해 좀 더 정확한 지식을 얻고 치료에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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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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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속담 하나가 생각났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익숙한 저자의 이름에 혹시나 하고 보니, 작년 이 맘 즈음에 읽었던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의 저자였다. 속편이라고도 하는데, 당시 등장한 형사 미쓰야가 이번에도 등장한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이번에도 등장하고,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두 여인 또한 등장한다. 얼굴을 스카프로 가린 한 인물이 표지 가득 담겨있다. 무슨 의미인가 궁금했는데, 이 스카프로 가려진 얼굴에 대한 부분은 책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된다.

크리스마스이브 한 시신이 발견된다. 노숙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피해자는 부검 결과,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 같지만 그로 인해 사망할 정도의 치명상은 아니었다. 그녀가 사망한 원인은 무언가에 맞은 것인 양 두개골의 큰 상처를 입은 것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신원을 특정하기 힘들었지만, 유품으로 쇼핑카트와 담요가 있었고 그것을 확인했던 이웃 사람의 신고로 사망자가 마쓰나미 이쿠코 임이 밝혀진다.

한편,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다. 1년 4개월 전 한 남자가 사망했다. 그는 하가시야마 요시하루라는 이름의 공무원으로 아내와 딸이 있었다. 공사현장에 파헤쳐진 구덩이 속에서 발견되었던 그는, 칼에 찔린 채 살해되었다. 그 당시 함께 발견된 가방에서 지문이 발견되는데, 그 지문 중 마쓰나미 이쿠코의 것이 발견된 것이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는 무슨 접점이 있는 것이고, 요시하루 사건의 범인이 마쓰나미 이쿠코인 것일까?

사건의 범인을 아직 특정하지 못한 경시청 수사 1과 경위 미쓰야 슈헤이와 도쓰카 경찰서 형사 다도코로 가쿠토는 요시하루의 아내인 하가시야마 리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마쓰나미 이쿠코의 사진을 보여주지만 리사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집을 방문했을 때 내닫이창에 있는 꽃꽂이가 유난히 거슬렸던 미쓰야는 특유의 직감을 가지고 탐문수사를 한다. 이웃인 야나기다와 이야기를 하다, 꽃꽂이가 남편인 요시하루에게 받치는 헌화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지만 그 또한 이상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두 사망자 사이의 접점이 드러난다. 과거 마쓰나미 이쿠코는 남편과 함께 살았는데, 남편이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본인도 갱년기 장애로 큰 어려움을 겪고 하던 일을 그만뒀다고 한다. 남편의 건강이 안 좋아지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찾아간 마쓰나미 이쿠코는 담당 직원인 요시하루로부터 모독성 발언을 듣게 된다. 갱년기장애는 일하기 싫은 핑계일 뿐이라는 말이었다. 설마 그 일로 요시하루에게 반감을 가지고 복수 차원에서 일을 저지른 것일까?

마쓰나미 이쿠코와 히가시야마 리사의 이야기가 특히 눈에 띈다. 본인의 인생이 쉽게 풀리지 않고 고통 속에 있었음에도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배려할 줄 알았던 마쓰나미 이쿠코와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음에도, 자신은 그보다 더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만족할 줄 몰랐던 히가시야마 리사의 삶이 교차되며 등장한다. 또한 리사와 요시하루의 딸인 루미나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 요시하루의 본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 보다 내가 내 삶을 어떻게 보느냐가 내 행복에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남들은 노숙자로 크리스마스이브에 끔찍하게 사망한 이쿠코의 삶을 불쌍하고 안타깝게 여길 지 몰라도, 그녀를 아는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그녀의 삶을 무조건 재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면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이번에도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한번 마사키 도시카라는 작가에게 호감이 갔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촉을 가진 형사 미쓰야의 활약 역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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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소가 온다 - 21세기 최고의 마케팅 바이블
세스 고딘 지음, 이주형.남수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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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세스 고딘은 나 역시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다. 우리 집에도 그의 저서가 한 권(이카루스 이야기) 있다. 아직 읽진 못했지만^^;;;

제목이 참 특이했다. 보랏빛소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마케팅의 5P란 무엇일까?(하하...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던지라 마케팅 수업을 분명히 들었는데, 조금은 낯설다.) P로 시작하는 마케팅에서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한다. 물론 저자가 책에 적은 P는 8개다. 제품(Product), 가격(Price), 홍보(Publicity), 촉진(Promotion), 포지셔닝(Positioning) 등이 그에 속한다. 그리고 보랏빛 소(Purple cow). 이쯤 되면 끼워 맞추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겠지만... 끼워 맞추기 맞다. 그렇다면 보랏빛 소가 도대체 뭘까? 처음 제목을 읽고 나는 소는 누렁이라 부르는 황소와 우유를 제공해 주는 젖소 정도만 떠올렸는데, 보랏빛 소가 정말 존재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소가 있음 참 특이하고 눈에 띄겠다 싶었는데... 내가 생각한 그 의미와 저자가 사용한 단어는 어느 정도 비슷했다.

퍼플 카우의 핵심은 '리마커블(remarkable)'이다.

참고로 remarkable은 놀라운, 주목할 만한이라는 뜻이다. 보랏빛 소가 눈앞에 있다면 놀랍지 않을까? 주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대로 퍼플 카우는 바로 그런 의미를 지닌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다양한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자세히 언급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내가 그동안 당연히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했던 대다수가 거절되고 거부된다. 예를 들자면 대다수의 고객을 향해 제품을 내세우기 보다 특정 고객층을 타깃으로 잡아 제품 홍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과거와 달리 가구나 전자제품을 하나 만들어도 밋밋하고 평범한 색상(흰색. 검은색, 회색)보다는 특이한 색감의 제품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 밖에도 구매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집단이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저자는 얼리어댑터라고 이야기한다. 얼리어댑터들은 먼저 제품을 사용해 보고 기꺼이 입소문을 내줄 수 있는 집단(스니저)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내는 입소문을 저자는 아이디어바이러스라고 명명한다.

아마 책을 읽으면서 적잖이 놀랄만한 이야기가 상당하다고 느낄 것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업체들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가령 키보드와 마우스 등으로 유명한 로지텍(나 역시 로지텍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 중이다.)의 성공 요인이나 일회용 반창고 회사 큐래드의 예를 비롯하여 무궁무진한 사례가 등장한다. 근데, remarkable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아주 좋다(Very Good)이란다. 저자는 여기서 또 하나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보통의 경우 Very Good을 받게 되면 거기에 머물거나 더 이상의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당장은 시장을 점유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빠르게 변화되는 기업 생태에서 살아남으려면 절대 안주하면 안 된다. 오히려 특이하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용감하게 헤쳐나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타쿠 역시 기업의 면에서 볼 때 절대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영리한 사업가는 오타쿠가 이미 있는 시장을 목표로 삼는단다.

마케팅 서적이라고 하지만, 마케팅의 "마" 도 모르는 사람조차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책 곳곳에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와 함께 익숙한 것을 깨 버리는 특이함을 맛볼 수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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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등불을 비추라 - 빛으로 성경 읽기
김동문 지음 / 샘솟는기쁨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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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태신앙이다. 어려서부터 주일은 교회에 가는 날이라는 인식이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물론 여러 번의 방황과 체험을 통해 부모님이 준 종교가 아닌 내 신앙을 갖게 되었지만, 스펀지가 물을 빨아드리듯 선택의 여지없이 기독교 안으로 들어왔기에 소위 말하는 간증이 될만한 일생일대의 큰 체험이 없기도 하다. 매주 설교시간을 통해 듣는 말씀들은 주일학교부터 지금까지 때론 교사를 하며 아이들에게 공과공부를 통해 전했기에 사실 낯설지 않다. 문제는 그 낯설지 않고 익숙한 것 때문에 새로운 시야를 갖기가 힘들다는 데 있다. 책에서 저자가 언급했듯이 왜 주일 설교시간은 성경을 다각적으로 마주하도록 가르치지 않을까? 오히려 유치부나 유소년부와 같은 어릴 때는 아이들의 집중을 위해 영상을 활용하기도 하고, 사진이나 소리 등을 활용하지만 조금씩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청각자료보다는 성경 본문만을 풀어내는 설교를 접하게 된다. 다행이라면, 우리 교회 담임목사님의 경우 교회 역사를 전공하신 탓에 성경의 원문과 역사적 배경을 아울러 설명하고 때론 지도를 활용해서 설교를 하신다. 그러다 보니 같은 본문이어도 색다르게 다가올 때가 많다. 그래서 목사님은 성경을 다이아몬드라고 칭하신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빛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책 너희 등불을 비추라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다. 우선 익히 알고 있는 말씀인데, 새롭고 낯설다. 때론 그동안 알고 있던 말씀과 다르기도 하다. (이단이나 이상하게 다르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아하! 하고 무릎을 칠만한 설명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아니 책 시작부터 끝까지 가득하다.

빛 하면 떠오르는 말씀은 아마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씀일 것이다. 그 밖에 빛 하면 떠오르는 말씀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빛을 언급한 말씀이(직. 간접 포함)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었다. 총 39가지의 성경 속 빛과 관련된 말씀이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는 당시의 사용된 등잔을 비롯하여 각종 그림과 사진들을 실어서 독자의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말이나 글로 하는 설명 보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이해도가 더 선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경이 쓰인 당시 배경과 역사를 중심으로 성경을 해석하다 보니, 그동안 놓치고 있던 성경 속 새로운 빛이 눈에 띈다. 이게 이런 뜻이었어?! 하는 말씀도 상당하다. 처음에 언급한 빛과 소금에 대한 말씀 속 빛의 의미 또한 그랬다.

이렇듯 빛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른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즉, 빛은 '사람 앞에 비치게'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 앞에 스스로 환한 존재로 빛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빛이 된다는 것은, 내 존재가 바뀌어 빛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등불을 켜서 빛을 비추는 몫을 다하는 것, 그 역할을 실천하는 것이라면 충분하다.

누군가가 나로 인해 자기 삶의 자리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힘을 얻어 꿈을 꾸고 숨을 쉴 수 있다면,

우리는 그의 빛이 되어 준 것이다.

그동안 세상에서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라는 말씀을 세상과 구별되고 세상에서 주도적인 역할, 선한 영향력을 끼칠만한 역할로 해석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성경을 읽을수록 의기소침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나는 학벌도, 외모도, 직장도 뭐하나 내세울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책 속 한 줄은 내게 이해를 넘어 깊은 위로를 주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애쓰기 보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빛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 작은 자 하나를 실족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타인을 내 생각 속에서 재단하지 않는 것 성경 속 빛의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우리는 빛 하면 눈에 띄는 것, 반짝이는 것만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성경 속 빛 또한 같은 의미로 자연스레 해석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성경 속 빛은 세상에서 말하는 빛과 다른 것이었다. 내게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것. 남들이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그저 내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내 생각으로 상대를 재단하고 배제하지 않는 것.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것. 그렇기에 빛은 가치가 있다.

등잔은 없어도 마음의 등불을 켤 수 있다.

눈에 불을 켜지 말고, 마음의 문을 열자.

성경을 읽으면서도 그 마음에 그리스도의 불빛을 반사하지 못하고

차별과 배제, 혐오에 찌들어 사는 것을 당연한 것인 양 생각하는 자들이 있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 덕분에 더 초라함을 느낄 수도 있었던 벳새다 들판의 사람들처럼,

서로 뽐내고 더 인정받으려고 눈에 불을 켠 채 살아가는 이들 속에서 마음에 등불을 밝히는 삶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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